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33)화 (333/353)

제7구역 - 오래된 쉼터 (1)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

내가 S급 홀더 승급을 마치고, 유럽으로 넘어가기 직전.

나는 <이블 헌터> 클랜 내부 인사 정리에 관한 대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부마스터인 스승님과 기획팀장 한상진, 스카우트 팀장 윤재호 등이 모여 진행한 간부 회의.

그 핵심 사항은 역시 각 팀에 따른 부서 배정이었다.

“사냥팀은 일전에 구성했던 임시 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기획팀장 한상진은 미리 구상이 끝난 계획안을 꺼내들었다.

“1팀부터 5팀까지의 구성은 동일합니다. 향후 신규 팀이 추가될 순 있겠지만, 현 전력 안에선 5팀의 구성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네. 팀은 클랜원 추가 모집 이후에 더 만들면 됩니다.”

내가 가볍게 긍정하자, 한상진이 이후 계획안을 계속 읊었다.

“대신 팀장 배정에 변동이 생겼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부마스터 유은설 홀더님의 인사 이동입니다.”

그 말엔 스승님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이미 어느 정도 전달이 됐던 부분인 모양이다.

“사실 일정이 급했던 임시 사냥팀이라 팀장을 맡으셨던 거지, 다른 어떤 클랜을 둘러봐도 부마스터가 사냥팀장을 맡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건 그렇죠.”

“그래서 부마스터께선 일반 사냥팀의 인사 배정에서 벗어나시고, 새로이 생겨나는 직속 사냥팀의 팀장을 맡으셨습니다.”

“직속 사냥팀이요?”

“그렇습니다.”

한상진이 차분하게 계획안을 넘기며 설명을 이었다.

“제6구역 공략이 끝난 뒤, 클랜원 문가은 홀더님을 필두로 몇몇 홀더들의 특수 사냥팀 창설 요청이 있었습니다.”

“가은이가요?”

“예. 요지는 파견 클랜원들을 중심으로 한 특수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입니다. 파견 클랜원들은 언제 클랜을 떠날 지 알 수 없기에, 정규 팀에 배정되면 이탈 시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해당 클랜원들의 등급과 수준이 높아 그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당장 문가은과 강주연은 내게 절대 <이블 헌터>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일단 내가 장인어른과 약조한 형태는 일정 기간의 파견 클랜원이니까.

거기에 언제 또 클랜 간 협정이 바뀌어 복귀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에 대비한 특수 사냥팀의 생성.

납득이 가는 요청이다.

“근데 제 직속 팀이라는 건 뭐예요?”

“마스터께선 기본적으로 사냥팀의 인사 배정에서 벗어나시지만, 모든 클랜원 중 가장 활발한 사냥 활동을 하시는 홀더입니다. 따라서 그런 마스터를 프리 롤 팀원으로 두고 특수 활동을 지향하는 팀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의견에서 나오게 된 게 직속 사냥팀입니다. 즉, 마스터 또한 해당팀의 프리 롤 팀원으로 들어가시는 거죠.”

파견 클랜원인 강주연(불의심판), 문가은(로열), 이유찬(용광검로) 등을 비롯해 몇몇 임시 클랜원들(왜인지 모르겠지만 김채은도 이 팀에 포함된다고 한다), 그리고 클랜 마스터인 나를 포함한 사냥팀.

여기에 팀장은 마찬가지로 인사 배정에서 벗어나는 부마스터 유은설.

창설이 확정된다면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는 팀이었다.

“혹시 가은이랑 주연이한테 압력 받았어요?”

“…절대 아닙니다.”

다만, 그 창설 요청이 정말 그 의도일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의도 자체는 좋았기에 나는 직속 사냥팀의 창설을 허용했다.

“참고로 박진우 팀장도 이 직속팀에 배정되길 희망했었습니다.”

“그건 절대 안 되죠. 진우는 이미 팀장 감인데.”

“예. 그래서 일찌감치 기각했습니다.”

“잘하셨어요.”

박진우는 <파문 공격대>의 부공대장부터 임시 사냥5팀의 팀장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리더십과 파괴적인 전투력을 꾸준히 증명해왔다.

이미 팀장급 인사인 그를 팀원으로 배정하는 건 인력 낭비였다.

‘…직속 사냥팀도 인력 낭비긴 하지만.’

스승님과 나.

그리고 김채은, 강주연, 문가은, 이유찬.

당장 정해진 팀원만 S급 2명에 A급 4명이다.

사실상 클랜의 가장 핵심 전력이라고 봐도 무방한 소수 정예 팀이었다.

“어쨌든 사냥팀은 1팀부터 5팀까지 그대로 존속됩니다. 팀원은 어느 정도 변동이 있었지만, 팀의 배열 역시 임시 팀 시절과 비슷하게 구성했습니다.”

즉, 2팀에서 5팀까지의 구성은 유지된다.

팀장 유은설이 이탈하게 된 1팀만이 큰 변동이 있었다.

“그럼 1팀 팀장은….”

“최근 A급 홀더로 승급한 윤지아 클랜원을 내정 중입니다. 마스터께서 허락만 하시면 그대로 진행됩니다.”

이번엔 스카우트 및 인사 팀장인 윤재호가 말을 꺼냈다.

윤지아.

나와 <안티 빌런> 써클을 함께했던 1년 선배.

국내 3대 클랜 <불의 심판>의 기대주 타이틀을 내던지고 우리 클랜으로 이적한 홀더였다.

워낙 잠재력이 뛰어난 탓에 최근 A급 홀더로 승급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녀가 프로 홀더 1년차라는 걸 고려하면 엄청난 성과.

하지만 ‘1년차’라는 말이 설명해주듯, 리더 경험이 부족한 홀더이기도 했다.

“아직 팀장을 맡기엔 이르지 않나요?”

“저희가 박진우 클랜원을 처음 팀장 자리에 건의했을 때도 마스터께서 그런 말을 하셨었죠.”

한상진이 살짝 웃음을 지으며 나를 봤다.

“충분히 잘 해내실 겁니다. 마스터께서 확신을 갖고 영입한 클랜원이지 않습니까.”

“음….”

“그리고 저는 이러한 인사 배정이 저희 클랜의 컬러와도 잘 맞다고 봅니다.”

그 말에 내가 눈을 살짝 떴다.

“클랜 컬러요?”

“예. 실력 있는 클랜원이라면 누구든 높은 자리를 가져갈 수 있는 기회의 땅. 신생 클랜인 저희 이블 헌터가 보유한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렌디 클랜의 느낌을 낸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실력 있는 홀더들은 누구나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경험 많은 홀더들 또한 나름의 대우를 받는다.

신구 조화가 적절하게 배합된 클랜.

그렇다고 클랜 명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서, 국내 3대 클랜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생 클랜.

이런 점들은, 클랜 가입을 고민하는 고위 홀더들에게 큰 메리트가 될 수 있었다.

“좋습니다. 윤지아 클랜원을 사냥1팀 팀장에 선정하겠습니다.”

“예!”

가장 중요한 안건이었던 사냥팀 인사 배정이 끝이 났다.

그리고 한상진은 뜸을 들이며 나를 봤다.

“그럼 이제….”

“예, 다목적 R&D 부서 개설에 대해 이야기하죠.”

두 번째 안건, 신규 부서 창설.

이건 내가 한상진에게 직접 제안한 안건이었다.

* * *

연합군은 <죽음이 닿은 땅>을 넘어, 새로운 구역으로 입장했다.

제7구역은 이전까지의 구역에서 느꼈던 음습한 기운이 전혀 없었다.

즉, 루덴아크 학파의 주 전력이라고 볼 수 있는 ‘언데드’가 없는 구역인 것.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구역이다.

‘…그렇다고 방심할 순 없지.’

언데드가 없다는 건, 그에 준하거나 윗단계의 괴수 혹은 적응자가 구역 내에 있다는 뜻이다.

[‘오래된 쉼터’에 발을 디딥니다. 웅장한 기세와 잔혹한 형벌이 곳곳의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속력과 내구가 크게 하락합니다.]

[‘명경지수’ 룬의 특별한 힘이 대상의 맑은 정신을 유지하게 합니다. 어떠한 저주나 상태 이상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제7구역의 명칭은 <오래된 쉼터>.

구역 이름과 디버프의 성향을 봤을 때, 아마도 테르멘의 전사들이 머물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실제로 구역 공략을 시도했던 3대 클랜은 하나같이 ‘테르멘’으로 추정되는 적응자들을 목격했다고 보고했었다.

<오래된 쉼터>는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속력과 내구를 떨어뜨리는 강렬한 효과의 디버프가 구역 내에 퍼져 있다.

[명경지수]로 구역 효과를 완전히 무시한 나와는 달리, 연합군 인원 중 대부분이 디버프에 눈살을 찌푸리는 게 보였다.

그게 끝이 아니다.

[마력 함정 ‘블러드 드레인’이 구역 내에 발동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쉼터’에 발을 디디고 있는 한, 체내의 피가 조금씩 땅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마력 함정 ‘상징의 제단’이 구역 내에 발동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쉼터’에 발을 디디고 있는 한, 마력 배열에 특이점이 생겨 정상 운용이 어려워집니다.]

[마력 함정 … … ]

시야를 가득 메우는 디버프 정보창의 향연.

이게 전부 <오래된 쉼터> 하나에 걸려있는 디버프들이다.

아무리 포션을 먹고 신성 계열 주문으로 해제를 해도 모든 디버프를 벗겨낼 수는 없다.

애초에 [상징의 제단] 같은 디버프는 신성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함정이었다.

‘명성대로구만.’

괜히 제7구역이 난공불락의 구역으로 불린 게 아니다.

각종 함정과 디버프는 기본에 나타나는 괴수나 적응자들의 수준은 A급을 가볍게 넘어가니, 어지간한 준비로는 공략을 시도하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최아린 홀더.”

“네, 마스터.”

제7구역 공략을 선언한 지금의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 끝나 있다는 이야기였다.

“연합군 인원들에게 설명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정식 클랜원으로 영입된 이후.

최아린은 날 마주칠 때마다 깍듯이 마스터로 대했다.

처음 최유민을 통해 만났을 땐 약간 말괄량이 같은 느낌도 났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다.

아마 원작에서 성장한 최아린을 만났다면, 딱 이런 차가운 느낌을 내지 않았을까?

사실 그녀의 이런 변화는 <버려진 연구소>에서 구출 이후로 생겨났는데… 정확히 어떤 점이 계기가 되어 그녀를 이렇게 변화시킨지는 모르겠다.

“이블 헌터의 최아린입니다.”

그렇게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최아린이 연합군의 가장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법가방에서 한 아이템을 꺼낸다.

고목과 각종 마력재료로 만들어져 있고, 가장자리엔 큼지막한 마력석이 각기 네 개 박혀 있는 아이템.

생긴 건 정확히 ‘나무 팻말’처럼 생긴 마도구였다.

“모두 작전이 시작되기 전, 이 아이템을 지급받으셨을 겁니다. 지금부터는 각자 순번에 맞게 해당 아이템을 구역 내 지점마다 설치해주시면 됩니다. 이 아이템은 일정 영역의 마력 흐름을 교란시켜, 해당 장소에 설치된 마력 함정을 무효화할 수 있는 마도구입니다.”

짧은 설명에 연합군 인원 대부분이 당황했다.

“그런 아이템이 있다고?”

“그럼 공략 난이도가 확 낮아지겠는데?”

굳이 최아린에게 이 설명을 부탁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설명하는 마도구 [교란의 팻말]을 비롯해, 앞으로 사용할 모든 마도구의 활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그녀이기 때문.

그리고 그와 더불어, 그녀가 이 아이템의 ‘공동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아이템 정보>

◎이름: 교란의 팻말

◎종류: 특수 (장비+마도구)

◎등급: 에픽(Epic)

◎제작자: 강동욱, 최아린, 최유민, 이현호, 손창민, 김재열 … … 

‘역시, 팀을 만들길 잘했어.’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특수 클랜원 모집 기간 동안, 나는 ‘신입생 3인방’만 영입했던 게 아니다.

아카데미 특수 계열에 재능 있는 학생 홀더들을 대거 영입했었고, 홀더 계에서 꽤 이름을 날리는 대장장이와 연금술사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최근 현역 은퇴를 선언한 강동욱 교수의 영입까지.

그들이 하나로 모여 구성된 <이블 헌터>의 ‘R&D팀’.

이들이 공동 연구를 진행하니, 단기간에 엄청난 결과물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다음으로 활용할 마도구를 설명하겠습니다. 보급품 중 연갈색 물약을 확인해주십시오.”

그리고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며, 똑 부러지게 설명을 하고 있는 최아린.

그녀는 <이블 헌터>의 신규 클랜원이자, 신생 R&D팀의 팀장으로 파격 임명된 클랜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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