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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화. 국왕의 마법사 (1) (101/197)


101화. 국왕의 마법사 (1)
2022.05.19.


안드레아는 손에 수갑을 차고 있는 터커를 보고 이 죄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안드레아를 보며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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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죄인은 아니고, 용의자라네. 위험한 사람은 아니니까, 수갑은 풀어주고 게스트룸으로 안내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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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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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식사는 했다고 하니까 씻을 물만 받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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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터커는 해맑게 잘 자라고 인사를 하며 안드레아를 졸래졸래 따라갔다.

그동안 시카르는 키안을 방에 눕히고 내려왔다. 터덜터덜 내려오는 그의 낯빛에 그늘이 깊게 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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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연이 노출된 이후로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군.”

왕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니 내 속에서 또다시 분노가 똬리를 트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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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왕이란 자의 행동은 정말 실망스러웠어.”

시카르는 그런 건 안중에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는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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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드는 어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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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지니고 다니라고 해서 소매 안에 넣어놨지.”

내가 소매 속에서 작아진 완드를 꺼내 들자 시카르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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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케 떨어트리지 않고 잘 감춰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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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때문에 메이리가 고생을 좀 했지. 여기 옷들은 왜 다 주머니가 없는지 몰라. 그래서 메이리에게 드레스 소매 안쪽마다 작은 포켓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

내가 소매를 까뒤집어 보여주자, 시카르는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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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하군.”

그래서 나는 인상을 좀 찡그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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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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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이. 아주 잘했어. 현명한 생각이었다. 이젠 내가 공작저를 떠나 있는 동안 완드를 완벽히 사용하는 법만 익히면 되겠군.”

그까짓 거 못 할 거 없지. 나를 해치는 것도 아니고 나를 지켜주는 완드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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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나온 김에 지금부터 당장 해. 오늘 밤에 모두 익히고 잘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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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직 저녁도 못 먹었다. 식사는 하고 뭘 해야지.”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종일 정신이 없어서 식사도 챙겨 먹질 못했네.

이미 시카르가 음식을 준비해놓으라고 일렀는지 다이닝룸에는 식사가 모두 준비돼 있었다.

그런데, 나는 오늘따라 도통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으니 시카르가 나를 보며 음식을 맛있게 먹으라는 듯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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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먹고 완드를 휘두를 힘이나 나겠어? 잘 봐. 이렇게 먹어. 우걱우걱. 냠냠.”

맛있게 먹는 법을 흉내 내는 걸 보고 있으니 웃겨서 밥이 들어가다 도로 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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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알겠어. 먹을 테니까 그런 흉내 안 내도 돼. 너 지금 엄청 웃기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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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다는 말이 썩 기분 나쁘지는 않은 말인 것 같군.”

시카르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물잔을 들었다.

남 웃겨 줄 줄도 알고. 이제 진짜 사람이 되어가는 건가.

식사가 끝날 때쯤이 되자, 점잖은 안드레아가 급한 얼굴로 다이닝룸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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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 공작님!”

시카르는 손에 들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항상 행동을 가지런히 하는 안드레아가 이렇게 급하게 뛰었던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 시카르의 부모가 사망했을 때였다.

그래서 시카르는 불길한 얼굴로 자리에서 곧장 일어섰지만, 무슨 일인지 대번에 묻지 못하고 있었기에 내가 대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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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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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시아 님께서 급히 전해드릴 말씀이 있다고 찾아오셨습니다.”

나쁜 소식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자, 시카르는 안심이라는 듯 얕은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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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시아가? 어서 들어 오라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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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작님.”

헤르시아가 이 시간에 무슨 급한 일인 거지.

마침 식사도 다 끝낸 터라 우리는 입술을 닦고 곧장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검은색 후드 망토를 덮어쓴 헤르시아가 이미 와서 앉아 있었다.

헤르시아는 나를 보자마자 다급한 얼굴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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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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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시아. 이 시간에 무슨 급한 일이길래 이런 차림으로 오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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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께서 수상한 일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헤르시아는 말을 하다말고 시카르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서 나는 안심하라는 듯 그녀의 두 손을 꽉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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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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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말을 들어서 도저히 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나는 헤르시아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으며 시카르도 앉으라는 듯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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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었길래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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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아 공주님을 처형한다고 해요. 베로니아 공주님은 이미 궁을 떠나신 분이잖아요?”

헤르시아는 엄청난 가십거리라도 얻은 듯 말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시카르도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인상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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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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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작님. 국왕 전하와 왕후 전하가 나누는 얘기를 똑똑히 들었어요.”

시카르는 구태여 헤르시아의 기억을 보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없는 말을 지어내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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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식은 언제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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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씀은 못 들었지만, 곧 공표할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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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얘기는 못 들었고?”

헤르시아는 내 눈치를 슬쩍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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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이유인지 소공자님을 베로니아 공주님의 아들로 의심하고 계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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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군.”

시카르는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는 듯 긴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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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정보였다. 헤르시아. 밤이 늦었으니 호위 마차를 붙여 주겠다. 같이 가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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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공작님. 아론이 같이 와서 아론의 호위를 받으며 가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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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은 돌려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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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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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아론과 만남을 자제하고 처신에 신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해야 목숨을 잘 보존할 수 있다.”

시카르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아론이 레이독스의 수하로 들어갔기 때문이었지만, 헤르시아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기에 납득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시카르를 꽤 많이 신뢰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금세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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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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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은 당장 돌려보낼 테니, 너는 우리 병사들의 호위를 받고 가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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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작님.”

집에 듀리온이 없었던 탓에 시카르가 직접 나가 병사들에게 호위를 지시했다.

그런데. 병사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기 위해 나갔던 시카르가 다시 돌아와 칼을 챙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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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이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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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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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나갔다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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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슨 일인데?”

시카르의 표정은 꽤 심각했다. 그는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듯 급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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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비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사병들이 모두 경비를 서고 있고 레이독스를 불러 놓았으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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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 근데 비카 님께 무슨 일이 생겼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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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얘기하지. 별일은 없을 것이다. 혹시나 해서 가 보는 거니까.”

시카르는 일어서며 안드레아를 불렀다. 안드레아는 밤중에 시카르가 허리춤에 칼을 차고 나가는 것을 보며 사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한 듯 굳은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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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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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작저에 아무도 없으니 레이독스가 도착하기 전까지 마님의 곁을 지키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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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작님.”

안드레아가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서 곁에 두는 건 아니었다. 공작저에 나 혼자 덩그러니 있으면 내가 무서워할까 봐 안드레아를 부른 것 같았다.

시카르는 별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비카의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어떤 위협적인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시카르와 비카는 맹약 때문에 서로의 위험을 감지할 수가 있었으니까.

대체 무슨 일일까. 비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는 초조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안드레아는 소파 앞을 서성이는 나에게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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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시면 한결 나으실 거예요. 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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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고맙네.”

안드레아의 말대로 따뜻한 물이라도 한잔 마시고 나니 한결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비카와 시카르. 모두에게 별 탈이 없어야 할 텐데.

마음은 조금 가라앉아도 나오는 한숨은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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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카가 멈춰선 곳은 블레이크 외곽에 있는 어느 숲길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비카는 일부러 그를 유인해 블레이크 외곽 숲길에 멈추어 섰다.

멈춰선 비카는 몸을 돌리며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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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

인적 없이 어두운 숲길엔 비카의 목소리만이 허공을 울렸다. 비카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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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줄 아니까 나오라고, 파시움. 내가 너 찢어 죽이려고 일부러 이곳으로 유인한 거니까 쥐새끼 짓은 그만하고 이만 나와.”

조금 지나니, 고집스럽게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비카의 앞으로 검은 후드 로브를 입고 있는 파시움이 나타났다.

언제나처럼 길게 내려온 후드 때문에 그의 눈은 보이지 않았다.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비카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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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야. 너 같은 마법사 놈이 내 뒤를 쫓아다니는 게 제일 기분 나빠. 특히 너처럼 입 꾹 닫고 얼굴을 보이지 않는 음흉한 마법사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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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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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주워 먹을 거 있다고 내 뒤를 쫓아다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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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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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유가 없어? 그럼 할 짓이 없어서 날 쫓아다닌 거야? 왕의 근위대장이 그렇게 할 짓이 없어?”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긴장의 흐름을 알리듯 강한 바람이 짧게 스쳐 지나갔다.

침묵을 지키던 파시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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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 왜 찾……지?”

이상한 말투와 이상한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사람의 목소리도 바람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것은 마법이 내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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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제대로 못 하네? 목소리도 이상하고. 마력을 높이기 위해 혀를 자르는 마법사들이 있다더니, 그게 너구나?”

마법사들이 자신의 마력을 더 높일 요량으로 때때로 스스로를 희생시키곤 했다. 마법사들은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스스로의 신체 일부를 포기하고 제물로 삼으면 더 큰 마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취득한 마력은 강한 만큼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기에 영혼도 잃어버리고, 종국에는 오직 자신의 마력을 쓰는 일에만 몰두하게 되었다.

더 강한 것을 열망했던 파시움은 스스로를 내던지고 힘을 택했다.

비카는 파시움의 상태를 금세 알아차리고 재미있다는 듯 주변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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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법으로 하네?”

파시움은 비카의 그런 도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꼿꼿하게 선 채로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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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 왜, 찾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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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 욕심에 자기 혀를 잘라먹는 병신은 너밖에 없을걸. 제 육신의 소중함도 모르는 등신이 힘만 가져서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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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찾지?”

비카가 아무리 도발을 해도 파시움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만을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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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넌 날 왜 쫓아다니는데? 명령을 받고 쫓아다니는 거 아니야? 나도 명령을 쫓아다니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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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 무슨 명령인 것인가.”

가만히 파시움을 보던 비카는 재미있다는 듯 입술을 비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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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 제대로 등신이네.”

파시움이 자신의 마력을 위해 바친 것은 비단 혀만이 아니었다. 그것을 발견한 비카는 우스워서 참지 못하겠다는 듯 깔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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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참, 가관이구나. 파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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