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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17)화 (317/353)

투기장 테러 (3)

[악귀의 저주] 룬은 저주속성 주술을 다루는 신성 계열 룬이다.

대상에게 둔화, 쇠약, 혼란 등의 상태이상을 걸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디버프 룬.

하지만 내 능력들이 워낙 다양해지고 홀더로서 수준도 급격히 올라가면서 그 효용성이 많이 떨어지게 됐다.

‘상태이상이 별로 의미가 없으니까.’

본연의 힘이 너무 강해져서 디버프가 큰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것.

디버프를 걸 시간에 먼저 다가가서 공격하는 게 더 빠르고 강하다.

이는 내가 [끓어오르는 늑대인간의 힘] 룬에 등록된 ‘하울링’ 스킬들을 주로 활용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어쨌든 [악귀의 저주]는 내 보유 룬 중에서도 7레벨로 유독 낮은 레벨을 갖추고 있다. 

‘그래도 에픽은 에픽.’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에픽 등급의 룬.

어지간한 10레벨 이상의 노멀룬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그중 하나가 파생스킬 [결계 파괴].

하급 결계는 완전히 무너뜨리는 게 가능하고, 중급 이상부터의 결계는 방금 캐롤라인이 한 것처럼 뚫고 들어갈 수 있다.

레벨이 오를수록 그 시간이 단축되는 건 당연지사.

7레벨의 [결계 파괴]는 정확히 10초 안에 오중 마력 결계를 뚫어냈다.

쩍- 쩌저적-

5개로 겹쳐진 [마력 결계]에 확실한 틈이 생겨난다.

[악귀의 저주]는 앞서 말했듯 주술을 다루는 룬.

즉, 마력이 아닌 신성력을 활용한다.

때문에 아무리 복잡한 구조식과 상급 마력석으로 구성된 [마력 결계]라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그 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애초에 마력으로 뚫어내는 게 아니니까.

“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그 광경을 지켜보던 리플리가 깜짝 놀라 묻는다.

안 그래도 능력이 다양한 내가 이런 기예까지 보이니 상당히 신기했던 모양.

아쉽게도 그 질문에 답해줄 시간은 없었다.

“파괴하라…!!”

뱀파이어, 캐롤라인 남작이 결계 안에서 언령을 읊는다.

아까부터 준비 중이던 광역 마법을 시전하는 것.

형태는 검은 마력의 창.

개수는 대략 스무 개를 넘어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쪽에서도 방어 마법을 준비 중이던 김채은이 소리친다.

“아이스 월! 더블! 얼티밋 프로스트!”

김채은의 주특기, [더블 캐스팅].

방어 마법인 [아이스 월]이 이중 시전을 통해 그 수를 늘린다.

경기장 중앙 내부를 완전히 가로막는 얼음의 벽.

거기에 김채은 [얼음 여왕의 왕관]에 내재된 스킬 하나를 추가로 사용했다.

그 어떤 고위 마법사도 흉내내기 힘든, ‘마법 3개 동시 시전’이라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덕분에 궁극스킬로 발현된 캐롤라인의 ‘검은 창’들은 대부분 벽에 가로막히며 타깃을 놓쳤다.

물론 그중 벽을 피해 날아드는 창들도 있었지만….

“윈드 월. 더블.”

남은 공격은 리플리가 맡아줬다.

그녀의 [벨테인 주문]과 [엘리멘탈 유저] 룬은 각각 20레벨.

방어 마법의 [더블 캐스팅] 정도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게 그녀였다.

“흐읍…!!”

나도 멍하니 구경만 하지 않았다.

[천하제일 경주마]를 활용해 전속력으로 [마력 결계]의 틈을 뚫고 돌진한다.

돌격은 잠깐이면 충분하다.

일정 거리 안에 들어오고, 내 시야에 캐롤라인이 잡혔을 때.

나는 성검을 꺼내들고 선언했다.

“쇄도하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왜곡의 그림자]를 활용한다.

어차피 지금은 던전이 아닌 현계.

밖으로 나온 상대 이탈자는 한 명.

궁극스킬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 죽음으…”

“늦었어.”

푸쉬익-!

당황한 캐롤라인의 말을 자르며 그대로 검을 긋는다.

순간적으로 검은 마력이 몰려와 어깨 주변에 [블랙 쉴드]를 만들었지만, 어둠속성에 있어 극한의 상성을 발휘하는 ‘성검’은 쉴드를 무참히 찢고 그녀의 어깨를 꿰뚫었다.

“아, 아아악…!!”

고통에 겨운 비명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이런 공격을 당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걸까.

캐롤라인의 눈빛이 두려움에 물드는 게 보였다.

“으으… 디멘션 워프!”

하지만 그녀에게도 최후의 보루는 있었다.

처음 이런 대형 테러를 계획했을 때부터 의심하긴 했지만, 역시나 자기 나름대로 빠져나갈 수단을 마련하고 있었던 모양.

[왜곡의 그림자]로 주변 마력 배열이 어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그녀의 주변에 마력이 새로 모여든다.

재빨리 성검으로 타격을 입혀 마법을 취소시키려고 했지만, 강렬한 마력의 기운과 재구성된 [블랙 쉴드]가 시간을 벌며 이를 막고 있었다.

이대로 둔다면 캐롤라인이 도망칠 수도 있는 상황.

‘방법이… 없진 않지.’

순간 머릿속에 그녀를 억류할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중 선택한 건 하나.

최근에 새로 획득한…

이제는 죽고 없는 황성연의 능력이었다.

“죽음이 닿은 땅으로 입장하라.”

[어둠을 삼킨 검] 룬의 궁극스킬, [경계의 속박].

발을 디딘 땅 근방에 폭발적인 마력을 방출해 타깃으로 삼은 대상의 뒷면으로 쏘아낸 후, 그대로 대상을 잡아 끌어 땅에 속박하는 스킬.

그리고 이내 17개의 마력검을 만들어 대상에게 추가타를 꽂아넣는 스킬.

비록 제압용이기에 상대를 죽일 순 없지만, 그 제압 능력이 최고 수준에 가깝다.

내가 황성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능력이자, 어지간한 실력자들도 막아내기 힘든 사기적인 힘이었다.

“끕, 끼아악-?!”

캐롤라인이 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디멘션 워프]라는 특수한 능력을 통해 달아나려던 그녀는 순식간에 발이 묶인 채 땅으로 넘어졌다.

이미 마력이 모두 모여 스킬이 발동되기 직전이었지만, [경계의 속박]이 지닌 더 강렬한 기운이 스킬을 취소시키고 그녀를 무너뜨린 것.

여기에 17개의 마력검이 추가로 쏟아졌다.

“끄, 읍…!!”

이젠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 캐롤라인.

[경계의 속박]이 상대를 죽이지 못하고 제압만 하는 스킬이라 그렇지, 만약 그런 조건이 없었다면 그녀는 이미 즉사했을 것이다.

대신 [경계의 속박]은 그 제압을 극대화한 스킬.

땅에 눕혀진 캐롤라인은 마력검에 속박된 채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야 좀 얌전해졌네. 왜 이렇게 질긴 거야. 뱀파이어라 그런가.”

[왜곡의 그림자]와 [경계의 속박].

무려 ‘전설급 룬의 궁극스킬’을 2개나 사용했다.

비단 캐롤라인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최상위 홀더들도 버텨내기 힘든 스킬 콤보.

강력한 능력들을 연달아 쓴 만큼, 정말 순식간에 그녀를 제압할 수 있었다.

‘…조건이 좋았네.’

테러는 갑작스러웠지만, 전투 구도는 내게 좋았다.

일단 상대가 방어가 어려운 마법사 계열 홀더라는 점.

그리고 던전을 벗어난 이탈자이기에, 원군이 오기 어렵다는 점.

그런 이점들을 이용해 내가 지닌 최고의 스킬들을 망설임없이 사용했다.

덕분에 30초도 안 된 시간에 남작급 뱀파이어를 제압할 수 있었다.

“끄, 읍-!!”

“발버둥 치지 마. 곧 널 데려갈 사람들이 올 거니까.”

루덴아크 학파의 현계 총공격 실패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새로운 이탈자.

그 이탈자가 특수 사령인 뱀파이어라는 점과 [어둠의 서약]까지 맺어 검은 마력을 쓸 수 있다는 점.

당장 드러난 상황만으로 추궁해야 할 사실들이 꽤 많았다.

캐롤라인 남작은 이대로 국제 홀더 협회에 끌려가 심문을 받게 될 것이다.

“재현아…!”

그렇게 상황이 종료된 후.

저 멀리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달려오는 김채은.

얼핏 보니 고위 홀더들과 소통하며 경기장 안 관객들을 잘 대피시키고, 주변 정리를 마치며 안으로 온 것 같았다.

내가 무조건 캐롤라인을 이겼을 거란 확신.

그리고 안전을 중시하는 홀더 의식에서 나온 판단.

그녀도 이제 어엿한 한 명의 A급 홀더였다.

“도재현,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옆에선 리플리가 다가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30초도 안 된 시간에 결계를 뚫고 들어가 남작급 뱀파이어를 제압한 광경에 어이가 없는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녀를 향해 싱긋 웃었다.

“네 주인.”

“…….”

그렇게 투기장 테러는 깔끔히 진압됐다.

* * *

-뉴욕 시민들 공포에 떨게 한 투기장 테러, 루덴아크 학파의 소행?

-이제 미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경계를 훨씬 강화해야…

-한국의 영웅 도재현, 이번엔 미국과 뉴욕을 구하다! S급 홀더가 된 이후 첫 번째 행보.

-국제 홀더 협회장 빌 클라크, “도재현에게 감사패와 사례금 수여할 예정.”

충격적이었던 투기장 테러 사건이 마무리됐다.

홀더 1명과 일반인 1명이 죽는 참사가 있었지만, 나와 다른 홀더들이 후속 처리를 깔끔하게 한 덕에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망한 피해자들이 투기장 승부조작에 연루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피해자들을 마냥 동정하는 시선도 어느 정도 사라진 모양이다.

어쨌든 뉴욕에 와 즐기려던 계획이 모두 어그러져버렸다.

“헤헤. 난 괜찮아.”

“진짜?”

“응! 사람들 안 다치는 게 더 중요하지. 우린 사흘 정도 시간이 더 있잖아.”

다행히 김채은은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로 사건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불가항력이었던 일이고, 또 루덴아크 학파의 꼬리를 찾아낸 중요 사건이라서 더 진중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정말 의외로.

좋은 소식도 있었다.

“둘이 사귄다고?!”

“…야, 조용히 좀 말해라.”

“와, 박진우 뭐야 대체? 언제 그런 용기가 다 생겨서 고백을 했어?”

“…….”

그 질문엔 말없이 머리를 긁적이는 박진우.

박진우답지 않은 그 모습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녀석과 카밀라가 사귀게 된 건 경사였다.

야심차게 계획한 뉴욕 더블 데이트가 무산돼 아쉬웠는데, 이런 결과라면 더없이 축하해 줄 일이었다.

“오케이. 클랜 마스터로서 명한다. 휴가 기간 동안, 카밀라랑 아주 신나게 놀고 와라. 이제 막 사귀어서 깨가 쏟아지겠구만.”

“뭐라는 거야. 휴가는 내가 신청했는데, 왜 생색은 네가 내?”

“내가 사랑의 오작교잖아, 임마. 좋은 게 좋은 거지.”

어쨌든 그렇게 박진우에게도 내게도, 의미가 꽤 깊은 뉴욕에서의 첫째날이 지나갔다.

다음 날.

나와 김채은은 겉으로만 봐도 엄청난 규모의 빌딩 안으로 들어섰다.

예상컨대 맨해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은 클랜 타워.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자, 호화로운 환대가 우릴 맞이했다.

“어서오십시오, 도재현 홀더.”

본격적인 둘째날의 클랜 업무.

<자유의 날개> 클랜 및 리암 헨드릭스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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