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350)화 (350/353)

Side. 초월자의 방: 파렐리스 (4)

복잡한 공략 과정과 보스 룸 단계로 구성된 다른 던전들과 달리, <초월자의 방>은 한 페이즈만 마치면 공략이 모두 끝난다.

대신, 그 ‘한 페이즈’의 난이도가 매우 높다.

첫 번째 방이었던 플러비우스 때는 분신이 보스 괴수로 나타났다.

플러비우스의 형상을 한 채, 그녀의 물과 관련된 능력을 활용하던 강력한 분신.

스승님인 유은설과 내가 전력을 다해 협공을 해도 쉽게 물리치기 힘들었다.

학계에선 세계 최초로 ‘SS급 괴수’라는 명칭까지 붙여진 괴수였다.

그리고 두 번째 방 카날레스에선 지형지물을 이용한 재난.

사방에서 강렬한 형태의 불꽃이 튀어나왔고, 공략을 마칠 때쯤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마력 공격이 우릴 덮쳤었다.

당시 [용족의 흔적]을 각성한 강주연이 아니었다면, 아마 우린 그대로 즉사했을 거다.

그만큼 보상이 뛰어난 대신 공략 난이도가 충격적으로 높은 게 바로 <초월자의 방>이었다.

캬오오오-!!

키에에에-!!

그리고 세 번째 방.

또 다른 위대한 영역, 드래곤 레어.

나는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이번 <초월자의 방> 시련 종류를 알 수 있었다.

‘몬스터 브레이크구나.’

물량 공세로 괴수들이 쏟아져 오고, 그 괴수들을 모두 쓰러뜨려야 하는 시련.

언뜻 보면 평범한 시련 같지만, 눈앞에 나타난 그 수를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다 잡을 수는 있는 건가?’

순간 머릿속에 그런 의문이 든다.

많다.

정말 많아도 너무 많다.

이건 거의 <죽음이 닿은 땅>에서 몰려드는 언데드 무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아니, 저들은 공중에서 달려들고 있으니 오히려 그 기세가 더 강하다.

‘일단 싸우자.’

그렇다고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우선 부딪혀야 했다.

나는 바로 [계약의 부름]을 사용해 티르본드를 불러냈다.

-오랜만이다, 주인.

‘티르본드. 앞에 괴수들 보여?’

-…못 본 걸로 하고 싶다, 주인.

‘눈에 잘 담아둬. 네가 오늘 쓰러뜨릴 숫자니까.’

징징거리는 티르본드에게 어림없다는 말을 건넨 후, 나는 문가은을 바라봤다.

“가은아, 알지?”

“응. 최대한 버텨보고 있을게.”

[마도 비행선]은 승마 계열 룬을 보유한 홀더들만이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공중형 괴수들이 들이닥치는 지금 상황에서, 앞장을 설 수 있는 건 티르본드를 다루는 나밖에 없다.

따라서 남은 클랜원들은 [마도 비행선] 안에서 최대한 방어적인 자세로 전투에 임해야 했다.

내가 앞의 괴수들을 맡을 거긴 하지만, 혼자 싸우는 이상 빗겨가는 괴수들까지 붙잡을 수는 없으니까.

캬오오오-!!

캬아, 캬아아-!!

나는 전투 태세를 마친 후, 티르본드를 타고 그대로 위쪽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한 손엔 어김없이 [와이번 스피어]를 든다.

돌격 도중.

그리고 공중전에선 꽤 막강한 위력을 사용하는 스킬.

‘액셀 피어싱…!!’

이제는 명실상부 내 주력 스킬, [액셀 피어싱]의 활용을 위해서다.

캬오오오-!

그, 그그그-!!

끼에에엑…!!

티르본드가 거침없이 날아오르고, 그 반동을 추진력 삼아 내 창이 적들을 꿰뚫는다.

피부를 찢어내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적들이 갈려나간다.

[액셀 피어싱]은 역시 공중전과 선공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나는, 이 강력한 스킬을 한 번 더 사용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자비로운 유예기간.’

[세드닐렌의 견습 대리자] 룬에 담긴 신화급 스킬이 적용된다.

스킬 쿨타임이 초기화되고, [액셀 피어싱]이 다시 준비된다.

너무 오랜만에 <초월자의 방>을 맞닥뜨려서일까?

전투를 준비하는 내 몸에…

평소보다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 * *

그리고.

“그만, 그만! 그만하거라!”

무아지경으로 괴수들을 쓰러뜨려가고 있을 때쯤.

웬 녹색 머리카락의 성숙한 여성 한 명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모든 괴수들이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춘다.

마치 어딘가로 ‘소환 해제’된 듯한 느낌.

덕분에 끝 모를 공중전을 치르던 나는 그제야 무기를 내렸고, 나만큼은 아니지만 [마도 비행선]에서 치열하게 전투하던 클랜원들도 한숨을 돌렸다.

“정말 지독한 맹약자로구나. 조금 지치고 위기 상황이면 나타나려고 했더니, 정말 내 권속들을 모조리 처치할 때까지 싸울 셈이었어.”

등장과 동시에 괴수들이 사라진 걸 보면…

아마 그녀는 우리에게 이 시련을 준 ‘초월자’.

나는 질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위대한 존재를 뵙습니다.”

“망나니처럼 싸우더니, 예절은 또 잘 아는구나.”

“이미 몇 번 뵌 적이 있어서요.”

“후후. 그 점은 마음에 드는군. 반갑다. 내 이름은 파렐리스. 그대들에게 시련을 내린 초월자, 자유의 그린 드래곤이다.”

자유의 그린 드래곤, 파렐리스.

용맹의 블루 드래곤 ‘플러비우스’와 수호의 레드 드래곤 ‘카날레스’에 이어, 내가 <초월자의 방>에서 마주하는 세 번째 드래곤이었다.

압도적인 기운이 흘러넘치자, 주변 클랜원들도 날 따라 어설프게 고개를 숙였다.

탁-.

문득 파렐리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이것도 오랜만이네.’

드래곤들의 전유물인 레어 내 순간이동.

게이트 없는 워프 마법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순식간에 화려하게 장식된 그녀의 레어 안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지.”

파렐리스가 원형 테이블에 손을 가리키며 착석을 권한다.

그에 클랜원들이 하나 둘 자리에 앉기 시작했고, 나는 파렐리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정말 난감한 맹약자로구나.”

그리고 다시 한번, 묘한 웃음을 지으며 날 보는 파렐리스.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어떤 점이 말입니까?”

“그대도 잘 알다시피, 초월자의 시련은 위대한 드래곤들과 조금이라도 접점이 있는 존재만이 받을 수 있다.”

일전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스승님인 유은설은 <용의 숨결이 닿는 강> 공략을 통해 시련을 받을 자격을 얻었었고,  [잊혀진 용기사의 긍지] 룬을 보유하고 있던 나는 당연히 시련의 자격이 갖춰져 있었다.

추가로 카날레스의 능력을 룬으로 보유하고 있던 강주연 역시 입장 자격이 있었다. 

즉, <초월자의 방>은 발견한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던전이 아니다.

해당 초월자와 관련된 조건이 갖춰져 있어야 입장할 수 있는 특수 던전.

그건 아마 초월자가 드래곤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내 시련은 다른 초월자들의 시련과 달리 조금 특이하다. 권속들의 분신을 무제한에 가깝게 생성해 도전자들에게 보내고, 그들을 처치하는 협업 과정을 확인하지. 다시 말해 도전자의 리더십과 지휘 능력을 점검한다는 것이다.”

그제야 자격 없는 클랜원들이 입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됐다.

초월자 파렐리스가 부여하는 시련.

이는 한 마디로 ‘동료와의 협업’을 확인하는 시련이었다.

애초에 동료들을 끼고 싸우는 전투였으니, 당연히 전부 입장이 가능할 수밖에.

게다가 한 가지 변수가 더 있었다.

“-그런데 그게 다 의미가 없어졌다. 그대 혼자서 내 권속들을 전부 다 처치하는 바람에.”

“…아.”

그게 파렐리스의 표정이 묘했던 이유였다.

시련을 해결하긴 했는데, 방향이 아예 다르다.

’출제자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공략을 해버렸다.

덕분에 우리는 가볍게 시련을 통과해버렸지만, 파렐리스 입장에선 공략 보상을 어떻게 줘야하는지 난감할 것 같았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통과했죠?”

“끄응….”

어쨌든 초월자의 시련은 해당 초월자가 나타나 통과를 선언하면 끝이다.

드래곤 레어에 들어온 이상, 우리는 이번 <초월자의 방: 파렐리스>를 완전히 공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난감한 얼굴을 하던 파렐리스가, 이내 결심한 듯 테이블에 손을 올렸다.

“좋다. 시련에 참여한 모든 인간들에게 보상을 주도록 하지. 대신, 자격이 없는 이들과 보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도록.”

“감사합니다, 파렐리스 님!”

아무리 보상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초월자의 방> 공략 보상은 기존 던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무려 드래곤과 딜을 해낸 내 모습을 보고-.

“와….”

“지독하시다….”

클랜원들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극찬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초월자의 방: 파렐리스>를 성공적으로 공략하며 각기 다른 보상들을 모두 챙겨갈 수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업적! 그 누구도 쌓기 힘든 금자탑, 초월자의 혹독한 시련을 모두 받고 이겨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에 당신이 보유한 모든 힘이, 빠르고 눈부신 성장을 이룹니다.]

[모든 일반 및 특수 능력치를 각각 4씩, 모든 내성 능력치를 각각 2씩 획득합니다.]

[보유한 모든 룬의 레벨이 1씩 오릅니다.]

[놀라운 업적! 위대한 존재, 초월자들의 시련을 세 번째로 통과해냈습니다. 전설의 공간 속에서 역경을 딛고 일어선 당신의 업적은 그 자체로 신화에 가까운 이야기가 됩니다. 신비롭고 경건한 역사를 만들어낸 당신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신화룬 ‘초월에 도전하는 자’를 획득합니다.]

[룬의 성향으로 모든 일반, 특수, 내성 능력치를 3씩 획득합니다.]

[보유한 모든 룬의 레벨이 1씩 오릅니다.]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내 성장에도, 크나큰 변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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