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41)화 (341/353)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1)

-도재현이 또 해냈다! <이탈자의 방>, 완전 공략!

-<이블 헌터>, 클랜 이름대로 악을 처단하다. 루덴아크 학파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악신 루미엘’의 정체는 대체 무엇? 끊임없이 파생되는 이계의 진실…

-협회장 권영훈, “이번 공략으로 홀더 계는 시스템과 이계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리암 헨드릭스, “도재현은 현재 국제 홀더 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모든 게 끝이 났다.

사실 홀더 시스템과 이계에 관한 진실이 이제 막 드러나는 시점에서, ‘모든 게 끝이 났다’고 표현하는 건 무리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현 시점 국제 홀더 계의 가장 큰 산이었던 <이탈자의 방>을 완전히 공략해냈다.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던 악의 집단을 처단했고, 루덴아크 학파는 더 이상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없게 됐다.

“이틀 간 전원 휴식입니다.”

나는 일전에 제6구역을 공략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최후의 전투가 끝이 난 후 나 스스로를 비롯한 팀원들에게 이틀 간의 무조건 휴식을 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고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이틀 간 각자 방식대로 휴식을 취할 것.

홀더 협회를 비롯해 국내 각종 클랜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공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원칙을 고수한 채 성과 발표를 이틀 뒤로 미뤘다.

이번 공략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게, 바로 <이블 헌터> 클랜과 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헤헤. 이틀은 너무 짧다, 재현아. 그치?”

“…동의할게.”

“맞아! 도재현은 휴식을 3일, 아니 4일로 늘려달라!”

“…….”

휴식이 끝난 후로도 내 옆을 지키고 있는 세 명의 연인들.

…왠지 모르게 내 휴식은 휴식이 아닌 기분이 든다.

하지만 어쨌든 <이블 헌터> 클랜원들과 기타 연합군 공략 참가 인원들은, 충분한 휴식을 끝낸 후 성과 보고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한국 홀더 협회 본 건물.

“그럼 지금부터 한국 홀더 협회 주관, 이탈자의 방 최종 공략 성과 보고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최다 클랜이 참여했던 초대형 공략이었던 만큼, 그 공략의 성과를 보고하는 것도 엄청난 규모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이는 국내 홀더 협회의 부협회장.

보고 클랜으로는 연합군의 주요 클랜이었던 <이블 헌터>와 3대 클랜, 그리고 산하 용병 클랜인 각종 중견 클랜들이 참여했다.

“우선 이탈자의 방 던전은 구역 별로 나뉜 특이 구조 때문에, 국내 홀더 계 최초로 구역 별 클랜 개별 공략이 진행됐었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간단한 공략 과정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탈자의 방>은 제1구역부터 제9구역까지, 총 9개의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연합군은 이를 공략할 때 구역 별 담당 클랜을 나누어 진행했었고, 공략 성과를 발표를 위해선 이에 대해 확실히 언급할 필요가 있었다.

“제1구역은 이블 헌터 클랜의 단독 공략입니다. 구역 내 비중은 7%, 하지만 총 공략 성과 비중은 15%로 산정됐습니다. 이유는 첫 번째 구역으로서 던전 공략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 그리고 본 공략의 시발점이었던 홀더 납치 사건의 중심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제1구역 <버려진 연구소>.

이 구역은 구역 비중이 그리 높진 않았지만, <이탈자의 방> 공략의 초입이자 핵심 구역으로서 꽤 높은 성과 비중을 받았다. 

이곳을 공략할 당시엔 클랜 전력도 불완전한 상태였고, 납치된 홀더들의 구츨 때문에 급박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확실히 공략한 보람이 있는 비중이었다.

“제2구역은 불의 심판 클랜의 단독 공략입니다. 구역 내 비중은 6%, 총 성과 비중은 8%로….”

그 이후에 3대 클랜과 중견 클랜 연합이 공략했던 타 구역들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그들 대부분은 6~7%의 구역 비중과 8~9%가량의 총 성과 비중을 차지했다.

비율만 보면 상당히 낮은 것처럼 보이는 비중.

하지만 <이탈자의 방> 던전 자체가 홀더 계 역사 상 유례없을 수준의 초대형 규모를 자랑했고, 그 성과로 나온 아이템이나 마력석 등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란 것.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 사실 한 자릿수 비율만으로도 각 클랜들은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다음은 제6구역입니다. 어, 여기도 이블 헌터 클랜 단독 공략인데… 구역 비중은 19%, 총 성과 비중은 25%…입니다? 아니, 이게 왜 이렇게 높지…?”

…물론, 두 자릿수 비중을 가져간 우리 <이블 헌터> 클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워낙 높은 비중이 나왔기 때문일까?

부협회장은 성과 발표를 하던 도중 당황하며 혼잣말을 해버렸다.

“아, 흠흠. 죄송합니다.”

이내 실책을 알아차렸는지 헛기침을 하며 사과했다.

그리곤 제6구역에 대한 성과를 확실하게 보고한 후.

천천히 그 다음 구역으로 넘어갔다.

“제7구역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8구역과 9구역의 유명무실한 공략 때문에, 이번 제7구역 오래된 쉼터가 본 던전의 가장 핵심 구역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제8구역과 제9구역의 총 성과 비중은 1% 미만이다.

이는 학파장 플린클로와 부학파장 데이브가, 그 두 구역을 버린 채 제7구역에 올인하면서 생긴 일.

이곳에 모인 연합군 인원들도 그 정도 사실은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협회장의 추가 보고가 진행됐다.

“제7구역의 구역 내 비중은 18%, 총 성과 비중은 35%입니다. 이곳은 이블 헌터 클랜과 산하 용병 클랜의 복합 공략으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공략 진행 과정에서 학파장 플린클로 및 악신 루미엘의 척살, 부학파장 데이브 및 악신 엔키아의 척살, 테르멘 족장전사 타슈마드의 척살 등… 구역 공략의 가장 핵심적인 성과를 모두 이블 헌터 클랜에서 올렸습니다. 따라서 복합 공략 내 산정된 이블 헌터 클랜의 비중이… 8, 80%?!”

또다.

또 공략 보고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

“…….”

왜냐하면, 다들 똑같이 놀랐으니까.

경악에 물든 부협회장과 질린 얼굴이 된 각 클랜의 마스터들.

회의장 내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리고 있었다.

그 어지러운 느낌에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렇다.

이번 공략은 우리 클랜이 다 해먹었다.

* * *

연합군 내 공략 성과 배분이 마무리됐지만, 아직 우리 클랜 내에서의 정리는 끝나지 않았다.

클랜원마다 각자 만들어낸 성과들을 보상해줄 필요가 있었고, 이번 공략의 활약에 따라 클랜원들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었다.

다른 클랜들에게도 의미가 깊은 공략이지만, 주력 공략 클랜으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우리 <이블 헌터>는 유독 내부에서 정리해야 할 점들이 많았다.

덕분에 마스터인 나와 부마스터인 스승님.

그리고 비서팀과 기획팀 등 내부 운영과 관련된 팀들은 거의 며칠 밤을 새며 일을 해왔다.

다행히 그 업무 폭탄도 슬슬 끝이 보이고 있었다.

“조금은 허무하게 끝난 감도 없지 않아 있군요.”

기획팀장 한상진이 서류를 정리하며 내게 말을 건넨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살짝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한 팀장님, 그거 다른 클랜원들이 들으면 난리날걸요?”

“예? 아, 아-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하하. 이거 말 조심해야겠군요.”

한상진은 내 농담에 식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단지 제6구역 공략 때를 생각하면, 이번은 비교적 수월하게 공략해낸 기분이 들어서요. 물론, 업무량은 그때보다 두세 배 많습니다만.”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제6구역 <죽음이 닿은 땅>을 공략할 때보다, 오히려 던전 전체 공략에 성공한 지금의 과정이 더 깔끔해 보이는 것.

실제로 당시엔 내가 황성연과 싸우다가 기절까지 했었고, 클랜원들이 입은 피해도 엄청난 수준이었기에… 운영을 담당하는 클랜원으로서 이상함을 느낄 만도 했다.

“이번엔 연합군 창설로 그때보다 훨씬 많은 병력이 투입됐으니까요.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이전 공략보다 훨씬 앞선 공략이었어요.”

게다가 제7구역 공략은 그 준비 과정에 있어, 짧았지만 철저하게 계획이 된 공략이었다.

R&D팀이 만들어낸 마도구들로 구역 내 마력 함정들을 모두 제거했었고, 테르멘과 뱀파이어에 대한 공략법을 완벽히 숙지한 채 전투에 임했었다.

게다가 어둠속성 및 악성향 사냥에 특화된 나와 몇몇 클랜원들의 대활약까지-.

황성연을 상대할 때보다 이번 공략이 수월했다는 것.

이는 나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어떤 점입니까?”

이번 공략을 통해 얻어낸 가장 큰 성과.

“바로, 우리 클랜의 전력이 타 대형 클랜들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클랜 전력 자체가 크게 성장하며 완성 단계에 다다르니, 이번 공략에서 그 효과가 제대로 터져나온 것 같아요.”

내가 악신 루미엘(학파장 플린클로)을 직접 처치하며 성과를 올리긴 했지만, 다른 클랜원들의 활약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박진우와 카밀라는 부학파장 데이브(강림한 또 다른 악신)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부마스터인 스승님은 테르멘 족장전사 타슈마드를 가볍게 처치했다.

그 외에도 루덴아크 학파의 강력한 일원들을 직접 쓰러뜨린 클랜원들이 많았다.

클랜원들 개개인의 활약이, 연합군 전체의 큰 성과로 나타나고 있었던 것.

이번 공략이 수월하게 보였던 건 결국, 연합군의 중심을 맡은 클랜 전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공략으로 확신했다.

‘밀리지 않아.’

우리 클랜의 규모가 살짝 부족하긴 해도, 전력과 성과에선 결코 대형 클랜에 밀리지 않는다는 걸.

내실만 따지고 봤을 땐, 최소 중견 클랜 이상.

어쩌면 그 이상…

3대 클랜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다. 

“아마 그게 가장 큰 성과 아닐까요?”

<이블 헌터> 클랜의 전력이… 당장은 아니어도, 국내 최고 반열에 오를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

그게 이번 <이탈자의 방> 공략을 통해, 우리가 얻어낸 가장 큰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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