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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악녀가 체질 (5) (96/197)


96화. 악녀가 체질 (5)
2022.05.02.


시카르는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라고 했던 내 말을 잊지는 않았는지 그나마 아이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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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감히 공작인 내게 그런 말을 하면 못쓴다.”

루시는 심드렁한 얼굴로 검을 내리며 투정하듯 몸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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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었어요.”

평소 같으면 콧방귀를 뀌었을 시카르는 눈썹 한쪽을 올리는 것으로 끝냈다.

그러곤 날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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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대해달라던 말을 취소하고 싶어지는군.”

하지만, 취소 못 하겠지. 이미 내가 베푸는 친절에 반해서…….

후. 이런 건 닮으면 안 되는데.

레이독스는 걸어와 시카르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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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준비되었으니 자리를 이동하시죠.”

쌍둥이들은 레이독스를 보자마자 이미 벌써 와-아 함성을 지르며 식사를 하기 위해 달려나갔고, 키안은 그 뒤를 차분히 걸어가며 뛰지 말라며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정말 키안이 잘나도 보통 잘난 게 아니구나.

시카르는 갈 생각은 하지 않고 레이독스를 노려보고 있었기에 나도 자리를 뜨려다 서연을 먼저 보내고 서 있었다.

시카르가 또 레이독스를 잡아먹으려 든다면 내가 중간에서 제지를 해야 하니까.

사나운 맹수를 기르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려나.

레이독스는 시카르의 심기가 상한 이유를 떠올리는 듯하다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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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을 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작님.”

저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레이독스는 시카르의 심기가 불편해진 이유가 루시와 대련을 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못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볼 땐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시카르는 쓰게 웃으며 레이독스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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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예뻐만 할 게 아니라 교육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군. 루시가 방금 내게 입에 담아선 안 될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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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담아선 안 될 말이라고 하시면…….”

시카르는 노기 등등한 얼굴로 눈을 잠시 부릅떴다가 간신히 이성을 유지한다는 듯 숨을 내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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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이라고 했다.”

레이독스도 이 말엔 꽤 놀랐는지 금세 머리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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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다. 공작님. 아이들이 왕손 저하와 어울리다 보니 공작님까지도 편하게 생각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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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저 가문의 아이들이 그렇게 철이 없으면 되겠나? 그리고 쌍둥이는 머지않아 키안을 섬겨야 할 테니 앞으로 천천히 주군에 대한 예우도 가르치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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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씀은 곧 반정을 일으키시겠다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북부에서 베로니아 공주님을 찾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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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근심하던 레이독스는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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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을 가지고 오시리라 기대하겠습니다.”

그 말은 나조차도 웃게 만들었다. 시카르가 확신한다면 베로니아를 드디어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얼른 키안에게 달려가서 이제 네 친모를 찾을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공주가 키안을 만날 때까지. 시카르가 공주를 무사히 데려올 때까지는 꾹 참기로 했다.

***

레이독스는 우리를 위해 후작저 후원 야외에 푸짐한 식사를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식사뿐 아니라, 연주자들까지도 있었다.

레이독스의 성격으로 보아, 놀랐을 서연을 위해 준비했거나, 놀랄 서연을 위해 준비한 자리 같았다.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하프 연주를 들으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배불리 식사를 끝내고 나서 우리는 벤치에 앉아 여유 있게 티타임을 즐겼다.

시카르와 나란히 앉아서 식사 후 잔디밭을 구르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루시가 앞으로 다가왔다.

루시는 시카르에게 할 말이 있다는 듯 손을 뒤로하고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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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있나?”

시카르의 질문에 루시는 크게 결심한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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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봐주신 거 알고 있어요.”

시카르는 곧장 역시 그걸 알고 있었냐는 듯 기분 좋은 표정을 짓다가 내 눈치를 보곤 겸양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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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긴. 내가 그런 걸 봐줄 사람으로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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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타르 족은 힘이 세잖아요. 다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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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모르는 게 이상하겠지. 그래. 내가 봐줬긴 하지만, 네가 잘한 것도 있다.”

루시는 시카르의 칭찬에 생긋 웃으며 등 뒤로 숨기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그것은 사과였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는 웃고 말았다.

루시가 아까 일을 사과하려고 사과를 가져온 건가?

그런 생각을 한 건 시카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과를 보며 목 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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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과는 뭐지? 나한테 사과하겠다는 뜻이라도 담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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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고…… 이거 쪼갤 수 있죠? 시타르 족이니까 그런 건 누워서 빵 먹기잖아요!”

루시의 당돌한 말에 당황한 건 시카르 만이 아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저래서 사과를 들고 온 거였구나. 그러니까, 사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숴달라고 하기 위해서…….

시카르는 루시를 매섭게 노려보며 사과를 두 쪽으로 나누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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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네 아비인 후작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건 후작에게 들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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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아빠는 볼일 본다고 집 안에 들어가고 여기 없는걸요.”

루시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시카르는 또,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친절하게 대하라고 했는데 루시가 저런 표정을 지으니 뜨끔하겠지.

시카르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나름대로 다정하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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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이 없을 땐 내게 가져와라.”

겨우 그 말을 해놓고 민망했는지 시카르는 곧장 시선을 돌렸다.

루시는 시카르가 건넨 사과를 받아들고 꺅 고함을 지르며 껑충껑충 뛰어갔다.

시카르는 마치 원망하듯 곧장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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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피곤한 존재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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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사랑스러운 존재이기도 하잖아.”

시카르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보더니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인정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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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아이들이 정말 사랑스러운 존재일까?”

그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멜론을 손에 든 루시가 이쪽을 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천진난만하게 해맑은 얼굴로.

그래서, 시카르는 멜론도 쪼개 줘야만 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거 들고 오지 말라고 말을 하던 중에 루시는 신나게 멜론을 들고 아이들을 향해 뛰어갔다.

시카르는 화를 삭이는 중인지 씩씩거리진 않았지만, 허리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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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사랑스럽다는 말이 나와?”

나는 웃음이 나오려고 해서 꾹 참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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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악동들이라고 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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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은 빼고 그냥 악동들이라고 해.”

아무래도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있자니 이번엔 루시가 수박을 카트에 실어서 끌고 왔다.

그 모습을 보던 시카르는 이번은 결코 용납 못 한다는 표정을 짓더니, 바닥에 있는 커다란 돌을 주워들었다. 그러곤 루시를 보며 손에 든 돌을 잘게 부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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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것이 시타르 족의 힘이다. 이제 확인했겠지? 그러니 이제 그만 해라.”

시카르는 매우 엄하게 말했지만, 루시의 표정을 보니 씨알도 안 먹힌 것 같았다.

이제 보니 시카르가 루시와 제법 잘 놀아 주는 거 같은데.

루시는 자갈보다도 잘게 부수어진 돌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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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먹을 수가 없잖아요. 수박을 쪼개 달라고 하려던 건 먹으려고 그런 거였다고요.”

어쩜, 루시가 이렇게 당당하게 잘 컸나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울고불고 했을 텐데 지금은 시카르에게 전혀 겁을 먹지 않고 있었다.

역시 예사 인물이 아니란 말이지.

그리하여. 시카르는 루시의 수박을 쪼개주었고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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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오면 그땐 네 손에 있는 그, 카트를 부수어 주겠다.”

하지만 카트를 밀며 뛰어가는 루시의 시선이 온통 수박에 있는 걸 보니 시카르의 말은 전혀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았다.

시카르는 부글부글 올라오는 화를 참을 수가 없다는 듯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제 이마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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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애들은 정말 피곤해. 아무래도 난 전쟁터가 더 어울리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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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도 전쟁이야.”

시카르는 내 말에 발끈한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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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 이건 지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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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라니. 역시 애들을 보는 일은 천하의 시카르에게도 힘이 든 모양이었다.

나를 보며 그렇게 말하는 시카르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배를 잡고 웃자, 시카르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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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미있게 해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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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을 잘 보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어.”

내가 웃어서 마음이 풀린 건지 시카르는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살짝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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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끔은 악동들을 상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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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하는 게 아니라, 돌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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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힘든 일을 넌 어떻게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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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을 보는 일은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그보다 날 더 행복하게 해주는 일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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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데 행복하다니, 모순처럼 들리는데.”

시카르는 이해 되지 않는 눈빛이었다. 힘든데 행복하다는 말이 와닿지 않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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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을 등반해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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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번이 아니라서 모두 다 말하기도 힘들 정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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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등반할 때 정상까지 가는 동안 중간에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 때가 많잖아.”

시카르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던 모양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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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산을 등반하면서 그런 걸로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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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엄청 힘든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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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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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렇게 힘들지만, 정상에 도착하면 성취감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행복하잖아. 마찬가지로 아이를 보는 일은 그보다 몇 배 더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보다 몇 배 더 나를 행복하게 해줘.”

시카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민망할 정도로 한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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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짓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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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 행복한 표정이 나오는 거니까.”

마주 본 시카르의 눈빛이 왠지 순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종종 날 바라보는 눈빛이 순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넋 놓고 시카르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내밀며 들어오는 그 얼굴에 빨려가듯 입을 맞출 뻔했다.

애들이 있는데 그럼 안 되지.

나는 딴청을 부리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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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님은 어디 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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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올까?”

레이독스 때문에 방해받았다고 생각한 건지 시카르의 목소리에서 작은 분노가 느껴졌다.

그 목소리는, 레이독스의 목 뒷덜미라도 잡아끌고 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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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가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앞으로 걸어가자, 시카르가 나를 따라서 조금 빠른 걸음으로 따라오더니 뒤에서 갑자기 내 손을 잡으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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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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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좀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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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기억이 없을 텐데 같이 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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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옛날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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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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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카르는 심드렁하게 말했지만, 볼에는 살짝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내 손을 꽉 잡고 있는 모양새를 보니, 그냥 내 손이 잡고 싶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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