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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49)화 (249/353)

Chapter 249 - 무릎 꿇은 라이칸, 칼라크 (2)

늑대들의 도시, 울펜서.

…사실 마땅한 성벽이나 건축물도 없고, 인류 문명에 비하면 ‘도시’라고 칭하는 게 민망한 수준이긴 하다.

그럼에도 라이칸들은 이를 엄연히 도시라고 부르고 있었다.

늑대인간들이 문명을 일군 곳은 이곳밖에 없었으니까.

예전의 울펜서는 늑대들의 낙원이었다.

모든 늑대인간들이 한데 모여 생활을 꾸리고 내부를 가꾸어갔으며, 라이칸 내에 있는 수많은 부족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였다.

그러나…

부족 대전쟁이 있었던 날 이후, 울펜서는 변했다.

일족 내 양대산맥 부족이었던 바라텐 부족은 대전쟁에서 패배 후 도시에서 추방되었으며, 도시 내에 잔존한 모든 부족들은 칼라크 부족의 지배를 받는 형국이었다.

칼라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라이칸들은 모조리 살해당하거나 도시에서 추방되니, 라이칸들은 이런 공포 정치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일까.

늑대들의 낙원이라 불리는 울펜서엔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운 기운만이 가득했다.

콰아앙-!!

그리고 울펜서 중앙 지역.

주변 건물들보다 훨씬 높게 지어진 건물.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칼라크 진영의 주요 집결 장소.

그 안에서 분노 가득한 파괴음이 들려왔다.

커다란 주먹이 내려쳐지며, 의자 받침대를 박살내는 소리였다.

“라크까지 잃은 게 말이 된다 생각하나!!”

이내 들려오는 폭발적인 고함.

왕좌처럼 화려하게 꾸며진 의자에 앉은, 그리고 그 의자를 망가뜨린 장본인에게서 들려오는 소리다.

온몸을 뒤덮은 억센 털과 거구의 형체.

날카로운 표정을 짓는 늑대의 얼굴.

칼라크 진영의 리더이자 부족장…

스스로는 왕이라 지칭하는 라이칸, 블레이크였다.

“죄송합니다, 톨!!”

“죄송합니다!”

블레이크의 주체가 안 되는 분노에, 주변 라이칸 전사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바라텐 진영의 리더가 톨 바라텐이라고 불리듯, 칼라크 역시 부족장은 톨 칼라크로 불린다.

그러나 그 대우는 천지 차이.

바라텐의 톨과 각성 전사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나름 합리적인 대화를 한다면, 칼라크 내부는 오로지 지배와 복종뿐이다.

울펜서 내의 수많은 늑대인간들이 칼라크 진영에 복종하듯, 칼라크 진영의 라이칸과 각성 전사들 역시 톨인 블레이크에게 복종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도 모두가 일단 저자세로 톨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었다.

“페데리크.”

“예!”

블레이크가 살짝 진정된 목소리로 말하자, 무릎 꿇은 전사들 중 제일 앞에 있던 라이칸이 답했다.

칼라크 진영의 참모를 맡고 있는 라이칸, 페데리크였다.

“제대로 다시 설명해라.”

“예. 이번 피해는 듀크 때와는 다릅니다. 듀크는 작전 시간 외에 개인적으로 라이칸들을 대동해 움직이다 변을 당했지만, 라크는 정식 정찰 임무를 펼치던 도중 전사했습니다.”

“…확실한가?”

“예. 주입 강화술인 ‘동족의 기록’ 룬을 통해 확인한 내용입니다.”

[동족의 기록] 룬은 야만 일족 바바리안의 강화술 중 하나다.

해당 능력을 보유한 동족에게 직접 보고들은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기록 수정구] 아이템의 조건부 룬 버전.

칼라크 진영에서 듀크의 사망을 알게 된 것도 이 룬 덕분이었고, 그에 맞춰 [액셀 피어싱] 대처법을 만들었던 것도 마찬가지로 이 룬 덕분이었다.

다시 말해…

지금 페데리크가 전하는 내용은, 모두 ‘사실’이란 뜻이었다.

콰아앙-!!

그에 또 한번 블레이크의 주먹이 내려쳐진다.

이번엔 왼쪽 의자 받침대였다.

“그게 말이 되나!! 칼라크의 정찰 부대가 고작 바라텐 버러지들한테 당했다고?!”

조절되지 않는 분노가 그에게서 터져나온다.

칼라크 정찰부대와 바라텐 정찰부대.

그 둘의 격돌에서 전자가 진다는 건 그의 상식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페데리크는 기겁한 얼굴로 그를 만류했다.

“지, 진정하십시오, 톨. 기록에 의하면, 적의 병력 규모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병력 규모?”

“예. 단순히 바라텐의 정찰 부대가 아니었습니다. 쉴르텐이 이끄는 제8부대, 거기에 듀크를 죽인 인간들이 모인 연합군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적들의 본대가 왔던 것까지 고려하면….”

페데리크가 잠시 숨을 죽이고 말을 이었다.

“전면전. 이건 바라텐 녀석들이 저희 칼라크에게 총력을 기울인 전면전을 선언한 겁니다.”

“…뭐?”

“……!!”

“그런…!!”

이번엔 블레이크뿐 아니라, 궁전 내에 있던 모든 라이칸들이 깜짝 놀랐다.

바라텐 진영의 선전포고.

이는 오래 전의 부족 대전쟁 이후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코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병력 규모, 각성 전사의 수, 개인의 무력.

모든 면에서 밀리는 바라텐 진영이 전면전을 선언했다?

‘녀석들이 전쟁에 지쳐서 스스로 낭떠러지로 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오래 사니 정말 재밌는 일도 생기는군. 그래, 어디 그 버러지들의 동향을…”

“톨! 그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전쟁의 서막을 알리려던 찰나.

거침없이 궁전으로 달려와 선보고를 하는 또 다른 라이칸.

그에 블레이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

“오랜만이군, 블레이크.”

그와 동시에 나타난…

세 명의 ‘인간들’.

그 모습에 안에 있던 모든 라이칸들이, 아까보다 더 경악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로브의 남자, 데이브.

칼라크 부족 라이칸들에게 ‘강화술’을 부여하고, 칼라크가 부족 대전쟁에서 승리하도록 이끌었던 남자.

<루덴아크 학파>의 부학파장이…

인간들 가운데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브는 여전히 로브를 뒤집어쓴 채, 표정을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여유롭게 말을 건넸다.

“차원을 넘은 이후론 처음인가?”

바라텐과 칼라크의 두 번째 대전쟁.

그 시작이, 점차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었다.

* * *

아우우우-!!

캉-! 카가강-!

푸쉬이-!!

적군 위르겐들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고, 다양한 종류의 공격들이 자비없이 그들을 덮쳤다.

칼라크 진영의 본거지인 도시 울펜서.

그 근방엔 정찰부대들이 상당히 많이 돌아다녔다.

아까 운좋게 사냥에 성공했던 ‘라크’처럼 각성 전사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라이칸들이 부대장으로 있는 위르겐 부대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지금은 적 수뇌부에 ‘바라텐이 전면전을 선언했다!’와 같은 내용이 전해지지 않은 상황.

전 병력이 쳐들어온다는 걸 모르는 적의 정찰부대들은 우리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갔다.

[유연하고 세련된 움직임과 극대화된 물리 공격! 당신의 몸에 새겨진 강화술들이 점차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룬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전사들의 강화술’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근력을 2 획득합니다.]

[‘끓어오르는 늑대의 힘’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근력, 내구를 각각 1씩 획득합니다.]

전쟁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그 성과는 확실했다.

A급 괴수인 위르겐들과 A급 상위의 실력인 라이칸.

고위 괴수들을 사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룬의 성장도 함께 따라왔다.

‘이제 근력도 100이다.’

나는 이번 전쟁에서 주로 ‘물리 공격’ 혹은 ‘신체 강화’와 관련된 룬들을 주로 사용했다.

마력 쪽은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공대원들의 확실한 보조가 있고, 또 이번에 새로 얻게 된 룬들이 주로 물리 공격에 특화된 룬들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관련 룬들의 숙련도가 쭉쭉 오르며, 근력이 기어코 100을 달성했다.

이제 마력만 100이 되면 주력 능력치들(근력, 속력, 마력)이 모두 100을 넘게 되는 것.

전쟁을 치르는 데에 있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는 내적 성장이었다.

“크읍…!!”

잠깐 정보창이 떠오른 시점.

공대원 한 명이 위르겐에게 붙잡혀 위기 상황에 몰린 게 눈에 들어왔다.

암살자 계열 공대원, 도승민이었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그에게 달려가 도약한 후, 상대 위르겐의 머리를 가격했다.

‘원초적 맹공.’

새로 획득한 파생스킬 [원초적 맹공]은 강력한 물리 공격 스킬이다.

있는 힘을 모두 쏟아부어서 파괴적인 위력을 선보이는 스킬.

격투술을 사용하면 위력이 더 증가하기에, 나는 이 스킬을 쓸 때 무조건 무구교체술로 무기를 집어넣고 주먹을 사용했다.

콰, 콰가가-!!

아우-?!

콰아아앙-!!

덕분에 그 성능은 상상초월.

도승민을 몰아붙이던 위르겐은 주먹 한 방에 머리가 터지며 즉사했다.

“…형님, 원펀맨이세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전투에 집중해. 아직 끝난 거 아니야. 누누이 말했지만, 암살자 계열은 절대 뒤를 잡히면 안 돼. 특히 넌 내구 수치도 낮고, 별다른 방어룬도 없으니까 무조건 회피로 승부를 봐야 해. 알겠지?”

“예!”

속사포로 말을 전하며 짧은 교육을 해준다.

이번 전쟁에서 나는 유독 도승민을 케어해주며 전담 교육을 도맡고 있었다.

그날 제외하면 도승민이 우리 B팀의 유일한 암살자 계열이기도 하고, 또 [은빛 달그림자] 룬 때문에 녀석이 전쟁에서 활약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때로 허술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가 워낙 어렸을 때부터 홀더 생활을 해온 탓에 교육하는 내용의 흡수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조금만 다듬으면 A급 홀더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게 도승민이었다.

“재현아. 전투 종료다. C팀 사상자는 없어.”

시간이 지나 근처 위르겐들을 모두 사냥한 후.

C팀 팀장인 임현이 내게 와 말했다.

전쟁 기간 동안 워낙 많은 전투를 치르고, 또 서로 간에 이야기도 많이 나눈 덕에 우리의 호칭과 말투는 나름 편해져 있었다.

“네. 수고하셨어요, 선배.”

“오늘 전투는 이걸로 끝인 거지?”

“아마도요.”

어떻게든 더 전진할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밤이 너무 깊어서 체력 소모만 심해질 뿐이다.

이제는 엔리히텐도 부대 전체에 휴식 명령을 내리겠지.

게다가 내일이면 전면전 소식이 칼라크 진영에도 전해질 거고, 전쟁의 양상은 더욱 격해질 거다.

그 준비를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해야했다.

“가자, 공대장. 공대원들 기다린다.”

“네.”

임현의 말에 나와 도승민은 대충 주변을 정리하고 그를 따라갔다.

어두컴컴해진 주변과 너부러진 위르겐의 사체들.

하늘 위엔…

왠지 모르게, 꽉 찬 보름달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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