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06)화 (306/353)

휴식과 정리 (3)

[어둠이 삼킨 검]은 예상대로 황성연이 사용하던 무공류 룬이었다.

‘검법’과 같은 이름이 안 붙어 있어 처음엔 확신하기 힘들었지만, 이는 내가 보유한 [용맹한 영원의 물결]과 비슷한 구조.

워낙 유명했던 인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한 검법이자 전설급 룬이기에 이렇듯 특이한 이름이 붙는 모양이었다.

“…좋네.”

룬의 성능은 설명만으로 좋은 게 느껴진다.

검법 자체가 지닌 무술적인 위력도 뛰어나고, 특수효과로 설정된 것들 또한 뭐 하나 버릴 게 없었다.

과연 전설급 무공류 룬이라는 게 돋보이는 능력.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갖고 싶던 건 따로 있었다.

“경계의 속박, 제대로 맞췄네.”

황성연과의 전투 후반부에 날 죽음까지 몰아붙였던 궁극스킬, [경계의 속박].

추측했던 대로 이 스킬은 [어둠을 삼킨 검] 룬의 궁극스킬이었다.

이미 나도 경험해본 적이 있지만, 이 스킬은 사용 방법에 따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극한의 상황에 상대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상태이상 스킬로도 쓸 수 있고, 그 위력 자체가 대단해서 단순 공격 스킬로 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내가 보유한 궁극스킬 중에도 당연히 원탑으로 꼽힐 만한 스킬.

솔직히 [회그니의 대리자]나 [타락한 성기사의 신념] 같은, 딱 봐도 사기급으로 보이는 룬들을 놓치면서 아쉬운 마음이 계속 맴돌았었는데…

이 스킬을 얻은 것만으로 그런 아쉬움이 싹 씻기는 기분이었다.

커흐흐흐-!!

끼이이이-.

그리고 정보창을 읽고 있을 때쯤.

문득 주변에 공중형 괴수들이 몰려든다.

익숙한 형체와 독특한 생김새, 거대한 크기.

그간 지겹도록 사냥해왔던 A급 괴수 만티코어였다.

“맞다. 얘네 던전 입장부터 나타나지.”

<구름을 가린 둥지>는 초입에서 얼마 가지 않아 바로 괴수가 등장하는 던전이었다.

마침 잘 됐다고 느꼈다.

새로 얻은 룬과 스킬을 시험해 볼 대상이 필요했는데 알아서들 찾아와주니까.

나는 그대로 땅을 밟고 도약하며 하늘로 올라섰다.

‘티르본드는 필요없어.’

이번 사냥의 목적은 새로 얻은 능력의 시험.

그렇다면 티르본드를 소환할 필요는 없다.

녀석과 함께 싸우게 되면 정석적으로 검을 사용해 싸우기보단, 곧바로 효율을 추구하는 공중전 형태로 이어지니까.

지금은 오히려 [영험한 드래곤부츠]의 공중부양 효과를 이용해 혼자 공중에서 싸워야 했다.

커흐흐흐-!!

끼이이이-.

날아올라 만티코어들을 마주하자마자, 가볍게 성검을 꺼내들어 휘둘러본다.

사용하는 검법은 [어둠을 삼킨 검].

이번에 획득한 무공류 룬.

삭- 사사삭-!!

커흐흐-?!

그리고 부드럽게 검을 베어나가기 시작하는 순간.

공격을 당하는 만티코어도, 사용하는 나도 동시에 놀라버렸다.

‘뭐야, 이거.’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검법 내 마력 활용법이 특이하다.

베어내려는 순간 검 끝에 마력을 첨예하게 집중시켜 살상력을 강화한다.

검과 마력을 다룰 줄 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어둠을 삼킨 검]의 활용법은 훨씬 세밀하고 깔끔했다.

‘…엄청 세잖아.’

그리고 강력하다.

[어둠을 삼킨 검]은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하며 만티코어들을 쓸어냈다.

그리고 몇 마리의 만티코어를 더 쓸어내고 나서야 나는 이 룬의 묘리를 눈치챌 수 있었다.

‘공격에만 치중된 검법이구나.’

상대를 죽음과 어둠의 경계선으로 끌고가기 위한 검법.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는 오직 공격에만 치중돼 있었다.

궁극스킬인 [경계의 속박]이 상태이상 부류의 스킬이긴 하지만, 룬이 담고 있는 능력 자체는 오로지 파괴와 공격.

내가 지닌 또 다른 무공류 룬 [용맹한 영원의 물결]이 속도와 파괴, 그리고 부드러움의 묘리를 잘 조화시킨 밸런스 형 룬이라면.

[어둠을 삼킨 검]은, 오로지 상대를 죽음에 다다르도록 만드는 룬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검법의 위력에 취해 정신없이 만티코어들을 쓰러뜨릴 때쯤, 새로운 정보창이 날 맞이했다.

[완벽에 가까운 성검 활용! 자비로운 세드닐렌의 권능을 다루는 당신의 기술이 훨씬 더 매끄러워집니다.]

[‘세드닐렌의 견습 대리자’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신성을 3 획득합니다.]

지속적으로 성검을 다루다 보니 어느새 룬 레벨이 올랐다.

성검에 최적화된 전용룬, [세드닐렌의 견습 대리자].

내가 홀더가 된 후 처음으로 획득한 신화급(Myth) 룬.

사실 [어둠을 삼킨 검]보다 훨씬 중요한 게 이 룬이었다.

<룬 정보>

◎이름: 세드닐렌의 견습 대리자

◎등급: 신화(Myth)

◎레벨: 2

◎새겨진 부위: 심장 (중복)

◎특수효과

*사용조건: 세드닐렌의 권능이 담긴 특정 ‘성물’을 소유하고, 그 자격을 인정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

1) 신성 수치 및 보유 신성 계열 능력의 성향이 ‘세드닐렌(자비의 신)’으로 바뀌게 된다.

2) ‘대리자의 성물’ 효과가 상시 적용된다. 현재 설정된 성물은 [켈빌리드의 진정한 회개]. 따라서 해당 아이템의 성능이 10% 증가하고, 이를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

◎파생스킬

[자비로운 유예기간]

: 신성력을 대량으로 소모해 스스로에게 세드닐렌의 축복을 내린다. 이 축복을 받게 되면 이미 사용을 마친 특정 파생스킬(*몇몇 스킬은 제외된다)의 쿨타임을 0으로 되돌릴 수 있다.

(*제외되는 스킬: 궁극스킬, 능력치 증가와 관련된 스킬)

(*쿨타임: 7일)

◎궁극스킬

[자비로운 참마검]

: 성검에 신성력과 마력을 동시에 모아, 폭발적인 위력으로 적에게 쏘아낼 수 있다. 집중 후 참격의 형태로 날리는 형태(1)와 대상에게 성검을 찌른 후 폭발시키는 형태(2), 두 가지로 사용할 수 있으며, 2번의 형태로 사용할 경우 스킬의 위력이 20% 증가한다. 대상이 어둠속성, 악성향, 저주 계열일 경우 위력이 30% 추가로 증가한다.

(*언령: 위대한 자비에 잠들라)

◎세부정보

: 자비의 신, 세드닐렌의 권능을 다룰 수 있는 견습 대리자. 보유한 신성 장비의 종류에 따라 룬의 효과와 성능이 바뀌게 되며, 해당 장비가 성장할수록 룬도 같이 성장을 이룬다. 세드닐렌의 권능을 다루는 데에 익숙해질수록 대리자의 직급은 점점 올라갈지도 모른다.

사실 신화급 룬 치곤 특수효과에선 별다른 능력이 없어보인다.

단지 무(無) 성향이었던 내 신성 성향이 세드닐렌으로 바뀌게 됐고, 성검의 성능이 소폭 증가한 것뿐이니까.

하지만 애초에 이 룬이 성검에 최적화된 ‘전용룬’이라는 게 중요했다.

마치 황성연의 [영웅 살해자] 룬과 [회그니의 대리자]가 마검 [다인 슬라이프]에 최적화된 전용룬이었던 것처럼, 나도 이 룬을 획득하고 나서야 온전히 성검을 다룰 수 있게 됐다.

파아앗-.

----!!

커흐흐-?!

다수의 만티코어들이 마치 회를 뜨듯 쉽게 썰려나간다.

제대로 된 비명조차 들리지 않는다.

‘…편해.’

나는 성검을 활용한 전투가 너무 편해졌다는 걸 느꼈다.

신성력의 발현은 훨씬 매끄러워졌고, 성검의 성능도 대폭 상승했다.

마치 그동안 내가 다루던 성검 활용은 겉핥기에 불과했다는 듯, 나는 손발처럼 자유롭게 성검을 다룰 수 있게 됐다.

이게 신화급 아이템의 ‘전용룬’.

[세드닐렌의 견습 대리자]의 진짜 힘이었다.

게다가….

“파생스킬 이거, 개사기 아니야?”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감탄이 튀어나온다.

파생스킬 [자비로운 유예기간].

아무리 쿨타임이 7일에 제한되는 스킬들이 있다곤 해도, 이미 사용한 스킬의 쿨타임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니.

뭐 이런 사기 스킬이 다 있을까.

당장 대충 떠오르는 것만 해도 [액셀 피어싱]의 중복 사용, 더블 [드래곤 브레스], [뉴 웨이브]로 아예 주변을 바다를 만들기 등….

내 전투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활용법들이 무궁무진하게 떠올랐다.

‘권능’이라는 단어가 그제야 이해가 가는 개사기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게 이 룬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대한 자비에 잠들라.”

커흐흐흐-!!

끼이이이-!

내가 직접 만들어낸 궁극스킬, [자비로운 참마검].

만티코어를 비롯한 공중형 괴수들을 한데 모아 이 스킬을 사용해봤다.

황성연 때처럼 ‘2번 형태’가 아닌, ‘1번 형태’의 방식으로.

발현 방식은 참격.

마치 지금은 삭제된 [디바인 슬래쉬]가 수십 개의 형태로 변환해 주변에 날아드는 것과 유사했다.

그리고 사용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력이 성검 안에서 폭발했고, 그로 인해 생겨난 참격들은 순식간에 주변을 쓸어버렸다.

“…….”

나는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A급 이상의 괴수들이 최소 열댓 마리는 됐었는데, 모조리 즉사했다.

내가 직접 만들었지만 믿기지 않는 위력의 궁극스킬이었다.

“…집에 가자.”

나는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며 머리를 긁적였다.

더 이상의 시험은 필요없었다.

이번 공략을 통해 획득한 룬 보상들은 개사기급인 걸로 판명이 끝났다.

물론 이 역시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룬과 능력들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거겠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룬의 자체적인 성능들이 좋았다.

“이젠 진짜 A급 홀더라고 하기도 민망하네.”

돌아가는 길에 <홀더 정보>를 가볍게 훑어본다.

끝없이 나열된 정보들과 화려하게 장식된 능력들.

보유 능력치는 모두 90을 넘었고, 주력 능력치(근력,마력,속력)들은 셋 다 110을 넘고 있다.

능력치부터 초월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제 보유한 능력이나 룬의 숙련도도 최상급 홀더의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젠 정말 A급 홀더의 수준을 확실히 넘었다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짧았던 시험 기간을 모두 마치고 던전을 나왔을 때.

[이지혜/홀더협회] 홀더님! 아직 던전 안이실까요? 나오시고 이 문자 확인하면 답장주세요. 홀더님이 예전에 신청하셨던 ‘S급 홀더 승급심사’ 일정, 드디어 잡혔어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꽤 오래 기다렸던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