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99)화 (299/353)

하늘 위의 미러전 (2)

갸오오오-!!

캬오오오-!!

상대를 찢고 잡아먹을 듯한 괴성이 곳곳에 퍼진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중 전투가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

우리는 거침없이 정면으로 질주를 시작했다.

새로운 본 드래곤을 탄 황성연도, 티르본드와 함께 날아오른 나도.

첫 충돌에 있어서만큼은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콰아아앙-!!

격렬하기 짝이 없는 첫 충돌이 일어난다.

서로의 능력치를 견주기 위한 격렬한 부딪힘.

상대 본 드래곤의 머리와 티르본드의 머리가 강하게 맞닥뜨렸다.

이 무식한 움직임 안에서도 나름 효과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 각자 수를 숨겨놨겠지만, 어쨌든 이들의 첫 번째 충돌은 거침없는 육탄전 속 힘과 힘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두 괴수가 부딪히자마자, 나는 바로 깨달았다.

‘이쪽 근력이 더 높아.’

티르본드가 힘으로 상대 본 드래곤을 밀어내는 게 느껴진다.

압도할 정도로 차이나는 수준은 아니지만, 애초에 격돌 목적이 상대의 능력치를 견주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는 꽤 괜찮은 수확이었다.

물론, 모든 능력치가 앞서는 건 아니다.

제작자들이 이전의 단점을 보완한 것인지 속력은 확실히 이쪽보다 뛰어난 게 느껴졌고, 본 드래곤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내구’ 수치는 서로 비슷해 보였다.

‘전투 중요성을 생각하면….’

하지만 상대와 능력치가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이미 우리가 앞선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에 티르본드의 전신이었던 본 드래곤은 ‘빌런 소탕 작전’ 당시 루덴아크 학파가 협력관계상 임시로 황동연에게 줬던 것이고, 지금 상대하는 본 드래곤은 작정하고 우릴 잡기 위해 제작해 황성연에게 건넨 것이다.

제작에 들어간 재료, 비용, 노력….

티르본드의 전신 때와 비교해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그런 언데드를 상대로 이렇듯 대등한 능력치를 보인다는 건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그동안 굴리고 진화시킨 보람이 있네.’

티르본드의 이런 성장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동안 나와 함께 던전을 돌며 꾸준히 룬 레벨을 올리고 전투 감각을 키웠으며, <초월자의 방: 플러비우스>에선 아예 공략 보상으로 진화를 이룩하며 사령으로서의 틀을 벗어났다.

단순 언데드 괴수가 아닌, 한 마리의 아룡으로서 성장하게 된 것.

당연히 이전과 비교해 훨씬 강할 수밖에 없었다.

한창 녀석을 키울 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귀찮았는데, 막상 이런 결과로 보답해주니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티르본드, 그대로 넘어가서 왼쪽으로 비행해.’

-알겠다, 주인.

이러한 명령 수행도 상당히 깔끔해졌다.

일전이라면 “왜 도망가나, 주인. 싸우고 싶다!”같은 개소리를 해댔을 텐데, 지금은 전투 센스에 있어 주인인 내가 훨씬 뛰어나다는 걸 인정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우리는 얽힌 구도를 풀어내며 그대로 비행했다.

“도망치는 거냐, 도재현!”

황성연의 고함이 들려오고, 적 본 드래곤도 곧장 우릴 쫓아온다.

그 이후로.

그야말로 곡예에 가까운 비행이 시작됐다.

적이 거리를 좁혀 꼬리를 붙잡으려 할 때, 티르본드는 고개를 틀어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다.

적이 속도를 올려 몸통을 물어뜯으러 올 때, 티르본드는 급격히 속도를 낮춰 아래로 강하한다.

다가오면 도망치고,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마치 일종의 추격전과도 같은 비행.

원래라면 속력이 높은 적 본 드래곤에게 잡혀야 정상이겠지만, [천하제일 경주마]의 효과를 받는 티르본드와 마력을 탐지하며 명령을 내리는 내 지시는 그 능력치 차이를 이겨냈다.

‘하늘 위는 아직 일러, 황성연.’

하늘은 티르본드와 내가 몇 번이고 호흡을 맞췄던 공간이다.

아무리 황성연의 실력이 뛰어나고 제작된 본 드래곤의 성능이 좋다곤 해도, 공중전에서 우릴 이기려드는 건 욕심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티르본드의 룬 활용도 기가 막혔다.

캬오오오-!!

키이잇-?!

녀석의 주력룬은 기본적으로 [용의 분노]와 [저주받은 용언].

주로 상대의 정신에 영향을 주고 상태이상을 거는 저주 계열의 룬들이다.

하지만 상대는 마검을 소유한 황성연에 본 드래곤.

당연히 이런 어둠속성의 공격이 먹힐 리가 없다.

그래서 티르본드는 새로 얻은 룬들을 적극 활용했다.

아룡으로 진화하면서 얻게 된 [창공의 무투가]와 [견고한 이빨], 내가 직접 부여한 [사자의 불꽃놀이].

물리룬과 마력룬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하며, 아직 룬 활용에 미숙한 적 본 드래곤을 계속 까다롭게 몰아붙였다.

덕분에 우리는 도망치는 와중에도, 상대가 거슬릴 만한 타격을 지속적으로 조금씩 주고 있었다.

‘…왔다!’

그리고 그 끝없는 방해 끝에…

적 본 드래곤이 지쳐 조금의 틈을 드러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물고 물리는 이 추격전의 기세가 드디어 우리에게 넘어왔음을.

그리고 때를 놓칠 세라 서둘러 속으로 소리쳤다.

‘티르본드, 지금!’

-알겠다!

티르본드의 대답과 함께 준비한 전략이 펼쳐진다.

카, 그그그-.

기이이이-!

순간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티르본드의 몸.

녀석이 보유한 [변형의 뼛조각] 룬이 발현되고 있었다.

[변형의 뼛조각]은 티르본드가 자신을 구성하는 뼈들을 재조립해 몸집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특수 룬인데, 룬 레벨이 높아질수록 그 변신 속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그리고 지금 티르본드의 해당 룬 레벨은 17.

당장 적 본 드래곤이 들이닥치기 전에 변신을 마칠 수 있다.

“이게 무슨….”

멀리서 당황한 황성연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적 본 드래곤이 우리의 윗부분을 휙- 쓸고 지나간다.

갑작스럽게 티르본드의 크기가 작아진 탓에, 우리를 정확하게 타깃화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것이다.

준비한 전략이 제대로 적중하는 순간.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달린다, 주인.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할 일을 찾은 티르본드.

우리는 그대로 지나친 황성연과 적 본 드래곤을 향해, 있는 모든 속도를 끌어올려 돌격을 시작했다.

[천하제일 경주마]의 ‘래피드 라이딩’ 효과 활용.

아까까지만 해도 쫓기던 우리가, 이제는 상대를 쫓는 역할이 된 것이다.

‘더 빨리 달려, 티르본드!’

-최고 속도다, 주인!

처음 녀석을 소환해 적과 충돌할 땐, 바로 부딪히는 바람에 룬을 활용할 시간 자체가 없었다.

그리고 이후의 추격전 도중엔, 워낙 적과의 거리가 좁은 탓에 돌격을 할 수 있는 일정 거리가 안 나왔다.

하지만 지금.

허를 찌른 [변형의 뼛조각] 활용으로 완벽한 돌격 구도가 잡힌 지금.

우리의 질주는 창공을 찢어낼 듯 거칠었다.

갸오오오-!!

티르본드의 몸이 적의 꼬리 부근에 도착한다.

내 손에 들린 무기는 [와이번 스피어].

무구교체술은 진작에 사용해둔 후다.

“액셀 피어싱…!!”

티르본드와 나의 전매특허 콤보가 시전된다.

적 본 드래곤은 제대로 몸을 돌릴 틈도 없이, 등 돌린 상태 그대로 우리의 [액셀 피어싱]을 맞아야만 했다.

황성연 역시 어떻게든 우리의 공격을 막아보려 했지만, 공중전에서 자신의 능력이 온전히 발휘되길 기대하는 건 과욕이다.

콰아아앙-!!

끼, 이이이-!!

카각-

카가가각-!!

소름 돋는 파열음으로 적 본 드래곤의 뼈가 박살난다.

최대치로 끌어올린 돌격 속도와 공격에만 집중한 구도.

미리 사용해둔 능력치 펌핑 버프들까지.

아무리 본 드래곤이 언데드의 왕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방어룬과 내구 수치만으로 [액셀 피어싱]을 막아낼 순 없었다.

그리고.

캉- 카강-!!

괴수들의 싸움에 더불어, 인간들의 싸움도 이어진다.

나는 틈이 보이자마자 티르본드에게서 도약해 적 본 드래곤의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동시에 성검으로 교체되는 무기.

또 동시에 맞부딪히는 황성연의 마검.

쓰러져가는 본 드래곤의 위에서 우린 서로 검을 맞대고 있었다.

“재미…있군.”

“폼잡기는. 그니까 왜 되지도 않는 싸움을 걸어. 네가 공중전을 뭘 알긴 해?”

“큭, 큭큭….”

내 비아냥에 웃음을 흘리던 황성연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 인정하지. 확실히 하늘은 내가 미숙했군.”

그 말에 난 약간의 긴장을 삼켰다.

단순히 놈을 도발하기 위해서 내뱉은 비아냥이었는데, 쉽게 인정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꽤 열이 뻗친 모양이다.

이럴 때일수록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도발을 통해 적에게 생긴 빈틈을 잘 꿰뚫어야 했다.

스슷-

스스스-.

불길한 검은색 마력이 그의 검에 모여든다.

마검 [다인 슬라이프].

그리고 이 아이템의 활용에 최적화된 룬, [영웅 살해자].

황성연의 주력룬과 주무기가 강렬한 시너지를 내며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젠 안 밀려.’

긴장하며 손에 든 성검을 더 강하게 쥔다.

우연치 않게 획득했지만, 이 성검은 놈의 마검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

이번엔 전처럼 쉽게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인정하지.”

마검을 꺼내든 황성연의 공격 상대는 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뒤쪽의 티르본드나, 땅에 있는 클랜원들을 노리는 것도 아니었다.

황성연은 검을 들어…

자신이 탄 본 드래곤의 머리를 찔렀다.

“하늘은 내가 미숙했다. 그러니 원점에서 시작하지, 도재현.”

“미, 친 새끼가…!!”

나는 다급히 본 드래곤의 위에서 뛰어내렸고, 티르본드는 [긴급탈출] 스킬을 사용해 황급히 돌아갔다.

그리고.

콰아아앙-!!

쾅! 콰가가-!!

모여있던 검은색 마력이 적 본 드래곤의 머리에서 터진다.

황성연 이 미친 새끼는 자신이 타고 있던 언데드를 죽여 폭발시키며, 그에 달라붙어있던 나와 티르본드에게 충격을 주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도약하며 내게 떨어지는 황성연.

그는 마치 악귀처럼 광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허공에서 내게 달려들었다.

“원점에서 2차전이다, 도재현!”

“흐읍…!!”

나도 재빨리 성검을 들어 마력과 신성력을 끌어올린다.

폭발하는 본 드래곤과 빠르게 끝나버린 공중전.

우리는 추락하며 서로 검을 맞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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