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16)화 (316/353)

투기장 테러 (2)

C급 전사 계열 홀더, 헨리는 평범한 C급들과 다르다.

능력치부터 그렇다.

공격형 전사 계열이기에 내구가 높지 않은 대신 마력이 46. 주력 능력치인 근력과 속력은 이미 50을 넘었다.

룬 역시 마찬가지.

주력으로 활용하는 룬의 레벨은 모두 10이 넘어가고, 보조룬들의 레벨도 엇비슷하거나 조금 부족한 수준이다.

공격형 전사 계열 C급 홀더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치.

사실상 B급 홀더에 다다른 능력치와 룬 활용도를 지닌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말해, 헨리가 B급 승급 직전의 C급 홀더라는 말과 동일했다.

‘후후. 마법사 계열 정도는 단칼에 쓰러뜨릴 수 있지.’

게다가 전사 계열과 마법사 계열의 일대일 결투.

이는 일반적으로 전자가 훨씬 유리하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다.

두 계열은 전투 준비 시간에 있어서 크나큰 차이를 보인다.

전사 계열 홀더들은 당장 검이나 창 같은 무기를 꺼내기만 해도 곧장 전투 준비가 끝나지만, 마법사들은 마력을 발현하고 배열하며 응용까지 마쳐야 마법 하나를 시전할 수 있다.

같은 마력을 사용하더라도 무기에 ‘발현’만 활용하면 되는 전사 계열은 시간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가져가는 것.

파티 구성에서 전사 계열이 전위를 맡고 마법사 계열이 후열을 맡는 구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가끔 전사 계열을 이기는 마법사들도 있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고속영창]이나 [메모라이즈] 등의 특별한 룬을 통해 단점을 대체할 수도 있고, [마력 방어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투 마법사들은 종종 일대일 결투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 사항.

해당 룬을 보유하지 않은 마법사 계열이 훨씬 많고, 또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전사 계열이 유리하다.

‘B급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심지어 상대는 B급 마법사 계열.

고위 홀더에 속하는 등급이긴 해도, 헨리의 현재 능력과 비슷하다.

그는 이번 투기장 결투를 위해 일부러 B급 승급을 하지 않았었다.

경기 기획자와 짜고, 역 배팅에 걸린 금액을 크게 먹기 위해.

세간에 알려지면 감옥에 끌려갈 중대 범죄지만, 안 걸리면 그만이었다.

-경기, 시작됩니다!

그리고 사회자의 말로 경기가 시작됐다.

헨리는 순간적으로 검을 뽑아들며 캐롤라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민첩성]을 활용한 폭발적인 움직임.

여기에 [드웨일 검법]이라는 레어 룬을 활용한다.

공격형 전사 계열 헨리가 주로 사용하는 콤보.

상대 마법사가 방어 마법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큰 타격을 입을 법한 급습이다.

‘멍청한! 바로 끝이다…!!’

헨리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상대 마법사에게선 한 줌의 마력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급습에 대비한 어떤 방어 마법도 펼치지 않고 있던 것.

이런 상태라면, 결투는 무조건 헨리의 승리였다.

“죽음으로.”

상대 마법사에게서.

그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말이다.

푸슈욱-!

콰하아-!!

“커, 헉…?!”

검은 마력으로 구성된 넝쿨이 순식간억 피부를 타고 와 심장을 찌른다.

회피 스킬을 쓸 틈도 없이, 반격을 할 겨를도 없이.

헨리는 그대로 공격에 당해버렸다.

저항하지 못한 채 쓰러지는 그.

이내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피 분수.

“…….”

즉사였다.

그리고.

열기로 가득 찼던 경기장에 고요가 찾아왔다.

마법사 계열 홀더.

아니, 홀더로 위장한 마법사 캐롤라인은…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투기장에 고요가 찾아온다.

참가자가 죽었다.

그것도 전투가 시작된 지 5초 만에.

물론 이런 류의 스포츠에서 참가자들의 실수로 혹은 주최 측의 안전 미흡으로 종종 사고가 일어나기는 한다.

특히 초인적인 힘을 보유한 홀더들끼리의 싸움에선 더더욱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아무리 위험한 요소를 내포한 스포츠라곤 해도, 결코 참가자들이 죽는 걸 전제하며 만들어지진 않았다.

적어도 지금 경기장 안에 있는 캐롤라인이라는 마법사는, 그러한 안전 수칙 따위를 전혀 무시한 채 전투를 진행했다.

함께 구경하던 김채은도 그걸 잘 아는지 당황한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재현아, 이거….”

“맞아. 사고가 아니야.”

캐롤라인은 힘 조절에 실패해 실수로 헨리를 죽인 게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저렇게 즉사할 수 없다.

그녀는 분명히 ‘상대를 죽일 의도’를 지닌 채 공격했다.

그리고 그 힘과 능력은…

결코 B급 홀더 수준이라고 볼 수 없었다.

-과, 관객 여러분.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최대한 상황을 파악한 후, 다시 경기를… 커억?!

갑작스러운 사고에 당황한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는다.

하지만 말을 전부 이어갈 틈도 없이 곧바로 사망했다.

경기장 안에 있던 마법사 캐롤라인.

그녀가 결계를 뚫고 탑 위의 사회자를 공격한 것이다.

난데없이 사회자까지 죽음에 다다르자, 고요하던 경기장 안은 삽시간에 혼란으로 물들었다.

“꺄, 꺄아아악-!!”

“주, 죽었어? 진짜 죽은 거야?!”

“결계가 뚫렸어…!!”

주변이 완전히 혼비백산이 된다.

사람이 두 명이나 죽었다.

그것도 사고가 아닌, 계획적인 공격으로.

사람이 죽는 걸 볼 일이 드문 일반인 관객들은 그 사실만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홀더 관객들이 경악한 점은 따로 있었다.

“마력 결계가 한 번에….”

“대체 저 검은 마력은 뭐지?”

경기장을 둘러싸던 다섯 장의 [마력 결계]가 순식간에 찢어졌다.

직접 현장에서 활동하는 그들은 마력 결계가 얼마나 견고하고 단단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고작 마법 하나로 무려 다섯 장이나 되는 결계가 뚫렸다는 게 믿기 힘든 얼굴이었다.

그리고 캐롤라인에게서 피어나는 검은 마력.

불길한 기운의 마력은 천천히 곳곳을 물들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경기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생소하기 짝이 없는 마력을 처음 보고 당황하는 홀더들.

하지만 개중엔 국제 정세와 홀더 계 흐름에 빠삭해서, 이를 재빨리 눈치채는 홀더들도 있었다.

“루덴아크! 루덴아크 학파다!”

“뭐? 루덴아크?” 

루덴아크 학파의 일원들이 쓰는 ‘검은색 마력’.

일전에 <이탈자의 방> 극초입에서 마주쳤던 마법사가 사용했었고, <버려진 연구소>에선 학파 간부였던 아퀼렌이 사용했었다.

루덴아크 학파의 절대방어 스킬인 [블랙 쉴드]의 근간이 되는 마력이기도 했다.

이미 국제 홀더 계에 루덴아크와 관련된 정보가 많이 퍼져 있었기에 이를 알아채는 홀더들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단순히 루덴아크가 아니야.’

저 검은색 마력은 분명 [어둠의 서약]을 통해 발현되는 루덴아크 특유의 마력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캐롤라인이라는 저 마법사가 루덴아크 학파인 건 아니다.

핏빛처럼 붉게 물든 그녀의 안광.

멀리서 살짝 튀어나온 게 보이는 송곳니.

경기장 밖에서도 느껴지는 강렬하고 익숙한 기운.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어떤 ‘특별한 종족’이었다.

“채은아. 최대한 방어적인 마법으로 시간 좀 벌어줄 수 있어?”

“응. 해볼게.”

내 부탁에 김채은이 굳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마법은 주로 상대를 공격하는 데에 집중됐지만, 방어 마법이 아예 없진 않다.

마력을 끌어올리며 다가올 공격에 대비하는 김채은.

경기장 관객들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또다시 결계가 뚫릴 것을 경계한다.

그 침착한 캐스팅을 지켜보던 나도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계약의 부름.’

저 멀리 잠들어 있던 계약자를 [소환]으로 불러온다.

대상은 리플리.

얼마 전 승급 심사에서 나와 특별한 약속을 하며, 형식적이던 계약의 틀을 깼던 뱀파이어 백작.

지금 상황엔 그녀가 필요했다.

“생각보다 일찍 불렀네?”

내게 불려온 리플리가 곧바로 말을 꺼낸다.

살짝 미소를 지은 채 날 보고 있는 그녀.

황성연과의 전투에서 [마력공유]를 몰래 썼던 앙금은 완전히 풀린 느낌이었다.

“리플리, 네 도움이 필요해.”

그러나 이 말엔 이마를 찌푸린다.

“너, 나 부를 때마다 그 말 하는 것 같아.”

“미안. 근데 이번엔 진짜야.”

나는 곧바로 투기장 내부를 가리킨다.

경기장 안에서 새로운 마법을 준비 중인 캐롤라인.

그런데 그 마력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역시 투기장 안에서 테러를 하는 게 목적이었는지, 아직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관객들을 향해 거대한 광역 마법을 준비 중인 그녀였다.

이를 따라 시선을 옮긴 리플리에게 묻는다.

“저 여자, 뱀파이어 맞지?”

뱀파이어.

캐롤라인이 짧은 시간 동안 보인 능력과 외관은 그동안 리플리에게서 봤던 부분과 유사한 면이 많았다. 

물론 리플리에 비해 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내용이 아닌 형식만 봤을 땐 비슷했다.

그리고 그 추측이 정확히 맞다는 듯, 리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캐롤라인 남작이네. 벨테인에서 방출 당한.”

“방출?”

“응. 동족 중엔 몰락한 귀족들이나 저렇게 방출 당하는 녀석들도 있거든. 뭐 하고 있나 궁금했는데, 저렇게 루덴아크의 개가 돼있을 줄은 몰랐네?”

역시 상대는 뱀파이어가 맞았다.

마법 한 번에 [마력 결계]를 꿰뚫길래 보통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귀족 작위까지 보유했던 뱀파이어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리플리는 단숨에 상황을 파악해냈다.

캐롤라인이 [어둠의 서약]을 통해 루덴아크의 힘을 쓰고있다는 것까지 캐치하고 있었다.

“근데 도재현. 저 안으로 들어가긴 어렵겠는데?”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리플리가 말을 꺼낸다.

“왜?”

“결계 부수는 건 시간 좀 들이면 하는데, 저 안의 캐롤라인 남작처럼 단번에 부수고 들어갈 순 없어. 저건 캐롤라인 남작만의 특수 능력이야.”

[마력 결계]는 물리력만으론 뚫을 수 없다.

마력 구조에 대해 깊이 파악하고, 뛰어난 이해력을 지니고 있어야 뚫어낼 수 있다.

그런데 캐롤라인이 결계를 뚫고 사회자를 죽인 건, 단순히 그런 지식의 문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리플리를 소환하면 단숨에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오산이었다.

“어떡하지? 이번엔 도움이 못 될 것 같은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리플리는 웃고 있다.

그녀에겐 이 모든 것들이 유희처럼 다가오는 걸까.

난감한 상황에 처한 내 모습이 재밌는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냥 내가 부수는 수밖에.”

“…아까 못 들었어? 나도 부수기 힘든 결계라니까?”

황당한 표정을 짓는 리플리의 말에 싱긋 웃는다.

“괜찮아. 방법이 없진 않거든.”

물론 캐롤라인처럼 빠른 시간 안에 결계를 부술 순 없다.

하지만 대략 10초.

김채은과 리플리가 방어 마법을 같이 펼치면 버틸 수 있는 시간.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결계 파괴. 이걸 결국 써먹는 날이 오네.’

[악귀의 저주] 룬에 파생스킬로 붙어있는 [결계 파괴].

워낙 마이너한 종류의 스킬이라 활용할 날이 올까 싶었는데 이렇듯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역시 성능 좋은 룬은 얻어둬서 나쁠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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