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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주인공을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9) (14/197)

14화. 주인공을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9)202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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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안은 나를 어머니라 부르면서도 주먹을 꽉 쥐고 불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얼마나 엄마란 이름이 불러보고 싶었을까. 나는 키안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16549772414371.png“그렇게 불러줘서 고마워. 이리 와줄래?”

키안은 망설임 없이 나에게 와락 안겨 왔다. 나중에는 이 왕국의 주인이 될 이 작은 몸집의 아이는 행여라도 나를 놓칠세라 꽉 끌어안고 있었다. 얼마나 어른의 품이 그리웠으면 이렇게까지 나를 꼭 안아줄까 싶어서 또 눈물이 핑 돌았다. 키안은 내 품에서 얼굴을 떼지 않고 조심스레 말했다.

16549772414376.png“마님의 아들이 돼서 영광이에요.”

주인공의 엄마라니 내가 더 영광이지.

16549772414371.png“키안. 이제는 마님이 아닌 엄마라고 부르라니까.”

16549772414376.png“네…… 어머니…….”

그전까지는 시카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돼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엄마보다는 교사로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그런 마음. 하지만 키안에게서 엄마란 소리를 듣고 나니 정말 이 아이의 엄마로서 베로니아에게 키안을 보내주기 전까지는 키안을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키울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16549772414371.png‘네가 무사히 베로니아의 품에 안길 수 있을 때까지 반드시 널 지켜줄게.’

내 품에 안겨 있던 키안은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빼꼼 들어 올렸다.

16549772414376.png“저…… 그런데 공작님은…….”

아. 그렇지. 키안도 이제 시카르가 제 아빠가 되는 건가 싶어서 등골이 서늘하겠지. 그 생각을 하니 키안에게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내가 들키지 않았다면, 지금쯤 레이독스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을 텐데. 대신 원작에서처럼 키안이 외롭게 크지 않게 해줄 것이다. 정서가 안정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사랑을 듬뿍 줄 테니까.

16549772414371.png“네 아빠가 되는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빠란 소리가 나오지 않겠지. 얼마 전에 아빠를 잃었으니까.

16549772414371.png“키안. 네가 불편하다면 아빠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 공작님이라고 불러도 된단다. 우린 강요하지 않을 생각이야.”

16549772414376.png“정말 그래도 돼요?”

16549772414371.png“그럼 당연하지. 우린 네 마음이 가장 중요하니까.”

그럼에도 키안은 공작이 저를 아들로 받아들인다는 말이 못 미더운 듯 말했다.

16549772414376.png“근데…… 정말 공작님께서 저를 아들로 받아주신다고 하셨어요?”

시카르가 사람을 신뢰하는 방식이 기억을 읽는 것이라면, 키안은 사람의 따뜻한 기운을 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시카르가 저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못 미더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16549772414371.png“물론이지. 그래서 공작님은 지금 너에게 일을 시킨 하인들을 혼내고 계시는 중인걸.”

하인들을 혼내고 있다는 게 미안했는지 키안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16549772414376.png“아, 아저씨들은 죄가 없어요. 제가 한다고 한 일이에요. 공작님께 아저씨들을 부디 용서해달라고 해주세요.”

16549772414371.png“착하기도 하지. 내가 공작님께 잘 말씀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해.”

내가 그렇게 말해도 미안함이 가시지 않았는지 키안은 잔뜩 주눅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16549772414376.png“네. 감사해요…….”

16549772414371.png“그리고 이젠 하인들을 아저씨라고 부르면 안 돼.”

16549772414376.png“그럼요……?”

16549772414371.png“내일이면 우린 널 공작님의 아들로 입적시킬 거야. 아, 그러니까 입적이라는 건 공식적으로 네가 우리의 아들이 된다는 의미야.”

키안은 그게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16549772414376.png“공식적인 아들이요?”

16549772414371.png“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공작님의 사람들을 모두 네가 부려 먹을 수 있다는 거야. 그러니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을 하면 안 돼. 알겠지?”

키안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16549772414376.png“네…….”

원작에서 키안은 평범한 일곱 살 아이에 불과했지만, 레이독스는 키안을 훗날 이 왕국의 주인으로 앉히기 위해 비밀리에 왕세자 교육을 시켰었다.

16549772414371.png‘키안. 조금만 기다려. 곧 레이독스와 가까워지고 나면, 원작에서처럼 레이독스에게서 왕세자 교육을 받게 할 테니까.’

16549772414371.png“그리고 네게 줄 선물이 있는데 한번 보지 않을래?”

16549772414376.png“선물이요?!”

역시나 선물은 주인공마저도 금방 행복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는 걸까? 언제 그랬냐는 듯 키안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16549772414376.png“좋아요!”

나는 귀엽다는 듯 키안의 머리를 슬쩍 쓸어 주곤 걸어가 방문을 열었다. 방문 앞에는 부티크에서 사 온 옷 가방들이 한가득 쌓여 있고 그 앞에는 하녀들이 서 있었다.

16549772414371.png“옷을 모두 방으로 가져와.”

16549772472199.jpg“네. 마님.”

하녀들이 옷 가방을 들고 와 방 안으로 내려다 놓는 것을 본 키안은 선물 가방들이 한가득 들어오자 놀란 표정이었다.

16549772414376.png“이, 이게 다 제 거예요?”

16549772414371.png“당연히 모두 네 거야. 공작님이 사주신 것들이란다.”

16549772414376.png“공작님 께서요?”

16549772414371.png“널 입양하는 기념으로 사 오신 것들이야. 한번 입어볼까?”

16549772414376.png“그래도 돼요?”

16549772414371.png“당연하지. 네 옷 인걸.”

귀엽게도 키안은 기분 좋은 듯 방긋 미소를 지었다. 옷이 모두 진열되자 나는 하녀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키안에게 가장 먼저 입혀보고 싶었던 옷 몇 가지를 꺼내 들고 왔다.

16549772414371.png“그럼 한번 입어볼까?”

내가 옷을 입혀 주려 하자, 키안은 기겁을 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16549772414376.png“제가 입을게요!”

아 역시, 내가 친엄마가 아니라서 그건 좀 불편하려나? 그래도 입혀주고 싶은데. 나는 조금 아쉬웠지만, 키안이 옷을 들고 부랴부랴 침대 뒤로 숨어버려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긴 아빠와 단둘이 설산에서 살다 보니 ‘혼자서도 잘해요’가 더 익숙해진 아이지. 뒤에서 조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키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6549772414376.png“다 입었어요…….”

고개를 돌려보니 연미복으로 갈아입은 키안이 수줍은 듯 입술을 오므리고 서 있었다. 너무 귀여워서 당장 볼을 꼬집어 주고 싶은 것을 억누르며 천천히 다가갔다.

16549772414371.png“세상에 정말 멋진걸!”

신기한 것은 키안이 이런 연미복을 입어보는 게 처음일 텐데도 익숙한 듯 맞게 잘 차려입은 것이었다.

16549772414371.png“그런데 키안. 이런 옷은 처음 입어보지 않니?”

16549772414376.png“네. 처음이에요…….”

키안은 마음에 드는지 머쓱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16549772414371.png“세상에! 그런데도 잘 챙겨 입었구나. 혼자 입기 불편하지 않았어?”

16549772414376.png“네. 앞으로도 혼자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16549772414371.png“아니야. 앞으로는 사용인들에게 입혀 달라고 해. 키안. 넌 이제 귀족이야. 그러니 사용인들을 시키는 게 당연해.”

무엇보다 귀족이 사용인들을 부려먹지 않는다고 노발대발할 시카르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키안이 스스로 옷을 입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그것도 골치가 아플 일이었다.

16549772414371.png“네가 사용인들을 부리지 않으면 사용인들은 필요가 없게 될 테니, 공작저에서 그들을 쓰지 않을 거야. 그럼 그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겠지?”

키안은 금세 알아들은 듯 ‘아…….’ 하고 입을 벙긋거렸다.

16549772414371.png“그러니까 부끄러워하지 말고 사용인들에게 맡겨. 알았지?”

키안은 쭈뼛쭈뼛하게 서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도 처음엔 하녀가 옷을 입혀 줬을 때 얼마나 기겁했는지 모른다. 누가 입혀준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키안에게서 동병상련을 조금 느끼긴 했지만, 키안은 나와 달리 왕족이니까 잘 극복해야겠지.

16549772414371.png“단, 오늘만은 네가 입도록 해줄게. 대신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겠으면 나한테 입혀 달라고 하기다?”

키안은 내 제안이 마음에 드는 듯 활짝 웃으며 옷을 몇 벌 더 갈아입었다. 어찌나 모델이 좋은지 입는 옷마다 안 어울리는 옷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멜빵 바지를 입고 난 후 키안은 침대에 앉았다.

16549772414376.png“이 옷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세 벌 중에서 결국 키안이 선택한 옷은 고급스러운 연미복이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와 살던 설산에서 주로 입던 멜빵바지 옷이었다.

16549772414371.png‘아버지가 그리운가 보구나. 키안이…….’

나는 또, 코끝이 찡해오는 걸 참으며 키안을 향해 박수를 쳐 주었다.

16549772414371.png“와아. 키안. 너무 잘 어울려. 다음에는 부티크에 같이 가서 옷을 함께 고르는 게 어때?”

16549772414376.png“부티크라면…… 옷가게를 말하는 거예요?”

16549772414371.png“맞아. 혹시라도 옷가게 가는 게 불편하면 안 가도 돼.”

16549772414376.png“그게 아니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요. 기대돼서…….”

맞아. 앞으로 일어나는 일들 모두가 키안에게는 다 처음이겠지?

16549772414371.png“키안. 그러고 보니 난 너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내게 네 얘기를 들려주지 않을래?”

내가 이런 질문을 한 것은 발리제의 시신을 찾기 위함이었다. 키안의 속사정도 모른 체 무작정 시신을 찾았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키안은 한참 동안 나를 물끄러미 바보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키안은 아빠와 단둘이 살았다. 아주 어릴 땐 엄마가 곁에 있었다고 하지만 키안의 기억 속에 엄마는 없었다. 아빠 말로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엄마가 함께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키안은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단둘이 깊은 설산에 살았던 까닭에 키안의 유일한 친구는 설산의 흰토끼와 흰다람쥐 정도였다. 친구, 엄마. 키안이 그런 존재들에 대해 배운 것은 모두 아빠가 사다 놓은 동화책 덕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을 나갔던 아빠는 갑자기 긴박하게 이곳을 떠나야 한다며 키안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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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만 해도 키안은 아빠가 왜 저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곧 알 수 없는 괴한들이 들이닥쳤고, 도망가도 잡힐 것을 예상한 아버지 발리제는 설산 속에 동그란 열기를 만들어 키안을 숨겼다. 키안은 그 작은 열기 속으로 들어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가 없었던 키안은 그 속에서 벌벌 떨며 울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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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한참이 지나서야 키안을 감싸고 있던 열기가 사라졌다. 그제야 쌓인 눈 속에서 빠져나온 키안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온통 새하얀 눈밭 말고는. 제 아빠를 찾아 설산을 헤매던 키안은 제 아빠를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걸어나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의 체온은 내려가지 않았다. 아빠가 남긴 열기 때문인지 제 몸에서 나는 열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제 아빠를 닮은 사람을 쫓다 보니, 키안은 어느새 난생처음 보는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키안은 그때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란 것을 보게 되었지만, 제 아빠 말고는 아무것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곤 마치 유령에게 이끌리듯 어느 민가로 들어갔다. *** 키안이 들어간 그 민가는 내가 이곳에 와서 잠시 신세를 지게 된 그 집이었다.

16549772414371.png‘모두 내가 아는 얘기들이었지만, 키안에게 들었으니 이제 좀 더 아이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살필 수가 있겠어.’

16549772414371.png“조심스러웠을 텐데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키안. 네 엄마는 내가 꼭 찾아줄게. 널 버린 게 아닐 거야.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걸 거야.”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키안이 스스로 자신이 버림받은 아이라고 생각하며 자라는 것이 싫어서.

16549772414371.png“내 말을 믿어 키안. 분명히 엄마는 널 버리지 않았어.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걸 거야.”

16549772414376.png“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16549772414371.png“그럼. 내 말 믿지?”

처음으로 키안의 표정이 평안해 보였다. 키안은 행복하고도 평안한 얼굴로 내게 안겼다.

16549772414376.png“네. 믿어요. 어머니.”

키안의 평온한 모습을 봐서일까. 여기 온 이후로 나도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반드시 네 엄마를 무사히 구출해서 결코 네가 버림받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거야.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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