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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주인공을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5) (10/197)

10화. 주인공을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5)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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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9771459926.png“그래. 키안이란 아이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게야?”

1654977145993.png“아직 모릅니다. 곧 알려줄 생각입니다.”

16549771459926.png“아이가 충격받지 않아야 할 텐데…….”

아마, 할머니께서는 키안보다 내가 더 충격을 받고 있단 사실을 전혀 짐작도 못 하고 계시겠지. 우리는 할머니에게 편히 쉬시라고 말을 한 후 우리의 방으로 갔다. 나와 키안이 닮은 곳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이 말을 믿으시다니!

16549771459939.png“이제 말해줘. 할머니에게 키안이 내 친아들이라고 말한 이유가 뭔지.”

1654977145993.png“생각해봐. 네 자식도 아니고 내 자식도 아닌 푸른 눈의 금발 머리를 내가 데리고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 내게 사랑하는 여인이 생긴 건 이해한다고 해도, 내가 그 여인과 그렇게 싫어하는 어린아이를 입양한다, 라……. 길리언이 잘도 속아줄 것 같진 않은데?”

음. 역시 영민한 악역이라 그런지 머리가 좋았다. 그 좋은 머리를 쓰는데 내가 희생되는 게 애석했지만.

16549771459939.png“거기까진 그렇다 쳐도 할머님까지 속이는 건…….”

1654977145993.png“할머니까지 속여야 완벽하니까. 어설프게 일을 꾸몄다간 길리언을 속이지는 못한다. 누구보다 너도 잘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16549771459939.png“난 너처럼 통찰력이 있어서 그 사람의 단면만 보고도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시카르의 캐릭터 특성을 이야기한 것뿐이었지만, 그는 칭찬을 들은 듯 ‘크흠’ 소리를 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에게 칭찬을 들을 때마다 시크하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고 한다.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으니, 내게 들키기 싫어서 저런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칭찬을 좋아하는 악역이라니. 어울리지가 않아.

1654977145993.png“키안을 입양하기 위해서도 네가 친엄마라고 해두는 게 낫겠지.”

16549771459939.png“키안에게 까지도 내가 친엄마라고 하란 소리야?”

1654977145993.png“그래.”

16549771459939.png“그건 안 돼. 키안이 제 친모를 얼마나 원망하고 미워하는지 알고 있잖아.”

1654977145993.png“지금 이 시기에 키안은 제 친모를 그리워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길리언에게 키안의 존재를 들키게 된다면, 나는 길리언과 전쟁을 하거나 키안을 죽여야 한다. 그럼 넌 내게 필요가 없어진다. 너도 알다시피 난 사람을 길게 설득하지 않지. 당장 결정해라. 키안의 친엄마가 될 것인지 키안과 한 무덤에 묻힐 것인지.”

이 미친놈이 기어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구나.

16549771459939.png“해줄게.”

1654977145993.png“잘 생각했다.”

16549771459939.png‘어떻게 하면 이게 생각하고 대답하는 걸로 보일 수가 있는 거지? 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대답한 거라고!’

1654977145993.png“네가 키안의 친모인 것을 밝히고 나면, 눈 속에 묻혀 있는 발리제부터 찾아야겠다.”

발리제는 키안의 친부였다. 키안을 지키기 위해 설산에서 폐왕의 무리에 맞서 싸웠던 발리제는 눈 속 어딘가에 묻혔다. 자라면서 키안은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설산에 묻혀 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반드시 시신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각오를 다진다. 그리고 훗날 왕좌에 오른 뒤에 발리제의 시신을 찾아 왕궁 묘지에 안치하게 된다. 시카르는 그 발리제의 시신을 지금 찾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누구보다도 주인공 키안의 불행을 통감하던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일을 시카르는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력이 좋아서 기억을 한 건지, 키안의 불행에 통감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보아온 시카르의 모습 중에서는 가장 인간미 있어 보였다.

16549771459939.png“그럼, 그건 내가 키안에게 물어볼게.”

1654977145993.png“당연히 그래야지. 내가 물으면 아내의 전남편 시신을 찾는 것이니 이상해지니까.”

아니, 그것보다 물어도 키안이 말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물을 수가 없는 거겠지.

1654977145993.png“그리고, 키안 앞에서는 내게 말을 조심하도록 해라. 키안이 보기에 내가 너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야 내 말을 잘 따를 테니까.”

16549771459939.png“그건, 키안이 네 부하일 때나 그렇겠지. 자식일 때와는 다르다고. 키안이 네게서 온기를 느끼지 못해서 그런 거야.”

1654977145993.png“그러니까, 이상하다는 말이다. 키안은 나처럼 강하고 냉정한 사람에게 보이면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내게는 조심하지 않는 거지?”

16549771459939.png“키안이 그런 계산을 하게 되는 건 나중이야. 아직은 아이잖아. 그런 것까진 계산 못 해.”

1654977145993.png“역시 멍청한 혈통이군. 난 아이일 때도 모두 계산이 가능했었는데 말이지.”

16549771459939.png‘그게 너의 설정값이니까! 주인공 키안이 상대해야 할 보스 악역이라고 좋은 능력은 모두 줬으니 그렇지.’

1654977145993.png“루시가 집을 나오는 게 내일이군. 내일 루시를 레이독스에게 곱게 돌려 보내주고 온 후 키안에게 입양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 더불어 네가 친모인 것도 고백하고.”

16549771459939.png“그럼 내일 오는 길에 키안이 입을 옷도 좀 사줘.”

1654977145993.png“그건 사용인들에게 시키면 될 일…….”

16549771459939.png“아니, 네가 직접 골라서 사주라고. 그게 아빠야. ‘키안, 너와 친해지고 싶어서 산 옷들인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이렇게 하는 거라고.”

1654977145993.png“구역질이 나오려는군.”

16549771459939.png“사용인들을 통해서는 마음은 전달할 수 없어. 그런 거 하나도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고.”

1654977145993.png“혹시 너도 그런가?”

16549771459939.png“응?”

시카르는 아주 재미있는 얘기라도 들었다는 듯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또 나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1654977145993.png“네 이야기인지 묻는 거다. 내가 옷을 사주길 바랐는데 내가 안 사줘서 서운했나?”

얘 왜 또 착각계로 빠지는 거야.

16549771459939.png“난 안 서운하니까 그런 데서 내 걱정 안 해도 돼.”

1654977145993.png“후…… 짝사랑 5년 동안 좋아한단 말 한마디 못해본 너라는 걸 깜빡했군. 그래. 내일은 네 드레스도 사주도록 하지.”

16549771459939.png‘아, 아니. 그런 데서 착각하지 말라고!’

1654977145993.png“손 좀 잡아 보자.”

시카르는 내 손을 잡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

16549771459939.png“또, 왜.”

1654977145993.png“네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서.”

16549771459939.png“그런 거 기억 안 해줘도 돼.”

1654977145993.png“난 기억하는 쪽이 편하다. 부끄러워도 손을 이리 주는 게 네 신상에 좋을 거야.”

말할 때마다 협박이 절반이군. 나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한참 기억을 읽던 시카르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1654977145993.png“옷을 보는 눈이 전혀 없군. 촌스럽고 밋밋한 옷이 취향인가.”

16549771459939.png“그건 네가, 내가 사는 시대의 패션을 몰라서 그런 거야. 나 정도면 평범한 거야.”

1654977145993.png“평범하니 문제인 것이다. 이곳에서 공작부인이, 그것도 이 시카르 블레이크의 아내가 평범한 옷을 입고 다닌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할 수 없이 네 옷은 앞으로 내가 사야겠다. 공작부인이 누가 봐도 촌스러운 옷을 입고 다니면 안 되니까.”

16549771459939.png“내 옷을 네가 사주겠다고?”

1654977145993.png“그래.”

16549771459939.png“그냥 돈으로 주면 내가 잘 살 수 있는데.”

1654977145993.png“혹시…….”

시카르는 또 재미있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로 걸어왔다.

1654977145993.png“나 몰래 돈이라도 빼돌릴 생각인가?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관둬라. 어차피 다 들킬 일이니까.”

그렇구나. 헛된 꿈이었구나. 금세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방을 나오며 키안의 방에 들렸다. 그새 키안은 또 잠들어 있었다. 또 악몽을 꾸고 있는 건지 어린아이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주인공 키안은 매일 잠이 들 때면 종종, 누군가에게 쫓기듯 숲속을 달리는 악몽을 꾸었다. 숨을 헐떡이며 한참을 숲속을 달리던 키안은 어느 순간 갑자기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가끔은 그 꿈에서 깨어나기도 했지만, 꿈이 반복되기도 했다. 시카르의 말대로 베로니아를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키안의 엄마가 되어준다면, 이 작은 아이가 그 무서운 악몽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까? 다음 꿈에서는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고 내 품으로 들어오게 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잡고 있던 키안의 손을 놓고 일어서려 하자, 그 작은 고사리손이 내 손을 꽉 쥐었다.

16549771459939.png‘그래. 비록 가짜라도 이렇게 상처 가득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아이가 더 밝게 자랄 수만 있다면…….’

나는 잠든 키안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준 후 방을 빠져나왔다. *** 다음 날, 나는 시카르와 함께 가출한 루시를 찾기 위해 또 마차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정확한 시간을 몰랐기 때문에 너무 일찍 나온 터라 키안에게는 인사도 하지 못한 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 오늘따라 날씨는 더 추워서인 마차 안에서 오래 대기를 하다 보니 온몸이 떨려올 정도로 추웠다.

16549771459939.png“시카르. 오늘 날이 너무 추…… 춥나 봐. 이러다 우리가 마차 안에서 먼저 동사할 것 같은데. 여기 하…… 핫팩 같은 건 없어?”

1654977145993.png“그런 게 있으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없다. 안 그래도 그거 정말 괜찮은 물건이라서 한 번 생산을 시도해볼 생각이긴 했지.”

16549771459939.png“하…… 할 거면 빠, 빨리 좀 해줘…….”

1654977145993.png“그렇게 춥나?”

16549771459939.png“내가 일부러 덜덜 떨고 있는 걸로 보이는 건 아닐 텐데?”

1654977145993.png“글쎄. 정말 추운 건지 추운 척 내게 안기려는 건지 모르겠군. 내가 기억만 읽을 줄 알지 사람 속내를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말이야.”

응? 시카르는 곤란하다는 듯 자신의 미간을 긁적거리며 오른팔을 옆으로 쫙 펴더니, 망토 한쪽을 펼쳤다.

1654977145993.png“후자가 더 의심스럽긴 하지만, 감기에 걸리면 곤란하니 이리로 들어와라. 내 품은 제법 따뜻하다.”

시카르의 표정은 마치…… 내가 자기에게 안기려고 별 수작을 다 부린다는 표정이면서도, 그런 날 위해 자신이 인심 쓰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 나는 정말, 참, 기가 막혔다.

16549771459939.png“안 가. 안 간다고.”

아니, 안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말 추위 앞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이미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으니 슬쩍 안긴다 해도 창피하지도 않을 테고. 나는 마음대로 생각하라는 듯 시카르의 망토 속으로 쏙 들어갔다. 보고만 있어도 가끔 심장을 서늘하게 만드는 시카르의 품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살 떨렸지만, 한편으로는 신체 대사 활동이 좋은 시카르의 품속은 정말 따뜻해서 이 품 안에서 나가기가 싫을 정도였다. 차라리 ‘난 네가 너무 좋아! 시카르!’를 외치며 일찍 들러붙지 않은 것이 아쉬울 만큼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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