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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78)화 (278/353)

Chapter 278 - 실마리 (2)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건.

클랜 회의가 시작되기 2시간 전이었다.

창설 초기 멤버이자 나와 연이 깊은 특수 계열 홀더 최유민.

그리고 ‘신입생 3인방’으로 이름을 날리며 꽤 유명세를 탔던 세 명의 후배들… 아니, 정확히는 후배들 중 송현아와 박윤서 두 명만이.

그들이 동시에 마스터 룸을 찾아오며 사건의 국면이 달라졌다.

“제발… 제발 도와줘, 재현아.”

눈물을 흘리며 내게 호소하는 최유민.

그녀의 동생이자, 나 역시 연금술 관련 의뢰를 몇 번 맡겼던 후배… 최아린이 이번 ‘종로구 홀더 연쇄납치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추정 날짜는 그저께.

마력석 관련 직거래를 하러 간다는 말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친한 친구들이었던 송현아와 박윤서 역시 그녀의 실종을 증언하면서, 최아린이 납치됐다는 건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빌어먹을 새끼들이 진짜.’

그리고 그 전말을 들으며, 나 역시 분노가 치미는 걸 감추기 힘들었다.

막연하게 쫓아야 할 악의 무리라고 여겼던 루덴아크 학파.

그들이 이렇듯 먼저 움직일 줄은 몰랐다.

의도한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갑작스럽게 주변인이 당했다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게다가 놈들은 이계에서 온 존재들이라 그런지 무차별적 범죄 행각에 더욱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한상진 홀더는 이블 헌터 클랜의 임시 기획팀장입니다. 이번 구출 작전의 계획과 편제를 총괄해주세요.”

“…제가 말입니까?”

“네, 시간이 없어요.”

한상진에겐 클랜의 임시 기획팀장을 맡겼다.

그는 <파문 공격대>부터 함께 했던 조련 계열 홀더.

특유의 분석력과 판단력은 공대원일 때부터 눈여겨봤었다.

직접 전투에서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홀더지만, 클랜 내부 작업을 처리하는 데에도 특화됐기에 지금의 임시직에 적임이었다.

“마스터를 비롯해, 유은설 홀더님이 부마스터를 맡는 것까진 픽스입니다.”

한상진은 처음 직책을 맡겼을 땐 당황했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고 클랜원들의 임시 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편제는 합리적이었다.

마스터는 내가 창설했으니 당연히 나.

부마스터는 클랜 내 최강자이자 하나뿐인 S급, 유은설.

그리고 작전 수행을 위해 전원 사냥팀으로 배정된 임시 편제의 팀장엔 각 계열에서 최고 베테랑이라 칭할 수 있는 클랜원들이 선정됐다.

사냥 1팀은 부마스터 직을 겸하는 유은설, 2팀은 임현, 3팀은 정선영, 4팀은 김아름.

모두 영입 당시에도 내가 가장 공을 들였던 실력자들이다.

그런데 5팀 팀장에선 나도 모르게 머리에 물음표가 떴다.

“…진우를 5팀 팀장으로 넣자고요?”

“그렇습니다.”

한상진은 과감하게 박진우의 팀장직을 추진했다.

박진우가 알게 되면 ‘도재현 이 새끼 또 시작이네’라고 하겠지만, 이번 위임은 내 단독 결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다른 베테랑 홀더들도 많은데요.”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왜죠?”

“현재 이블 헌터의 클랜원 절반이, 학생 홀더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 홀더들은 <이블 헌터>의 정체성과도 같은 클랜원이다.

베테랑 클랜원들 밑에서 배우며 미숙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도 좋지만, 신선함을 무기로 활약하며 클랜 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 또한 중요한 역할.

그 구심점으로 선택된 게 박진우였다.

비록 내가 마스터로 있긴 해도 실무 및 현장에서 지휘할 클랜원이 필요하고, 이미 <파문 공격대>에서 그 능력을 여실히 증명한 박진우는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였다.

‘주연이나 가은이는 일단은 임시 클랜원이니까.’

강주연과 문가은도 이런 역할에 잘 어울리기는 한다.

다만, 그녀들은 파견 형태로 편성된 임시 클랜원들.

클랜 내 중임을 맡기엔 다른 클랜원들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었다.

“좋습니다. 그 다음 팀원 구성은 어떻게 하셨죠?”

“네, 여길 보시면….”

그렇게 한상진과 오랜 토의를 통해 임시 사냥팀의 구성을 모두 마쳤다.

등급과 계열, 조화를 모두 고려한 편제였다.

그리고.

예정됐던 시각보다 앞당겨진 클랜 회의.

한상진은 내 생각보다 훨씬 능숙한 모습으로 클랜 회의를 이끌었다.

현 클랜의 상황과 임시 편제, 앞으로 펼쳐질 작전의 내용 및 계획 등 필요한 부분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설명했다.

살짝 빡빡한 일정이긴 하지만, 클랜원들도 깔끔한 그의 정리에 모두 납득한 듯 보였다.

그렇게 임시 기획팀장의 기본 설명이 모두 끝나고, 나는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클랜원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이블 헌터의 클랜 마스터, 도재현입니다.”

짝짝짝짝-.

우렁찬 박수 소리가 터져 잠시 말을 멈췄다.

“모든 클랜원 분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면담을 하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네요. 기쁜 날인만큼 클랜 타워 개관식도 하고, 뒷풀이도 하면 참 좋을 텐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급히 일정을 짜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결연한 표정으로 앞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 상황이란 점을 인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한상진 팀장이 설명한 대로, 이번 작전은 납치자 탐색 및 구출부터 시작될 겁니다. 그리고 그 탐색은….”

내 시선이 한쪽 구석으로 향한다.

그러자 시야가 제한되는 곳에 있어 보이지 않던 두 여자가 걸어오며 단상 앞으로 왔다.

최유민과 함께 날 찾아왔던 후배들, 송현아와 박윤서였다.

“…박윤서?”

“…현아 아가씨?”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클랜원 중 두 명이 크게 놀란다.

한 명은 당연히 박윤서의 오빠인 박진우였고, 다른 한 명은 <용광검로>에서 우호 클랜 파견으로 넘어온 홀더였다.

원 클랜 마스터의 동생인 아가씨가 난데없이 <이블 헌터> 클랜 회의에 등장하니 당황한 얼굴이었다.

“후배님들. 아까 보여준 걸….”

“여기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서가 기다렸다는 듯 손에 꼭 쥐고 있던 나침반을 건넸다.

나는 그 나침반을 번쩍 들며 클랜원들에게 보여줬다.

“이 나침반은 연금술사 계열인 최아린 홀더가 사건 전에 발명했다는 마력 추적 나침반입니다. 사용자가 마력을 투입하면, 연동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일종의 마력GPS 추적인데….”

말을 잠시 멈추고 나침반에 마력을 투입한다.

그리고 이내.

핑, 그르- 하는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나침반.

방향은 북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단순 방향 추적뿐 아니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구체적인 추가 기능이 작동하도록 설정돼있습니다.”

그야말로 혁신적인 위치 추적 마도구다.

아카데미 신입생이 만들었다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준의 발명품.

그래서인지 이를 바라보는 클랜원들의 눈동자도 놀라움에 가득 차 있었다.

“또한 이 마도구는 마력 및 아이템 분석의 대가인 강동욱 교수님으로부터 검증을 마쳤습니다. 배열 상태가 정교하고 마력 투입 시 정상 작동되는 구조라는 검증을요. 따라서 이 마도구는… 피해자들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하는 우리에게, 매우 뛰어난 길잡이가 돼 줄 겁니다.”

나는 나침반을 꼭 쥔 채 클랜원들에게 선언했다.

“준비 기한은 내일 아침까지입니다. 사냥팀에 배정된 모든 클랜원들은 곧바로 전투를 치를 수 있는 준비를 마쳐 클랜 타워로 집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작전의 첫 번째 목표는, 일단 피해자들을 전원 구출하는 겁니다.”

작전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과 팀 배정의 전달은 마쳤다.

남은 건 최아린이 남긴 실마리를 따라…

피해자들과 적들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이블 헌터>의 전 클랜원이 모두 모였다.

사실 홀더들이 납치를 당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기에 협회 및 각 클랜에서도 조사대가 결성될 확률이 높았지만, 어쨌든 초기 조사는 우리 클랜의 몫이었다.

우리는 클랜 타워에서부터 추적을 시작했다.

[마력 추적 나침반]의 성능은 상당히 좋았다.

처음엔 단순 방향만을 가리켰지만, 최아린의 위치로 예측되는 곳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추가 신호가 나타났다.

물론 일반인들은 파악할 수 없는 마력의 특이 흔적이지만, 탐색류 룬을 보유한 궁수 계열 홀더들에게 이 정도는 껌이었다.

그리고.

“마스터, 여기예요.”

사냥 1팀의 한 궁수 계열 홀더가 말했다.

나침반을 갖고서 정확한 위치 추적을 담당한 클랜원.

그녀가 가리킨 방향엔…

거칠고 딱딱한 땅바닥.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단면이 있었다.

나는 가만히 그곳을 바라봤다.

적들이 이곳에 땅굴을 파고 들어갔을 리는 없으니…

“던전의 입구군요.”

“예, 아무리 봐도 던전으로 들어가는 매개 대상입니다.”

비밀 하나가 더 밝혀지는 순간이다.

내가 루덴아크 학파의 정보를 밝히고 난 후.

그간 홀더 협회에선 꾸준히 이들에 대한 탐색을 해왔지만, 조금의 단서도 찾아낼 수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던전에 있었으니까.’

이계의 존재라는 존재들이 현계에서 활동한다고 할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바였다.

그들은 아마 ‘적응자’ 바라텐 부족이나 ‘초월자’ 드래곤들처럼, 던전의 생성과정에 연관이 있는 거겠지.

그리고 그들과는 달리.

던전의 출입에선 자유로운 거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의 눈앞에 있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싼 클랜원들 사이에서 조용히 말했다.

“…들어가겠습니다.”

“예!”

이젠 그 실체를 확인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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