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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51)화 (251/353)

Chapter 251 - 급습과 반격 (2)

‘침착하게.’

김채은은 떨리는 심장을 최대한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비록 그녀와 함께 순찰을 돌던 라이칸은 목을 물어뜯기며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어쨌든 아군에게 경보를 울리고 적습을 알렸다.

김채은 역시 마찬가지다.

당혹스럽고 충격적이더라도 이미 습격은 시작됐고, 그때부턴 자신의 할 일을 해야만 한다.

그녀의 역할은 마법사 계열 홀더.

공격대와 아군의 화력을 담당하는 후방 지원 인원.

그리고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눈앞의 적군들을, 최대한 많이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필드 프리징.’

보통 마법사 계열이 마력 공격을 준비한다고 하면, 마력을 세팅하고 주문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준비 단계에서 전사 계열들이 꽤 오랫동안 앞선을 버텨야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김채은이 스킬을 시전하는 속도는 과도하게 빨랐다.

그 이유는 두 가지.

그녀가 [아드리안 주문]을 쓰는 마법사 중에서도 천재들만 쓸 수 있다는 [고속영창] 룬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땅에 손을 대고 적을 감지했을 때부터 이미 마력을 세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바밧-

쩌저저적-!!

[필드 프리징]은 살상력은 거의 없고, 가끔 ‘동상’ 상태이상을 불러일으키는 광역 통제형 스킬이다.

이는 처음 [빙결]을 통해 얻었던 스킬이지만, 해당 룬이 [얼어붙은 전장] 룬으로 진화하면서 그 힘은 더욱 강렬해졌다.

룬 자체가 ‘전장’이라는 이름이 붙는 만큼 다대다 전투와 광역 마법에서 온전히 제 능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런 그녀의 주특기 스킬이 넓은 대지에 펼쳐진다.

시전과 동시에 쏟아지는 마력.

빠르게 주변 땅을 얼려가는 마법….

그녀가 이 스킬을 굳이, 첫 번째로 사용한 이유는 하나였다.

‘땅에서 라이칸이 나왔어.’

분명 아군 막사 쪽의 땅속에서 적 라이칸이 튀어나왔다.

특이하게 ‘늑대인간’이 아닌, ‘늑대’의 형태를 하고 있긴 한데… 화려한 은빛 갈기와 특유의 위압감을 보면 라이칸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 공격 형태는 생각보다 위험하다.

저 라이칸만의 특수한 능력이라면 크게 상관없겠지만, 특정 아이템이나 마법 등을 통해서 타의적으로 준비된 공격일 경우가 문제다.

후자의 추측이 맞다면 고작 한두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의 라이칸들이 땅속에서 습격을 준비할 거고, 그럼 아직 준비가 덜 된 아군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아군에게 매우 불리한 전투 환경.

이를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그녀는 무리해서 대지를 얼린 것이다.

그래도 꽤 많은 마력을 쏟아부어서인지, 적들의 진격을 상당히 늦출 수 있었다.

몇 번이고 두드려지는 땅의 진동에서 그게 느껴졌다.

아우우-

커흐으으-!!

그리고 그때.

처음 나타났던 라이칸이 타깃을 바꿔 김채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가 지금의 현장에서 핵심적인 인력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김채은은 당황하지 않고 연이어 마법을 시전했다.

‘얼티밋 프로스트…!!’

그녀가 보유한 스킬 중, 궁극스킬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스킬이 펼쳐진다.

[얼티밋 프로스트].

단일 대상에게 가해지는 얼음속성 마법으로, 상태이상과 공격 성향을 적절히 섞은 육각형 스킬.

그러나 사실 이 스킬이 곧바로 쓰이는 건 이상한 일이다.

얼음속성 마법에선 거의 최상위격에 속하는 스킬이기에, 당연히 사용되는 마력도 많고 시전 시간도 매우 오래 걸린다.

다른 스킬에 연이어 쓸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스킬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김채은은.

[필드 프리징] 시전이 끝난 지 1초도 되지 않아 곧장 마법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이템 정보>

◎이름: 얼음 여왕의 왕관

◎종류: 투구

◎등급: 에픽(Epic)

◎특수효과

: 대상이 보유한 ‘얼음속성 관련 마법 스킬’ 하나를 왕관에 내재시킬 수 있다. 해당 스킬에 필요한 마력과 마력 구조 및 주문법을 모두 투입하기에, 사용 시 별다른 딜레이 없이 즉시 시전할 수 있다.

(*궁극스킬은 내재시킬 수 없으며, 해당 스킬에 대해 숙련도가 너무 낮을 경우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바뀌면 내재스킬은 초기화된다.)

그건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아이템 덕분이었다.

‘재현이가 준 왕관….’

자신의 남자친구가 크리스마스에 선물해줬던 아이템.

[아이스 루돌프]라는 특수 보스 괴수를 사냥하고 얻었다는데, 그 등급과 화려함에 걸맞게 ‘내재스킬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었다.

때문에 김채은은 자신이 가진 스킬 중 궁극스킬 제외 가장 강력한 [얼티밋 프로스트]를 왕관에 내재시켰고, 지금 같은 상황에 조금의 딜레이도 없이 연이어 마법을 쓸 수 있었다.

파밧, 파바밧-!! 

커, 커흐으-?!

------!!

강렬한 냉기가 순식간에 날아들며 적 라이칸의 몸을 통제한다.

단일 대상에게 쏘아지는 스킬인 만큼 그 위력은 확실하다.

적 라이칸은 달려오던 그대로 멈춰서며 온몸이 정지됐다.

아마 보통의 마법사 계열이라면 여기서 도망치거나, 다른 통제 방안을 구상했겠지만….

“냉기를 삼켜라.”

김채은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경계 근무로서 적들의 침입을 알리고 아군을 깨우는 것.

그리고 적의 진입을 최대한 늦추는 것.

그 과정에 있어 어떤 룬이나 스킬도 아껴서는 안 됐다.

[얼어붙은 전장]의 궁극스킬, [블리자드].

그녀가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 스킬이…

적 라이칸에게 자비 없이 가해졌다.

쩌저저적-.

팟, 파바바밧-!!

어마어마한 양의 냉기가 적 라이칸에게 도달한다.

녀석의 몸은 가볍게 얼고, 그 얼음은 깨지며, 깨진 부분은 다시 얼려진다.

[필드 프리징]으로 한 번, [얼티밋 프로스트]로 한 번.

[블리자드]로 마무리까지.

고위 홀더의 마력을 전부 쏟아부은 세 가지 스킬이 한 대상에게 쏟아진다.

순식간에 펼쳐진…

마법사 계열의 단일 전투라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쿠우웅-!!

적 라이칸이 쓰러졌다.

끝없는 ‘동상’ 상태이상과 [블리자드]의 냉기에 노출됐던 녀석은 그 강렬한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즉사했다.

“…잡았어.”

김채은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았다.

A급 최상위에 가까운 괴수.

이를 마법사 계열 홀더가, 탱킹도 없이 홀로 잡아냈다.

특히 ‘배틀 메이지’ 성향도 아닌 그녀가 이를 해냈다는 건, 홀더 계에서도 모두가 놀랄 만한 뛰어난 성과였다.

콰, 콰아아-!!

아우우우-!!

“……!!”

하지만 승리를 만끽할 시간이 없었다.

[필드 프리징]의 시전이 끝나자 얼어있던 대지는 금세 원래도 돌아왔고, 적 라이칸들은 기다렸다는 듯 땅을 박살내고 침입했다.

하나, 둘, 셋… 일곱.

총 7마리의 라이칸이 늑대 형태로 날아들었다.

목표는 단 하나.

당연히 김채은이었다.

‘…마력이 없어.’

김채은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늑대들을 바라봤다.

더 이상 사용 가능한 마력이 없었다.

아니, 회복은 할 수 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특별히 이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녀는 분명 한 명의 공대원으로서 자신이 할 일을 훌륭히 해냈지만,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선 생각해놓은 게 없었다.

그만큼 혼란스러운 급습이었으니까.

그리고.

김채은이 적 라이칸의 숨통을 끊어놨듯…

적 라이칸들도 김채은을 물어뜯으려던 그 순간.

“쇄도하라!!”

꽤 멀리…

뒤쪽에서.

너무도 익숙하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푸쉬이이-!!

아우우우-!!

상황은 순식간에 돌변했다.

마치 순간이동처럼 전장에 도달해 라이칸의 뒤를 점거한 남자는 녀석의 목을 찌른 후.

그대로 그 어깨를 발판 삼아 도약하며 김채은에게 날아왔다.

그리고.

탁-

거칠고 투박한 남자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는다.

이어, 단숨에 그의 품에 안겨지는 그녀의 몸.

그 익숙한 체온에…

김채은은 순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급류로 흘러라.”

그의 전매특허 같은 궁극스킬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아빠가 만들었던 궁극스킬을 뛰어넘어서, 더 강력하고 다채로운 능력을 담게 된 스킬.

유려한 움직임으로 초식을 따라야만 완성되는 [진 유수활검].

그러나 그는 김채은을 안은 한 손을 제외하고…

다른 한 손만으로 이 스킬을 펼치는 기예를 보여줬다.

------!!

아우우우-?!

물의 기운이 모여든다.

빠르게 뭉친 물의 기운은 하나의 구가 된다.

수없이 회전하며 만들어진 물의 구가, 거침없는 라이칸들의 돌진을 저지했다.

팟- 파밧-!!

그리고 동시에 사방으로 쏟아지는 참격.

방어와 반격 기능을 동시에 갖춘 스킬의 힘 덕분에 시끄러웠던 주변은 단번에 정리가 됐다.

이걸로 적들을 모두 죽인 건 아니지만, 아까처럼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김채은은 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봤다.

“늦었잖아, 바보야.”

“미안해. 적들이 땅에서 나오는 건 아예 생각을 못 했어. 아마 루덴아크 쪽 마법인가 봐. 예측 못한 내 실수야.”

도재현.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자신의 남자친구가 앞에 있었다.

혼란스러운 급습 상황과 전투.

그의 말에선 ‘루덴아크’와 같은 낯선 내용이 흘러나왔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그가 자신을 지키러왔다는 거다.

김채은은 두려웠던 감정들이, 흔들렸던 마음가짐들이 비로소 바로잡혀가는 걸 느꼈다.

이 남자는 이토록 자신의 안에 깊숙이…

너무나 중요한 사람으로 새겨져 있었다.

“금방 끝내고 올게, 채은아.”

“…응.”

그는.

언제나 이렇듯 자신에게 ‘확신’만을 줬다.

“파도에 터져라.”

아까 영향으로 바닥에 남은 약간의 물.

그 안에 자신의 검을 찔러 넣는 도재현.

이윽고 거대한 마력이 검을 타고, 물에 담겨…

사방으로 퍼져가기 시작한다.

[파상천검]의 진화한 형태.

[진 파상천검]이 시전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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