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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34)화 (334/353)

제7구역 - 오래된 쉼터 (2)

<이블 헌터> R&D팀은 부서 개설 시작부터 큰 활약을 했다.

[교란의 팻말]은 구역 내 지점마다 마력 함정들을 차례로 없애는 역할을 했고, [멘탈 포션]은 일시적으로 정신 수치를 향상시켜 저주와 상태이상에 저항하는 효과를 줬다.

그 외에도 각종 장비 및 마도구들이 <오래된 쉼터> 공략의 초읽기 과정이 돼주었다.

R&D팀은 약 한달 전부터 개설을 시작했고, 멤버들 역시 그 시점에 모았었는데… 사실 고작 한달 만에 이 정도 성과가 나왔다는 게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최아린에게 듣기론 팀원들이 미리 개별 제작해뒀던 아이템도 있고, 팀이 구성되고 나서 공동 제작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급 물품 중 공동 제작이라고 적혀 있는 건 전부 후자의 경우라고.

‘어느 쪽이든 대단하네.’

개별 제작이든 공동 제작이든 둘 다 대단하다. 

역대 최고 난이도의 공략 지역으로 예상되는 <오래된 쉼터>.

이 정도 구역을 공략하는 데에 실효성이 있는 아이템을 제작했다는 것만으로, <이블 헌터> R&D팀의 천재성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역시 재능 있는 사람들을 모아두면 뭔가 나오긴 하는 모양이다.

“최아린 홀더, 고생했어요.”

“네, 마스터. 안전하게 돌아오세요.”

모든 지급품의 설명과 사용법을 가르친 최아린이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녀는 <오래된 쉼터> 초입에 곧 세워질 베이스 캠프로 간다.

마력함정도 모두 제거했고, 근처엔 적응자들이 없는 상황.

그리고 공략 과정은 구역마다 연결되고 있다.

따라서 협회장 권영훈을 비롯해 협력 클랜들의 수뇌부들은 <오래된 쉼터> 초입에 새로운 베이스 캠프를 세울 예정이었다.

앞으로 <이탈자의 방>에 얼마나 더 많은 구역이 있을진 모르지만, 추가 전력도 거의 다 공개된 만큼 슬슬 막바지에 이르렀으리라.

이번 베이스 캠프가 <이탈자의 방> 공략 연합군의 최종 근거지가 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최아린이 베이스 캠프로 돌아간 후.

연합군은 마도구들을 활용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궁수 부대는 교란의 팻말 활용과 정찰을 번갈아가며 진행합니다. 탐색 도중 개인의 능력을 활용하는 건 괜찮지만, 결코 위험해질 수준까지 가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의 목숨은 곧 연합군의 목숨입니다.”

“예!”

부대원들은 연합군 사령관인 내 지시에 철저히 따랐다.

학생 홀더, 아직 프로 경력도 없는 새내기-.

그런 타이틀들은 더 이상 날 옭아매지 못했다.

그간 내가 쌓아온 홀더로서의 경력이 너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던전 공략 경험, 국내 최고 수준의 공격대 창설, 3대 클랜의 아성을 넘볼 신규 클랜 창설, 개인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 S급 홀더까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업적들을 단기간에 쌓아왔다.

덕분에 내 명령에 대한 부대원들의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암살자 부대는 적들 중 뱀파이어가 나타나면 가장 먼저 움직입니다. 사전 회의에서도 미리 말했지만, 뱀파이어들은 일반 마법보다 강력하고 시전 속도가 빠른 상징 마법을 사용합니다. 그 공격이 닿기 전에 미리 선제 공격을 취해야 합니다.”

“예!!”

아직까지 제7구역에서 뱀파이어가 발견된 적은 없다.

하지만 공략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고, 또 루덴아크 학파에서 추가로 병력을 파견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모든 상황에 대비해 공략을 준비해야만 했다.

그리고 대략 20분쯤.

팻말 설치와 정찰을 겸하며 한참을 이동했을 때.

궁수 부대의 총괄을 맡은 4팀 팀장 김아름이 다급히 다가와 보고했다.

“마스터! 전방에 다수의 적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침착하게 되물었다.

“수와 종류는?”

“수는 너무 많아 파악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종류는….”

김아름이 숨을 한 번 몰아쉬고 말을 잇는다.

“테르멘 전사와 뱀파이어. 마스터께서 말씀하신 추가 전력이 모두 모였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오래된 쉼터>는 루덴아크 학파가 끌어온 ‘외부 병력’의 집결지였다.

나는 김아름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계약의 부름.’

내 계약자 중 가장 빠른 돌파력을 지닌 녀석을 소환한다.

찬란한 은빛 갈기와 늠름한 자태를 자랑하는 제이텐.

녀석의 안장에 가볍게 올라탄 후, 나는 성검을 들어 소리쳤다.

“전군, 진격!”

본격적인 공략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한다미는 <석양의 꽃> 클랜 소속, B급 전사 계열 홀더다.

여자 홀더 중에선 꽤 드물게 공격형이 아닌, 방어형(탱킹형) 전사 계열의 길을 걷는 홀더.

<이블 헌터> 클랜원을 예시로 들면 카밀라 플로레스와 유사한 형태의 홀더다.

그런 그녀는 지금.

한손검과 방패를 들고 무아지경으로 적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

“읏… 또!! 철벽수비!”

적군의 전사(사전 회의에 따르면 ‘테르멘’이라고 불리는 전사) 한 명이 알아먹기 힘든 괴성을 내지르며 다가온다.

분명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언어가 달라 파악할 수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코앞까지 위기가 다가왔다는 것.

틈새를 찌른 급습에 한다미는 아껴뒀던 [철벽수비] 스킬을 사용했다.

카앙-!!

카그그-.

“흐읍…!!”

“----!!”

단단한 수비에 이어, 빠른 반격을 이어간다.

레어 등급의 무공룬, [달튼 검법].

한손검인 브로드소드를 활용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검법이었다.

그리고 적 테르멘 전사의 어깻죽지에 검을 찔렀을 때.

“…아.”

한다미는 자신의 공격이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푹- 하고 찌르는 소리는 나지만, 상대의 기세에서 전혀 타격이 없다는 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테르멘의 전사들은 ‘의지’라는 특별한 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급 이상의 전사들은 에픽룬으로 분류되는 자신만의 고유한 의지를 보유하고 있고, 중하급 전사들은 서로 중복되는 형태의 의지를 보유하고 있죠. 그리고 그중 가장 흔한 형태의 의지가 바로 ‘강철의 의지’입니다.

강철의 의지.

신체 내구도를 급격히 상승시키고, 방어 관련 룬의 위력을 높이는 의지.

한다미가 방금 상대한 전사는 아무래도 이 [강철의 의지]를 보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 명 한 명이 뭐 이렇게 강한 거야!’

원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테르멘 전사들은 강했다.

중하급 전사들만 해도 A급 괴수 수준이라는 건 사전 회의에서 미리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의지’라는 능력과 전투 센스가 더해지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한 명을 상대하는 것만으로 벅찬 수준이었다.

‘칫… 너무 쉽게 생각했어.’

처음 <석양의 꽃> 클랜에서 용병 클랜 합류를 선언하며 제7구역 공략에 들어올 때만 해도, 그저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았다고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최근 국내 홀더 계가 모두 주목하는 최고 난이도의 던전 공략.

거기에 현재 가장 강하고 인기가 많다는 홀더, 도재현이 연합군 사령관으로 부임한다.

능력이 되는데도 여기에 참여하지 않으면 바보였다.

그런데 웬걸?

들어와서 상대해보니 결코 만만한 공략지가 아니었다.

적들은 까다로운 능력을 발현하며 아군을 상대했고, 까딱 잘못하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가 찾아왔다.

‘능력이 되는데도’라는 가정이, 처음부터 틀린 가정이었다.

“----!!”

그러나 한탄에 빠져있을 틈이 없었다.

적 테르멘 전사들은 정말 쉴 틈도 없이 아군 전사 부대를 몰아붙였다.

한다미는 그대로 자신의 방패를 들며 새로운 스킬을 준비했다.

“쉴드 어택…!!”

방패를 무기처럼 활용해 앞으로 나아가는 전진형 스킬.

아마 이번 한 턴만 막아내면, 후방 마법사 계열들의 화력 지원이 도달할 것이다.

그걸 위해 스킬을 아끼지 않으려 했다.

“다미야! 옆에!”

그런데 그때.

같은 전사 부대에 속해있던 클랜 동료가 다급히 소리친다.

연합군의 포위 진형에서 빠져나온 한 테르멘 전사가 한다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아…!”

이미 스킬 시전을 시작한 한다미는 무방비 상태.

그대로 있으면 해당 공격을 허용하고 빈사 상태에 다다를지도 몰랐다.

만약 저 테르멘 전사가 [강철의 의지]가 아닌, [맹공의 의지]를 보유하고 있다면… 어쩌면 즉사.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이었다.

콰, 콰아앙-!!

크워어어…!!

그리고 그 순간.

한 홀더가 빛처럼 날아들어 테르멘 전사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내 균형이 무너진 테르멘 전사를 넘어뜨리고, 그대로 파운딩하듯 복부에 주먹을 퍼붓는다.

“무, 무슨 저렇게 무식한….”

한다미는 저런 무식한 공격은 본 적이 없었다.

전사 계열 중에 종종 너클을 사용하는 ‘무투가’ 계열의 홀더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들 중 A급 이상의 고위 홀더가 된 이들은 없다.

비주류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은 안타깝게도 한계가 명확했다.

그런데 저 광경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 풀렸다.

“전사 계열 1부대, 이대로 쭉 물러납니다. 2초 이내에 마법사 부대 화력 지원이 올 겁니다.”

“예!!”

가볍게 떨어지는 명령과 소리치는 부대원들.

그 광경을 보고서야 한다미는 깨달았다.

도재현이다.

저 무식한 공격으로 자신을 구해준 홀더가…

이 연합군의 총 사령관 홀더, 도재현이었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대체 왜 검을 놔두고 주먹을… 아니, 애초에 주먹만으로 저런 타격을 입히는 게 말이 돼?’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주력 소환수인 제이텐을 타고 선봉을 달렸던 도재현.

그는 전장을 종횡무진하며 위기에 빠진 연합군 동료들을 구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주력으로 활용하는 무기는 성검이 아닌 너클.

도재현은 A급 괴수 수준인 ‘중하급 테르멘 전사’들을, 오직 주먹만으로 때려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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