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55)화 (255/353)

Chapter 255 - 재회 (2)

황성연이 왜 여기 있는 걸까.

그 의문이 풀리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펄 문라이트] 마법과 땅속에 침투한 라이칸들.

엔리히텐은 그 마법의 주인들이 ‘루덴아크’라고 말했었다.

즉, 루덴아크 학파의 인물들이 이곳 던전에 와 있거나 원래부터 있었다는 뜻.

그리고 <빌런> 클랜은 일전에 루덴아크 학파와의 연관성을 보인 적이 있다.

클랜 마스터인 황동연을 처치하고 나서 [룬 사냥꾼]으로 확인했을 땐 분명 녀석에게 [루덴아크 주문]이라는 룬이 확실하게 있었고, 또 내 계약자 티르본드의 전신인 ‘본 드래곤’은 아예 루덴아크 학파에서 제작한 언데드였다.

이 말은 다시 말해….

‘황성연도 루덴아크랑 한패라는 거지.’

추론은 간결해졌다.

모종의 방법으로 루덴아크 학파는 이 던전에 들어왔고, 황성연은 여기에 동행했다.

그리고 칼라크와 바라텐의 전쟁…

우리의 던전 공략에 관여하고 있다.

‘초월자보다 더 한 녀석들이 있을 줄이야.’

설마 ‘이계의 존재’가 직접 현세에서 움직이고 생활할 수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그 주인공이 악의 무리로 여겨지는 루덴아크 학파라니.

하루빨리 홀더 협회와 박지환에게 알려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스스스-

카가강-!!

서로의 검이 거친 기세로 맞부딪힌다.

그리고 황성연이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군.”

처음 봤을 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이었는데, 유독 나와 싸운 이후로 표정 변화를 많이 보여주는 그.

전혀 반갑지 않은 그 모습에 나는 불쾌함을 잔뜩 드러내며 말했다.

“워낙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재수없는 새끼를 만나서.”

“열 내지 마라. 마음의 불안함은 검에 다 드러나니까.”

“훈수두지 마, 이 새끼야.”

카앙-!!

한 번 더, 서로의 검이 불을 튀기듯 부딪힌다.

겉보기엔 단순히 물리력으로 검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강렬한 마력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황성연에게선 마검 [다인 슬라이프]의 검은색 마력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나 역시 [참회자의 검]에 마력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다.

기회가 되면 언제든 서로를 죽일 수 있도록.

치열하게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상당히 강해졌군.”

정신없는 와중에도 황성연이 읊조린다.

검을 부딪히며 살짝 놀란 듯한 눈빛이었다.

이 새끼는 전투를 하자는 건지, 서서 대화를 하자는 건지.

나는 이를 악물며 녀석을 도발했다.

“너 죽이려고 힘 좀 썼지.”

사실 황성연의 말에 틀린 건 없다.

그가 놀란 것도 이해가 갔다.

<빌런> 소탕 작전을 치를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새로 얻은 룬과 상위룬의 조합, 기존의 룬 숙련도 증가, 초월자를 통해 알게 된 지식과 ‘용의 힘’….

다양한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능력치’다.

지금의 내 능력치는 개벽에 가까운 변화를 보였다.

근력과 속력은 모두 100을 넘었고, 속력은 95.

주력 능력치가 아닌 것들도 모두 60~70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단순 능력치일 때 계산이고, [광폭화]와 [용인화] 등의 펌핑 스킬을 사용하면 이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주력 능력치는 180, 나머지는 100가량.

S급 홀더마다 능력치는 천차만별이고, 또 능력치가 그리 중요하진 않지만… 어쨌든 세간에서 150이라고 일컬어지는 ‘S급 기준 능력치’를 넘어선 것이다.

“…엄청난 근력이야.”

S급 홀더로 추정되는 황성연과 무리 없이 검을 맞댈 수 있는 것도, 그 광경에 황성연이 놀랄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캉-! 캉-!

카가강-!!

정신없이 검을 맞대며 싸운다.

사용하는 무공은 [용맹한 영원의 물결].

[파상검법]과 [유수검법], [해류검법]을 모두 섞어 만들어진 무공.

세 검법의 장점만을 조합했고, 또 이를 아우르는 기운이 ‘용의 힘’이었기에…

전투를 함에 있어 공수의 조화가 완벽에 가까웠다.

빠르게 몰아쳐야 할 땐 강하게.

유유히 흘려내야 할 땐 가볍게.

나는 이런 움직임들을 여유롭게 가져가며 황성연의 마검을 받아냈다.

그리고 속으론 끊임없이 승리의 방법을 갈구했다.

‘궁극스킬은… 안 돼.’

[진 파상천검], [진 유수활검], [왜곡의 그림자]…

이미 어지간한 주력 공격스킬은 김채은을 구할 때 다 썼다.

남은 건 [나이프 레인]과 [리버스 그래비티], 그리고 아직 정식 등록되지 않은 [낙화의 미학].

셋 모두 황성연을 상대하기에 적합한 스킬들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황성연을 상대할 때 궁극스킬은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해.’

저번 소탕 작전 당시, 녀석은 내가 가진 최고의 공격스킬인 [왜곡의 그림자]를 정통으로 맞고도 끄덕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격에 당한 부분을 ‘초재생’처럼 치유하며, 이후 오히려 날 압박했었다.

그 말은, 내 궁극스킬들이 황성연에겐 딱히 큰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뜻.

따라서 그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음?”

스스스-!

그리고 내가 생각한 해결책.

그건 신성력이었다.

“하압…!!”

체내에 보유한 모든 신성력을 [참회자의 검]에 쏟아붓는다.

현재 내 신성 수치는 66.

A급 이상 신성 계열 홀더들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하지만, 직접 전투 계열이 보유하기에 결코 낮지 않은 수치.

여기에 [광폭화]와 [용인화] 스킬이 더해져 증폭된다.

수치는 114.

추가로 자체 신성 감응도가 높은 [참회자의 검]과 그 단계를 높여주는 [은빛 달그림자] 룬까지.

갖춘 능력들은 이미 신성 보조에 최적화돼 있다.

거의 특수 전사 계열인 ‘성기사’라고 봐도 무방했다.

‘디바인 슬래쉬!’

아이템에 담긴 내재스킬, [디바인 슬래쉬]를 사용한다.

끌어올린 마력에 신성력을 덮어 참격의 형태로 날리는 스킬.

아까 짧은 힘겨루기 속에 미리 검에 마력을 담아뒀기에, 이 마력을 신성력으로 변환하기만 하면 스킬 준비는 끝이었다.

팟- 파아앗-

쿠, 콰아앙-!!

막대한 양의 신성력이 폭우처럼 쏟아진다.

신성력은 그 자체만으로 대상에게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대상이 언데드와 같은 저주 계열일 때면 그 효과는 배로 증폭된다.

마검과 마기를 다루는 황성연.

그에게 있어, [디바인 슬래쉬]는 내가 꺼낼 수 있는 최고의 공격 중 하나인 것이다.

‘무구 교체술.’

나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무기를 바꿨다.

예상치 못한 신성력의 참격에 황성연이 제대로 당했지만, 이걸로 안심해선 안 된다.

고작 이 정도로 녀석이 쓰러질 리 없었고,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으려면 쉬지 않고 공격을 이어가야 했다.

“숨기고 던져라.”

쐐애애애-!!

팟- 파밧-

파바밧-!!

손에 든 21자루의 비도가 하늘로 향하고…

하늘에선 곧이어 매서운 속도로 이들이 내려꽂힌다.

[은닉의 비도술] 궁극스킬, [나이프 레인]의 발현이다.

방금 전까지 [디바인 슬래쉬]를 사용하며 막대한 양의 마력과 신성력을 소모했지만, [나이프 레인]은 순수 물리 공격 스킬이기에 별도의 준비가 필요치 않았다.

‘적어도 묶어놓을 순 있겠지.’ 

처음엔 타격을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아예 논외로 쳤었는데, 지금은 또 상황이 달라졌다.

조금이라도 그를 묶어놓을 수만 있다면.

무슨 스킬이든 있는 대로 활용해야 했다.

이렇게 몰아붙여 공격한다 해도, 얼마든지 반격할 가능성이 있는 게 황성연이다.

나는 그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 곧바로 세 번째 공격을 준비했다.

‘마무리는…!!’

다시 무기를 검으로 바꾸며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던 찰나.

일말의 불안감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피를 삼켜라.”

속전속결로 진행한 전투가 모두 의미 없었다.

황성연은 기어코 내 공격들을 모두 버텨내고, 자신의 궁극스킬을 사용했다.

‘빌어먹을….’

이를 까득 물며 눈앞의 광경을 지켜봤다.

만신창이였던 황성연의 몸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갖은 생채기와 큼지막한 상처들은 순식간에 아물었고, 잘리기 직전이었던 그의 팔 한 쪽은 자연스럽게 재생되어 붙어졌다.

특히 그의 몸과 주변에 낭자했던 피.

온통 새빨갛게 물들인 다량의 피가…

그의 ‘마검’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어둠의 기운과 핏빛 마력의 불협화음.

언령이 읊어지고, 고작 1초도 안 돼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녀석은 모든 상황을 정리한 마검을 쥐어잡은 채.

고개를 들고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도재현. 넌 재밌는 걸 떠나서, 놀라운 녀석이군.”

“…뭔 소리야?”

“전보다 훨씬 더, 널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 짧은 시간에 날 몰아붙일 정도로 성장한다라… 사실 보고도 잘 안 믿기는군.”

씨발.

이 새끼 진짜 중2병이야?

속으로 한껏 욕지꺼리가 나왔지만…

나로선 시간을 벌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어쨌든 난 지금 쓸 수 있는 걸 거의 다 썼고, 죽음이 가까워진 건 황성연이 아닌 나니까.

“내 주력룬인 영웅 살해자는 특이한 룬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녀석은 자신의 룬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홀더 계에 한 번도 밝혀진 적 없는 황성연의 주력룬.

[영웅 살해자]라는 룬에 대해서였다.

“룬의 성능 자체가 특정 아이템과 시너지를 내는 형태로 돼 있고, 궁극스킬 ‘피의 주인’도 그 아이템을 보조하는 힘을 갖고 있지.”

황성연은 천천히 마검을 들어 내 쪽을 향했다.

“즉 방금 내게 일어난 초재생은 내 능력이 아니라, 이 마검 다인 슬라이프에 내재된 능력이란 뜻이다. 전에 너와 싸울 땐 바로 회복이 됐었는데, 오늘은 궁극스킬을 쓰지 않았으면 나조차 위험했지. 설마 성기사의 힘까지 갖추고 있을 줄이야.”

자기 힘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는 녀석의 모습이 병신 같긴 했지만, 어쨌든 이건 고급 정보였다.

[다인 슬라이프]의 특수효과 일부.

피해 흡수와 초재생.

그를 비롯한 마검의 모든 힘을 강화시켜주는 게 황성연의 궁극스킬.

녀석을 쓰러뜨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귀중한 정보였다.

…쓰러뜨릴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까- 원점이다. 다시 싸우자, 도재현.”

날 향해 살짝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황성연.

그리고 마검을 들면서 내게 걸어온다.

‘씨…발.’

나는 욕을 삼키며 검을 꽉 잡아쥐었다.

이미 너무 많은 체력과 마력을 소모했다.

어떻게든 다시 싸울 수야 있겠지만…

아까처럼 황성연을 몰아붙이는 건 이제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

이대로라면 지금껏 쌓아온 게 모두 물거품이었다.

그리고… 그때.

“도재혀어언! 준비가 끝났다아아-!!”

기다리고 기다렸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함께 작전을 의논했던 엔리히텐의 목소리다.

칼라크의 급습이 시작되기 전.

그와 계획했던 두 번째 작전, ‘막사 사수’.

작전 내용은 의외로 간단했다.

언덕 아래에 자리해 쉽게 물이 고일 수 있는 이곳에, 다량의 물속성 마법을 퍼붓는 것이었다.

쏴, 쏴아아아-!!

콰, 콰콰가가--.

우리 쪽 물속성 마법사와 바라텐 쪽 마법사 부대를 모두 활용한… 어마어마한 양의 물 마법이 전장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뭐, 뭐야!

-젠장. 대형 물 마법이다! 다들 잠시 피해라!

-바라텐 이 미친 새끼들! 자기들도 휘말릴 마법을…!!

순간적으로 온 전장을 덮을 정도의 물이 쏟아지고, 칼라크 진영의 당황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나 역시 [뉴 웨이브]로 힘을 보태고 싶었지만…

황성연과 대치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 스킬 사용은 어려웠다.

대신.

‘계약의 부름.’

그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스킬을 사용한다.

손끝에 터지는 마력.

발 밑을 붕 뜨게 만드는 몸집.

강처럼 변한 이 지역을 모두 덮을 만한, 거대한 형체의 괴수.

-위대한 존재의 맹약자를 뵙습니다.

귀룡, 아스피도켈론.

지금 상황에 가장 필요했던 내 계약자.

그와 함께 싸우는 2차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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