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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61)화 (261/353)

Chapter 261 - 뜨거운 승전보 (6)

“…이게 황궁이라고?”

나는 황당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황궁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무색하게, 건물의 내관은 허름했다.

거칠고 투박한 인테리어와 너무 낡아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구조물들.

금은보화라곤 전혀 보이질 않았고, 궁전으로서의 위엄은 더더욱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좀 업그레이드된 바라텐 막사잖아.’

실용성만 추구하던 바라텐 막사의 진화 버전.

그게 딱 울펜서의 황궁이라는 곳이었다.

그러자 엔리히텐은 헛기침을 하며 변명했다.

“크흠.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렇다. 이제는 도시밖에 남지 않은 제국이기에 어쩔 수 없는 거지.”

“제국?”

낯선 단어에 내가 되묻자 엔리히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원래 고대의 울펜서는 광활한 땅을 가진 제국이었다. 바라텐과 칼라크, 그리고 그 외 무수히 많은 라이칸 영웅들이 선조들과 함께 전사들의 영광을 이끌었지.”

“오호….”

전혀 몰랐던 사실에 살짝 감탄했다.

난데없이 황궁이라는 명칭이 왜 나온 걸까 생각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던 모양이다.

추가로 세대를 거쳐오며 위대한 영웅들의 수가 급감했고, 또 제국 내 부족 간 전쟁이 격화되면서 울펜서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특히 ‘루덴아크 학파’라는 인간 세력이 이 대전쟁에 끼어들면서 그 과정이 더욱 악화되었다.

“처음엔 물자를 보조한다는 명목으로 전쟁에 참여하던 그들은 점점 선을 넘었다. 그중 하나가 또 다른 전사 일족인 ‘바바리안’들의 힘을 억지로 칼라크 측 라이칸들에게 투입한 것이었지.”

“…강화술.”

“그렇다. 바바리안의 강화술. 그 외에도 루덴아크 측이 제공한 여러 흑마법 마도구들 때문에, 우리는 대전쟁 초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는…

이계에서 차원을 넘어오게 된 지금도 마찬가지.

바라텐 진영이 대전쟁에서 애를 먹었던 건, 모두 루덴아크 학파 때문이었던 셈이다.

‘이 새끼들은 어디 안 끼는 데가 없네.’

나 역시 당한 전적이 있기에 이를 갈았다.

황성연이 루덴아크와 손을 잡았고, 본 드래곤을 제작했던 게 안젤라였다.

즉, 그동안 국내 홀더와 일반인들을 지독하게 괴롭혀 온 <빌런>의 배후 역시 루덴아크였던 것.

거기에 이번 <울펜서> 공략까지 직접 침투하며 방해하려 들었고, 이후에 또 얼마나 우릴 방해할지 모르니… 생각만 해도 짜증나는 새끼들이었다.

현세로 돌아가면 박지환을 비롯해 홀더 계 고위 인사들을 만나, 이들을 처리할 방법을 논의해봐야겠다.

“이쪽으로 오면 된다.”

엔리히텐이 날 안쪽으로 안내했다.

건물 내 지하에 있는 특수 공간.

정보창에서 ‘특별접견실’이라고 언급됐던 레스트 룸인 모양이다.

공격대 단위로 공략이 진행됐기에 모든 공대원들에게 입장 자격이 있었지만, 엔리히텐은 공대장인 날 먼저 특별접견실로 안내했다.

중앙에 작게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

그곳에 자리를 잡은 그는 함께 온 라이칸 한 명을 불렀다.

“제이텐. 그걸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게 있는 건지.

그닥 기다릴 것 없이 보상을 금세 가져왔다.

탁-

엔리히텐은 테이블 위에 두 개의 아이템을 꺼내 올렸다.

하나는 보름달의 형상을 담은 듯한 반지 아이템이었고, 다른 하나는 낡아서 이곳저곳이 파인 책 한 권이었다.

그는 먼저 반지를 들며 말했다.

“루푸스의 반지라는 아이템이다. 늑대인간과 계약한 자가 착용하고 있으면, 원할 땐 언제든 해당 늑대인간을 늑대 형태로 각성시킬 수 있는 특수 아이템이지.”

“늑대인간과 계약…?”

또다시 뜬금없는 얘기를 꺼내는 엔리히텐.

늑대인간과의 계약이라니.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워낙 자아가 세고 전사의 자부심도 강한 녀석들이라, 계약을 시도하면 아예 거절부터 하기 때문이다.

괜히 내가 문가은과 하텐의 계약을 보며 기적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물음이 닿기도 전에….

쿵-!

아이템들을 가져왔던 제이텐이, 내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걸 보던 엔리히텐이 살짝 웃었다.

“조카 녀석이 너와 계약을 맺고 싶다더군. 하텐에 이어, 제이텐까지. 이러다 우리 부족 아이들을 다 잃게 생겼어.”

제이텐이 먼저 나와의 계약을 원한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야기.

하지만 제이텐은 이미 결심을 마친 듯, 올곧은 자세를 유지하며 정중하게 말했다.

“바라텐의 영원한 친우인 도재현 님과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부디 제게 인간 세상에 관한 견문을 넓힐 기회와 전사로서 필요한 가르침들을 주십시오.”

[라이칸 일족, 바라텐의 예비 각성 전사 ‘제이텐’이 복종을 선언합니다. 고도로 지성이 높은 존재들은 때로 계약의 가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제이텐의 복종을 받아낸 당신은 이제 그와의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정보창이 나타났다.

일전에 시도할 땐 지독하게 실패했던 ‘라이칸과의 계약’이… 제이텐이 직접 무릎을 꿇으며 너무도 쉽게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쉬운 거였냐고.’

하지만 대충 그림은 그려졌다.

아마 제이텐과의 계약까지가 이번 던전 공략의 보상일 거다.

<초월자의 방> 보상이 도전자의 성향과 계열에 맞춰서 나왔듯, 이번 ‘적응자들의 던전’ 역시 홀더의 성향과 계열에 맞춰 보상이 이뤄졌을 확률이 높았다.

‘이번 공략에서 티르본드와 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니까.’

그런 점들을 고려해 ‘계약’과 관련된 보상이 나온 모양이었다.

아마 다른 공대원들은 또 그들에게 맞는 보상이 나오겠지.

‘나쁘진 않겠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자’와 [용언이 맺은 약속]은 이제, 내가 주력으로 활용하는 능력 중 하나니까.

게다가 강력한 힘을 지녔고, 육탄전에 있어선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괴수.

심지어 [루푸스의 반지]라는 특수 아이템을 통해 ‘늑대 형태의 각성’까지 자유로워졌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계약이었다.

[계약에 성공합니다! ‘용언이 맺은 약속’ 룬의 계약 대상 목록에, ‘제이텐(근접/특수)’이 추가됩니다.]

[현재 계약 괴수 목록(3/3)]

[자존심 강한 라이칸 전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라이칸은 예로부터 ‘발키리’와 ‘퓰리엔 일족’의 관계가 아닌 이상 길들이기 힘든 존재로 불려왔습니다. 믿기 힘든 놀라운 계약 결과는, 때때로 룬에 대한 당신의 이해도를 급격히 상승시킵니다.]

[‘용언이 맺은 약속’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통솔을 5 획득합니다.]

드디어 3칸의 계약 괴수 목록이 모두 찼다.

아이러니하게도 계약자의 종류는 각기 육, 해, 공.

안 그래도 홀더로서 멀티가 가능하던 내게, 전투의 다양성을 더 추가해줄 계약자들이었다.

“축하한다, 도재현.”

“감사합니다, 엔리히텐. 제이텐, 너도 고맙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제이텐은 그런 내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야말로 도재현 님과 함께해 영광입니다. 라이칸만큼이나 강한 인간 전사의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크.

말하는 거 봐라.

이게 진짜 계약자에 소환수지.

티르본드 이 자식은 머리만 커서 반말은 기본에 툭하면 마력석을 달라고 징징대는데….

마치 계약자의 정석과도 같은 제이텐의 모습에, 나는 매우 흡족하며 고개를 돌렸다.

엔리히텐이 내게 준비한 보상은 하나 더 남아있었다.

“이건 메이윌의 서책이라는 아이템이다.”

“그게 누굽니까?”

“퓰리엔 일족과 계약했던 고대의 발키리. 계약과 소환에 있어선 그녀를 따라갈 인재가 없었지. 이건 그런 그녀의 노하우와 정수가 모두 담긴 책이다.”

나는 그 설명을 듣자마자 직감했다.

‘이거, 룬 주는 아이템이구나.’

던전의 종류가 천차만별이듯, 던전의 공략 보상 역시 다양한 형태의 보상이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희귀하다고 평가받는 보상의 형태가 바로 ‘룬’이다.

홀더들에게 있어 룬은 언제나 부족하기도 하고, 또 어떤 종류의 룬이든 있기만 하면 언젠가 써먹을 수 있기에 룬은 많을수록 좋았다.

그 때문에 ‘룬 보상’을 주는 던전.

이는 매우 희귀하고, 홀더들에겐 꿀단지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지금 엔리히텐의 말들과 상황을 조합해봤을 때, 서책 형태의 저 특수 아이템은 계약 관련 룬을 제공하는 아이템인 게 분명했다.

팟- 파아앗-!!

아니나 다를까.

서책을 건네받자마자 강렬한 마력이 손끝을 타고 느껴졌다.

[사납기로 유명한 늑대인간을 조련하며 계약자의 정점에 올랐던 발키리, 메이윌의 서책을 찾아냈습니다. 그녀가 후대에 남긴 계약에 관한 모든 ‘정수’가, 마력의 형태로 타고 체내로 흘러옵니다.]

[계약을 보조하는 다양한 힘에 대해 깨우칩니다. 사소하지만 필요한 힘들은, 당신과 당신의 계약자를 더욱 높은 경지로 도달할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새로운 룬 ‘교감’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통솔을 3 획득합니다.]

[새로운 룬 ‘시야공유’를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통솔을 3 획득합니다.]

‘빙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간 계약과 관련된 보조룬들을 추가로 얻으려고 해도 [조련 계약]을 다루는 홀더들 자체가 별로 많지 않아 획득이 어려웠는데,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 지금의 보조룬들은 너무도 매력적인 보상이다.

특히 통솔 능력치가 오른 게 천금 같았다.

티르본드와 아스가 제한이 풀리면서 정상 계약자로 들어오게 됐고, 그러면서 잡아먹는 통솔 수치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대로 통솔을 늘려간다면, 머지 않아 셋 중 둘은 ‘동시 소환’이 가능하게 될지도 몰랐다.

‘…어?’

그런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빛을 머금고 있는 서책, 그리고 몸 곳곳에 갑작스럽게 빛을 내기 시작한 룬들에 당황했다.

서책이 빛나는 거야 그렇다 치고…

내 몸 안의 룬들까지 빛나는 것.

이게 의미하는 바는, 내가 아는 한 한 가지뿐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조합 가능한 룬이 존재합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을 이용해 상위룬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상위룬: 계약의 법칙 / 하위룬: 소환, 마력공유, 계약강화, 교감, 시야공유]

[전사들의 강화술] 이후.

거의 며칠 만에 곧바로 나타난 ‘상위룬 조합’.

그 익숙한 정보창에, 나는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라이칸 이 자식들…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구나.’

위대한 바라텐의 전사들.

그들은 결코 보상 가지고 장난 치는 존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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