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네. 진정해라, 진정.’
오스카는 체시어에게서 눈을 떼고 진정하려 심호흡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자꾸만, 그 끔찍한 날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체시어 루빈슈타인.
대의를 위한, 다수를 위한 희생….
에녹 루빈슈타인에게 그딴 알량한 것들만 머릿속에 입력하듯 배우고 자란 놈.
‘그래, 네가 뭘 알았겠냐.’
그 가르침에 예외도 있다는 걸.
눈앞에서 잘린 채 나뒹구는 딸의 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던 아버지의 마음 따위.
“전에 했던 거 기억나지? 그대로 하면 돼.”
“예.”
셀레나가 말하자, 체시어는 마나포말에 들어가 측정을 시작했다.
오스카는 일부러 딴생각을 하면서 울컥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휴, 그래도 저놈 없었으면 의심 없이 마나포말 교체도 못 했지.’
그런데 짜증 나.
수치가 올라가는 마도구 화면을 보며 오스카가 지그시 분노를 삼켰다.
‘저 개자식이 이번에도 안 변하고 그대로면 어떡하지? 우리 애가 자기 죽이지 말라고 미리 주워다가 밥도 주고 길러 줬는데 설마 배은망덕하게 굴진 않겠지?’
지금 고민해 봐야 답은 안 나온다.
그러니까 그만 화내자. 진정.
‘뭐, 그래도 저놈이… 마지막에 나는 안 죽이고 어떻게든 숨은 붙여 놔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거니까.’
아니, 그래도 짜증 나.
“실은 제가요. 제가 그만, 그만…. 걔한테 심장이, 심장이 뛰고 말았거든요….”
리리스는 그렇게 말했다.
아니, 자길 죽일 놈한테 심장이 뛸 수도 있나?
나는 너를 그렇게 속없이 살라고 가르친 적이 없는데?
“아오!”
오스카가 못 참고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측정 완료를 알리는 음이 들려왔다.
! 측정 완료 !
마나 보유량: 1924988
계급: 1급, 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