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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베로니아 (4) (106/197)


106화. 베로니아 (4)
2022.06.06.


나는 당황해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좀 해보라는 듯 애꿎은 시카르만 쳐다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당황한 나와는 달리 시카르는 키안을 속일 마음이 전혀 없는 듯 의문이 드는 것을 거침없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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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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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께 받은 수업 중에 군주 수업이 있었거든요. 스승님께서는 리더의 자질을 가르친다고 했지만, 그런 책이라면 다른 책들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가 돌아가실 때 제게 알려준 성과 지금 국왕님의 성이 똑같기도 하고…….”

키안은 말을 하다 멈추고 날 한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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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예전에 제게 절 낳아준 어머님을 반드시 찾아주겠다고 약속하신 것도 생각났어요.”

그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구나.

이런 상황에서 키안이 그런 말을 너무 덤덤하게 한 까닭인지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자 키안은 짐짓 놀란 얼굴로 내게 티슈를 건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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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울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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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꼭 친어머니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서 내가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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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어머니. 전 스승님을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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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안…….”

키안은 어른스럽게 웃으며 내 눈가에 눈물을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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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아요. 어머니가 잘 키워주셔서 전 아주 강한 남자로 자랐으니 걱정 마세요.”

그렇게 말하니까 더 눈물이 났지만, 시카르의 질문에 나는 금세 눈물을 그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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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안. 베로니아 공주님이 처형당한다는 소식은 어디서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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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미 소문이 파다하니 모를래도 모를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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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군.”

시카르를 보던 키안은 조금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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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문에 많은 분들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는 걸 이번에 알 돼서 마음이 무거워요. ……공작님께도요.”

키안의 그 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시카르는 키안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던 탓에 머쓱했는지 시선을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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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마음이 무거워질 이유는 없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모두가 너를 선택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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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공작님께서도…… 저를 선택하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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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요에 의해 너를 선택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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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작님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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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키안은 납득할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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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절 낳아주신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계시니까. 공작님의 노고도 잊지 않을 거예요.”

고맙단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아직 둘 사이가 어색해서인지 돌려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시카르도 지지 않고 키안에게 무심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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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네가 잊지 않고 꼭 갚을 수 있게 네 친어머니를 잘 구해낼 테니 나중에 그 은혜 꼭 갚아라.”

키안은 대답을 목례로 대신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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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 이만 공부하러 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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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도 안 먹고 또 공부하러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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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디저트는 제 방에서 먹으며 공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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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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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잖아요. 그리고 공부가 할수록 재미있어요. 어머니.”

공부를 재미있어 하는 건 키안의 성격이기도 하니, 난 더 말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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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안.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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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머니.”

키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미소를 지으며 나갔지만, 이런 사실을 모두 다 알고 있으면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키안의 모습이 나는 되레 더 신경 쓰이고 안쓰러웠다.

키안이 방을 나가고 나자 시카르는 내게 손수건을 건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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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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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표정을 보니 또 눈물바다를 만들 것 같아서 미리 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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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무렇지 않아하니까 마음이 무겁네.”

나는 걱정이 한가득이었지만, 시카르는 그런 키안이 자랑스럽다는 듯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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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가 키안을 아직 아이로 봐서 하는 소리지. 키안은 군주다. 이제 곧 길리언의 왕좌를 뺏을 이 세계의 군주라고.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제 할 일을 하고 있으니 대견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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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안쓰러운 거야.”

말하지 않았지만 시카르의 표정은 어째서냐고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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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해결된다면 네가 안쓰러울 일도 없겠지.”

시카르는 마치 내일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확신을 하는 것인지 나를 안심 시키려는 것인지 구분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자신감 있는 모습에 나는 꽤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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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형식이 있는 날이면, 그 밝던 하늘도 무겁게 가라앉은 낯을 하듯 도시가 온통 회색빛으로 변했다.

오늘도 예외는 없었다. 하늘이 애탄하는 가운데 레카도르 광장에는 단두대가 세워졌다.

유라는 방안에 서서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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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늘은 오고야 말았구나.’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시카르도 비카, 듀리온과 함께 현관 앞으로 나가 서 있었다.

한 시간쯤이 지나자 장작을 실은 마차 여러 대가 들어섰다. 이 중 쌍둥이와 서연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비카는 소리로 판단하기 위해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시카르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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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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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면 그때 찾아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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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른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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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리?”

비카는 불길한 눈으로 밖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매서운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밝은 귀에 뒤를 뒤쫓은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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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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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이라면, 마차를 감시중이란 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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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발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마차에서 아이들을 내릴 때 장작과 함께 잘 숨겨서 내리게 해야겠는데 자칫하면 들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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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겠군,”

시카르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마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장작을 실은 마차에서 화르륵 불길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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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거야!”

시카르가 고함을 치며 마차를 향해 달려가자 비카도 고함을 치며 마차를 향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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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마차에 불을 질렀어!”

마차에서 불길이 치솟자, 마부들은 더 마차를 끌지 못하고 곧장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듀리온은 뛰어들어가며 마부들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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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피해! 안으로 들어가!”

마부들은 놀라 헐레벌떡 저택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시카르는 주변에 있는 물의 정령들을 끌어모아 마차의 불길을 꺼트리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불을 꺼트리기 위해 저택 안에 있는 병사들을 동원하긴 했지만, 평소에 소방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들고 나를 수 있는 양동이도 한계가 있었다.

연기를 마신 병사들은 기침을 해대거나 하나씩 드러눕는 등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장작더미다 보니, 불을 끄기가 쉽지 않았다. 레이독스가 아이들을 장작 안에 숨겨 위장을 해서 데려온다고 했었다.

시카르는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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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아이들이 있다! 정신 차려!”

듀리온은 뛰어가 정원의 호수를 끌어 당겨와 마차에 물을 뿌렸지만, 작은 호수로는 마차에 실린 장작불을 끄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차에 실린 장작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바로 조치할 수 없음에 시카르는 낙담했다.

지금 저 장작있는 아이들은 어쩌면, 이미 산목숨이 아닐 수도 있다. 아이들을 다른 데 숨겨 올 수는 없었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희망을 품어봤지만, 아이들은 저곳에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레이독스가 그렇게 부탁하며 맡긴 아이들이 저 불타는 장작들 사이에 있다!

시카르는 절규하듯 무릎을 꿇었다. 장작에 불을 낼 것을 짐작하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에 통탄하며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이 불을 꺼트릴 방법이 없었다.

장작불 타는 소리가 아이들이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레이독스와 약속했다. 아이들을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시카르에게 약속은 맹세와도 같은 것이었다.

아이들을 지키지 못 했다는 괴로움이 시카르의 깊은 내면에 있는 죄책감을 짓눌렀다.

단단하게 지켜오던 대쪽같은 정신이 산산이 부숴졌다. 시카르는 속절없이 바라만 봐야 하는 불타는 마차 앞에서 분노하며 절규했다.

한편, 창문에 서서 아이들이 무사히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유라는 그 광경을 보고 놀라 현관을 향해 달려나갔다.

앞에서 마부들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마부들의 뒤로 금세 공작저 정원은 자욱한 연기가 번져 나가고 있었다.

앞으로는 오직 마차에서 치솟는 불길만이 또렷하게 보일 뿐이었다.

쌍둥이들은 키안을 비롯해 이 세계의 주인공들이었다. 이렇게 죽으면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모두 이쪽을 향해 뛰어왔지만, 유라는 마부들을 지나쳐 마차를 향해 뛰어갔다.

그때, 마부들 중 한 명이 유라의 팔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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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세요! 가면 위험해요!”

낯익은 목소리에 유라는 멈춰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얼굴에 덕지덕지 붙인 수염을 뗀 얼굴에서 서연의 얼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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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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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작부인. 저예요.”

서연의 뒤로 뚱뚱하고 키가 작은 마부가 휘청휘청하며 ‘어어’를 남발하더니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앞으로 고꾸라지자마자 몸이 두 동강이 나듯 분리되었다.

유라가 기겁을 하며 입을 틀어 막자, 분리된 몸의 허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다리가 튀어나왔다.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수염을 떼어낸 얼굴은 루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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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유라가 루시의 이름을 부르자, 분리된 바지에서 머리 하나가 쏙 하고 튀어나왔다. 답답한 듯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이는 루이드였다.

***

아이들이 무사한지 모르는 시카르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마차가 타는 것을 지켜보다 제 두 손이 저주에 의해 얼어 버린 것을 발견했다.

맨손으로 장작을 헤집어서라도 아이들을 찾아낼 것이다.

아이들을 목숨을 구하지 못한다면 그 시신이라도 구해낼 것이다.

유라의 목소리가 그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시카르는 맨손으로 불에 타고 있는 장작을 헤집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유라가 그런 시카르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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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르, 멈춰!”

유라는 헉헉거리며 달려와 시카르의 손을 꽉 움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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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르. 아이들은 무사해. 그러니, 어서 들어가자.”

시카르는 믿을 수가 없었다. 공작저로 들어온 마차가 모두 불타버렸는데 아이들이 무사하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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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무사하다고?! 어떻게? 어떻게 아이들이 무사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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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서연 님은 장작더미에 숨어서 온 게 아니었어. 마부로 변장을 하고 온 거였어. 그래서 무사할 수가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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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로 변장을 한 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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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쌍둥이들은 루시가 루이드의 목마를 타고 어른처럼 분장한 거였어. 첫 번째의 마차를 몰았던 마부의 배가 볼록한 거 봤어? 그게 루시가 루이드의 목을 타고 있어서 그렇게 볼록하게 보인 거였어. 마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거대하게 포장을 했던 장작더미는 트릭이었던 거야.”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시카르의 눈에서 한 떨기 눈물이 흘려 내리자, 유라의 눈에서는 폭포수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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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눈치챌까 봐 레이독스 이 자식이 내게도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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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하지만, 덕분에 아이들과 서연 님이 무사해. 그러니, 우리 어서 들어가자.”

시카르는 조금 안도했지만, 아이들이 무사한 것을 확인할 때까지 완전히 안심이 되진 않았다.

저택 안에는 연기에 조금 그을려서 얼굴 곳곳에 시커먼 그을림이 묻은 쌍둥이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가 시카르가 들어오는 것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아이들은 완전히 무사했다. 그러니, 레이독스와의 약속은 아직 유효했다.

이제는 레이독스가 무사히 살아 돌아올 때까지 아이들을 잘 보살피면 될 것이다.

시카르는 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 앉을 것만 같았다. 그는 잠시 휘청거렸지만, 누구나 다 보는데서 주저 앉을 성격은 못 되었다.

그는 곧장 밖으로 나가 모퉁이를 지나치고 나서 아무도 보이지 않게 돼서야 그대로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카르는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제야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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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무사하다. 레이독스. 너도 꼭 무사하기를.”

시카르는 몰랐다. 그가 기대 앉아 있는 창문 너머로 쌍둥이가 모여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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