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90)화 (290/353)

마검엔 성검으로 (1)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이 형태의 마력석이 변하는 구조를 알고 있었기에 그대로 내 검을 꽂았다.

“마, 마스터? 뭐하시는 겁니까?”

난데없이 마력석에 검을 찔러넣는 모습에 당황하는 임현.

그러나 당황스러움이 놀라움으로 바뀌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슷- 스스-

츠츠츠-.

또 한 번, 어둠이 검 안으로 빨려 들어온다.

마력석을 감싸던 짙은 어둠과 유독 [참회자의 검]에서 새어나오던 빛.

상반되는 두 성질은 마치 서로를 삼키려는 듯하다가, 이내 하나가 되어 색을 잃으며 자취를 감췄다.

‘아까랑 똑같네.’

누가 누구를 사라지게 만든 건지.

무엇이 무엇을 잡아먹은 건지 알 수 없는 형상.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력석 내에 불길한 기운은 사라져 있었다.

아마 [참회자의 검]에 담긴 신성한 기운이 데스 나이트들의 마력석과 특수한 방식으로 감응하는 건 아닐까… 그런 추측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어?”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마력석의 기운을 삼킨 [참회자의 검]이 문득 눈부신 빛을 내며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내 그 안에서 터져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력.

…그리고 내 앞을 주르륵 메우는 정보창의 향연.

그건 정말.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놀라운 업적! 잊혔던 동족의 전우들을 교화했습니다. 그들은 켈빌리드가 떠난 후, 루덴아크와 결탁해 끝없는 어둠 속에 파묻혀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어둠을 씼는 건 오로지 테르멘의 전사이자, 세드닐렌의 열렬한 참회자였던 켈빌리드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행위입니다.]

[‘광기의 신앙심’ 룬과 ‘은빛 달그림자’ 룬이 격렬하게 반응합니다! 필요조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업적을 달성해, 단단하게 잠긴 봉인이 해금됩니다.]

[아이템 내에 담겨 있던 비화가 깨어납니다. ‘참회자의 검’ 아이템이 ‘켈빌리드의 진정한 회개’로 바뀝니다.]

<아이템 정보>

◎이름: 켈빌리드의 진정한 회개

◎종류: 검 (성검)

◎등급: 신화(Myth) 

◎제작자: -

◎특수효과

1) 근력+3 민첩+3 신성+10

2) 저주받은 형태의 상대와 전투할 때 20%의 추가 성능을 낼 수 있다. 보유자의 신성 수치가 높을수록, 검의 위력이 올라간다.

3) 자비의 신, 세드닐렌의 권능이 담겨 있다. 자비로운 세드닐렌은 신도가 바치고자 하는 제물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검을 통해 신성력을 발현할 경우, 10%의 투입량만으로도 원하는 양을 발현시킬 수 있다.

4) ‘어둠의 서약’을 맺은 이들을 교화할 수 있다. 교화의 형태는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교화 횟수가 증가할수록 검에 담긴 신성력과 호환성이 급격히 증가한다. (교화횟수: 2)

*교화 대상이 가까이에 있으면, 성검이 반응한다.

◎내재스킬

[디바인 슬래쉬]

[거룩한 자비]

: 땅에 검을 찔러 넣으며, 주변에 성스러운 보호 구역을 생성한다. 구역 안에 있는 이들은 10분간 세드닐렌의 거룩한 자비를 받아 어둠속성에 저항력과 면역력이 높아지고, 모든 능력치의 10%가 증가한다.

◎세부정보

: 한때 어둠에 취해 악행을 일삼던 테르멘의 전사, 켈빌리드의 회개하는 마음이 담긴 검. 자비의 신 세드닐렌이 권능을 불어넣으며 성검으로 재탄생했다. 어둠의 밑바닥에서 빛으로 올라온 이는 이제, 죽음에 닿은 이들에게 교화의 자비를 선사한다.

“…….”

아득하게 펼쳐진 아이템 정보에 난 할 말을 잃었다.

그냥 아까 네일리드라는 데스 나이트를 죽일 때처럼, 똑같이 마력석에 검을 꽂아넣었을 뿐인데….

이게 다 뭐냐?

“마, 마스터. 검에서 빛이….”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임현, 아까까지 나와 대화를 나누던 스승님, 그 외 주변에서 쉬고 있던 클랜원들까지.

모든 이들이 이 기이한 광경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도 그럴 게, 누가 봐도 내가 든 검이 “나 뭐 있소!”라고 외치면서 강렬한 빛에 물드는데…

한 명의 홀더로서 이 특이 현상에 관심이 안 갈 리 없었다.

물론, 그중 가장 당황한 건 역시 나겠지만 말이다.

‘아니, 성검이잖아 이거.’

아이템 설명 그대로다.

세드닐렌이라는 신의 힘을 담은 성검.

[참회자의 검]은 [켈빌리드의 진정한 회개]라는 신화급 아이템으로 재탄생한 상태였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어둠의 마력석에 내 검을 꽂은 게 트리거가 됐고, 그러던 와중 내 [광기의 신앙심]과 [은빛 달그림자] 룬들이 반응하며 검의 봉인을 해금한 것 같았다.

‘진짜 성기사가 돼 버렸네….’

황당함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요즘 들어 신성력을 자주 사용하고 관련 룬도 조금씩 획득하곤 했지만, 그렇다고 성검까지 얻게 되는 시나리오는 머릿속에 없었다.

그러나 꼭 필요했던 기연이기도 했다.

어둠속성 상대로 달라지는 성능에, 완전히 잡아먹는 형태의 상성.

마검의 소유자, 황성연과 싸울 땐 이런 성검만큼 효과적인 아이템도 없다.

주력 무구가 한쪽에 치우친 성향인 건 결코 좋다고만 볼 순 없지만, 지금 상황엔 가장 최적화된 무기인 것이다.

‘게다가 효과랑 스킬도 너무 좋아.’

능력치는 신화급치고 증가량이 다소 적지만, 신성 수치를 10이나 올려준다.

또한, 기존 [참회자의 검] 효과로도 있던 두 번째 특수효과.

원래 효과였던 50%에서 20%로 디버프가 되긴 했는데, 애초에 검의 성능 자체가 신화급이 되며 천상계가 됐기에 오히려 더 좋아진 거나 다름없었다.

세 번째 효과는 신성력 사용의 효율을 높여주는 능력이었고, 새 스킬인 [거룩한 자비]는… 설명만 읽어도 그냥 개사기 스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신화급 아이템.

그 이름값이 전해주는 무게가 어마어마했다.

“문제는 이 네 번째 효과인데….”

나는 성검을 이리저리 휘둘러보며 네 번째 효과의 설명을 읽었다.

어둠에 빠진 이들을 교화할 수 있다… 라는 애매한 설명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결과가 중요하다.

교화 스택이 쌓이면 계속해서 검의 성능이 올라간다는 것.

이 말은 즉, 일종의 ‘성장형 아이템’이라는 말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신화급 아이템이라 성능이 말이 안 되는 수준인데, 여기서 더 성장하면 어떤 괴물이 탄생할지 가늠조차 안 갔다.

“마스터?”

그러다 옆에서 재차 들려오는 목소리.

고개를 돌리니 의문으로 가득 찬 클랜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에 나는 아- 하는 얼굴로 검을 들어 보여줬다.

“이거, 성검입니다.”

“……?”

그리고 잠시 조용해지는 클랜원들.

반응은 한 템포 늦게 터졌다.

“예, 예?!”

“서, 성검이요?!”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경악에 가까운 질문들이 쏟아진다.

사실 ‘성검’은 홀더 계에도 잘 알려져있다.

미국에서 나왔던 미발견 던전, <버려진 레클린 신전>에서 성검으로 불리는 신화급 아이템이 이미 한 번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이름은 [레클리스의 따뜻한 손길].

치유의 신인 레클리스의 권능이 담겨 전투력보단 아군을 치유하는 성향이 강한 성검으로, 어떤 의미에선 성검 본연의 힘을 담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홀더 계에선 몇 없는 신화급 아이템이기도 하고, 신성 계열 아이템의 극한으로 상징적 의미가 있기도 한 아이템.

그런 성검이, ‘또’ 등장했다.

그것도 던전 공략이나 특수 제작을 통해서가 아닌, 그냥 난데없이 내가 갖고 있던 검 하나의 봉인이 풀리면서.

당연히 모두 믿기 힘든 표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 출발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걸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우리 클랜은 여전히 이곳 <죽음이 닿은 땅>을 공략하는 데에 속전속결로 임하고 있었고, 휴식시간은 슬슬 끝이었다.

“자, 잠깐만요, 마스터. 뭐라도 더 설명을… 아니, 그건 둘째치고 어디 방향으로 가시려고요?”

이번엔 4팀 팀장 김아름이 날 붙잡았다.

난데없이 출발한다니, 어디로?

그녀는 그런 의미가 담긴 눈빛으로 날 봤다.

그에 나는 싱긋 웃어 보이며 [켈빌리드의 진정한 회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내 손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성검.

혼자서 빙글빙글 돌다가…

이내 강한 압박과 함께 멈춰선다.

녀석은 마치 최아린의 나침반처럼, 우리가 지금 가야 할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좋은 나침반 하나를 구해서요. 이대로 가면 됩니다.”

막막하던 구역 공략에 길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 * *

성검의 나침반 기능은 확실했다.

출발한지 10분 만에 또 다른 언데드 군단을 발견했다.

“3팀 마법사 계열, 전원 공격! 전부 쏟아부어요!”

“2팀 궁수 계열은 대기합니다! 후방에 덮치는 언데드들 탐지해주세요!”

“총공격! 5팀 인원 전원 절 따라옵니다!”

팀장들의 고함 섞인 명령이 정신없이 울려왔다.

이곳 구역에서 <이블 헌터>의 전투 방식은 꽤 간단하다.

나와 유은설 및 박지환 등의 헤드 홀더들이 큰 그림을 그린 후 전략을 짜면, 각 팀의 팀장들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그 오더를 수행한다.

워낙 수행력이 뛰어난 고위 홀더들이 많이 포진돼 있고, 또 그에 따라 각자 활약할 여지가 많은 클랜원들이기에… 이런 난전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캉-!

카강- 츳츠으-!!

그리고 클랜 마스터로서 지시를 내릴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건…

다시 말해 나 역시 필드 플레이어로 활약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뜻이었다.

나는 새롭게 성검으로 진화한 [켈빌리드의 진정한 회개]를 들고, 전장 곳곳을 누볐다.

이미 S급 홀더에 가까워진 능력치.

언데드 사냥에 효과적인 신성 계열 룬 세팅. 

마지막으로 존재 자체가 사기인 신화급 아이템까지.

죽음의 기운을 품은 자들을 상대하는 데에 누구보다 최적화된 게 바로 지금의 나였다.

[‘어둠의 서약’을 맺은 악인을 교화했습니다. 신성한 세드닐렌의 자비가 검에 닿아 있습니다. 성검 ‘켈빌리드의 진정한 회개’의 성능이 올라갑니다.]

사냥에 대한 보상도 확실하게 챙겨갔다.

[어둠의 서약] 룬은 루덴아크 학파의 일원이나 소속 언데드라면 대부분 지니고 있는 공통룬.

때문에 이들을 사냥하면 계속해서 성검에 교화 스택이 쌓였고, 그에 따라 성검도 성장을 거듭했다.

게다가 성검이 성장했다는 수치는 꽤 가시적이었다.

<아이템 정보>

◎이름: 켈빌리드의 진정한 회개

◎종류: 검 (성검)

◎특수효과

1) 근력+4 민첩+3 신성+11

성검의 첫 번째 특수효과인 능력치 보정.

원래라면 근력이 3에 신성이 10 보조되는 효과였는데, 지금은 근력이 4에 신성이 11이다.

교화 스택의 성장에 따라 특수효과가 눈에 보이게 성장한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다.

지금이야 능력치 보정 효과만 증가하지만… 더 많은 수를 교화하거나 더 악한 존재를 참회시킬 경우, 어쩌면 두 번째 효과나 세 번째 효과가 성장할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한 성장형 아이템.

‘미쳤다.’

덕분에 난 거의 노다지를 캐는 심정으로 언데드들을 척살했다.

이 새끼들…

새로 얻은 내 성검의 경험치가 돼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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