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SS급 홀더 도재현 (Side Story 完)
국제 홀더 계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다.
세계를 흔들었던 <이탈자의 방> 공략과 <이블 헌터> 클랜의 등장.
그리고 도재현이라는 초신성의 급부상.
그에 따라 한동안 고여 있던 홀더 계와 학계를 향해 변화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논조는 두 개.
-괴수들의 등급이 조정되어야 한다.
-또한, 홀더 등급 체계가 변경되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이미 SS급 괴수의 설정으로 어느 정도 실현이 되고 있었다.
다만, 후자의 경우엔 기존 등급에 큰 변화를 주기에 약간은 민감할 수 있는 논의.
그럼에도 변화의 흐름은 멈출 기미가 안 보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같은 홀더 등급 사이에서도 워낙 큰 실력 차이가 있기도 했고, 다른 등급이라 하더라도 비슷한 실력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홀더 등급 체계가 변화해야 한다는 건 홀더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오래된 논의는 기어코 답을 만들어냈다.
-홀더 등급 체계 변화한다!
-E급 홀더 삭제되고, 해당 인원은 전원 D급 홀더로.
-A급 홀더 등급 내에 AA급 등급 신설….
-추가로, 최고 등급인 SS급 등급 신설…!!
기존에 문제가 됐던 등급들을 삭제하거나 변형하고, 새로운 등급들을 신설했다.
새로운 체계를 본 홀더들은 모두 흥미를 보였지만, 역시 가장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건 따로 있었다.
SS급 홀더.
지금껏 등장한 적 없던, 역대 최고의 등급.
과연 이 등급을 가져가는 홀더는 누구일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 결과는 발표됐다.
-도재현, 세계 최초로 SS급 홀더에 선정!
-국제 홀더 협회장 빌 클라크, “전 세계 S급 홀더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한 결과였다.”
-도재현 승급 사실에 <이블 헌터> 클랜 가치 2배로 껑충-.
-리암 헨드릭스, 차기 SS급 홀더로 유력…
-도재현을 통해 또 한 번 증명된 사실, ‘룬 홀더는 능력치보다 룬이 중요하다.’
어쩌면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
워낙 충격적인 전투를 연달아 보여준 탓에 기존에도 계속 논의가 되고 있었지만, 이번 <초월자의 방: 파렐리스>를 공략하며 마침내 종지부가 찍혔다.
헨드릭스가 되어야 하는가?
혹은 도재현이 되어야 하는가?
한때 그런 질문들이 토론 주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헨드릭스가 “도재현은 이미 날 뛰어넘은 지 오래다.”라고 선언하며 토론은 곧바로 일축됐다.
SS급 홀더 도재현.
아카데미 졸업까지, 딱 반년이 남은 시점이었다.
* * *
“축하합니다, 마스터!”
“재현아, 축하해.”
“오늘 너무 멋있습니다!!”
클랜 타워에서 파티가 열렸다.
명목은 역시, 내 ‘SS급 홀더 승급’에 대해서다.
SS급.
국내 최초는 물론, 전 세계에도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홀더 등급.
나는 홀더가 된 지 3년이 채 안 된 시점에 이를 획득하게 됐다.
개인으로서도-
한국과 국내 홀더 협회 입장에서도.
심지어 아직은 날 학생으로 받고 있는 아카데미 입장에서도, 놀라운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클랜은 이제 SS급 홀더를 배출한 클랜이다.
파티를 여는 클랜원들의 사기는, 가히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재현, 혹시 오늘 밤에 시간….”
“부마스터! 또 혼자 재현이 독차지하려고 했죠! 가만 보면 주연이보다 더 불여우야!”
“…갑자기 난 왜 때려?”
“재현이 오늘 진짜 멋있다아-. 키스하고 싶을 정도로… 헤헤.”
이제는 네 명으로 늘어난 연인들의 작은(?) 다툼은 사소했다.
나는 그녀들의 투정 아닌 투정을 하나하나 다 받아주며 파티를 즐겼다.
파티 도중 마주치는 클랜원들은, 모두 진심으로 내 승급을 축하해줬다.
최초로 SS급 홀더를 배출한 클랜 소속이라는 자부심 때문일까?
그들의 눈빛엔 무한한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그걸 보니 나도 나름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잘 달려온 기분이네.”
홀더가 되고, 아카데미에 입학하며, <이블 헌터>를 만든 지금까지.
조금도 쉬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왔다.
그 끝에 뭔가 보상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의 감정은 분명 보상에 가까웠다.
그동안 잘 해왔다고.
그동안 잘 달려왔다고-.
뜻깊은 칭찬을 받는 기분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연인들.
그리고 내가 손수 뽑았던 클랜원들로부터.
“…좋네.”
나는 축하주를 마시며, 그 기분 좋은 감정을 즐겼다.
* * *
<룬 정보>
◎이름: 초월에 도전하는 자
◎등급: 신화(Myth)
◎레벨: 3
◎새겨진 부위: 심장 (중복)
◎특수효과
*사용조건: 초월자와 관련된 룬을 3개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함.
(*용족의 흔적, 어둠을 삼킨 검, 잊혀진 용기사의 긍지, 용언이 맺은 약속)
1) 이 룬은 오로지 <초월자의 방> 공략을 통해서만 성장시킬 수 있으며, 공략 횟수에 따라 레벨이 결정된다. 또한, 레벨에 따라 룬 성능이 급격히 증가한다. (*현재 3레벨)
2) 초월자의 강인한 신체와 정제된 마력을 갖추게 된다. 내구, 마력 능력치가 15% 상승한다.
3) 룬에서 사용되는 힘은 신성력이지만, 그 색깔은 특별한 신의 형태를 띠지 않는다. 초월자의 힘은 속성이 없는 신성이다.
4) ‘도전자의 성과’ 효과가 상시 적용된다. 한계를 깨뜨리거나 도전에 성공했을 때에 얻는 성과가 증폭된다. 낮은 확률로 별개의 추가 성과를 획득할 수도 있다.
◎파생스킬
[초월자의 저항력]
: 신성력을 소모해 10분 간 초월자의 놀라운 저항력을 갖춘다. 일시적으로 내구 능력치가 2배 증가하고, 모든 마력 공격에 대해 ‘면역’ 상태가 된다. (*단, 이를 파훼하는 스킬이나 능력에 따라 피해가 들어올 수도 있다.) 이 스킬을 사용한 상태에선 오로지 신성력을 활용한 공격에만 타격을 입는다.
(*쿨타임: 3일)
[경이로운 모방]
: 신성력, 마력을 대량으로 소모해, 30분 간 유지되는 ‘분신’을 만들어낸다. 이 분신은 오로지 룬 사용자의 신체적인 능력만 활용할 수 있으며, 모든 능력치는 70%로 조정된다. 게다가 지성을 갖춘 존재가 아니기에, 본래 대상의 능력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쿨타임: 7일)
◎세부정보
: 비록 신은 아니지만, 신의 권위에 도달하고자 했던 이들을 ‘초월자’라고 부른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이 쌓아온 업적과 위엄은, 그들로 하여금 추종자 및 영원한 권속들을 만들어냈다. 이는 초월자들만이 보유한 일종의 ‘신성’. 이 힘을 얻어내고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는, 가히 ‘신의 힘에 도전하는 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진짜 이름값 하는구나.”
<룬 정보>를 읽어보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에픽급 혹은 전설급 룬들을 꽤 많이 얻어봤고, 신화급 룬도 [세드닐렌의 견습 대리자]를 통해 한 번 획득해봤지만… 이 정도 효과를 보유한 룬은 결코 흔치 않았다.
[초월에 도전하는 자].
그 광오한 룬 이름답게, 성능과 효과도 확실했다.
사용조건부터 까다롭다.
‘초월자’와 관련된 룬을 최소 3개 이상 지니고 있어야 사용이 가능하다니-.
어지간한 홀더들은 맛보는 것조차 불가한 룬이었다.
“어둠을 삼킨 검이 초월자 관련 룬일 줄은 몰랐네.”
내 보유 룬 중엔 용과 관련된 룬 말고도 초월자 룬이 있었다.
[어둠을 삼킨 검].
황성연을 처치하고 복제해냈던 룬.
전설 룬인 걸 감안해도 유독 성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평범한 룬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룬 정보에 나왔던 ‘절대자 엘드레인’이라는 설명이 초월자와 연관되는 부분인 것 같다.
“스킬이랑 효과들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사기적이고-.”
굳이 하나하나 읊을 필요도 없다.
면역 상태를 만들어주는 [초월자의 저항력]이나 분신을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모방].
설명을 읽는 것만으로 얼마나 사기적인 효과인지 감이 온다.
사용 방식에 따라 활용도 역시 무궁무진하게 달라질 것 같았기에 더 기대가 됐다.
내구나 마력을 증가시키고, 도전 성과를 증폭시켜준다는 특수 효과 또한 마찬가지.
궁극스킬이나 신화급 성물 등이 없는 대신, 다른 효과들이 확실하게 보조를 해줬다.
무엇보다-.
“초월자의 방. 앞으로도 계속 찾아내야겠네.”
원래도 계속해서 공략할 생각이었지만,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룬의 성장이 오로지 <초월자의 방> 공략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니.
이건 사실상 시스템이 계속 던전을 찾아내라고 떠미는 것과 다름없다.
당장 3레벨인 지금도 말이 안 되는 성능을 보여주는데, 앞으로 성장을 거듭하면 어떤 효과를 보일지 상상이 안 갔다.
그리고 하나 더.
[위대한 존재들의 힘이 깃든 장비들이 서로 빛을 내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장비들을 찾아낸다면, 새로운 능력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현재 보유 중인 위대한 장비
-영험한 드래곤부츠
-영험한 드래곤숄더
-영험한 드래곤헬름
-???
-???]
[*현재 발현되는 효과: 영험한 기운의 주인 (위압 룬이 레벨 Max의 효과를 낸다.)]
<초월자의 방: 파렐리스>를 공략한 후, 아이템 보상으로 [영험한 드래곤헬름]을 얻으며 생겨난 정보창.
일종의 세트 아이템 효과였다.
일전에 레어 아이템 5개를 찾아 세트 효과를 발견했다는 홀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전설급 아이템으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건 처음 봤다.
아니, 아마 전설은커녕 에픽급 세트 효과조차 세계 최초일 거다.
이 효과를 더 늘려가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초월자의 방>과 드래곤 레어 공략은 계속돼야 했다.
“심심할 일은 없겠네.”
나는 웃음을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SS급 홀더로 승급한 이후, 약간은 흐트러졌던 마음가짐이 새로이 잡혔다.
소중한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들.
<이블 헌터> 클랜과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
그동안 함께 싸워온 계약자들과 장비들까지-.
끝이라고 생각한 시점에,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타났다.
닫혀 있다고 생각한 곳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를 채워갔다.
“계속 나아가야지.”
그러니까…
앞으로도.
내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이젠 정말 끝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순간까지.
뭐, 그 모든 게 끝날 때쯤엔.
SSS급 홀더 같은 거라도 돼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혼자 웃음을 지으며, 나는 걸음을 옮겼다.
<서울 홀더 아카데미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아카데미 개강이 있는 날이었다.
[Side Story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