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34화 (34/333)

34. 땅속의 비명(1)

#34

“그걸 내가···어떻게 말하냐.”

로난이 중얼거렸다. 그는 해가 완전히 저문 뒤에야 기숙사로 돌아갔다. 방문을 열자 먼지를 털던 메이드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머, 오늘은 일찍 돌아오셨군요. 식사를 준비할까요?”

옷가지를 방구석에 내팽개친 로난이 침대에 엎어졌다. 그가 물속에서 말하듯이 웅얼거렸다.

“됐어요 루시. 배 안 고파요.”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안 좋다기보다는···기분이 더러운 일이죠. 나, 이대로 여기에 오줌 싸도 돼요? 변기까지 가기 귀찮은데.”

메이드의 이름은 루시였다. 요 몇 주간 로난은 그녀와 제법 친해질 수 있었다. 이런저런 요리를 배워 보겠다고 시종일관 귀찮게 군 덕이었다. 루시가 정색하며 말했다.

“안 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주시길.”

“처음에는 치워준다고 했잖아요.”

“사흘을 못 가 헤어질 연인도 첫 고백 때는 영원을 속삭이는 법이죠. 그나저나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루시는 축 늘어져 있는 로난의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원래대로라면 방에 들어오자마자 내일 죽을 사람처럼 생산적인 활동을 개시했어야 했다. 책을 읽는다거나, 운동을 한다든가 하면서. 로난이 다시 웅얼거렸다.

“루시.”

“네?”

“은인의 꿈을 지켜줘야 할까요? 아니면 유언을 관철해야 할까요?”

“···굉장히 철학적인 고민을 하고 계셨군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하나는 이뤄지지 않아요. 젠장, 나는 정말 모르겠어요.”

로난이 머리를 쥐어싸맸다. 후자는 무려 세 번의 삶을 거듭하며 내린 결론이다. 끝을 본 대장군은 고향에 내려가 옷감이나 자르는 것이 자신이 가장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당장 아데샨의 검을 부숴버린 뒤 자퇴를 종용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결단을 내리려 할 때마다 소녀 아데샨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 대장군. 무모하게 보여도 도전해보고 싶어.

로난은 그녀를 대장군으로 만들어줄 자신은 없었다. 다만 본인이 모르고 있는 자질을 일깨워 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대장군으로 등극하는 것을 앞당길 뿐이었다.

“씨팔···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다른 사람 같았으면 고민도 안 했을 터였다. 침음을 흘리고 있는 와중 루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바로 결정해야 하는 일인가요?”

“예?”

“만약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당분간 지켜보는게 어떨까 해서요.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누구나 그런 고민거리가 있는 법이죠. 제가 메이드가 될 지 말지로 고민하던 것처럼.”

“지켜봐···? 바로···결정을 안 해도 된다···?”

“네. 중요한 결단일수록 숙고를 거쳐야지요.”

루시가 사근사근한 어조로 말했다. 몇 분간 가만히 있던 로난이 고개를 슬쩍 들었다.

“매번 생각하는 건데, 루시가 어지간한 선생들보다 낫네요.”

“후후, 빈말이라도 듣기 좋네요. 감사합니다.”

“진짠데. 전대 검성이라는 작자는 학생을 기절시키기나 한다고요.”

“나비로제 님이요? 설마요.”

“진짜라니까요. 그것도 존나 큰 뱀으로 변신해서···나 좀 쉴 테니까 들어가요, 루시.”

“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루시가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로난은 한참이나 그 자세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시계바늘의 초침이 똑딱이는 소리, 자신의 색색대는 숨소리만이 남아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이윽고 몸을 뒤집은 로난이 작게 읊조렸다.

“···조금만 더 지켜볼까.”

창문으로 스며든 달빛이 방에 푸른 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 길이 한순간 끊어지며 무언가 창문에 충돌했다. 쾅!

“에이 씨팔, 깜짝이야!”

로난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창가에는 웬 못생긴 소쩍새 한 마리가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로난은 한숨을 내쉬며 창을 열었다.

“넌 또 뭐야? 술 마셨냐?”

그때 로난의 시선이 소쩍새의 다리에 닿았다. 웬 쪽지 하나가 묶여 있었다. 로난이 쪽지를 풀자 소쩍새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날아가 버렸다. 쪽지의 내용은 간촐하기 짝이 없었다.

[무기가 완성됐어. - 디디칸]

****

해가 져도 교육진들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아데샨과 나비로제는 제1투기장에 달린 집무실에서 낮에 있었던 수업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여인들의 앞에 쌓여 있는 서류 더미에는 각 수강생들의 정보와 성취도가 쭉 나열되어 있었다. 셔츠 차림의 나비로제가 서류를 뒤적이며 말했다.

“아데샨. 조만간 오러를 개화할 조짐이 보이는 학생이 있나?”

“음···현재로서는 4학년의 마샬 데 아칼루시아가 유력해 보이네요. ”

“이번에도 그 가문인가. 아칼루시아 치고는 늦었군.”

아데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진작에 오러를 개화한 마법과의 신입생 한 명을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일 같이 카페에 가기로 약속했던 게 떠올랐다.

‘어째 올해는 신입생들하고 많이 엮이네···.’

신입생.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아데샨이 입을 열었다.

“교관님. 그,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말해라.”

“아까···로난 학생한테 말이에요···굳이 오러까지 발현하실 필요가 있었나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오전의 일을 떠올린 나비로제가 피식 웃었다. 반항을 경험해본 것이 얼마만의 일이었던가.

“왜. 보건실에서 갑자기 헛소리를 내뱉기라도 하던가?”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그냥. 이례적인 일이었잖아요? 교관님이라면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을 거고.”

“확실히 뱀을 전부 꺼낸 것은 오랜만이었지. 필레온에 취임한 이후로는 세 번째였나.”

나비로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가 학생들 앞에서 오러를 발현하는 것은 그다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오러에 관한 수업이 있을 때나 뱀의 머리나 꼬리 정도만 꺼내서 시연하고는 했다.

전부를 꺼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학생들이 버틸 수가 없었다. 그녀의 오러인 만사(輓巳)는 일정한 범위 내의 생물을 마비시키고 오감을 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나비로제가 오러를 발현하는 순간 로난과 슐리펜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돌처럼 굳어 버렸다. 발현 시간이 짧아 몸에 지장은 없겠지만, 아마 오늘 밤 악몽을 꾸기에는 충분할 터였다.

나비로제는 그러한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오러를 발현했다. 잠시 턱을 매만지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심상치 않았다.”

“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군. 만사를 전부 꺼낸 것은 내 직감에 기인한 행동이었다.”

나비로제는 낮에 벌어진 일을 떠올렸다. 그녀의 직감이 반응한 것은 로난이 카르단을 박살 낸 직후였다.

한순간이나마 모골이 송연해지는 살기가 전신을 관통했다. 포성을 들은 새 떼가 날아오르듯, 반사적으로 오러가 발현되었다.

“우스운 것은 만사를 꺼낸 지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살기가 가라앉더군. 일을 크게 벌이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그런···로난 학생에게서 뭘 느끼신 거죠?”

나비로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질적이면서 본능을 자극하는, 뭐라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운 기운이었다. 다만 언젠가 한 번 경험해본 것이었다. 검성은커녕 아직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이르기도 전, 아르마쥬의 대밀림에서.

‘여지껏 칼을 맞댄 상대 중 가장 강한 검사였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머리가 새하얀 검사는 나비로제에게 처참한 패배를 안겨준 뒤 검술 몇 개를 가르쳐주고 떠나갔다. 그 중 몇 가지가 나비로제 류의 기본이 되었다.

나비로제는 한순간 로난에게서 그 검사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잠시 기억을 반추하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녀석이 만사에 저항하고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이지. 그리고 내 제복을 봐라.”

“네?”

나비로제는 의자에 걸쳐져 있는 자신의 제복을 가리켰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간 아데샨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목깃 부분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자상이 남아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만사로 녀석을 위압한 채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그 와중에 반격하더군. 내 동작을 읽은 건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눈먼 검을 휘두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의 검은 틀림없이 내 목을 노렸다.”

“그,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벌어졌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봐야겠지.”

아데샨이 경악했다. 사실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만사. 한때 제국의 정점에 올라있던 검사의 오러다. 곧 죽을 이들을 애도하는 뱀 앞에서는 슐리펜조차 칼자루를 붙들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데샨은 한때 나비로제가 하늘을 나는 와이번의 무리를 마비시켜 추락사시켰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로난을 주시해라 아데샨. 검성의 자리를 두고 슐리펜과 겨룰 유일한 인재니까.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네, 넵. 알겠습니다.”

“자이파도 긴장해야 할 거다. 그 고양이도 언제까지 검성의 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는 법이지.”

나비로제가 낮은 웃음을 흘렸다. 아데샨은 그 모습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낮에 벌어진 일 때문일까?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스승은 오늘따라 유달리 들떠 보였다.

“그나저나 너희 둘은 무슨 사이냐?”

“무슨 사이라니요···?”

“너를 아주 끔찍하게 여기더구나. 네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더군. 대부분은 연정이다만, 그 녀석은 워낙에 이상한 놈이니 확신을 할 수 없구나.”

나비로제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잠시 연정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던 아데샨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여, 연정이라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오늘 처음 본 사이인걸요···!”

“단순하게 생각해라. 사내놈 대부분은 말하는 돌덩이나 다름없으니까.”

아데샨이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피식 웃은 나비로제가 다시 서류뭉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럼, 일을 계속해 볼까.”

****

“멍청한 주말 외출 제도같으니. 그냥 강의 끝나고 내보내 주면 어디 덧나나.”

“그, 그래도 부지 내에서 웬만한 건 다 할수 있으니 괜찮지 않아?”

“나를 구속한다는 점 자체가 마음에 안 들어.”

주말이 돌아왔다. 로난과 아셀, 마르야와 시타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그란 카파도키아로 향하고 있었다. 피로에 쩔은 로난의 얼굴을 본 아셀이 걱정스레 물었다.

“그나저나···잠 못 잤어 로난? 많이 피곤해 보여.”

“당연히 안 괜찮지 아셀. 잠이 오겠어? 너는 그 주먹밥 같은 영감쟁이가 무슨 괴물을 만들어 놨을 지 궁금하지도 않냐?”

“빠야!”

시타가 회답하듯 울었다. 어쩐지 살이 조금 붙은 모습을 본 로난이 헛웃음 쳤다. 시타는 나흘에 한 번 꼴로 이릴이 있는 님버튼을 오가며 전령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마다 누이가 뭐를 잔뜩 먹이고 보내는 모양이었다.

로난의 말을 들은 마르야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 것 치고는 네가 너무 늦었지 않아?”

“어쩔 수 없었어. 보충 수업에 빠졌으면 그 마귀할멈이 나를 죽였을 거라고. 염병, 아직도 어깨가 욱신거리네.”

로난은 이전에 기절하는 바람에 못 들은 나비로제의 수업을 마저 들어야 했다. 보충 수업이라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더욱 혹독하고 집요한 가르침이 이어졌다. 로난은 나비로제 류의 초식 세 개를 완벽하게 선보인 뒤에야 필레온의 정문을 떠날 수 있었다.

“젠장, 그 뱀 같은 거나 좀 가르쳐 주지.”

“뱀?”

“그런 게 있어. 니들이 봤으면 아마 오줌을 지렸을 거다.”

로난은 며칠 전에 벌어진 사건을 떠올렸다. 전대 검성과의 격차는 생각한 것보다 더 멀었다. 눈은 동작을 쫒을 수 있었지만,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아셀의 말마따나 로난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다만 도론의 무기가 기대되서 못 잔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로는 택도 없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해져야 해.’

수치스러운 패배였다. 아무리 요사스러운 기술에 당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쪽도 못 쓰고 당할 줄은 몰랐다. 로난은 자는 시간을 아껴서 몸을 단련하고 기술을 연마했다. 해도 안 되는 마나 연공까지 밤을 새워가며 시도했다.

‘씨바···적어도 삼 년 내로는 오러를 개화하고 싶은데.’

나비로제의 오러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슐리펜의 폭풍검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사기적인 기술이었다.

자신의 내면에도 그런 힘이 잠재되어 있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도무지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마나 감응부터 성공해야겠지만. 로난이 중얼거렸다.

“좋은 거라도 찾아 먹어야 하나···.”

“응?”

“아니야. 얼른 가자.”

공방 거리를 쭉 따라 걷자 다 쓰러져 가는 대장간이 눈에 들어왔다. 망치 망치 망치라는 등신 같은 이름이 적힌 간판은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떨어질 것 같았다. 로난이 대장간의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봐, 디디칸. 우리 왔어.”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재차 문을 두드려도 마찬가지였다. 로난은 동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떼먹은 건 아니겠지?”

“제정신이고서야 그럴 리가 없지. 디디칸! 우리 왔어요!”

떼먹힌다는 말에 민감해진 마르야가 소리쳤다. 대장간이 다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으나, 이번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성질이 난 로난이 문짝을 거칠게 때렸다. 쾅! 경첩을 타고 미끄러진 문짝이 벽에 부딪혔다. 애초에 빗장이 걸려 있지 않았다.

“어이, 디디칸. 장난치지 말고 나와.”

일행은 대장간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망치 망치 망치의 풍경은 이전하고 다를 것이 없었다.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달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부유하는 먼지, 여전히 식어 있는 화로와 녹슨 병장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행은 승강기가 있던 위치로 이동했다. 그란 카파도키아와 이어지는 출입구는 육안으로 봐서는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로난이 손을 뻗어 화로의 뒷면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분명 특정 부분을 눌러서 승강기를 작동시키는 구조였다. 먼지 쌓인 표면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던 차였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

무엇이라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소리였다. 로난이 동작을 멈췄다. 뒤따르던 아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쉿. 조용히 해봐.”

다시 듣기 위해 귀를 기울여 봤지만, 건물 외벽이 바람에 삐걱이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들었는데.”

“뺘.”

그때 시타가 로난의 어깨에서 뛰어내렸다. 어느 한 자리에 멈춰선 시타가 이마로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로난은 시타가 두드린 자리에 귀를 대고 엎드렸다. 귓바퀴를 타고 미세한 진동이 전해졌다.

- 우르르르릉···!

-아아아아···!

“이런 씨발.”

로난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란 카파도키아를 떠나던 날 들은 것과 같은 이상한 소리. 그리고 희미한 비명이 저 아래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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