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곰돌이 가방에서 라라 공주 마법봉을 꺼내 허둥지둥 체시어를 뒤쫓았다.
“체, 체시어! 같이 가!”
경사가 완만한 입구를 미끄럼틀 타듯 내려가자.
“여어, 리리스! 왔어?”
우리를 발견한 브루스가 얄밉게 실실 웃었다.
“야, 야! 너희!”
제라드는 우리 쪽으로는 시선도 안 줬다.
무자비하게 마수들을 사냥할 뿐.
‘저, 저거 저놈 설마….’
제라드 슈미트.
그의 싹수는 이미 노래져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 점수 못 먹게 할 생각이야?!’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제라드에게 달려갔다.
“너, 너희는 이제 그만 잡아도 되지 않아?”
“…….”
제라드는 슬쩍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나 보란 듯, 검을 바닥에 던져 버리고 정신을 집중하더니―
화르르륵!
마법으로 눈앞의 늑대를 태워 버렸다.
한꺼번에 열 마리나.
‘뭐, 뭐야! 범위형 공격 마법? 진짜?’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이야! 형 최고!”
“얼른 줍자!”
브루스와 조원들은 떨어진 핵을 신나서 줍고 다녔다.
“얘, 얘들아! 잠깐만! 잠깐! 멈춰 봐, 제라드!”
“리리스.”
제라드가 방긋, 웃고는 나를 돌아봤다.
“그러니까 나랑 같은 조 하지 그랬어?”
“뭐?”
그는 또 한 무리의 마수를 태워 버리고 땀범벅이 된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너 설마 일부러 이러는 거야, 지금? 내가 너랑 조 안 해서?”
“마음대로 생각해.”
“와.”
그는 검술부인데도 마법부 공격 계열들이나 쓰는 마법을 다루고 있었다.
‘이 자식 처음부터 일부러 훼방 놓을 생각이었어.’
다수의 대상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범위형 공격 마법.
그것도 C급.
외우는 것도 힘들고 외워도 캐스팅이 쉽지 않을뿐더러 마나 소모량도 어마어마하다.
‘자기 전공도 아닌 걸 이렇게 숙련해서 왔다고…?’
환장하겠네.
애초에 우리를 방해할 생각으로 비전공에 그 어렵다는 C급 공격 마법까지 숙달해 온 미친 근성.
당연히 대화가 될 리 없었다.
233, 228, 222…….
나는 빠르게 감소하는 마수들 수를 보다가, 급히 우리 조원들에게 달려갔다.
“얘들아!”
마침 체시어가 마수 한 마리를 잡아 넘겼고, 스코어 화면이 떴다.
! B조 입장 !
리리스 루빈슈타인: 46점
체시어: 0점
젬: 0점
롬: 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