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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악역 사용법 (4) (91/197)


91화. 악역 사용법 (4)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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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구 마음대로?!”

시카르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아니면 나를 놀리는 게 재미있는 건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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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가 출타 중이라 오늘 밤 난 네 곁을 떠날 수가 없다. 그러니 네가 싫든 좋든 넌 오늘 나와 같이 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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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 님께서는 어디에 가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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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향 사람들을 찾으러 갔지.”

비카가 멀리서도 사람을 식별하는 눈이 뛰어나다 보니 비카를 보낸 모양인데. 왜 하필 그날이 오늘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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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잘 수 있어. 악몽을 꿔도 괜찮으니까 너도 네 방 가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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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악몽을 꾸게 내버려 둘 수 없는 건 둘째 치고라도 네 악몽의 원인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네 곁을 떠날 수가 없겠군. 혹시 아나? 네 악몽의 원인을 찾아내면 네 광장공포증의 원인도 찾아낼지.”

뭐라고 대응할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카르의 눈을 계속 보고 있기도 너무나 민망했기에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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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았으니까 비켜줘.”

시카르는 비켜서며 옆으로 곧장 드러누우며 내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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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침대에 누워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편하군.”

시카르는 정말 편한 듯한 손으로 제 머리를 받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나는 전혀 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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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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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전에서는 침대가 작아서 어쩔 수 없이 아래에서 잤지만 여기는 침대도 넓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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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내가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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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머리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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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는 일순 내가 뭘 잘못 들은 건 아닌가 귀를 의심했다. 시카르의 입에서 인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날이 올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서 나는 다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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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머리? 너 지금 인정머리라고 한 거야?”

시카르는 나를 곁눈질로 흘겨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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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차갑다. 그때도 그 차가운 바닥에서 잤었지. 그리고,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듯이 내게도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하는데.”

내 친절을 바라는 사람치고는 매우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의 말대로 내 악몽을 봐주겠다고 손을 꼭 붙들고 있는 사람에게 너무 인정머리 없게 굴 필요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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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알았어. 대신 얌전히 손만 잡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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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친절하게 말해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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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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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금 친절하게 말해달라고 해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건가 해서 묻는 거지.”

난 방금 명령을 한 것이었지만, 시카르는 친절하다고 들은 모양이었다. 그럼. 친절한 명령이라고 해두지, 뭐.

그런데 왜 갑자기 내게 친절하길 바라는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 친절하다는 것의 의미를 알긴 아는 걸까.

내가 조금 부스럭거리자 시카르는 갑자기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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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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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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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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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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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잠시 이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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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왜 갑자기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달라고 하는 거야?”

시카르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잡고 있는 내 손을 더욱 꼭 잡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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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다른 사람들에겐 잘 웃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날 보곤 잘 웃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길래 한 말이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카르는 마치 전혀 자신과 상관없는 얘길 하듯 무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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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거래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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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건 아니다. 필요할 때 거래를 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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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네가 원하는 걸 취할 때 하는 게 거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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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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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럼 우리 거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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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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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대해줄 테니까 너도 나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줘.”

내 얘기를 잘 듣던 시카르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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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너 하나에게만 친절하길 바라는데 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친절해지길 바라고 있군? 거래는 공정해야지. 너도 한 사람만 정해라.”

쓸데 없이 용의주도한 놈.

친절하게 대할 대상을 고르라니. 그것도 나란히 서로를 마주보고 누워서 손을 잡고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 생각하니 지금 이 상황이 웃겼지만, 누구 하나라도 고르긴 골라야 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금세 대상자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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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사람으로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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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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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성인이 아니니까 두 사람이라도 한 사람 몫으로 해줘.”

시카르는 누군지 알겠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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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쌍둥이들을 말하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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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요즘 키안을 대하는 것처럼 쌍둥이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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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친절하게 대해주지. 대신 내가 쌍둥이를 울리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너도 내게 꽤 친절하게 대해야할 것이다.”

나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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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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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친절하게 안고 잘까?”

고개를 돌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던 나는 경악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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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건 친절하고 다른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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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네가 나에게 친절하게 구는 건 뭐가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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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내 침대에서 자게 해주는 것까지가 친절한 거야.”

나는 더는 말 걸지 말라는 듯 몸을 돌렸다. 등 뒤로 시카르의 시무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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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팔 배게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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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친절과는 무관한 거야.”

이번엔 등뒤로 시카르의 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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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잘자, 라고 말해줘.”

나는 순간 그 귀여운 말투에 웃음이 나올 뻔해서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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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

곧장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들린 후 시카르의 그나마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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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잘자도록.”

 

***

늦은 밤. 지하감옥에서 나오는 시신을 수급하는 수레꾼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수레 안에는 고문을 받다 죽은 자들이 실려 있었다.

수레꾼들은 수도의 지하 감옥 안에서 나온 수레를 이끌고 나와 시신을 마차에 실었다.

시신을 실은 마차는 수도와는 조금 멀리 떨어진 야산에 도착했다.

수레꾼들은 마차에서 내려 시신을 산허리에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짐승들이 나타나기 전에 서둘러 하산했다.

낮게 깔린 안개와 달빛만이 어스름하게 비추는 을씨년스러운 야산에 아무렇게나 내버려져 있는 시신들의 모습은 처참하고 참혹했다.

갖은 고문을 받다가 그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이 끊어진 처참한 시신들의 억울한 곡소리가 산을 울리듯 공명했다.

달이 더 기울고 나면 시신들은 모두 늑대나 하이애나들의 밥이 될 것이다.

몰래 수레 마차 지붕을 타고 온 비카는 수레꾼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바닥에 있는 시신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들 중 아직 얕은 숨이라도 남아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일일이 사람들의 코에 손을 갖다 대던 비카는 이윽고 숨이 붙어 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비카는 주머니에서 꺼내든 힐링포션을 사내의 입에 조금 넣어주고 동태를 살폈다.

곧 사내가 큰 숨을 뱉으며 호흡을 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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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드나?”

숨이 다시 붙은 사내는 메마른 입술을 서서히 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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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려 주세요. 사…… 살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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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네게 뭘 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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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검은 눈동자의 인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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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뭘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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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전, 몰라요. 정말이에요……. 모, 목격은 했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정말…… 모릅니다…… 사,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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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목격했지?”

사내는 다시 입술을 움직이려다 의식이 끊어진 듯 고개를 늘어트렸다. 숨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칠 대로 지친 체력과 지독한 고통에 기절한 것뿐이었다.

이미 국왕이 동양인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정보는 그것이면 족했다.

사내는 이대로 두면, 늑대의 밥이 되지 않더라도 저체온으로 곧 죽게 될 것이다. 비카는 그냥 일어설까 하다 공작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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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살생 싫어한다. 죽어가는 사람을 모른 척하는 것도 싫어하지.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죽을 사람도 살려줘라.’

몸을 일으켰던 비카는 피곤한 얼굴로 다시 주저앉았다.

어차피 살기 위해서 입조심 할 테니 살려둔다고 해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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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

비카는 힐링포션을 더 꺼내 사내의 입에 털어 넣어 먹인 후 사내가 누워 있는 포대 자루를 질질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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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정말 귀찮아.”

 

***

비카의 귀가에 유라의 곁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시카르는 번쩍 눈을 떴다.

같은 시각.

공작저로 돌아온 비카는 공작이 이미 자신의 귀가를 눈치챘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서재로 가기 전에 귀찮은 악몽의 정령부터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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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귀찮아. 이 지긋지긋한 맹약.”

공작저 근처를 맴도는 악몽의 정령들을 티끌만 한 한 점 없이 모두 제거한 비카가 서재에 들어가자 시카르는 이미 먼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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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했나?”

비카는 귀찮다는 듯 소파에 기대앉으며 머리를 뒤로 젖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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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이 검은 눈동자의 사람을 찾고 있던데? 누군가 동양인을 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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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누군지는 알아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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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마님일지 레이독스의 집에 있는 그 여자일지는 알 수 없지. 뭐,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지. 확실한 건 없어. 여자라는 것 말고는.”

시카르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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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랬군. 우리가 먼저 찾아야 된다. 먼저 찾아서 입을 막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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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동양인이라고 하는 그 사람들이 국왕에게 도련님의 정체를 알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시카르는 당연한 질문을 한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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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키안이 잘못된다면 내 저주는 풀 수 없을 테고, 그렇게 되면 우리 맹약도 영원히 존속되겠지.”

영원한 맹약이라니. 그건 곤란한 말이었다.

비카는 피곤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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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과도 전쟁을 치러야 할 것 같은데, 차라리 이참에 우리가 국왕을 치면 안 돼? 완전히 승산 없는 싸움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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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아 때문에 안 된다.”

비카는 뜻밖에 얘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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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아라니? 듀리온한테 찾으라고 했던 공주를 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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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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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련님이 왕손이라고 했지. 베로니아 공주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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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공주를 찾기 전까지는 결코 국왕에 맞서면 안 된다.”

비카는 기운이 빠졌다. 그깟 공주와 저들이 무슨 상관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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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공주하나 찾자고 우리가 죽을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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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가 반드시 키안에게 제 엄마를 찾아주고 싶어 하니까.”

비카는 진이 빠진다는 듯 어깨를 늘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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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님 얘기군. 언제부턴가 넌 온통 마님 얘기야. 마님의 마리오네트라도 된 듯이 마님이 하라는 것만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시카르는 자신도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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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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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고? 마님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는 거야? 지금? 대체 그 마님이 뭔데, 뭐길래 그렇게까지 끌려다니는 거냐고!”

잠자코 비카의 말을 들어주던 시카르의 얼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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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조심해라. 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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