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31)화 (331/353)

준비 (3)

-도재현, 또 한 건 해냈다! <벨테인>과 루덴아크 학파의 상관관계.

-테르멘과 뱀파이어? 도재현이 밝힌 루덴아크의 추가 전력….

-홀더 협회장 권영훈, “시일 내로 재공략에 들어가겠다.”

본격적으로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내가 <벨테인>을 공략하며 알아냈던 모든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갑자기 이걸 왜?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사실 이건 미리 권영훈과 이야기를 나누며 합의됐던 내용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이탈자의 방> 제7구역부터는 공략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

복잡한 마력 함정들도 많고, 상대하는 괴수들의 수준도 높아진다.

즉, 공략에 필요한 고위 홀더들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연합군 병력 말고도 추가로 홀더들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뜻.

‘하지만 못 모을 가능성이 있지.’

<이탈자의 방>은 의무 공략 던전이 아니다.

당연히 홀더들의 참여 여부도 개인의 자유다.

그리고 자유가 주어진 상태에선, 홀더들은 어지간하면 위험한 곳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어차피 그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데, 굳이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당장 ‘재난 괴수’ 같은 상황만 봐도 그렇다.

사명감을 지니고 시민들을 구하려는 홀더들보다, 남일처럼 여기며 지원하지 않는 홀더들이 훨씬 많다.

아마 저자세로 나가며 모으려 들면, 원하는 인재들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권영훈과 나는 고민 끝에 해결책을 찾았다.

“아예 정보를 풉시다.”

“언론에요?”

“예. 아마 지금까지 이탈자의 방 공략에 참여하지 못한 클랜이나 무소속 홀더들은 아쉬움을 삼키고 있을 겁니다. 홀더 계 역사에 남을 공략에 기라성 같은 홀더들이 참여하는데, 정작 자신들은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 점을 노리는 겁니다.”

즉, 우리가 나서지 말고 그들이 오게 만들자.

그게 권영훈의 주장이었다.

어차피 <이탈자의 방> 공략엔 무수히 많은 홀더들이 필요하고, 그들을 활용하기 위해선 결국 내가 찾아낸 정보들을 모두 공유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리 정보를 풀자!

테르멘, 뱀파이어, 루덴아크 학파….

홀더 계에 역사로 새겨질 이들의 이름을 듣고, 홀더들이나 중소 클랜이 할 생각은 하나일 것이다.

-나도 그 역사에 이름 한 줄 새기고 싶다!

돈이 홀더들의 동기가 될 수 없다면, 다른 종류를 동기로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그걸 위해 미리 정보를 풀자는 게 우리의 계획이었고, 이는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실행됐다.

‘…짬밥은 그냥 먹는 게 아니구나.’

나는 이 계획을 듣고 실행하면서 감탄했다.

처음의 난 어떻게든 연합군 내부에서 이 정보를 나누며, 기존 병력 안에서 공략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결국 던전을 발견한 것도, 공략의 주체도 우리였으니까.

하지만 권영훈은 그 범위를 아예 넓혀버렸다.

어차피 개인의 영달이 아닌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해결할 문제라면, 굳이 내부 전력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아마 저번 루덴아크 학파의 ‘현계 침공’ 당시, 미국 <자유의 날개> 클랜을 끌어들인 것도 비슷한 이유였겠지.

홀더 협회의 협회장이라는 그의 결단력과 대승적인 마음가짐이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번 공략의 실질적 총괄은 도재현 홀더가 맡게 될 겁니다.”

“…예?”

분명 내가 제안을 하러 간 건데, 권영훈은 역으로 제안을 꺼내들었다.

“혹시 저번에 클랜들끼리 합의했던 내용 기억하십니까? 제7구역 공략에 관해서 말입니다.”

“순번을 정해서 공략하기로 했던 거요?”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일주일씩 나눠서 공략을 진행하려 했는데, 공략 과정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5일로 축소가 됐었습니다.”

“그럼….”

“예. 4번째로 공략 순번을 정했던 이블 헌터의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나흘 뒤면 이블 헌터의 순번일 겁니다.”

즉, 제7구역의 공략 선발대가 <이블 헌터>.

그 클랜의 마스터가 나이기에 총괄은 나.

그런 결론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럼 5일이 지나면 다른 클랜들은 어떡하시려고요?”

“그때부턴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니 재논의를 해야죠. 순번 논의는 어디까지나 공략이 어려워 만든 결정이지, 공략이 진행된 이후 내용은 아니지 않습니까?”

권영훈의 말은 궤변 같으면서도 묘하게 합리적이었다.

어쨌든 제7구역 공략의 선발대 총괄은 나와 <이블 헌터> 클랜이 맡게 됐다.

그리고.

<용병 모집 공고 / 이블 헌터>

-이탈자의 방 공략에 참여할 홀더 분들을 모집합니다.

본 공고는 클랜 부문과 개인 부문으로 나뉘어 모집되며, 한국 홀더 협회에 등록된 클랜과 홀더 분들이라면 누구든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공략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서류와 면접 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이블 헌터 클랜 홈페이지와 아래 세부 공고 부분을 확인하여 주십시오.

공략을 향한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 * *

나혜린은 한국의 마법사 계열 A급 홀더다.

소속 클랜은 없음.

무소속이다.

사실 처음부터 무소속이었던 건 아니다.

그녀는 아카데미를 졸업하자마자 <로열> 클랜에서 3년 간 신입으로 활동했었고, 그러다 클랜 생활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때문에 그 이후 바로 클랜을 뛰쳐나와 무소속 홀더로 활동을 시작했다.

다행히 A급 홀더가 될 정도의 실력자는, 어딜 가더라도 밥 굶고 살지는 않는다.

마법사 계열인 그녀의 특성상 파티와 공격대에서 그녀를 부르는 일이 잦았고, 나혜린 역시 자신의 장점을 살려 핵심 딜러로서 무수히 많은 사냥에 참여해왔다.

그렇게 쌓인 무소속 홀더로서의 수많은 경력.

그 덕분에 이젠 주변에 알 만한 홀더들은 다 아는, 나름 무소속 계의 유명 홀더가 돼 있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열렬히 기다리고 있는 게 있었다.

“113번 지원자?”

“네, 접니다!”

대기실 직원이 부르는 목소리에 나혜린이 손을 번쩍 들었다.

지금껏 이 정도로 들뜨며 면접에 임했던 건, 20대 초반 <로열>에 가입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유독 오늘은 떨리면서 즐거운 마음이 컸다.

나혜린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뱀파이어! 뱀파이어 공략이라니.’

<이블 헌터>와 도재현이 최근에 낸 공식 성명문.

루덴아크 학파엔 테르멘과 뱀파이어라는 추가 전력이 있고,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용병 홀더들을 모집할 계획이다-.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큰 파장을 일으킨 이 성명문은, 자연히 나혜린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줬다.

그도 그럴 게, 뱀파이어는 나혜린이 예전부터 맞닥뜨리고 싶던 전설 속 괴수였기 때문이다.

‘상징 마법… 딱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뱀파이어는 마법사 계열 홀더들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괴수 중 하나다.

일단 기본적으로 마법에 대한 조예가 대부분 깊은 데다가, 주문법 자체도 독특한 방식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남작급만 되도 초고위 마법사라 불리는 게 바로 뱀파이어들.

게다가 ‘상징’이라는 독특한 힘까지 사용한다. (사실 상징 마법은 대중에 널리 알려진 내용은 아니고, 나혜린이 워낙 뱀파이어에 관심이 많기에 찾아낸 정보였다.)

호기심 많은 마법사 계열 홀더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어쨌든 그런 뱀파이어를 볼 수 있는 기회.

혹은 사냥까지도 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잘만 하면….

‘도재현 홀더님의 리플리 백작을 볼 수도 있고!’

혹여나 같은 팀에 배정돼 그의 계약자를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무려 백작급 뱀파이어가 도재현의 신규 계약자라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홀더 계가 얼마나 충격에 빠졌었는지 모른다.

특히 S급 홀더 심사 때 딱 한 번 그 엄청난 위력이 발현됐다는데… 나혜린은 그 마법이 도대체 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어쨌든 그런 기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이번 <용병 모집 공고>에 고민도 하지 않고 신청을 한 상태였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유은설 선배님] 기회 되면 신청해 봐. 파문 공격대 때는 혜린이 너도 일정이 안 맞아서 못 했잖니.

무소속 홀더 계의 신화.

한때 나혜린의 동료이자 우상이었던 선배.

S급 홀더 유은설이 그녀에게 이번 용병 모집 신청을 권했기 때문이다.

사실 유은설은 몇 달 전 <울펜서> 공략 당시에도 나혜린에게 공격대 참여를 권했었다.

그녀가 워낙 실력 있는 홀더에 독특한 마법의 소유자라는 걸 알았기 때문.

하지만 당시엔 나혜린의 개인 일정이 맞지 않아 신청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돌아온 이번 모집.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신청서를 냈다.

그런 이력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도 있었다.

어쨌든 나혜린 역시, 요즘 들어 ‘국내 최고의 홀더’라고 칭송받는 도재현과 함께 일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니까.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면접은 3명씩 진행됩니다.”

안내 직원의 말에 나혜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들떠있는 상태긴 하지만, 그렇다고 면접에 긴장을 하는 건 아니었다.

나혜린은 자신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개인 부문에 지원한 무소속 홀더들 중, 그녀만큼 뛰어난 실력자는 단언컨대 없었다.

아무리 긴장을 해도 떨어지는 게 이상한 수준이었다.

“……?”

…분명 그랬을 일이다.

나혜린이, 자신의 옆으로 와 앉는 또 다른 지원자들을 보기 전까진.

“안녕하십니까, 도재현 홀더님. 이번 용병 모집에 신청한 무소속 홀더, 111번 지원자 박지환이라고 합니다.”

“112번, 김명현입니다.”

…아니.

이 사람들이 대체 여기 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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