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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71)화 (271/353)

Chapter 271 - 장비 강화 (3)

경매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래도 엄청난 효과를 지닌 전설급 아이템인 만큼 경쟁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까다로운 사용 조건 때문에 고민이 됐는지 그들은 금세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품목에 거금을 투자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덕분에 [트릴리온의 찬란한 맹세]는…

320억 원이라는 가격에 내 손 안으로 들어왔다.

‘이 정도면 혜자네.’

에픽급 이상의 아이템들은 기본 100억에서부터 시작한다.

성능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희귀성이 높아지는 전설급 아이템들은 수천 억을 호가할 때도 있다.

당장 내가 가진 에픽급 무기, [참회자의 검]도 290억에 낙찰됐던 경매품이었으니까.

320억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지만, 비슷한 등급 아이템들의 가격을 생각하면 매우 저렴하게 구매한 편이었다.

‘그리고….’

원하는 아이템을 손에 얻은 건 갑옷뿐만이 아니었다.

강주연에게 얻은 힌트로 ‘신성 계열 장비’라는 키워드를 잡은 나는, <슈프림 커맨드 옥션: 프리미엄 쉴드>라는 방패 장비 경매에서도 원하는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었다.

  <아이템 정보>

◎이름: 퓨어 팔라딘의 버클러

◎종류: 방패

◎등급: 에픽(Epic)

◎내구도: 정상

◎제작자: -

◎특수효과

1) 내구+3, 신성+3

2) 방패에 마력을 불어넣을 경우, 물리 공격에 더해 마력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 해당 속성의 내성에 관계없이 발동하며, 상대의 공격 수준에 따라 방어할 수 있는 단계가 달라진다.

*방어하려는 공격이 어둠속성일 경우, 150%의 성능으로 막아낼 수 있다.

◎내재스킬

[랜덤 트리트먼트]

: 신성력을 소모해 무작위 신성 주문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연관된 신은 레클리스이며, 치유 계열의 신성 주문이 선택된다. 무작위로 주문이 선택되기 때문에 소모되는 신성력에 차이가 생기고, 신성 수치에 따라 그 성능도 달라진다.

◎세부정보

: 신성 제국 레클린의 퓨어 팔라딘들이 사용했다는 원형 방패. 긍지 높은 성기사들이 사용했던 버클러인 만큼, 단단한 방어력과 깨끗한 신성력을 자랑한다.

처음 장비를 강화하고자 했을 때 목표했던 ‘갑옷’과 ‘방패’.

그중 갑옷은 최고급 성능의 전설급 아이템으로 구했고, 방패는 그보단 떨어져도 역시 쓸만한 에픽급으로 얻게 됐다.

특히 두 아이템이 보유한 내재스킬.

[단죄의 벼락]과 [랜덤 트리트먼트].

신성력은 사용할 수 있지만 마땅한 신성 주문법을 모르는 내게, 이 스킬들은 상당히 매력적인 주문들이었다.

특히 언데드 계열 괴수를 상대하거나, 황성연과 같은 어둠속성 상대들을 만났을 때 더없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참회자의 검] 내재스킬 [디바인 슬래쉬]와 더불어, 앞으로 내 주력 아이템 스킬들이 돼줄 것 같았다.

‘부족한 건 아이템으로 채우면 돼.’

지금의 난 신성력과 관련된 능력이 필요했다.

사실 [룬 사냥꾼]을 통해 신성 계열 룬들을 복제하고, 관련 주문법이나 스킬 등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당장 황성연과 루덴아크 학파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예전처럼 만능형으로 성장할 순 없었다.

그런 면에서 ‘아이템’은 좋은 대체재다.

룬이나 능력치를 키우기 힘들다면, 아이템으로 그 부족함을 채우면 되는 일이었다.

“…엄청 기분 좋아 보여.”

해결책을 찾아 기쁜 감정이 겉으로도 드러난 걸까.

강주연이 살며시 미소를 머금은 채.

가만히 서서 날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앞으로 다가가, 온 힘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어, 완전 기분 좋아. 고마워, 주연아. 다 네 덕분이야.”

오늘 일이 잘 풀린 건 그녀의 덕이 컸다.

과제 얘기를 듣고 날 경매장까지 데려온 것도 그녀였고, ‘신성 계열 장비’에 대해 힌트를 준 것도 그녀였으며, 하필 [트릴리온의 찬란한 맹세] 같은 최고급 미공개 품목이 있는 오늘 용산에 오자고 한 것도 그녀였다.

‘아마 알고 있었겠지.’

강주연은 오늘의 미공개 품목을 대강 알고 있었을 거다.

<불의 심판> 소속 정보원들이 힘을 쓰면, 이 정도 고급 정보를 얻는 건 일도 아니니까.

그래서 꼭 오늘 경매장에 오자고 했던 거겠지.

오늘의 품목들이 내게 꼭 필요한 장비라고 생각해서.

“진짜 진짜 고마워. 사랑해, 주연아.”

“…….”

그런 걸 생각하니 그녀에게 더 고마운 기분이 든다.

특히 황성연을 상대하는데 신성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연인들에게 정말 스치듯이 이야기했던 건데… 그 짧은 순간을 기억해내 이런 방법으로 연결시킨 게 참 신기했다.

그렇게 평소보다 더 과격해진 애정 표현.

그에 강주연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더 살 건 없어?”

“음- 오늘은 이 정도면 돼.”

사실 더 살 게 없는 건 아니다.

내가 아직 마땅한 투구나 모자류 아이템을 안 쓰기도 하고, 망토나 장갑 등 희귀하긴 해도 보강하려면 추가적인 아이템들을 사용할 순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중요한 자리의 장비들에 가장 필요했던 아이템들을 구비했고, 나머지 장비들을 강화할 기회는 앞으로도 많다.

무엇보다 이현호와 최유민.

훗날 국내 최고 대장장이가 되는 양대산맥이 나와 협력 관계에 있다.

나는 부족한 특수 장비들의 제작을 그들에게 맡길 계획을 세우며, 오늘의 소비를 멈추기로 했다.

“그럼… 이제 뭐 할 거야?”

그리고 내게 안긴 상태에서 빠져나와…

날 빤히 올려다보는 강주연.

그녀의 눈동자엔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그 눈빛을 보고서야 난 깨달을 수 있었다.

‘…공짜가 아니었구나!’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아무리 연인끼리라도 잘한 일에 대해선 보상이 필요했다.

나는 오늘 밤이 더없이 길어질 것을 직감하며, 그녀가 이끄는 손길에 그대로 몸을 맡겼다.

* * *

다음 날.

나는 퀭한 눈으로 테이블에 얼굴을 댔다.

피로감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덮는다.

밤을 거의 샌 후유증에, 온몸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뭔가 허락받고 나서 더 화끈해진 것 같은데.”

아버지 및 부모님들께 관계를 허락받고 난 후.

강주연은 뭔가 리미트가 해제된 느낌이다.

밤을 리드하려는 분위기가 더 강해졌다.

사실 이는 김채은도 그렇고, 문가은(얘는 원래 화끈하다)도 그렇지만… 강주연은 대비효과 때문인지 그런 느낌이 더 크게 들었다.

“뭐가 화끈한데?”

그리고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런 쪽으론 눈치가 뒤지게 없는 박진우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답했다.

“그런 게 있어, 임마. 넌 왜 아침부터 여기 있는 건데?”

“연무장 오늘 아침에 안 연대. 점검이랑 청소 있어서.”

“그거 참 박진우한텐 날벼락이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다.

아침부터 처리할 일이 좀 있어 <안티 빌런> 써클 룸으로 와 있었는데, 훈련에 미친 이 녀석도 연무장 점검 이슈로 잠시 써클 룸에 피신을 온 모양이었다.

덕분에 우린 회의실에 모여 때 아닌 모닝 커피타임을 보내고 있었다.

후릅-

종이컵을 들어올려 커미를 마시자 정신이 번쩍 든다.

“크- 이 맛이지.”

“오우, 난 역시 싸구려 커피가 좋더라.”

“이거 그래도 싸구려 중엔 비싼 거야.”

나야 워낙 단 거라면 다 좋아하고, 박진우도 프랜차이즈 아메리카노보단 이런 스틱 커피를 좋아해서인지 우리의 입맛이 꽤 잘 맞았다.

그렇게 소소한 티 타임을 즐기던 도중.

나는 은근한 표정으로 녀석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카밀라랑은 잘 돼가냐?”

원작에선 단 한 번도 없었던 박진우의 연애 사업.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더욱 서툴고 풋풋해 보이는 둘의 관계.

요즘 내가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는 일 중 하나였다.

“…아직 손도 못 잡았다.”

하지만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는 박진우.

그 패배감 짙은 모습에.

나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아니, 병신아. 대체 뭐하는데. 좋아한다며. 사랑하는 것 같다며.”

이번 <울펜서> 공략이 끝난 후.

박진우는 거기서 느꼈던 솔직한 감정을 내게 털어놨었다.

카밀라를 지키고 싶었다고.

조금도 다치지 않았으면 했다고.

자신이 새로운 힘을 각성했던 데엔…

그녀를 향한 사랑이 있었던 것 같다고.

존나게 오글거리는 이야기였지만,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한 녀석의 모습에 조금은 감탄했었다.

그리고 녀석과 카밀라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했었다.

‘…손도 못 잡은 건 심하잖아.’

하지만 그 결과가 이거라니.

안타깝게도 박진우의 연애엔 조금의 진척도 없었다.

“아오… 나도 모르겠다. 고백하려고 몇 번 시도는 해봤는데, 앞에 설 때마다 입이 안 떨어져. 뭔 얼음속성 마법이라도 맞은 것마냥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안 나와. 미치겠다….”

머리를 박박 긁으며 한탄하는 박진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처음엔 그냥 병신이라는 생각만 들었지만, 막상 답답해하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돕고 싶었다.

아직은 서툰 점이 많은 친구 녀석을,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고 싶었다.

탁-

나는 다 마신 커피의 종이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선언했다.

“안 되겠다. 넌 특별 코칭 들어가야겠다.”

“…특별 코칭?”

“어. 목표는 카밀라랑 연애하기. 고백하는 것도 아니야. 무조건 사귀는 게 목표야.”

“……!!”

가만 보니 힘만 쓸 줄 아는 홀더지, 남자로선 덜 된 녀석이었다.

이번 학기에 얘를 사람으로 좀 만들어놔야겠다.

어떻게든 카밀라와 손잡고 걷는 모습을 봐야겠다.

나는 그런 목표를 머리에 새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신, 오늘 할 일부터 좀 마치고.”

그러기 위해선 당장 눈앞에 쌓인 일들부터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써클 룸 뒤쪽에 있던 서류 더미들을 잔뜩 가져와, 테이블에 거침없이 내려놨다.

그걸 바라보던 박진우가, 문득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오늘 할 일? 그러고 보니 너 아침부터 왜 써클 룸 온 거냐?”

테이블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더미.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써클 룸에 출석한 나.

그 모습에 그제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그 물음에…

나는 살짝 웃고는,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답했다.

“학생 클랜 창설. 이 말도 안 되는 걸, 오늘 구상 좀 해야 하거든.”

원래 계획보다 한참이나 앞당겨진 스승님의 특별한 제안.

오늘은 이에 대해 조금 구상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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