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49화 (49/333)

< 49. 특급 모험 동아리(1) >

#49

[적극적인 외부 활동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나아가 제국에 기여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부가적인 단련을 행하는 모임.]

크라티르의 서명 아래 있는 ‘동아리 창설 사유’ 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바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급 모험 동아리···?”

“설마 지금 와서 모른 체하지는 않겠죠 바렌? 저 파란 털뭉치를 구해 준 대가로 내가 부탁했잖아요. 고문이 되어 달라고.”

“아뇨. 그건 기억 났는데···왜 정보가 이것밖에 기재되어 있지 않죠?”

원래대로라면 훨씬 더 많은 것이 적혀 있어야 할 문서였다. 필레온의 동아리 창설 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아카데미 측에서 활동비 전액을 지급하는 만큼, 동아리의 목적성과 가치를 최대한 상세하게 기재해야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헌데 로난이 들고 온 신청서는 동아리명과 창설 사유, 고문 교수의 이름을 제외한 모든 칸이 비어 있었다. 검지를 뻗은 로난이 종이의 맨 윗부분을 가리켰다.

“에이,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세요. 교장님 서명은 되어 있잖아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모순적인 사실은 로난의 말마따나 최종 검수자인 크라티르의 서명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바렌은 눈을 두어 차례 비빈 뒤 서명을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위조가 아니었다.

“으음, 좋습니다. 사실상 이미 창설된 동아리니 제가 뭐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군요. 그런데 정확히 뭘 하는 동아리인가요?”

“워낙 다양하게 해볼 생각이라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교수님이 체포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예? 체포?”

바렌의 눈이 커졌다. 그의 갈기가 서서히 일어나는 것을 본 로난이 손사래를 쳤다.

“하하, 농담이에요. 바렌이 왜 체포당하겠어요.”

“···요즘 학생들의 농담은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제가 늙긴 늙었나 봅니다.”

“참,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커스 아이라는 몬스터에 대해 알아요?”

“커스 아이? 저주를 먹는 육편 말입니까?”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바렌은 커스 아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어지간한 환상종보다 귀하다는 카라카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그는 로난이 해당 몬스터의 존재를 안다는 것 자체를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최근에 몬스터 관련 도감이라도 읽으셨나 보군요. 원체 정보가 드문 종인데.”

“뭐,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요 바렌. 혹시 놈들이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나요? 정확히 모른다면 서식지의 특성만이라도.”

로난이 재차 질문했다. 바렌은 각종 서적을 이것저것 뒤적여 가며 자신이 아는 정보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역시 첫 활동은 거기로 가야겠다.”

“음? 거기라니요?”

“금방 알게 될 거예요 바렌. 그럼 또 봐요.”

로난은 불길한 웃음을 남긴 채 등을 돌렸다. 쿵. 집무실의 문이 닫혔다.

한참을 가만히 서 있던 바렌이 찻잔을 들었다. 흘러넘친 홍차 한 방울이 마르페즈의 머리에 떨어졌다.

-피잇?!

“아, 미안하구나 마르페즈. 내가 왜 이럴까···.”

오한이 든 것도 아닌데 손이 살살 떨려왔다. 어째 영 느낌이 좋지 않았다.

****

“음? 저게 뭐야?”

“와···글씨 크기 봐. 두더지도 읽을 수 있겠다.”

그날 오전. 필레온 대광장에 있는 게시판에 큼지막한 벽보가 하나 붙었다. 종이의 면적만큼이나 글씨도 큼직해서 대광장을 거닐던 학생들은 벽보를 한 번씩은 쳐다보게 되었다.

[특급 모험 동아리 부원 모집 중. 성별, 학년 무관. 제1 투기장에서 간단한 면접 있음. / 작성자: 로난]

벽보에는 달랑 그렇게만 적혀 있었다. 가까이 가서 살펴봐도 세부 설명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벽보를 본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로난이면 걔 아니야? 실기에서 제국의 샛별을 꺾었다던.”

“위아래도 없는 미친놈이라는 소문이 돌던데···카르단이 자퇴한 것도 그 자식 때문이라더라.”

“어제 로돌란에 호송된 죄수와도 연관이 있다고 들었어.”

“히잉···몇 주 전에 편지 썼는데 답장 안 해 주더라. 역시 임자가 있는 건가···.”

좋거나 나쁘거나 로난은 현재 학생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이었다. 입학식부터 이어지던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언제나 필레온의 주요 가십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특급 모험 동아리가 뭐야? 설명을 해 줘야지.”

“여행 동아리랑 비슷한 건가? 재밌을 것 같은데···?”

자연스레 로난의 구인 공지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학생들은 흥미 반 기대 반으로 면접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찾아갔다.

나비로제의 수업이 이루어지는 제1 투기장에는 이미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 있었다. 로난은 투기장 한구석에다 의자와 책상을 가져다 두고 면접을 보고 있었다.

“그럼, 기술 시연 부탁드려요.”

“네. 파이어 애로우!”

면접을 보러 온 마법과의 소년이 주문을 영창했다. 불의 화살 다섯 발이 미리 준비해 둔 마공학 허수아비를 향해 날아갔다.

콰아앙! 그대로 허수아비에게 적중한 화살이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로난은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불 속성 마법사가 있으면 편하기는 한데···그럼 질문할게요. 방금 보여주신 마법을 사람이나 몬스터한테도 쏠 수 있어요?”

“네, 넵?”

“아, 사람은 죽어 마땅한 범죄자라 가정하고요. 그리고 닷새 정도 못 씻고 오지를 헤매도 괜찮을까요? 나뭇잎으로 뒤를 닦아야 할지도 몰라요.”

영문 모를 질문에 소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정확히 십 초를 기다린 로난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는 소년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다음 대기자를 호명했다.

“후우···조심해서 들어가요. 다음 분!”

로난의 면접은 단순했다. 그는 지원자들의 실력을 간단하게 확인하고, 살생과 근성에 관련된 질문 몇 개를 할 뿐이었다. 다만 눈빛이 흔들리거나 답변이 늘어지면 즉시 불합격 처리를 해 버렸다. 면접이 이어졌다.

“잘 봤고요···가입하면 제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괜찮겠어요?”

“할 수야 있지. 그런데 내가 뭘 믿고 너를 따라야 하냐? 소문을 듣자하니 아직 마나 감응도 제대로 못 하는 열등생이라는데.”

물론 로난을 영 못마땅해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로난과 면식이 없는 상급생일수록 그런 경향이 잦았다. 로난은 그런 친구들에게 모두 한결같은 응대를 해 주었다.

“결투다. 따라 나와.”

“뭐, 뭣? 결투?!”

“그래. 뭣하면 공증인 세우고 신성한 결투로 해 주랴?”

로난이 면접 장소를 1투기장으로 잡은 이유였다. 이번 본보기는 무예과 3학년의 산다라는 놈이었다.

로난은 산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몸을 일으켰다. 투기장 중앙으로 걸어간 로난이 자리를 잡고 섰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씨팔놈이···얼른 와라.”

“너, 너 선배한테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진짜 선배들이랑은 잘 지내니까 걱정 마.”

뒤바뀐 말투에서 정중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로난은 접점이 있는 선배 대부분과는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카르단이나 산다처럼 먼저 선을 넘는 꼴통 짓을 하지 않는 이상, 그는 누구보다 든든하고 영특한 후배였다. 로난이 라만차를 붕붕 돌리며 말했다.

“더 추해지기 전에 나와.”

“제기랄···!”

산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적당히 으름장만 놓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변했다. 주변의 시선이 모두 쏠려 있어서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외쳤다.

“그, 그렇게 나온다고 내가 쫄 거 같아?!”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며 걸어간 산다가 로난 앞에 섰다. 팟! 결투가 시작되기 무섭게 뛰쳐나간 로난이 산다의 전신을 향해 검격을 쏘았다.

일말의 주저도 없이 날아오는 무수한 참격에 산다는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히이이익!”

결투라 부르기에도 아까웠다. 카르단처럼 실기가 우수했던 것도 아닌 산다는 로난에게 대항조차 하지 못했다.

라만차가 지나간 자리 위로 자잘한 선 수십 줄이 생기더니, 산다의 교복과 속옷이 폭발하듯 흩어졌다.

“꺄아아악!”

“누가 내 눈 좀 가려줘!”

대기하던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알몸이 된 산다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때 교복이었던 천쪼가리는 봄의 도래를 알리는 벚꽃처럼 하늘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비쩍 마른 몸뚱이를 본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추잡하군.”

누구도 그에게 몸을 가릴 담요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퉤. 로난은 산다의 머리에 침을 뱉은 뒤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걸로 당장 여기 모인 사람 중에서는 꼴통이 나오지 않을 터였다.

대기자들의 면면이 죄다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난은 면접을 속행했다.

“조금 지체됐네요. 다음 분?”

“히극.”

바로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신입생이 딸꾹질을 시작했다. 정오부터 시작된 면접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정확히 512명의 지원자가 면접을 봤고, 세 명의 얼간이가 산다와 같은 꼴이 되어 영원토록 남을 마음의 상처를 얻었다. 첫날의 합격자는 단 한 명 뿐이었다.

****

“으으음···.”

소녀는 해가 지고 나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중위권 학생들의 기숙사인 네티아 관의 창밖으로는 어둠에 잠긴 필레온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기지개를 켠 그녀가 몽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밤이네···.”

시간이 흐를수록 낮이 길어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창문을 연 소녀가 양팔을 벌렸다. 서늘한 밤바람이 얼굴에 부딪힐 때마다 반쯤 감겨 있던 그녀의 눈꺼풀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개운해···.”

이윽고 눈을 완전히 뜬 소녀가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5층의 높이였음에도 그녀의 착지에는 소리 하나 없었다.

소녀는 늘 하던 것처럼 밤 산책을 시작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텅 빈 대광장을 하염없이 맴도는 것이었다. 언제나처럼 대광장을 거닐고 있던 도중, 게시판에 붙어 있는 거대한 벽보가 눈에 들어왔다.

[특급 모험 동아리 부원 모집 중. 성별, 학년 무관. 제1 투기장에서 간단한 면접 있음. / 작성자: 로난]

“특급···모험 동아리?”

소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사에 무관심한 그녀의 흥미를 돋굴 만큼 불친절한 벽보였다. 호기심이 생긴 그녀는 곧장 벽보에 적힌 장소로 이동했다.

설마 지금까지 면접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만서도. 제1 투기장이 위치한 갈레리온 관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젠장, 미친 놈 아냐. 그래야만 하는 상황에 사람을 죽일 수 있냐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

“그래도 잘생기긴 엄청 잘생겼더라아···난 그걸로 만족했어. 우리 다음 팀이 마지막이었지?”

“응. 그나저나 걔 어깨에 앉아 있던 건 도대체 무슨 동물이지? 바렌 교수님 수업에서도 못 본 거 같은데.”

귀를 찌르는 웅성거림에 소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까지도 많은 학생이 투기장과 이어진 복도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소녀는 학생들의 물결을 거스르며 면접 장소로 향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데샨.”

“뭘. 너야말로 고생 많았어.”

텅텅 빈 투기장에서는 두 소년소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머리가 밤처럼 새카맸는데, 여학생 쪽이 키가 더 컸다. 그때 책상을 옮기던 남학생이 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음? 면접 보러 왔어요?”

“······!”

소녀의 몸이 굳었다. 비단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려서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은 남학생의 어깨 위에서 깃털을 고르고 있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폭신폭신해 보이는 동물의 눈동자는 소녀와 같은 새빨간 선홍색을 띠었다. 시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빠야?”

“···나중에.”

한참이나 시타를 바라보던 소녀가 몸을 돌렸다. 그녀는 달빛이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으로 투기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누군지 알아요?”

“음···나도 처음 보는 앤데. 몇 학년이지?”

어깨를 으쓱인 두 사람은 다시 뒷정리를 시작했다. 동아리 생각으로 정신이 없던 로난은 소녀의 걸음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

아마 부지가 넓고 건물이 많아서 생기는 장점 중 가장 큰 것은 학생들을 위한 시시콜콜한 공간이 전부 마련된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자금력까지 튼튼한 필레온 아카데미는 그야말로 백탑(百塔)의 소도시라는 이명에 걸맞는 학생 복지를 보여주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시가 동아리에 대한 지원이었다.

필레온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동아리는 ‘네스트’라는 구역에 모여 있었다. 둥글게 이어진 대로의 양 옆으로는 개성 있는 건물들이 줄지어 포진해 있었다. 그 하나하나가 동아리 건물이라는 사실을 들은 아셀이 감탄을 흘렸다.

“보, 보통 다른 아카데미도 다 이래?”

“당연히 아니지. 보통은 지저분한 방 하나 내주는게 전부라고.”

부원 모집을 개시한 바로 다음 날. 로난과 아셀, 마르야는 한창 네스트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들에게 배정된 건물을 찾기 위함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과거 존재했던 ‘던전 탐사 동아리’ 가 쓰던 건물이었다는데, 탐사를 나간 학생들이 전원 실종되면서 사라진 동아리라고 했다. 로난이 투덜거렸다.

“제기랄, 인재가 없어, 인재가. 어떻게 쓸만한 게 한 명밖에 없냐.”

슐리펜은 아직 그랑시아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점찍어 놨던 에르제베트는 콧방귀를 뀌며 거절했다. 로난 님은 몰라도 다른 양들과 어울릴 이유가 없다나.

‘그 둘은 어떻게든 확보할 거고···나머지가 문젠데.’

로난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두 사람 같은 천재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싹수만 보이면 받아주려 했는데, 죄다 면접 질문에서 걸러지고 말았다. 도론이 준 팔찌를 매만지던 아셀이 입을 열었다.

“어제 막 모집을 시작했으니까 점점 더 모여들 거야. 그, 그런데 로난. 갑자기 웬 동아리···? 난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맞아. 아침부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애초에 뭐 하는 동아린데?”

“들어가서 알려 줄게. 그리고 니들은 창립 인원으로 적어 넣어서 어차피 뺄 수도 없어.”

아셀과 마르야의 표정이 굳었다. 로난은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두 사람에게 동아리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머지않아 일행은 어느 2층짜리 목조 건물 앞에 멈춰섰다. 낡은 문짝 앞에는 실종자들을 기리기 위한 꽃다발이 두세 개 놓아져 있었다. 아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히이익···!”

“쯧, 재수없게시리.”

꽃다발을 걷어찬 로난이 문을 열었다. 모험가 길드를 연상케 하는 실내가 눈앞에 펼쳐졌다.

먼지로 뒤덮인 바테이블, 층층이 쌓여 있는 거대한 오크통. 한쪽 벽면을 뒤덮은 코르크보드에는 대륙 전역이 그려진 거대한 지도와 각종 던전에 대한 의뢰서가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 로난이 휘파람을 불었다.

“제법 쓸만한데.”

“으, 응···.”

“이제 남은 한 명만 오면 되겠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을 안 타서 그렇지, 조금만 손을 보면 훌륭해질 가능성이 다분해 보였다. 동아리 건물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와중이었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웬 거구의 청년 한 명이 척척 걸어 들어왔다.

“으하하! 여기가 동아리 건물인가! 나쁘지 않구만!”

“어서 와요 브라움 선배.”

“오오! 먼저들 와 있었군. 다들 반갑다!”

무예과 2학년 차석. 유일한 합격자인 브라움 비오단이 손을 붕붕 흔들었다. 아셀과 마르야가 벙찐 표정으로 그의 인사를 받았다. 두리번거리던 브라움이 로난을 향해 외쳤다.

“그런데 여긴 정확히 뭐 하는 동아리냐! 물론 뭘 하든 간에 재미있을 것 같아서 들어왔다만!”

“아, 그렇지. 슬슬 말해줘야겠네요. 다들 이리 모여 볼래?”

로난은 부원들을 데리고 거대한 지도 앞으로 이동했다. 설명을 시작하려던 그가 문득 브라움을 바라보며 말했다.

“참, 깜빡하고 말 안 한게 있는데 동아리 내에서는 전원 반말 사용이 규칙이에요. 괜찮겠어요?”

“이건 또 처음 듣는 소리군! 하지만 상관은 없다!”

“호탕해서 좋군 브라움. 내가 그래서 널 뽑은 거지.”

존댓말을 사용하게 되면 차후 훈련을 진행할 때 귀찮아질 수 있었다. 로난은 부원 한명 한명과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좋아···설명하지. 우리는 말 그대로 특급 모험 동아리야. 주기적으로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모험을 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고, 언젠가 다가올 그날을 위해 강해지는 게 목표지.”

“그날이라니?”

“그런 게 있어. 다들 여기 봐봐.”

로난이 라만차로 지도를 가리켰다. 칼집 끝에는 줄줄이 늘어선 산의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제국 북서부에 솟아 있는 바이디안 산맥이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니까 미리 알아 둬.”

“바이디안 산맥? 저기에 뭐가 있어?”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의 방랑길에서 발견했던 지맥이 있던 장소였다. 당시에는 이미 점거당해 있었지만, 지금은 아직 미답지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커스 아이의 서식지라···음,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마나가 풍부한 장소겠죠. 저주도 결국은 마나의 일종이니까.

전날 바렌과 나눈 대화를 떠올린 로난이 입꼬리를 올렸다.

‘할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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