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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악녀가 체질 (2) (93/197)


93화. 악녀가 체질 (2)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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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블레이크 공작부인이시라도 무례하십니다. 그런 말은 감히 전하께서도 하지 않으십니다.”

아무래도 아직 헤르시아는 누군가를 호통치기엔 너무 여린 것 같았다.

시카르와 한 달만 합숙해도 성격이 조금 더 강하게 바뀔 것 같은데.

아니지. 시카르의 기에 눌려 성격이 더 소심해질지도 모르지.

아무튼 부들부들 손을 떨고만 있는 헤르시아를 보니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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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라뇨? 지금 하멜 백작님께서 들고 있는 차 향에서 아무 냄새도 못 느끼는 거예요?”

하멜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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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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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백작은 정말 이 냄새가 느껴지지 않느냐구요. 생강차인 것 같은데 생강이 상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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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랬습니까?”

그랬긴. 뭐가 그래. 사실 이건 완전한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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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차를 마셨다간 배탈이 날지도 모르니 드시지 않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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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공작부인. 공작부인이 아니었다면 왕후 전하의 티파티에서 큰 실수를 할 뻔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헤르시아를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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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시아. 차를 다시 좀 가져다주시겠어요?”

내가 그녀만 볼 수 있게 살짝 윙크를 하자, 헤르시아는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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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녀올게요. 공작부인.”

그리고 나는 헤르시아가 자리를 피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표정을 바꾸었다.

바로 시카르가 알려준 대로 사납고 못된 표정으로. 아, 그리고 말투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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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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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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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이 운송업을 한다지?”

백작은 나의 하대에 당황한 낯빛이긴 했지만 별다른 대꾸를 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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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업을 하다 보니 냄새에도 취약해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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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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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에 여자도 싣고 마약도 싣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아니나 다를까 하멜의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게 철저히 비밀리에 자행했던 불법들을 내가 알고 있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

나는 그동안 시카르에게서 곧잘 봐왔던 냉정하고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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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비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당장이라도 네 저택 지하창고를 털어서 네가 숱하게 밀매한 것들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

내가 이것까지 아는 줄은 몰랐던 하멜의 얼굴이 완전히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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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회를 줄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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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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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혼을 깨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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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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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를 못 알아먹겠나? 국왕 전하께 헤르시아와 결혼할 수 없다고 고하란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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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국왕 전하께서 결정 내리신 일이라 제가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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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전하께 네 수익의 절반을 주겠다고 하면 전하의 마음도 바뀌겠지.”

조용히 대답만 하던 하멜이 인상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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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지나친 부탁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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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라니. 명령이야.”

하멜은 이보다 더 모욕적일 수는 없다는 얼굴로 인상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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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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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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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하멜을 말을 하다 멈추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것은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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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대로. 공작님께서 이미 백작의 불법 자행을 모두 알고 계시고 온 왕국에 공론화하려고 하고 있지. 하지만 백작이 야욕을 멈추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평안히 살아갈 수 있게 도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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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나는 시카르를 따라 그를 향해 가소롭다는 듯 비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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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헤르시아가 늙은 대머리 중년 백작에게 시집가지 않길 바랄 뿐이니까.”

아아. 물론 흉내를 낸 건 맞긴 했지만, 이건 너무 시카르의 말투였다.

하멜은 마른 침을 삼키며 나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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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의 협박이 그렇게 호락호락 먹히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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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이 사교 활동이라고는 공작저를 지키는 것이 전부인 공작부인이 하는 말이 전혀 위협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남편이 바로 블레이크 공작이라는 걸 명심하도록.”

나는 그를 조롱하듯 웃으며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헤르시아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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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시아. 여긴 좀 덥군요. 우리 시원한 테라스로 가서 바람 좀 쐴까요?”

헤르시아는 꽤 당황했지만, 내가 끌고 나가자 얼떨결에 따라 나왔다.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사납게 말해본 적이 없었기에 겉보기에는 꽤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심 심장이 쫄깃거렸다.

그나마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오늘 먹은 약발 덕이었다.

테라스로 나오자 헤르시아는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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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거예요?”

하지만 나는 어지러움이 밀려와 심호흡을 좀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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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저도 제가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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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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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시아가 해야 할 말을 제가 한 것 같은데,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매우 떨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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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

헤르시아는 감동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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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 고마워요. 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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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백작은 공작님께 듣던 것보다 더 무례한 사람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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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태어나 저렇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래서 제가 너무 당황해서 공작부인께서 해주신 말씀을 모두 잊어버렸지 뭐예요. 그 순간 정말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나도 저렇게까지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보니, 말을 하면서도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시카르를 떠올리며 그의 말투나 눈짓을 따라 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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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신세를 지는 것 같아서 죄송하고 감사해요.”

헤르시아는 여전히 마음이 불편한지 크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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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곧 댄스 타임이 있을 거라고 해요. 왕후 전하께서 제가 하멜 백작과 춤추길 원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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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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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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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은 오늘 춤을 출 수 없을 거라서요.”

아까 시카르가 하멜의 기억을 보기 위해 악수를 하며 잠시 담소를 나누는 동안 그가 마시는 찻잔에 설사약을 탔다고 했으니, 조금 있으면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춤은커녕 초죽음이 돼 있을 것이다.

헤르시아는 이유를 떠나서 하멜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매우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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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요? 전 정말. 꼼짝없이 왕후 전하께서 하멜 백작과 춤을 추라고 할까 봐 많이 무서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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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아론 님이 오실 테니 아론 님과 추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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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이요? 아론이 여길 어떻게 ……?”

어떻게긴. 시카르가 불렀지. 아론의 두 눈으로 왕실에서 헤르시아를 이용하려는 정황을 똑똑히 보게 된다면, 왕실에 대한 반감이 더욱 강해지고 그 반감은 모두 키안을 향한 충성심을 더 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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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시아 님 외롭지 말라고 공작님이 부르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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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아론이 저와 춤이라도 추게 된다면 괜히 전하에 눈 밖에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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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진 않을 거예요. 그냥 춤만 추는 거니까요. 아론 님과 연인인 티만 내지 않는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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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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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 전하의 눈치가 빠르니 아론 님을 너무 사랑하는 눈빛으로만 보지 않는다면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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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자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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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근래에 본 것 헤르시아의 표정 중 가장 자신 있어 보이는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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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싸워서 사랑하는 눈빛으로 보려고 해도 못 보거든요.”

테라스에서 조금 더 담소를 나누고 있자니 시카르와 아론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론은 오늘 평소와 다르게 예복을 잘 차려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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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님이 오셨으니 어서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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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예복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헤르시아는 혼잣말을 하다 나를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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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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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세요.”

헤르시아는 아론을 흘겨보면서도 그가 와서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시카르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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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시아에게 맡기라고 했더니 또 오지랖을 부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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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 척하기엔 없던 의분도 생기게 할 만큼 저질 같은 놈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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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말 잘하더군. 내 보기엔 차라리 악녀가 체질 같아. 이왕이면 눈꼬리를 더 매섭게 올리는 게 좋았을 테지만, 그 정도도 훌륭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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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라니. 저질 같은 놈을 응징한 의인이라면 모를까.”

시카르는 내가 하멜 백작에게 당당하게 따져 물은 말들이 꽤 재미있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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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멜 백작만 저질일까. 나쁜 놈들이 많으니 앞으로도 그 성격 쭉 유지하도록 하는 게 어때?”

그 말은 즉,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란 말이었다. 곧, 자신처럼 되란 말이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사람은 외롭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간단하게 대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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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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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할 말이 좀 있는데…….”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는 성격인 시카르가 할 말이 있다고 하는 거면 심상치 않은 말이 분명했기에 나는 조금 긴장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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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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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네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라서.”

남의 기분까지 생각할 정도로 시카르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지만, 그래서 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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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이 상할 일이라는 게 대체 뭐야? 키안에게 위험한 일이라도 할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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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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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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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의 기억을 좀 봐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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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가 뭐래? 가서 손 잡아. 맨날 비카 손도 잡는데 왕후 전하 손 좀 잡는다고 누가 뭐라 그럴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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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카 손을 잡는 게 신경 쓰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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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래서가 아니라. 그냥 난 괜찮으니까 가서 마음껏 잡으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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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이 많이 쓰이나 보군. 걱정 말아라. 잠깐 기억만 보고 관둘 테니까.”

대게 왕후에게 예의를 갖출 때 왕후의 손등에 키스를 하곤 하지만, 다이엔느는 자신의 손등을 허락하지 않는 왕후였다.

그래서 시카르가 번거롭게 헤르시아를 왕후의 시녀로 들인 것이었다.

그런 왕후의 손을 대체 어떻게 잡겠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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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왕후 전하의 기억은 볼 수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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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아 공주의 기억은 볼 수 없겠지만, 왕후는 왕가의 핏줄이 아니니 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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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헤르시아가 왕후를 감시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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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더니 역시 질투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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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가 아니라 혹시나 해서 묻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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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이 적극적으로 동양인을 찾고 있고 목격자들이 제법 나오고 있다. 너처럼 차원 이동을 한 사람이 한둘은 아니란 소리겠지. 그중 누구라도 찾게 된다면 베로니아가 죽거나 키안이 죽거나, 아니면 모두 다 죽겠지. 왕후가 베로니아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확인은 해봐야겠지.”

이 세계에 떨어지자마자 고문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하지만, 왕후와 접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시카르가 어떤 방법으로 왕후와 접촉을 할지 걱정이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생각보다도 더 계획적이었다.

비카가 어둠의 정령을 불러내 왕후의 다리를 살짝 넘어트리자, 시카르가 왕후를 붙잡아 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카르의 말대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손만 잡아줄 줄 알았는데, 저렇게 허리를 감싸 안으니 상당히 불쾌했다.

무엇보다 가장 기분이 나쁜 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있는 왕후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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