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36)화 (336/353)

마지막 전투 (1)

루덴아크 학파의 영역 안엔 총 9개의 구역이 있다.

공간 자체로 친다면 훨씬 더 많은 구역을 만들 수 있지만, 루덴아크가 직접 개발하고 구역으로 ‘설정’한 공간은 총 9개가 전부다.

그리고 이 9개의 구역은 더 큼지막한 영역으로 나누면 3개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일반 학파원 혹은 간부들이 관리하는 영역.

제1구역에서 제5구역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구역들에선 대개 제작 괴수들이나 키메라 같은 루덴아크의 실험체들이 쏟아진다.

워낙 많은 실험이 이뤄졌던 곳이기에, 학파 내에선 이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실상 버려진 구역에 불과하고, 학파원들은 이를 ‘임시 구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 다른 하나는, 부학파장 데이브가 소유했던 영역.

본격적으로 루덴아크 학파의 관리가 시작되는 영역이다.

제6구역 <죽음이 닿은 땅>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로 언데드들과 제작 사령들이 즐비해있는 곳이고, 학파 소속 네크로맨서들도 터를 잡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학파원들도 꽤 많이 거주했던 핵심 구역 중 하나였다.

특히 그 안 깊숙한 곳에선 <죽음이 닿은 미로>라는… 영역 내 최대 규모의 미로 함정이 있는 탓에, 한 구역이지만 여러 구역을 포괄하는 느낌을 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학파장 플린클로의 소유 영역.

제7구역부터 제9구역까지에 해당한다.

학파원들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는 구역이고, 루덴아크의 영역에서 공략이 가장 까다롭다고 여겨지는 곳들이다.

하지만 데이브의 제6구역에서도 이미 확인됐듯, 구역의 개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영역만 조금씩 다를 뿐 구역 특성들은 서로 모두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고, 그중 하나라도 공략에 성공하면 다음 구역부턴 똑같이 공략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즉, 간단히 말하면….

“더는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지. 클클.”

왕좌에 앉아있던 학파장, 플린클로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에 옆에 있던 데이브도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데이브, 인간 녀석들이 7구역의 마력 함정을 모조리 해제했다고?”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클클. 그럼 더더욱 여기 있을 필요가 없겠군. 8구역과 9구역의 마력 함정들도 쉽게 해제될 거고, 여기 있는 언데드나 골렘들이야 인간놈들이 몇 번이나 사냥해봤을 거 아니냐.”

“…….”

데이브는 플린클로의 말에 반박할 수 없다.

…모두 맞는 말이었으니까.

루덴아크의 영역이 제7구역부터 까다로워지는 건 ‘마력 함정’과 수준 높은 적응자들의 존재 때문이다.

종류는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 이후의 구역 역시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

만약 인간들의 연합군이 이런 단계를 뚫고 전진하고 있는 중이라면, 제8구역과 제9구역을 공략하는 것도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간다, 데이브.”

“…예.”

플린클로는 시스템에 적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어지간한 인간 홀더들보다 그 구조를 더 잘 파악하고 있었다.

괜히 루덴아크 학파를 창설하고 오랜 시간 유지해왔던 게 아니었다.

“클클. 받아들일 준비는 됐느냐?”

“항상 준비는 돼 있었습니다.”

“그래. 막상 소환되면, 한 몸이 된 기분일 거다.”

그 준비는 무슨 준비를 말하는 걸까.

어쩌면 그걸 모르는 인간들은, 무지의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겠지.

그렇게 인간들을 징벌할 마지막 계획까지 마무리한 채….

“가자, 클클.”

학파장 플린클로와 부학파장 데이브는 발걸음을 뗐다.

제7구역, <오래된 쉼터>.

그곳에 모인 인간들에게 재앙을 선사하기 위해.

* * *

“7구역 초입에 베이스캠프가 설치돼 있을 겁니다. 그곳으로 가서 권영훈 협회장에게 지원 요청을 하세요. 3대 클랜의 정예 병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우리 앞에 적들의 추가 병력이 놓였다는 걸 파악하자마자 복귀 인원을 선발했다.

궁수 부대 인원 중 보법류 룬에 능하고, 빠르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인원들.

이들을 베이스 캠프로 보내 3대 클랜의 S급 홀더들을 모두 데려와야 했다.

부학파장 데이브와 학파장으로 추정되는 이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군에 있는 최고의 실력자들을 가만히 베이스캠프에 썩혀두고 있을 순 없었다.

“…….”

물론, 선발된 이들은 아쉬움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다.

역사의 현장을 코앞에 두고 물러가는 게 내키지 않는 모양.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연합군에 소속된 이상 내 명령은 절대적이고, 또 이건 연합군의 성공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가야만 하는 지원 요청이었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최대한 빨리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3명으로 구성된 궁수 부대 인원들이 떠난 후.

나는 연합군 병력들을 모두 모아 현 상황을 전달했다.

“이제 제7구역의 마지막 공략이 남아있습니다.”

내 입에 시선이 집중된 연합군 인원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들 역시 현 상황이 마냥 좋진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번 공략이 이탈자의 방 공략 전체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앞에, 일전에 현계에 출현했던 것으로 알려진 루덴아크의 학파장 및 부학파장의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부학파장 데이브.

그리고 이름 모를 루덴아크의 학파장.

그들이 어느 정도 전력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제7구역 이후의 구역들을 버려두고 여기까지 온 그들은, 이제 우리 연합군과 총력전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전투를 끝마치고 나면, 길었던 <이탈자의 방> 공략에도 끝이 보일지 몰랐다.

“기다리거나 물러서진 않겠습니다. 시간을 줘서 좋을 게 없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니까요.”

연합군 인원들이 날 보며 굳게 고개를 끄덕인다.

잠깐 후퇴하거나 공략을 유보하는 사이, 저들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

어쩌면 이탈이 자유로운 점을 이용해 또 현계를 침공할 수도 있겠지.

그 모든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럼, 우리도 출발하겠습니다.”

연합군에 마지막 명령이 떨어졌다.

* * *

[‘오래된 쉼터’에 숨겨졌던 공간이 드러납니다. 특수구역, ‘악이 꽃폈던 곳’에 발을 디딥니다. 마력과 정신이 크게 하락합니다!]

[‘명경지수’ 룬의 특별한 힘이 대상의 맑은 정신을 유지하게 합니다. 어떠한 저주나 상태 이상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제7구역 <오래된 쉼터>의 마지막엔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마치 <죽음이 닿은 땅>에서 <죽음이 닿은 미로>가 나왔던 것처럼, 이곳에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드러나고 있었다.

<악이 꽃폈던 곳>.

이름에서부터, 루덴아크 학파의 정체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구역이다.

그리고 입장하자마자 우리를 환영하는 괴수들.

그워어어-!!

그아아아-!!

빛을 내는 마력석과 보석을 심장에 꽂은 ‘골렘’들이었다.

까마득하게 지상을 점령한 그 골렘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캐롤라인 남작령에 있던 골렘들… 다 여기서 온 거구나.’

루덴아크의 전력은 크게 3개로 나뉜다.

키메라, 언데드, 골렘.

셋 모두 제작 괴수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자 다른 특성과 다양한 능력을 갖춘 괴수들이다.

그리고 이들 중, 다대다 전투에서 가장 유용하다고 볼 수 있는 건 역시 골렘.

압도적인 내구와 근력으로 전투에서 선두를 이끌 수 있었다.

루덴아크 녀석들도 이를 알기에 저 골렘들을 먼저 꺼내든 것이다.

‘이대로 두면 좀 까다롭겠네.’

지상에 골렘들이 가득 차 있다.

이들을 무시하면서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조금 느리긴 해도, 어쨌든 막대한 수준의 힘을 갖춘 녀석들이니까.

적의 핵심 전력이 있는 곳에 닿으려면, 어떻게든 이 골렘들을 뚫고 지나가야 했다.

‘오케이. 그럼 하늘로 가자.’

그렇다면 하늘로 간다.

골렘들이 지상을 가득 메워 길을 막고 있다면, 그보다 더 높은 공중으로 올라 길을 트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곧바로 [계약의 부름]으로 티르본드를 불러왔다.

-오랜만이다, 주인.

‘그래, 티르본드. 상황은 알지?’

-주인이 전에 말해줬던 것을 기억한다. 바로 비행하겠다.

‘가자.’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티르본드는 진중해졌다.

그 어떤 때보다 날카로운 기세를 뽐내며 날개를 펼쳤다.

나는 곧바로 그 위에 올라탄 후.

드넓은 비행을 시작하며 소리쳤다.

“연합군 특수부대는 제 비행을 주목합니다!! 제가 티르본드와 함께 길을 만들 테니, 그대로 따라오면 됩니다!”

특수부대는 정예만 뽑은 연합군 내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이들로 구성됐다.

대표적으로 S급 홀더인 박지환과 유은설, 용병으로 합류한 중견 클랜들의 마스터, <이블 헌터> 내부 사냥팀장들, 그 외에 특수 능력을 갖춘 다양한 홀더들….

이들은 나와 함께 움직이며 적군의 핵심 전력이 있는 곳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그 외 모든 연합군 인원들은 진형을 갖춰 전진합니다! 목표는 특수부대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엄호하는 것!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적군을 말살하는 것!!”

스릉-! 스캉!

화르륵-!

끼이익-!

목이 터져라 외치는 내 명령에, 연합군의 모든 인원들이 전투 태세를 갖춘다.

전사 계열들은 각자만의 무기와 방패를 꺼내든다.

마법사 계열은 주문을 외우고, 궁수 계열은 화살을 걸며 시위를 당긴다.

암살자 계열은 벌써 골렘들의 뒤를 점거하며 먼저 전투를 시작하고 있다.

모두가, 이미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오로지 전투.

그리고 승리.

우리 앞에 놓인 건, 이제 찬란하고 고결한 승리뿐이었다.

“전군-!!”

그 시작을 알리듯.

티르본드가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쳐낸다.

내 손에 들린 성검도 뜨겁게 전방을 향한다.

“진격…!!”

연합군과 루덴아크 학파의 총력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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