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40)화 (340/353)

마지막 전투 (5)

제7구역 <오래된 쉼터>의 초입.

또 다른 소규모 정예부대가 빠르게 움직이며 구역 안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부대 중앙에 자리한 한 중년이 다급한 목소리로 묻는다.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이블 헌터> 연합군의 지원 요청에 따른 추가 병력.

그중 3대 클랜 <불의 심판> 마스터를 맡고 있는 강우현이었다.

그는 평소답지 않게 살짝 불안한 모습으로 권영훈 협회장을 바라봤다.

이유는 당연히 저 너머의 총력전.

그 안에 딸아이인 강주연이 싸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워프 게이트라도 더…”

“이미 설치된 게이트는 전부 활용했습니다.”

이미 구역 내에 설치된 [워프 게이트]는 모두 이용했다.

그 후 마도구들을 활용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곤 있었지만, 현재의 구역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도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루덴아크 학파 전 인원의 제7구역 투입.

천천히 구역 별로 대기하고 있을 거라는 예상을 깨뜨린 총력전.

안 그래도 3대 클랜으로부터 최상급 공략 난이도로 판정받은 제7구역인데, 여기에 적군의 전 병력이 모두 투입된다니….

딸을 전장에 보낸 아빠로서 당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봉엔 도재현 홀더가 있잖습니까.”

그런 그를 향해 협회장 권영훈이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선봉에 도재현이 있다.

사실 현 홀더 계에서 그 말보다 더 신뢰를 줄 수 있는 말은 없다.

이미 국내에 존재하는 최상급 던전과 신규 던전들을 모두 격파하며 홀더 계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도재현이다.

세계 최연소 S급 홀더 타이틀을 따냈고, 국내 S급 홀더들 중에서도 그 무력을 따라갈 수 있는 이가 얼마 없다고 여겨진다.

국내 최강의 홀더.

아직까진 박지환이나 <로열>의 황건욱에게만 붙여졌던 그 타이틀이, 이제는 도재현을 향해서도 조금씩 붙여지고 있었다.

그만큼 도재현은 현재 한국에서 강력한 능력과 놀라운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홀더였다.

“강우현 홀더, 예비 사위를 한번 믿어보시죠. 현재 폼으론 우리들 같은 구시대 홀더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국내 최고의 홀더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

함께 옆에서 걸어가던 <로열> 클랜 마스터, 황건욱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바로 옆에 있는 <용광검로>의 송도혁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가장 강한 홀더라고 손꼽히는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도재현을 믿으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에 불안해하던 강우현의 얼굴도 조금은 펴졌다.

“그렇긴 합니다만….”

사실 당연한 이야기였다.

흔히들 초고위 홀더는 경험과 실력이 동시에 뒷받침되어야 한다고들 한다.

그리고 도재현은, 최근 S급 홀더 승급에 성공하며 그중 실력 부문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그렇다고 경험이 부족한가? 

전혀.

최초 공략으로 마친 던전만 다섯 손가락을 넘어가고, 국내 홀더 계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도 여럿 처리했었다. 

아마 국내 홀더들 중 도재현보다 더 스펙타클하고 화려한 공략 경험을 보유한 홀더는 없을 것이다.

국내, 그리고 이제는 국제 홀더 계의 흐름까지 이끌어 가고 있는 홀더.

그게 지금의 도재현이 보유한 수식어였다.

“이번 공략을 시작하기 전, 저와 도재현 홀더가 깊은 논의를 나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최고의 효율로, 최소한의 피해를 기록하며,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권영훈이 아직 불안감을 씻지 못한 강우현에게 확신을 갖고 말해준다.

“예상 결과는 퍼펙트. 그는 이미 이번 전투에 대한 완벽한 준비를 마친 상황입니다. 아마 우리는 걱정이 아니라, 기대를 해야 할 겁니다.”

걱정이 아닌 기대를 해야 한다.

지금의 도재현은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을 갖췄고, 그만큼의 성과를 보이며 증명해왔다.

권영훈이 눈을 빛내며 3대 클랜의 마스터들을 둘러봤다.

“우리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전투를 승리로 이끈 지휘관. 직접 전투에 나서, 루덴아크의 계획과 야욕을 분쇄한 전략가.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그는, 이내 나지막이 말했다.

“-국제 홀더 계와 현 시대를 대표하게 될… 위대한 룬 홀더의 탄생을요.”

* * *

전장 한가운데에 거대한 빛이 쏟아진다.

멀리서 이를 보던 홀더들은 그저 강력한 신성 계열 스킬 하나가 시전됐다고만 생각했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른 홀더들의 눈엔 전혀 다르게 보였다.

“재현이… 드디어 끝을 냈군요.”

쏟아지는 빛 속의 참마검을 바라본 유은설이 천천히 말했다.

이미 제6구역의 끝자락에서, 그녀는 저 참마검을 직접 목도한 적이 있었다.

[자비로운 참마검].

도재현의 보유 스킬 중 가장 강력하면서도, 어둠속성에 대해선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궁극스킬. 

무려 신화급 룬의 궁극스킬이라 불리는 저 공격은, 악신 루미엘을 처단하고자 비로소 이 특수 구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즉.

클랜 마스터 도재현이, 이 지긋지긋한 전투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무지막지한 존재를 저렇게 가볍게 마무리하다니… 기세만 봤을 땐 나조차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는데.”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S급 홀더, 박지환이 감탄하며 다가왔다.

근처에서 루덴아크 휘하의 일원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던 그는, 어느 순간 유은설과 합세해 ‘테르멘 족장전사’라는 타슈마드를 함께 공격했다.

한 명으로도 벅찬 S급 홀더가, 무려 두 명이서 협력을 펼치며 공격해온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갖춘 족장전사라고 해도 이를 홀로 막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기세등등하게 이곳의 모든 인간을 죽이겠다고 선언한 타슈마드는, 그렇게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며 소멸했다.

“어둠속성이나 악성향에 한해선, 재현이 가장 강한 상성을 보이니까요. 그 존재가 악신일지라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요.”

유은설이 당연한 이야기라는 듯 말하자, 박지환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제자에 대한 믿음이 상당하시군요?”

“그러는 박지환 홀더도 아들에 대한 믿음이 상당하시던데요?”

유은설이 살짝 고개를 돌려, 저 멀리 클랜원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박진우와 카밀라, 그리고 언제 합류했는지 모를 ‘아카데미 멤버들’이 모여있는 곳.

그곳에선 부학파장 데이브가 또 무언가의 ‘강림’을 사용하며 어둠을 몰고온 상태.

하지만 박진우를 비롯한 <이블 헌터> 핵심 클랜원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강림에 맞서고 있었다.

게다가 그 아빠인 박지환 역시, 아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이며 전투 지원을 가지 않았다.

“내가 없어도 잘 싸우는 아들이더군요. 뭐, 원래도 같이 싸워본 적이 거의 없지만.”

박지환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전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루덴아크 학파와 결판을 내기 위한 총력전.

그 결과에…

드디어 끝이 보이고 있었다.

* * *

“-위대한 자비에 잠들라.”

악신 루미엘을 상대하는 데엔 많은 스킬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워낙 많은 룬을 얻어내고, 다양한 스킬을 획득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홀더들이나 적응자들은 열 개가 넘지 않는 룬과 한두 개의 주력룬만으로 전투를 이어간다.

그들이 내게 사용할 궁극스킬이 하나- 혹은 많아봐야 두세 개밖에 없다면, 나 역시 굳이 그들에게 많은 궁극스킬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끄, 으아악…!!”

그런 면에서 [자비로운 참마검]은 그 효율이 상당히 괜찮은 궁극스킬이었다.

평상 시에 그냥 사용하기만 해도 어지간한 궁극스킬의 위력을 내는데, 어둠속성 혹은 악성향을 상대할 땐 그 위력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상승한다.

자비의 신 세드닐렌의 신성력이 덕지덕지 붙은 마력 공격.

파괴력은 [파상천검]을 웃돌았고, 연결력은 [유수활검]을 뛰어넘었다.

마치 오늘 이 순간에 쓰이기를 기다려왔다는 듯, [자비로운 참마검]은 악신 루미엘에게 안성맞춤인 위력으로 쏘아졌다.

사아아아-.

끼아아아-!!

이미 루미엘은 자신의 궁극스킬인 [메멘토 모리]가 내 [신성한 가호]에 막힌 상태.

보유한 모든 신성력을 끌어올려 활용한 회심의 궁극스킬이, 전설급 아이템에 내재된 특수효과 하나에 상쇄되며 사라졌다.

어떻게든 전투를 이어가고 싶어도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팟- 파아앗-!!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마주하는 [자비로운 참마검].

루미엘에게 안성맞춤으로 제작된 이 신성한 공격은, 의욕마저 잃은 그의 신형을 거침없이 찢어발겼다.

전장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며 등장한 악신 루미엘.

고결하면서도 역겨운 그 강림의 주체가…

한 순간에 모든 힘을 잃고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콰, 아아아앙-!!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신성력의 폭발이 전장을 뒤덮는다.

평소라면 긴장을 놓지 않은 채로 적에게 연타를 먹일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소멸했어.”

악신 루미엘은 소멸했다.

자비의 신 세드닐렌의 힘을 빌린 지금 상태에선 이를 너무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비록 대비되는 신성력이지만, 이 정도 급이 되면 서로가 서로의 신성력을 알아보니까.

그리고.

악신 루미엘과 함께, 강림의 객체가 됐던 학파장 플린클로마저 그 흔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마 강림의 페널티와 [자비로운 참마검]의 위력에 휩쓸려, 그 역시 동시에 소멸했을 확률이 높았다.

이 모든 것들이 말해주는 건 단 하나.

“…끝났다.”

지긋지긋했던…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쏟아부었던.

연합군의 마지막 전투가 끝이 났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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