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2 - 특별 기자회견
-<파문 공격대>의 화려한 귀환! 완벽한 공략 성공…
-초월자에 이어, 적응자… 연달아 튀어나오는 새 개념들.
-정식 던전 명칭 <울펜서>, 개방은 언제쯤?
-도재현이 가는 곳에 결국 길이 있었다! 홀더 계를 뒤집을 또 다른 던전….
던전 <울펜서>의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귀환의 기쁨을 나눌 틈도 없이, 홀더 계는 이미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적응자’라고 불리는 지적 능력을 갖춘 괴수들.
그리고 서로 진영을 나눠 일으키는 전쟁….
마치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와 각종 새로운 개념들의 등장에, 홀더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공략 방향이 아예 달라지는 던전.
그건 천편일률적인 던전 공략에 질려있던 고위 홀더들에겐, 정말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신선함이었다.
<울펜서 공략 보고 기자회견 – 홀더 도재현>
덕분에 난 꼼짝없이 ‘특별 기자회견’에 붙잡혀야 했다.
전국을 강타한 화제성과 던전 공략의 새 패러다임.
이에 대해 대중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안 와도 되긴 하지만.’
사실 이건 홀더 협회가 맡을 일이긴 한데, 어쩌다 보니 내가 나오게 됐다.
이는 워낙 홀더 계와 국민들이 공격대의 성과 보고를 직접 듣는 걸 원하기도 했고, 또 협회장이란 양반이 하도 사정사정하길래 나온 이유도 있었다.
직접 던전을 경험한 이와 보고서만 확인한 협회 사람들의 지식 차이는 애초에 비교가 안 되니까.
‘지혜 씨가 부탁하기도 했고.’
게다가 귀찮게 굳이 기자회견까지 참석한 건…
나와 연이 깊은 이지혜가 직접 부탁한 이유가 컸다.
[이지혜] 홀더님, 괜찮으시다면 이번 기자회견 직접 참석해주실 수 있을까요?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 및 던전 공략인데, 아무래도 당사자가 직접 설명하면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요. 바쁘시면 얼마든 거절하셔도 됩니다!
그녀는 그간 날 도와주기만 했지, 이렇듯 내게 뭔가 도움을 요청했던 적은 없었다.
그동안 내 성과들을 통해 초고속 승진을 했다곤 들었는데,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과 직접 지원 사격을 해주는 건 또 다르니까.
게다가 국내외 홀더들에게 정보를 알린다는 대승적인 차원도 있었기에, 나는 흔쾌히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도재현 홀더! A급 괴수 위르겐 15마리를 동시에 사냥했다는 게 정말 사실입니까? 물과 번개속성을 연계했다고요?!”
물론, 점잖은 기자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자기 차례도 아닌데, 이름과 소속도 안 밝히고 잔뜩 흥분해서 먼저 질문하는 기자와…
“야, 이 새끼야! 도재현 홀더님이 네 친구야? 님 자 안 붙여?!”
…도승민보다 더 심한 내 추종자도 있었다.
그야말로 환상의 콜라보다.
첫 질문이 좀 수준 이하이긴 했지만, 지적하는 기자의 논리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였다.
아니.
무슨 님 한번 안 붙였다고 저렇게 욕을 해?
“뭐? 새끼?”
“그래, 새끼! 너 MTN 소속 기자지? 하여간 홀더 전문지도 아닌 것들이 초대형 기자회견이라니까 뭐먹을 거 없나 하고 기웃댈 때부터 알아봤다.”
“이봐! 말 다 했어?!”
콰앙-!
‘…….’
상황은 금세 정리됐다.
두 사람은 결국 보안 요원들에게 제압당하고, 깔끔하게 둘 모두 퇴장 조치를 당했다.
워낙 초대형으로 구성된 기자회견에 내가 처음으로 서는 공식 기자회견이라 그런지, 거르고 걸러 선발된 기자들임에도 꼭 이런 기자들이 하나 둘 끼어 있곤 했다.
“공격대의 활약이나 던전 공략 정보는 협회에서 공개한 기록물들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영상과 보고서로 잘 정리돼 있습니다.”
또 같은 질문을 하는 기자가 있을까 봐 미리 말해뒀다.
경황이 없어 촬영하지 못한 ‘칼라크 새벽 급습작전’을 제외하면, <파문 공격대>의 <울펜서> 공략 정보는 대부분 공개됐다.
워낙 홀더 계의 핵심 키로 떠오른 던전이기에 처음부터 협회와 그런 약속을 했었고, 이와 관련해 공대원들의 동의도 모두 받아놨었다.
당장 커뮤니티만 둘러봐도 떠돌아다니는 게 공격대 관련 영상인데, 아까의 기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HBN 소속 강은찬 기자입니다. 도재현 홀더님께서 이번 성과 보고에서 밝힌 정보엔 적응자라는 말이 있었는데, 혹시 이 개념에 대해 더 정확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래도 장내가 진정되고 나서는 꽤 건설적인 질문들이 오갔다.
기자회견의 정석과도 같은 질문.
이에 나는 마이크에 입을 대며 설명했다.
“저희 공격대도 정보창을 통해 접했던 내용이기에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아마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던전 내 존재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조건만 된다면 홀더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홀더들의 던전 공략에 협력할 수도 있는 존재들. 이들은 더 이상 사냥해야 할 괴수가 아닌, 이계와 던전의 적응자인 거죠.”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던전 내 존재들.
일전에 등장했던 ‘초월자’ 개념과 비슷했기에, 아예 몇몇 학자들은 <울펜서>와 같은 던전을 <적응자의 방>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럼 적응자들은 룬과 아이템을 모두 사용하는 겁니까?”
“적응자와 초월자의 정확한 차이는 무엇입니까?”
“그렇다면 … ”
그렇게 강은찬 기자의 질문을 필두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엔 대답할 가치가 있는 영양가 있는 질문들이 많았고, 나 역시 최대한 적극적인 자세로 대답에 응했다.
물론 당혹스러운 질문이 없는 건 아니었다.
“도재현 홀더. 본인의 S급 홀더 승급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S급 홀더.
현재 룬 홀더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이자, 국내에도 5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 등급.
요즘 들어 내 S급 승급에 대해서 꾸준히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동일 등급 간 격차가 있다곤 해도, A급 괴수 15마리를 동시에 사냥하는 미친 실력을 보여주는데 과연 이걸 일반 A급 홀더로 봐야 하냐는 의견이었다.
약간은 민감한 주제가 나오자 기자회견장도 긴장감에 물들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다들 내 입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나는 천천히 마이크로 다가가며 입을 뗐다.
답은 간단했다.
“가능하다고 봅니다.”
“……!!”
“아…!”
“그런….”
너무 당당한 대답에 오히려 기자들이 당황했다.
하지만 난 이런 부분에서 굳이 힘을 숨겨가며 질질 끌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나는 분명 S급 홀더에 근접해 있다.
물론 20레벨은 넘겨야 할 룬들의 평균 레벨이 아직 10 수준에 능력치도 조금은 부족하지만,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충분히 많았다.
이미 풀도핑 상태에서 황성연과 비등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게 일반 A급 홀더라고 하는 것도 사실 웃기긴 했다.
“다만, 스스로 느끼기에도 아직 부족한 점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최대한 빨리 개선하고, 조건을 갖춰… 시일 내에 승급 심사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S급 홀더 승급 심사는 매우 복잡하다.
일단 국내 홀더 협회에 S급 홀더를 심사할 수 있는 홀더가 없기 때문에, S급 홀더 및 원로급 A급 홀더들을 다수 초빙해 심사를 진행한다.
그렇게 겨우 심사를 통과해도 끝이 아니다.
S급 홀더는 그 이름만으로 세계적인 지위를 나타내는 막중한 등급이기에 ‘국제 홀더 협회’의 추가 심사도 필요했다.
‘국제 심사 통과 못하면 대부분 인정을 못 받으니까.’
물론 홀더 강대국인 한국의 홀더들은 국제 홀더 협회에도 상당히 많이 포진되어 있기에, 사실상 국내 추가 심사로 봐도 무방했다.
참고로 국내 S급 홀더 5명은 모두 국제 인증까지 마친 홀더들이었다.
“도재현 홀더님! 그럼 파문 공격대는 앞으로…”
“울펜서의 추가 공략에 대해선 어떻게…”
“루덴아크 학파는 정확히 어떤 단체…”
어쨌든 이후로 기자회견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내가 어떤 질문에든 호의적으로 답한다는 점에, 기자들은 꺼리낌없이 궁금한 점들을 쏟아냈다.
나 또한 S급 홀더 이야기말곤 딱히 망설일 게 없었기에 자유롭게 대답들을 마쳤다.
특히 황성연과 루덴아크 학파에 관한 주제가 나왔을 땐, 강한 어조로 확실한 경각심을 주고자 했다.
“루덴아크 학파는 우리 홀더 계가 쫓아야 할 새로운 적입니다. 그간 무수히 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빌런의 배후였고, 그들이 행했던 인체실험의 대부분이 루덴아크의 소행이었죠. 악을 모조하는 무리. 초월자 카날레스가 표현한 것처럼, 그들은 악의 중심에 있는 단체입니다.”
이번 던전 공략으로 완전히 베일이 벗겨졌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홀더 계에서…
루덴아크 학파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빌런>의 부 마스터인 황성연까지 합세한 상황.
그 잠재적 위험도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이계의 존재들인 그들이 어떻게 현세에서 활동하는지, 또 그들이 얼마나 강한 힘과 세력을 지녔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습니다. 이는 우리 홀더 계가 앞으로 알아내야 할 숙제일 것입니다.”
그렇게 기자회견은 별 문제없이 마무리됐다.
새로운 정보의 전달과 루덴아크에 대한 경계 강화.
내가 필요로 했던 부분들도 잘 정리된 듯 보였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확인한 기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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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현 폭탄발언에 장내 충격의 도가니… 심사 맡을 S급 홀더는 누구?
-S급 홀더 가능성 묻자, “가능하다고 봅니다.”
…
…
<관련 기사>
-박진우, 그리고 김채은. 또 다른 파워 루키들의 등장…
-멀티 홀더 된 문가은, 아빠 문정혁 뛰어넘을까?
-깜짝 활약 도승민 인터뷰, “재현이 형님은 신이에요.”
죄다 흥미 위주의 기사들밖에 없었다.
“…루덴아크 얘기 써달라니까.”
어쩜 이리 예상했던 그대로일까.
대충 이렇게 될 줄 알긴 했지만 기자들도 참 한결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어쨌든 돌아가긴 했어도… 잘 마무리했네.”
빡빡하게 계획했던 방학이 모두 끝났다.
루덴아크 학파에 대해 파헤치면서 새로운 적의 존재를 알게 됐지만, 그만큼 얻어낸 것도 굉장히 많은 방학이었다.
알찼던 겨울방학의 마무리.
이젠 새 학기의 개강을 맞이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