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가 힘을 숨김 (111)화 (112/261)

‘미치겠네. 진정해라, 진정.’

오스카는 체시어에게서 눈을 떼고 진정하려 심호흡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자꾸만, 그 끔찍한 날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체시어 루빈슈타인.

대의를 위한, 다수를 위한 희생….

에녹 루빈슈타인에게 그딴 알량한 것들만 머릿속에 입력하듯 배우고 자란 놈.

‘그래, 네가 뭘 알았겠냐.’

그 가르침에 예외도 있다는 걸.

눈앞에서 잘린 채 나뒹구는 딸의 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던 아버지의 마음 따위.

“전에 했던 거 기억나지? 그대로 하면 돼.”

“예.”

셀레나가 말하자, 체시어는 마나포말에 들어가 측정을 시작했다.

오스카는 일부러 딴생각을 하면서 울컥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휴, 그래도 저놈 없었으면 의심 없이 마나포말 교체도 못 했지.’

그런데 짜증 나.

수치가 올라가는 마도구 화면을 보며 오스카가 지그시 분노를 삼켰다.

‘저 개자식이 이번에도 안 변하고 그대로면 어떡하지? 우리 애가 자기 죽이지 말라고 미리 주워다가 밥도 주고 길러 줬는데 설마 배은망덕하게 굴진 않겠지?’

지금 고민해 봐야 답은 안 나온다.

그러니까 그만 화내자. 진정.

‘뭐, 그래도 저놈이… 마지막에 나는 안 죽이고 어떻게든 숨은 붙여 놔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거니까.’

아니, 그래도 짜증 나.

“실은 제가요. 제가 그만, 그만…. 걔한테 심장이, 심장이 뛰고 말았거든요….”

리리스는 그렇게 말했다.

아니, 자길 죽일 놈한테 심장이 뛸 수도 있나?

나는 너를 그렇게 속없이 살라고 가르친 적이 없는데?

“아오!”

오스카가 못 참고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측정 완료를 알리는 음이 들려왔다.

! 측정 완료 !

마나 보유량: 1924988

계급: 1급, 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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