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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63)화 (263/353)

Chapter 263 - 새로운 시작, 2학년 (1)

아카데미가 개강하며 새 학기가 시작됐다.

건물만 봐도 그 시작을 알 수 있다.

한동안 어둡기만 했던 강의실들에 불이 켜지고, 카페나 서점 같은 각종 내부 편의시설들도 영업을 재개한다.

입구엔 여전히 <서울 홀더 아카데미 신입생들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종종 <파문 공격대>나 도재현의 성과를 축하하는 문구들도 적혀 있었다.

“개강 기념 대련하실 분? 암살자 계열 C급 이하만요!”

“책 읽는 동아리, 블루북에 놀러오세요. 써클이랑 달라요!”

“안녕하세요! 신규 클랜 체이서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아직 진로 결정 못하신 3학년 분들, 상담 한 번…”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년이 올라간 재학생들과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

그들을 가르칠 교수들과 여러 외부 인사들.

곳곳에 숨어있는 각 클랜의 스카우터들까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제각기 목적을 지닌 채 아카데미 내부를 돌아다녔다.

덕분에 교정 내도 간만에 산뜻한 분위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음….”

그리고 1교시가 시작되는 아침.

송현아는 전사 계열 건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검의 기세와 전투 호흡> (김명현 교수) - 전사관 302호

가장 먼저 시작되는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녀에게 있어 검술 강의는 큰 의미가 없긴 하다.

검술명가 송씨 가문의 딸이자, <용광검로> 클랜 마스터 송도혁의 동생.

이미 가진 명성만으로 검술 실력이 증명되는 위치에 있는데, 심지어 [검] 룬의 획득 방법을 직접 발견하기까지 한 그녀다.

홀더가 되는 과정이 어려웠을 뿐이지, 되고 나서는 압도적인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의 어떤 검술 강의를 듣든 유의미한 효과를 보긴 힘들었다.

‘…그치만 선배님의 스승님이니까.’

그런 그녀가 굳이 검술 강의를 듣는 이유는 하나.

해당 강의를 담당한 교수가 도재현의 스승으로 유명한 김명현 교수였기 때문이다.

그냥 수업 한 번 가르친 교수가 아니라 전속 스승.

이번 학기엔 전사 계열의 계열장까지 맡은 실력자다.

특히 <검의 기세와 전투 호흡>은 도재현이 실제로 들었던 수업이기도 했다.

아마 그런 수업을 듣는다면.

수준 높은 강의도 챙겨가면서, 덤으로…

‘혹시나 선배님 관련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안고 김명현 교수의 강의를 신청했다.

엄청 사소한 이유같지만, 도재현의 열혈 팬인 그녀에겐 매우 중요했다.

게다가 그런 학생은 송현아뿐만이 아니다.

최근 <빌런 소탕 작전>, <초월자의 방>, <파문 공격대> 등으로 연달아 주가를 올린 도재현의 인기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그는 신입생 사이에서도 선망의 선배이자 워너비 홀더로 꼽히고 있었다.

덕분에 팬클럽 가입자는 나날이 늘었고, 오늘처럼 관련 강의라도 있는 날엔 경쟁자가 몇 배로 치솟았다.

1교시 강의인데도 경쟁률이 치열한 희귀 현상이었다.

“현아야아~”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그녀의 친구이자 암살자 계열 신입생.

강의 경쟁의 또 다른 승리자, 박윤서였다.

“같이 가아.”

“일찍 일어났네?”

“당연하지! 다른 강의도 아니고 기세호흡이잖아. 절-대 지각 안 하지.”

‘기세호흡’은 <검의 기세와 전투 호흡> 강의를 줄여부르는 말.

평소에 늦잠이 많은 박윤서는 아침에 만나는 게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기세호흡 강의엔 마치 각서라도 쓴 듯 제 시간에 맞춰 출석하고 있었다.

그녀의 오빠 박진우가 봤다면 놀라서 기절할 만한 일이다.

“…귀찮아 죽겠어, 아침부터.”

그 옆엔 의외의 인물도 함께였다.

얕은 녹색이 깃든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소녀.

특수 계열 소속, 연금술사 파트의 신입생 최아린이다.

그녀가 이곳에 온 건 특이한 일이다.

입학 초부터 워낙 잘 붙어다녔던 셋이긴 하지만, 오늘 1교시는 전사 계열 및 암살자 계열의 공통강의.

특수 계열인 그녀가 올 강의가 아니었다.

그에 송현아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최아린은 표정을 구겼다.

“전사 계열 교양 중에 특수 계열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강의가 있어. 특수 계열이 힘쓰는 강의 듣는 것도 짜증나는데, 심지어 아침 강의라니… 진짜 억울해 죽겠어.”

그 강의가 아마 이곳, 전사관 302호에서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단번에 이해가 가는 이야기.

하지만 송현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최아린을 봤다.

“…선배님 보고 싶어서 옆 강의실로 수강한 건 아니고?”

여기서 선배님은 당연히 도재현을 지칭하는 말.

입학식 때부터 시작된 지독한 의심에 최아린의 반응이 즉각 터져나왔다.

“이 광신도가 진짜… 아니라고, 아니라고! 몇 번을 말 해. 아니, 애초에 1학년 강의인데 그 사람을 어떻게 봐? 이미 수강도 끝낸 강의라며.”

설령 도재현이 듣는 강의라고 해도…

그를 보기 위해 옆 강의실로 수강을 하다니.

최아린 생각에, 그건 어지간한 광신도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에이- 혹시 알아? 거짓말처럼 도재현 선배님이 우리 강의에 딱 오실 수도 있잖아.”

박윤서가 악동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자, 이번엔 송현아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선배님이 우리 강의를 왜 와?”

만약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실 도재현이 기세호흡 강의에 올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다.

하다 못해 조교라도 되면 모를까, 그는 그저 암살자 계열 2학년 학생일 뿐이니까.

“혹시 모르잖아. 오늘 교수님한테 천재지변이 생기고, 그것 때문에 선배님이 대신 강의를 하러 와줄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하는 박윤서.

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최아린이 품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망상 그만하고 이거나 받아.”

“뭐야, 웬 나침반?”

꺼내든 아이템은 작은 크기의 나침반.

특수 마력 처리가 돼 있는지, 곳곳에서 독특한 기운이 느껴지는 아이템이었다.

그녀는 두 개의 나침반을 각각 친구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가칭은 원격 마력 나침반. 나침반과 연결된 매개체에 마력을 투입하면, 원격으로 그 매개체가 있는 방향을 추적할 수 있는 아이템이야. 그동안 나 놀린 대가로 너희가 실험 좀 해줘. 잘 되는지.”

그 설명에 박윤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아린이 네가 만든 거야?”

“…그럼 훔쳤을까?”

“와, 아린이 너 진짜 천재구나! 어떻게 벌써 마도구를 발명해? 우와….”

그 말에 최아린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천재.

작년 도재현이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 이후, 언니와 함께 재능을 꽃피운 최아린이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말.

그러나 그녀는 그 말에 크게 동의하지 않았다.

‘진짜 천재’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이 정도론 천재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었다.

‘자기도 천재면서.’

게다가 정작 그 말을 건넨 박윤서도 천재다.

그 옆의 수석 입학생 송현아야 뭐 말할 것도 없고.

현 2학년에 이은 황금세대 신입생.

세간에 그런 호칭을 받고 있는 게 이 자리의 세 사람이었다.

“어쨌든 다음에 실험 좀 해줘. 마력 투입했을 때 제대로 작동하는지. 난 수업들으러 먼저 갈게.”

“응! 이따 봐, 아린아.”

그렇게 최아린은 옆 강의실로 들어갔고, 송현아와 박윤서 역시 ‘기세호흡’ 수강을 위해 302호 강의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검의 기세와 전투 호흡>.

김명현 교수의 강의가 펼쳐져야 할 302호엔.

웬 잘생긴 학생 홀더 한 명이 중앙에 서 있었다.

“수강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김명현 교수님께서 급한 외부 출장이 잡히셔서, 제가 대신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맡게 됐습니다. 제가 비록 학부생이긴 하지만, 교수님께서 직접 운영진 측에 승인을 받으셨다고 하니 걱정 말고 수업 들어주세요. 그럼 출석부터 부를게요.”

난데없는 아카데미 최고 유명인의 등장에 강의실은 광란에 빠졌다.

첫 수업부터 개인 사정으로 결근한 교수.

심지어 그 대타로 조교도 아닌, 학부생을 세운 교수.

원래라면 강의 평가에 욕을 한 바가지 먹을 일이었지만, 그 대상이 도재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거 진짜 실화야?

-사, 사인받을까?

-꺄아아…!!

이미 강의실 안은 팬미팅 현장이었다.

그걸 보던 송현아는 멍하니 생각했다.

‘이게 왜 진짜야?’

박윤서…

얘, 미래 보는 룬이라도 있나?

* * *

“됐습니다! 성공이에요!”

강동욱 교수가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 역시 덤덤한 척 실험에 임했지만, 사실 마음 속에선 해냈다는 생각이 가득 차고 있었다.

“도재현 홀더는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몇 년간 연구해도 성공하지 못했던 영역을….”

“아닙니다. 교수님이 없었으면 전 1단계도 해금 못 했을 겁니다.”

“하하하! 여전히 겸손하군요.”

우리는 여느 때처럼 [융화의 질서]를 연구하는 중이었다.

계약을 다루는 홀더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특수 아이템, [융화의 질서].

평소엔 그저 통솔 능력치를 10 올려주기만 하는 이 아이템은, 봉인의 해금에 따라 그 능력이 달라진다.

1단계는 계약자에 대한 이해도와 우호도 상승.

2단계는 계약 성공의 용이 및 확률 증가.

그리고 3단계는…

계약자의 소환 유지에 대한 무한한 마력 제공.

즉, 통솔 능력치만 받쳐준다면 아무리 많은 계약자들을 소환한다고 해도 마력에 전혀 타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쉽지는 않았지.’

다른 단계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능력을 보여주는 만큼, 그 해금 과정도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웠다.

전문가인 강동욱 교수가 몇 년을 붙잡아도 불가능이었고, 나도 합류해 몇 달을 함께 연구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특수 연구가 있는 날인 오늘.

우리는 드디어 [융화의 질서] 3단계 봉인 해금에 성공했다.

그 놀라운 결과의 중심엔…

이번에 새로 얻은 상위룬, [계약의 법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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