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37)화 (337/353)

마지막 전투 (2)

콰, 콰아앙-!!

끼기기기-.

소름끼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퍼진다.

마법사 계열 홀더들의 지원 마법이 전장에 뿌려지며 골렘들이 터져나갔고, 그 지역을 전사 계열 홀더들이 점거하며 길을 트고 있었다.

병장기가 부딪히고, 각종 스킬들이 휘몰아친다.

이들은 작전이 시작된 후 벌써 자신들만의 전투를 시작한 것이다.

‘저긴 언데드들이 있네.’

골렘은 시작에 불과했다.

티르본드와 함께 공중을 비행하며 멀리 둘러보니, 중간 지점엔 엄청난 양의 언데드들도 보였다.

역시 이 특수구역 [악이 꽃폈던 곳]엔 루덴아크 학파의 모든 전력이 총 집결해 있다.

골렘, 언데드, 키메라.

뒤로 갈수록 지금껏 만났던 병력들을 전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들을 상대하는 건, 뒤쪽에 있는 연합군 병력이 되겠지.

‘…그냥 갈 수는 없어.’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처음 계획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길을 트고, 정예부대와 함께 적의 중심부까지 단번에 이동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 전투의 마지막은 루덴아크의 학파장과 부학파장을 척살하는 것이고, 그를 위해선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고 안쪽으로 침투해야 하니까.

하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연합군 동료들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질이 양을 이긴다지만, 이 정도 수준의 물량이라면 감당하는 게 너무 벅차다.

이대로 길만 트고 지나간다면 동료들은 100% 죽는다.

압도적인 양으로 밀어붙이는 제작 괴수들의 공세를 버티다 목숨을 잃을 게 분명했다.

그런 그들의 미래를 바꾸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티르본드. 날 내리고, 잠깐 후에 다시 태워.’

-알겠다, 주인.

나는 결단을 내렸다.

비행 도중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고, 잠시 후 티르본드에게 날 내려줄 것을 명했다.

티르본드가 곧장 날 내리며 더 높이 비행하고, 나는 그대로 땅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 떴다.

다행히 내게는, 저들에게 피해를 줄 광역 공격이 있었다.

‘드래곤 브레스…!!’

하늘 위에서.

장엄하게 늘어선 언데드들을 향해 입안 가득 모인 강렬한 브레스를 뿜어낸다.

[드래곤 브레스]는 내가 보유한 일반 스킬 중에선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광역 스킬이다.

다목적 용도로 사용되는 [엘리멘탈 마스터]의 속성스킬 4개보다 훨씬 파괴력이 강한 스킬.

오로지 ‘공격’과 ‘소멸’에만 치중해 있기에 그 위력이 엄청났다.

‘그리고 신성력을….’

여기에 신성력을 얹는다.

이미 세드닐렌의 힘을 깨우치고 [광기의 신앙심]까지 보유한 내게 있어, 마력 공격에 신성력을 얹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땅에 깔린 언데드들에게…

신성한 용의 분노가 선사됐다.

쿠, 아아아-.

콰아아앙-!!

끼이이아-!!

소름끼치는 소리가 한 번 더 귓가를 장식한다.

망령처럼 전장을 맴돌던 언데드들이 단번에 소거됐다.

그 수가 너무 많아 헤아리는 게 힘들 정도다.

이글거리는 브레스의 열기와 자비로운 신성력이 온 전장을 뒤덮고 있었다.

“저게 대체 무슨….”

“마스터께서 하신 건가?”

어마어마한 스킬 범위와 그 파급력에, 전장에 있던 모든 홀더와 괴수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거기에 신경 쓸 틈은 없다.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게 느껴졌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티르본드, 한 번 더 내려줘.’

-…한 번 더?

‘그래. 이번엔 왼쪽 지점에.’

어느새 추락하던 날 태운 티르본드에게 다시 허공에 떨어뜨려 줄 것을 부탁한다.

티르본드는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내 명령을 그대로 따랐다.

이번엔 전장의 왼쪽 지점, 또 다른 언데드들이 쌓여 있는 곳이다.

그리고 떨어지기 직전, 나는 스킬 하나를 추가로 사용했다.

‘자비로운 유예기간.’

[자비로운 유예기간].

획득 이후 실전에선 두 번째로 사용해보는 스킬이다.

신화급 룬인 [세드닐렌의 견습 대리자]의 파생스킬로, 일반 스킬의 쿨타임을 완전 초기화시켜주는 능력을 지닌 스킬.

궁극스킬엔 적용이 안 된다는 게 아쉽긴 해도, [드래곤 브레스]와 같은 강력한 일반 파생스킬엔 충분히 적용 가능했다.

그리고.

“다 뒤져, 이 새끼들아.”

나는 망설임없이 두 번째 [드래곤 브레스]를 사용했다.

쿠, 아아아-.

콰아아앙-!!

끼이이아-!!

신성력이 첨가된 엄청난 폭발에 언데드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쓰러져갔다.

주 타깃으로 삼지 않은 골렘 정도를 제외하면, 근처의 언데드나 키메라는 모조리 브레스에 휩쓸린 것 같다.

한 번 공격당한 이후 똑같은 형태로 찾아온 공격인데도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애초에 이 정도 공격을 두 번 이상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긴 했다.

-…주인, 이제 진짜 가던 방향으로 가면 되나?

순식간에 날 찾아와 태운 티르본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연히 끝- 이라고 생각해야 맞지만, 워낙 통통 튀는 내 공격에 녀석도 갈피를 못 잡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 역시 씨익 웃으며 그 기대에 부응했다.

‘이번엔 중앙 부근에 내려줘.’

-아니… 또 내린다고?

‘한 번 하는 김에 전부 쓸어버려야지.’

물론 여기 있는 괴수들을 모두 죽일 순 없다.

아무리 내가 괴물 같은 능력을 보유한 홀더라곤 해도 이 많은 수를 모두 제거할 순 없고, 또 공격 형태가 광역 공격인 터라 전부 적중해봤자 다 죽지도 않는다.

단지 앞으로 이 녀석들과 싸워야 할 연합군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그들의 피해가 최소화되고,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있는 힘껏 눈에 보이는 물량을 없애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떨어져라.”

내게는 아직, 막대한 파괴력의 광역 공격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 * *

“…저 정도면 거의 나는 전설이다 급인데.”

“나는 1대 100을 생각하고 있었다, 진우.”

“카밀라, 너 그런 프로도 알아?”

“한국엔 꽤 재밌는 프로그램이 많다.”

만담 같은 대화가 이어진다.

전쟁터와 같은 특수 구역에서도 유쾌함은 잃지 않는다.

농담은 때로 긴장을 풀어주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캉-!

카강-!!

연합군 정예부대 소속, 박진우와 카밀라는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무기를 들어 싸웠다.

앞으로 거침없이 전진하는 그들은 서로 등을 맞댄 채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리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지름길로 이동하는 정예부대라지만, 도중에 괴수들과 안 마주칠 수는 없다.

중간 중간에 길을 막는 골렘이나 언데드들을 쓰러뜨려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 때문에 박진우, 카밀라뿐만 아니라 모든 정예부대 대원들이 각자 길을 트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래도 덕분에 뒤에 동료들 조금 더 안전해지겠네.”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움직이던 도중.

지휘관인 도재현이 문득, 하늘 위와 아래에서 어마어마한 광역 공격을 시전하며 전장을 휩쓸었다.

[드래곤 브레스], 그리고 [낙화의 미학].

도재현의 숨겨진 주특기라고 봐도 무방한 강렬한 스킬들이다.

이들은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며 중간부에 자리한 괴수들을 모조리 쓸어버렸고, 그 충격에 루덴아크 진영 괴수들 대다수가 소멸하거나 사라졌다.

특히 다른 건 몰라도, ‘언데드’만큼은 확실한 타격을 입은 게 눈에 보였다.

혼자 힘으로 상대 전력의 거의 3할을 깎아낸 클랜 마스터.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어쨌든 그렇게 동료들의 원조와 도재현의 활약으로 괴수들을 뚫어낸 후.

연합군 정예부대는 비로소 루덴아크 학파의 중심 진영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클클. 반갑구나, 이계의 인간들아.”

특수 구역 <악이 꽃폈던 곳>.

그 광활한 대지에 솟아오른 언덕.

언덕 위에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꼿꼿이 서 있었다.

노인은 작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을 꺼냈지만, 이상하게도 모여든 모든 부대원들에게 똑똑히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소개하는군. 나는 루덴아크 학파의 학파장, 플린클로라고 한다. 클클.”

노인의 이름은 플린클로.

얼굴만 알려져 있던 루덴아크 학파의 학파장.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정말 이 전투와 <이탈자의 방> 공략이 끝을 향해 달려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우매한 너희 이계 인간들에게- 지옥을 보여주고자 한다.”

학파장 플린클로가 문득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손에 든 지팡이를 탁- 하고 언덕에 내리쳤다.

캬오오오-!

물론, 연합군도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았다.

적을 보면 무조건 저돌적으로 공격부터 하고 보는 도재현은, 티르본드를 탄 상태에서 곧장 플린클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게 신호탄이 되듯 멍하니 멈춰섰던 정예부대 부대원들도 각기 눈앞에 있는 루덴아크 학파 일원들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스으으으-!!

사아아아-!!

연합군의 공격이 닿기도 전에.

이미 생성되기 시작한 거대한 어둠이 그들을 막아섰다.

그리고 끝없이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며 뭉쳐지는 ‘검은 마력’.

이는 곧, 하나의 ‘형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클클클! 하찮은 인간들! 위대한 존재의 제물이 되어 사라져라!”

폭발하는 플린클로의 광소.

그리고 점점 완성되어가는 검은 마력의 형체.

‘…악마?’

박진우는 그걸 보며…

홀더가 된 후 처음으로, 악마라는 걸 보게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학파장 플린클로, 그리고 부학파장 데이브.

그들이 뭘 제물로 바쳤는진 모르지만, 어쨌든 소환에 성공해낸 듯한 ‘악마’.

그 불길하고 괴이한 존재를 바라보면서…

나는 가만히 생각했다.

‘이 새끼들… 실수하네.’

[반드시 처단해야 할 거대한 악의 형체! 저주받은 악신의 대리자를 발견했습니다! 당신에게 내재된 ‘대리자’로서의 권능과 의무가 격렬하게 반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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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룬, ‘은빛 달그림자’가 격렬하게 반응합니다! 룬의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신의 대리자로서 권능을 부여받은 내게 있어, 악마를 처단한다는 건… 웬만한 S급 홀더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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