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홀더 도재현 (5)
<계약자 정보>
◎이름: 리플리 (백작)
-계약자: 도재현 (*특수 계약)
◎분류: 뱀파이어 (특수/사령)
-상징: 씨앗
◎속성: -
◎우호도: 경계
◎상태: 보통
◎일반 능력치
[근력: 83] [마력: 151]
[속력: 81] [신성: 15]
[내구: 94] [정신: 123]
◎보유 룬
[고귀한 핏줄 Lv.Max] [스며드는 씨앗 Lv.Max]
[우아한 흡혈 Lv.20] [엘리멘탈 유저 Lv.20] [흑마법 Lv.20]
[피의 권속 Lv.20] [현혹의 손길 Lv.15] [변신 Lv.15]
[벨테인 주문 Lv.20] [유능한 건축가 Lv.18] [미궁 전문가 Lv.17]
[마력제어 Lv.20] [마력지배 Lv.16] [마력증폭 Lv.15]
◎세부정보
: 뱀파이어들의 왕국, 벨테인 소속의 뱀파이어. ‘씨앗’의 상징을 보유하고 있고, 고귀한 핏줄을 타고나 강인한 신체와 숙달된 마력 활용을 보여준다. 영지를 소유한 귀족(백작)이며, 현재는 계약을 이유로 잠시 벗어난 상태. 자신이 원하는 대상과 마음대로 계약을 맺는 뱀파이어들의 특성 상, 계약자의 요구사항이나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오랜만에 리플리의 정보를 확인한다.
이미 몇 번 들여다본 적 있는 정보지만, 언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일단 보유 룬의 개수부터 상당히 많다.
[고귀한 핏줄]에서 [마력증폭]까지 총 14개의 룬.
지금까지 내가 계약했던 괴수들 중 단연 가장 많은 수이고, 일반 홀더들이 활용하는 룬 개수도 기껏해야 10개 안팎이라는 걸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개수다.
애초에 룬을 보유할 수 있는 최대 개수 자체가 30개니, 그 절반을 채운 수면 대단하다고 봐야지.
‘룬 등급이나 레벨도 화려하고.’
심지어 14개의 룬 모두가 알짜배기들이다.
노멀룬과 레어룬은 5개인데 반해 나머지 9개는 전부 에픽 혹은 전설급의 룬들.
게다가 대부분이 20레벨에 도달했거나 근접해 있는 괴물 같은 숙련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능력치는 무려 150이 넘는 마력과 120에 달한 정신.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신체 능력치까지.
홀더로 치면 S급 홀더의 수준을 가볍게 넘어설 능력들이었다.
‘…애초에 내가 감당할 계약자가 아니었던 거지.’
그리고 나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정보창에 계속해서 강조되는 ‘특수 계약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녀는 원래라면 내가 계약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직접 제작한 <죽음이 닿은 미로>.
그곳에서 만난 내게 흥미를 보여 계약이 성사됐을 뿐이었다.
이러한 특수 계약 때문에 실제로 그녀는 내 명령을 언제든 거부할 수 있었다.
다만 황성연과의 전투에서 그녀의 마력을 빌려왔던 건, [계약의 법칙] 안에 있던 [마력공유] 룬 효과를 사용했기 때문.
즉 명령은 거부할 수 있지만, 계약으로 묶인 힘에선 벗어날 수 없는 것.
절대강자인 리플리도 계약의 고리 안에선 평등했다.
-너, 또 무슨 꿍꿍이야?
황성연과의 전투 이후 첫 소환.
한 번 데였던 리플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원래는 ‘관심’이었던 우호도마저 ‘경계’로 추락한 걸 보니, 그때 마음대로 마력을 빌려갔던 게 기분이 나쁘긴 했던 모양이다.
나는 까칠한 그녀를 최대한 달래듯 말했다.
‘그때 일은 미안. 너무 급해서.’
-흥! 나중엔 급하다고 계약도 파기하겠네?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해. 그리고 내 맘대로 계약 파기 못 하지.’
리플리의 시선이 내게 닿은 틈을 타 심장을 가리킨다.
‘이 심장, 너한테 바쳤잖아.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계약 파기 못 하는 거 아니야?’
-아, 맞아! 심장!
잊고 있었는지 손뼉을 치며 반응하는 리플리.
이내 내 가슴팍을 빤히 바라본다.
그녀가 남겼던 ‘의심의 씨앗’이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듯 보였다.
나는 흘깃 시선을 돌려 던전 안을 살폈다.
우리의 뒤에 나란히 선 S급 심사위원들.
그리고 벌써 지척까지 다가온 몇 마리의 오우거들.
당장 급한 대로 검을 들고 녀석들을 처치해도 되긴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3차 심사에서의 내 점수가 크게 깎일 확률이 높았다.
내가 [계약의 법칙]을 활용하며 계약자를 꺼내든 이상 계약자를 활용해 전투를 할 거라는 걸, 뒤에 서 있는 심사위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서둘러 리플리를 설득했다.
‘이번에도 네가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뭘? 설마 저 오우거들?
‘응.’
-뭐야? 저건 도재현, 너도 쉽게 잡는 거잖아.
‘그렇긴 한데, 이번엔 네 도움으로 잡아야 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쿵- 쿵-
그라아아아-!!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바닥이 울리고, 오우거들의 거친 괴성이 바로 앞까지 들려온다.
당장 들이닥쳐 무엇이든 찢어발길 듯한 기세였다.
그에 몇몇 A급 심사위원들은 긴장하는 얼굴을 보인다.
-칫. 괘씸한데.
‘네가 원하는 곳도 같이 가줄게.’
-어?
뜬금없는 이야기에 리플리의 눈이 살짝 커진다.
‘나랑 하고싶은 게 있는 거 아냐? 심장은 그냥 조건이잖아.’
-…….
내 심장에 ‘의심의 씨앗’을 심는 건 단지 특수 계약을 위한 조건일 뿐.
리플리가 처음 내게 흥미를 갖고 계약을 제안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녀의 목적은 분명 따로 있다.
그리고 나는 이를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같이 가자, 벨테인으로. 대신 지금은 말고, 좀 나중에. 어때?’
-너, 무슨…!!
뱀파이어들의 왕국, 벨테인.
그곳을 함께 공략하러 가는 것.
아마 그게 리플리가 원하는 목적일 거다.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적응 던전을 초토화시켰으니까.’
나는 이미 <이탈자의 방>을 공략하며 ‘적응자들의 던전’을 완벽에 가깝게 공략해냈다.
제1구역 <버려진 연구소>는 완전히 소탕.
제6구역 <죽음이 닿은 땅>의 언데드들은 괴멸.
마력함정 <죽음이 닿은 미로>에선 그녀와 계약한 네크로맨서까지 찾아내면서 척살.
일련의 과정들을 들으면서, 혹은 지켜보면서 리플리는 내게 강한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고작 인간이…
그것도 거의 혼자 힘으로.
적응자들의 던전을 공략한다는 점에.
‘…그리고 생각했겠지.’
그렇다면.
<이탈자의 방>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적응자들의 던전도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흥미로운 생각에서 발로한 나와의 계약.
나는 그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 지적하고 있었다.
쿵! 쿠웅! 쿵-!!
그라아아아…!!
그르으으-!!
“도, 도재현 홀더! 뭐하는 겁니까!”
“빨리 뭐라도…!!”
“젠장, 단단히 방어하…”
오우거들과의 거리가 10M도 남지 않았다.
당황한 몇몇 A급 심사위원들이 내게 소리를 지르고, 어떤 심사위원은 다급히 궁극스킬을 사용하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S급 심사위원들은 가만히 나와 리플리를 바라봤다.
지금껏 능력을 보여준 내가 괜한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그에 나 역시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리플리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재수없어. 흥. 그래도 받아들일게.”
속마음으로 대화하던 리플리가 드디어 육성을 내뱉는다.
“역시 도재현은 재밌어.”
내 이름을 부르는 그 말투가 이젠 익숙하다.
날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리플리.
그녀의 눈동자가…
어느새 피보다 더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아아아-!!
그라아아아…!
코앞까지 다가온 오우거들.
쌓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얼핏 봐도 10마리는 넘어가는 것 같은데…
그들 모두가 우릴 향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그 육중한 몸집이 인간들에게 닿으려던 찰나.
“시끄러워. 피어나라.”
뱀파이어의 짧은 언령이 울려퍼졌다.
그, 르으…?!
그라아아…?
우리의 바로 앞에 멈춰선 오우거들.
공격은 이어갈 수 없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현상이 나타났기 때문.
주먹을 내밀던 손이 허공에 떠오르고, 거대한 몸집이 풍선껌처럼 부풀어오르기 시작한다.
마치 몸 안에 계속 공기가 주입되는 것처럼…
그들의 몸은 끝을 모르고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슷-
구우우우-
콰, 콰아아앙-!!
방어할 시간도, 틈도 없이.
곧바로 터져버리는 오우거들.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의 오우거들이 터졌다.
그걸 보던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아연실색해진다.
“…….”
“마, 말도 안 돼….”
오우거 전원 즉사.
그걸로.
짧았던 전투는 끝이었다.
* * *
3차 심사를 끝으로 모든 승급 심사가 마무리됐다.
사실 마지막 심사가 너무 빠르고 허무하게 끝난 감이 있어서, 던전을 더 탐험하며 직접 사냥하는 모습도 보여주려고 했지만… 이미 심사위원들은 넋이 나가 있었다.
B급~A급 괴수들을 한 번에 즉사시킨 궁극스킬.
리플리의 그 충격적인 마법에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부터 더 이상의 심사는 의미 없는 것이었다.
-충격으로 끝난 도재현의 승급 심사! 초록색 머리의 미인은 또 누구?
-정말 소문대로 뱀파이어일까? 도재현의 새로운 계약자, 오우거들을 즉사시키다!
-이제는 명실상부 도재현의 주력룬이 된 ‘계약류 룬’…
-계약 계열 권위자 강동욱 교수,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만 계약 계열에서 도재현 홀더를 따라갈 이는 없습니다. 그게 국내든, 국외든 말이죠.”
심사가 끝난 후.
리플리의 충격적인 활약이 언론에 조명되기도 했다.
사실 S급 승급 심사에서 일어난 모든 사항은 비밀에 부쳐지지만, A급 심사위원들 중 한 명이 근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하고 기자들에게 풀었다고 한다.
듣기로는 국제 홀더 협회 소속의 영국 홀더라는데, 기사가 터지자마자 해당 홀더는 협회에서 잘렸다.
그리고 비밀유지 서약을 어긴 데에 대한 엄청난 책임을 졌다.
“원하시면 소송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자신의 관할 직원의 실수가 얼마나 민망했는지 협회장 빌 클라크가 찾아와 그런 제안까지 했었다.
“…그 정도까진 괜찮아요. 솔직히 밝혀져도 크게 상관없어서.”
당연히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이미 피해보상으로 막대한 보상금을 받았다.
여기서 뭘 더 뜯어내는 건 내가 부담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파란이 일었던 승급 심사가 모두 끝난 후.
딱 사흘이 지난 시점.
-재, 재현 홀더님! 됐어요! 드디어 됐어요!!
내 담당 관리자인 이지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승급 결과가 나왔다기엔 너무도 빠른 시간.
그래서 심사 주제가 아닌 다른 일인가 했는데….
-S급! S급이에요! 꺄아아아-!!
승급에 관한 이야기가 맞았다.
나보다 더 기뻐하는 감격스러운 목소리.
등급을 콕 집어주는 그녀의 말.
거기까지 듣고서야 나도 실감할 수 있었다.
-[단독] 도재현 S급 심사 최종 통과!
-국내 6번째 S급 홀더 탄생! 유은설 이후 7년만…
-전 세계 최연소 S급 홀더, 그 나이는 고작 21살?
-리암 헨드릭스, “그라면 당연히 통과할 줄 알았다.”
-도재현, 또다시 한국 홀더 계의 위상을 드높이다!
룬 홀더가 되고 1년 반.
F급으로 시작한 내 홀더 등급이…
드디어 S급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