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그란 카파도키아(3)
#30
삼백 년이 넘도록 대장장이 일을 해왔음에도 본 적 없는 소재였다. 로난이 시타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얘가 깨고 나온 알껍데기예요.”
“뺘아.”
시타가 로난의 손에 얼굴을 부볐다. 도론의 눈이 커졌다.
“알껍데기라고? 이게 말이냐?”
도론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알껍데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감정기를 끼고 이리저리 돌려 가면서 확인하는 것은 물론, 화로에 집어넣거나 모루에 올려 놓고 망치로 두들기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정체 모를 시약들까지 껍질 위에 뿌려 본 도론이 탄성을 흘렸다.
“이건 정말 대단하군. 경도, 무게, 강성···모두 완벽해! 브랑카르 운철과 적절하게 배합하면···어쩌면 내 대장장이 인생 최고의 걸작이 나올 수도 있겠어. 이걸 정말 내가 써도 되는 건가?”
“그럼요. 혹시나해서 챙긴 거였는데 잘 됐네요.”
도론이 콧김을 쉭쉭 내뿜었다. 그는 로난의 손을 콱 움켜쥐며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고맙구나. 내 반드시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 주지. 세 달 뒤에 찾아오려무나.”
“알았···잠깐, 세 달?”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오래 걸려도 너무 오래 걸렸다. 하루빨리 무기를 마련해야 나비로제의 수업을 들을 수 있을 터였다.
“그래, 세 달. 더 빠르게 해 주고 싶어도 어쩔 수가 없단다. 방금 내열성 테스트를 해보니 최상급 연석탄 정도는 써 줘야 녹을 조짐이 보이던데, 지금 연석탄이 거의 다 떨어졌거든.”
도론이 직육면체 모양의 화로를 가리켰다. 화로 주위에 붉고 둥그런 덩어리 대여섯 개가 뒹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열성이 높은 광석을 녹일 때 사용하는 연석탄이었다.
“다른 손님들 의뢰도 많이 밀려 있단다. 미안하지만 기다려 줘야 할 것 같구나.”
도론은 망치 자루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마르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만요 할아버지. 연석탄이요?”
“으음? 그렇단다. 연석탄.”
“···제가 구해다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뭣이? 그게 무슨 소리냐. 연석탄 최대 산지인 드럼커스에 지진이 나서 제도 전역에 유통이 안 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드워프들이 분주하게 용암을 퍼 나르고 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아예 일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용암의 열기로라도 특수 광석을 녹여야 하니까. 마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지진이 났죠. 그런데 저희 상단이 딱 그 직전에 드럼커스를 다녀왔어요.”
“그, 그 말인즉···.”
“네. 아직 짐마차 한 대 분량이 남아 있어요.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묵히는 중인데···혹시 필요하시면 팔아 드릴까요?”
“당연하지! 얼마면, 얼마면 되겠느냐! 디디칸! 내 금고를 가져오너라!”
도론이 망치를 내던지며 소리쳤다. 얼굴을 뒤덮은 수염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디디칸이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순간이었다.
“잠깐. 돈은 필요 없어요 할아버지. 대신 다른 걸로 받을 수 있을까요?”
“다른 거라니, 무슨···?”
“여기 있는 무기들이요. 전체적으로 굉장히 품질이 좋아서 꼭 저희 상단에서 팔아 보고 싶어요.”
“이 습작들 말이냐? 그러려무나. 당장 쓸 수 있는 연석탄만 준다면 얼마든지 가져가도 상관없단다.”
“아녜요. 그럴 수는 없죠. 정확한 계약서를 쓰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마르야는 방긋방긋 웃으며 품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유려한 필체로 계약서를 작성하며 도론에게 거래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연석탄 한 개에 이 정도의 가치를 매긴 거예요. 무기는 종류마다···”
“에잉, 어차피 설명해줘도 잘 모른단다. 그냥 연석탄만 두고 적당히 가져가거라.”
“안 돼요. 다른 사람들에게 사기라도 당하면 어쩌시려고요? 자, 다시 설명해 드릴게요.”
계약서를 다 쓰는데는 거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마르야가 만족스레 웃으며 계약서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도론이 투덜거리며 노안이 온 눈을 비벼댔다. 그 모습을 본 로난이 헛웃음 쳤다.
“너도 대단하다 진짜. 이 상황에서 장사치 노릇을 하려고 하냐.”
“흐흥, 최고의 상인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이지. 이번 거래를 계기로 상단의 규모를 많이 불릴 수 있을 것 같아.”
“수백 년을 두더지처럼 살아온 노친네라고 덤터기를 씌운 건 아니겠지?”
“야! 카라벨 상단의 차기 단장을 뭘로 보는 거야?”
하긴 미래의 모습도 그렇고, 아버지 두온의 철학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전무해 보였다. 역시 그때 마르바스에서 친해지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를 빨리 받을 수 있으니 아무튼 잘 된 일이었다. 로난은 그랑시아의 어음패를 디디칸에게 건넸다.
“세 사람 몫 전부 그랑시아의 슐리펜 앞으로 달아 줘.”
“괜찮겠어? 금액이 상당할지도 모르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해 줘야지. 제국의 샛별이라는 놈이 여자한테 헤벌레해서는···.”
디디칸이 낄낄거리며 거래서를 작성했다. 로난과 아셀, 마르야의 무기를 도론이 제작하고, 그 대금을 그랑시아 가에서 지불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셀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저기···저는 무슨 무기를 받을지 아직 못 정했는데요···.”
아셀은 아직 견적조차 뽑지 않은 상태였다. 알껍데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도론이 뒤늦게 고개를 들었다.
“오오, 그래. 네가 있었구나. 마법사지? 무슨 속성을 다루느냐?”
“여, 염력입니다···.”
“희귀한 재능이구나. 정밀도가 참 중요한 분야지. 지팡이 없이도 마법을 쓸 수 있느냐?”
“네에···일단은.”
도론은 아셀에게 마법을 보여줄 것을 종용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셀이 손을 앞으로 내밀고 주문을 영창했다.
“인비저블 핸드.”
종류를 가리지 않고 스무 개 정도 되는 무기들이 공중에 일렬로 떠올랐다. 아셀은 무기들을 체스말처럼 다루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도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썩 나쁘지 않구나. 혹시 마법을 배운지는 얼마나 됐지? 마법 도시 델피움이나 마탑 중 한 곳에서 조기로 교육을 받은 것 같은데, 이 늙은이의 추리가 맞느냐?”
“아, 아니요···처음 마법을 배운지는 여섯 달 정도···.”
“······뭬야?”
도론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아셀에게 마법을 배우게 된 배경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래도 스승이 있을 것 아니냐. 누구에게 마법을 배웠지?”
“어···책을 보고 따라했어요.”
“하! 책이라!”
도론이 코웃음쳤다. 그는 아셀에게 몇 가지의 마법을 더 시켜 보았다.
“이, 이렇게요?”
“그래. 혹시 하나하나씩 따로 움직일 수도 있느냐?”
지팡이로 마나를 다루는 데 익숙해져서 몇 번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아셀은 전체적으로 훌륭하게 해 냈다. 도론이 껄껄 웃었다.
“재밌다, 재밌어. 너희처럼 재밌는 아이들은 처음 보는구나.”
그는 한참이나 몸을 구부린 채 끅끅거렸다. 이윽고 고개를 든 도론이 다소 진중해진 표정으로 수염을 매만졌다.
“아셀이라고 했느냐? 너는 기회가 되면 꼭 로르혼님이 계시는 황혼 마탑을 찾아가 보거라.”
“로르혼 님···이요?”
아셀은 그를 알고 있었다. 필레온 마법과의 첫 수업부터 배운 이름이었다. 인간 최초의 9서클 마법사.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수백 해를 향유하고 있는 초월자.
‘요술쟁이 영감.’
로난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강림 당시 세 거인 중 하나를 봉인한 작자였다. 자신의 혼을 촉매 삼은 것이 문제였지만. 아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 제가 로르혼님을 뵐 수 있을까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나도 두어 번밖에 뵌 적이 없어서 말이지. 아무튼, 황혼 마탑은 꼭 한번 방문해 보거라.”
도론이 아셀의 등을 장하다는 듯 두드렸다.
“네 무기는 다른 늙은이들과도 논의를 좀 해 봐야겠구나. 마법사들의 장비는 훨씬 섬세한 조율을 해야 하거든. 그런 걸 잘하는 영감은 따로 있지.”
“그럼 영감님, 연석탄을 당장 받는다 하면 얼마나 걸릴까요?”
“으음···넉넉잡아도 보름이면 충분할 게다.”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름이면 나름대로 괜찮은 기간이었다. 비어버린 시간에는 다른 걸 하면서 보내면 될 터였다.
“그럼 기대하겠수, 영감님.”
“잘들 가거라. 늙은이의 심장에 다시금 불을 지펴 줘서 고맙구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일행은 대장간을 떴다. 디디칸은 그들을 출구까지 배웅했다. 막 승강기에 오르려는 찰나, 로난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르르릉···!
로난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셀과 마르야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디디칸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
“저건 무슨 소리지?”
“음? 아, 뭐야. 들렸어? 귀가 엄청 좋구나 너.”
“그래. 저 깊은 곳에서···.”
“걱정하지 마. 저 안쪽에 요즘 새로 파고 있는 굴이 있거든. 아무래도 광산도 겸해서 하고 있다 보니 말이야.”
로난이 미간을 좁혔다. 단순히 땅을 파헤치는 소리라기에는 뭔가 이질감이 들었다. 시타 또한 소리가 난 곳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디디칸이 웃었다.
“자주 있는 일이야. 바위 따위는 떡 주무르듯 다루는 게 드워프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뭐, 그렇다면야.”
로난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디디칸은 일행에게 차례대로 악수를 건넸다.
“즐거웠어. 친구들. 그란 카파도키아에 들를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 디디칸을 찾아달라고. 우리 형한테도 안부 좀 전해 주고.”
“형?”
“그래, 필레온 아카데미의 기도칸이 내 형이야. 동생은 쇠 두들기는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해줘. 내 걱정을 원체 많이 하거든.”
로난은 어렵잖게 기도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의 면접을 주관했던 심사위원 중 한 명이자, 자신이 수강 중인 사냥술의 담당 교관이었다. 로난이 피식 웃었다.
“그러지.”
일행은 승강기를 타고 지상으로 향했다. 그들의 손에는 도론의 대장간에서 가지고 나온 임시 무기가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마르야는 아까 휘둘렀던 대검, 아셀은 기존의 지팡이보다 조금 작은 완드, 로난은 새하얀 검신의 롱 소드 한 자루였다. 생김새도 소재도 평범했지만, 기존에 쓰던 흑철검보다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질이 좋았다.
낡은 대장간을 벗어나자 강렬한 햇살이 일행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파란 하늘 아래를 거닐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그란 카파도키아에서 보냈던 시간은 전부 꿈처럼 느껴졌다.
“뺘!”
시타가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올랐다. 세 사람과 한 마리는 외출을 충분히 즐긴 뒤 필레온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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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 그다음 일주일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로난은 시간을 알뜰하게 쓰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비어버린 시간에 주로 가는 체력 단련실에서는 아는 얼굴도 종종 마주쳤다.
- 으하하! 매번 오는구나 로난 후배님! 역시 차석다운 끈기다!
- 아, 오늘도 계시네요 브라움 선배. 딱히 할 게 없더라고요. 참, 대검은 어떻게 됐어요?
- 걱정 마라 후배! 너와 겨룬 입학식 날에 바로 수리했으니! 지금은 130kg이다!!
- 대단한데요.
-그나저나 나비로제 교관님이 계속 네 안부를 물어보던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 어···모른 척 해 주세요. 조만간 찾아뵐 테니까.
밤에는 숙소에 꽂혀 있는 책을 읽거나 필기 과목들을 복습했다. 입시 공부와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과목만 듣는 형식이라 흥미도 자체가 틀렸다.
“흐음. 역시 그 문제집이 재미없던 거였군. 독서도 생각보다 할 만한데?”
로난은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각종 책을 정독했다. [제국 역사], [서부 기행문], [남작부인은 왜 막스에게 스테이크를 주었을까?] 등···
재미있는 책도, 재미없는 책도 있었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모르는 정보를 알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다. 3주차의 월요일에는 시타를 데리고 웨어라이온 바렌 교수를 찾아갔다.
“오···오오오! 그, 그 아이가 바로···!”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네요. 오랜만이에요 바렌.”
바렌의 수업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아직 시작되기 전이었다. 그래서 로난은 필레온에 입학한 뒤 처음으로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시타와 눈이 마주친 바렌의 갈기가 눈에 띄게 곤두섰다.
“아, 앉으시죠. 차를 내오겠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앗, 차석 입학 축하드립니다!”
“천천히 해요. 어디 안 도망가니까.”
로난이 소파에 앉았다. 바렌은 번개 같은 속도로 다과를 내왔다. 차를 따르고 쿠키를 예쁘게 배열하는 내내 그의 시선은 시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빠야?”
시타는 탁자 위에 앉은 채 똘망한 눈빛으로 바렌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안간 손수건을 꺼내 든 바렌이 눈가를 닦았다.
“···정말, 정말 예쁜 아이로군요. 이름이 뭐죠?”
“시타.”
“그래요, 시타.”
바렌은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시타의 눈앞에 가져다 댔다. 가만히 눈을 깜빡이던 시타가 바렌의 손가락에 얼굴을 부볐다.
“뺘~”
“······!”
로난은 일부러 찻잔을 눈앞까지 들어 올렸다. 3m가 넘는 웨어라이온이 눈물을 줄줄 흘리는 광경은 썩 좋은 구경거리가 아니었다. 그때 바렌의 의자 위에서 낮잠을 자던 마르페즈가 천천히 다가왔다.
-피이?
“얼씨구, 털이 더 자랐네. 잘 지냈냐?”
푸른 깃털은 덤불을 연상시킬 만큼 풍성해져 있었다. 로난이 손을 흔들자 마르페즈가 총총거리며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시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삐??”
-피이이?
반응을 보인 것은 마르페즈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시타와 마르페즈는 동시에 서로를 향해 날고, 달렸다.
이윽고 마주한 두 꿈새는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의 깃털을 보듬어주기 시작했다. 화기애애한 가족 상봉을 본 바렌이 메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커흥, 이 순간을, 이 장면을 고스란히 영원으로 기록하는 법은 없는 걸까요···.”
“그러게요. 저기, 분위기 깨서 미안한데요 바렌. 혹시 쟤가 뭐의 영향을 받았는지 알겠어요?”
로난이 검지를 뻗어 시타를 가리켰다. 바렌은 코를 훌쩍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책상을 뒤적이던 바렌이 웬 종이 세 장을 탁자 위에 늘어놓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마르페즈의 아이라 생각하니 감정이 북받쳐서···크흥, 그나마 짐작이 가는 건, 이 셋이더군요.”
종이에는 환상종, 혹은 몬스터로 보이는 괴물들이 세밀화로 그려져 있었다.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블랙 드래곤 오르세고···나머지는 뭐 하는 괴물들이죠? 이건 인간 아닌가?”
맨 왼쪽 종이에 그려진 것은 블랙 드래곤 오르세였다. 제국에게 패배하고 머나먼 서쪽의 고원으로 거처를 옮긴 마룡. 코흘리개 시절 이릴이 읽어 주던 동화책에도 등장하던 터라 알고 있었다.
문제는 나머지 두 존재의 이름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가운데 종이에는 화려한 제복을 입고 있는 인간 남성이, 다른 한 장에는 성게처럼 생긴 분홍색 빛무리가 그려져 있었다.
바렌이 입을 열었다. 시선은 여전히 마르페즈와 시타에게 고정된 채였다.
“가운데는 바르샤바 혈족의 뱀파이어, 오른쪽은 아티아 페어리입니다. 각각 피를 다루는 마법을 쓰고,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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