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 이사 대작전(2) >
#78
아무래도 무언가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책임자로 보이는 사내는 봉쇄한 도로 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검성 자이파와 그 직속 부대가 인근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소. 끝날 때까지 대기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가시오.”
“자이파? 내가 아는 그 자이파요?”
두 번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심심찮게 들어 온 이름이었다. 나비로제를 꺾고 제국제일검의 자리에 등극한 검사. 전생에서조차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이가 출동했다는 말에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자이파가 올 정도의 일인가?’
아무리 와이번이 나타났다고는 해도 그런 거물이 직접 나설 무대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로난이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검성 나리께서 뭘 하고 계시길래 길을 막아요?”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소.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니 협조해 주시오.”
“에이, 그러지 말고 조금만 말해 줘요.”
“그럴 수 없소.”
사내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머지 군인들 역시 군기가 바짝 든 채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로난이 입맛을 다시며 말머리를 돌렸다.
“그럼 어쩔 수 없죠. 고생해요.”
“협조해주셔서 고맙소. 몬스터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큰길로 다니시오.”
군바리를 괴롭히는 건 그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뒷자리에 타 있던 아셀이 걱정스레 물었다.
“이, 이제 어쩌지?”
“돌아가거나 옆길로 새야지 뭐. 공중 수색은 어차피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귀찮기는 해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적당히 빠질 만한 구간을 물색하던 와중이었다. 모여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쩌렁쩌렁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런 세금만 축내는 버러지들아!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냐!”
“몬스터를 유인할 수도 있으니 목소리를 낮추시오.”
“낮추기는 개뿔이, 이러는 도중에도 내 물건이 썩어가고 있단 말이다!!”
하도 시끄러워서 처음에는 몬스터가 나타난 줄 알았다. 로난이 고개를 돌렸다. 살이 투실투실하게 찐 사내가 군인들의 면전에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상인으로 보였다. 그의 뒤에는 비루먹은 말 두 마리가 이끌고 있는 초라한 짐마차가 세워져 있었다.
사방에서 파리가 꼬이는 걸 보니 뭔가 냄새가 고약한 물건을 싣고 있는 모양이었다. 로난이 헛웃음 쳤다.
‘아주 그냥 죽여 달라고 노래를 부르는군.’
시끄러운 걸로 모자라 악취까지. 네뷸라 클라지에 측에서 몬스터를 유인하기 위해 보낸 첩자라 보기에도 모자람이 없었다.
사내는 군인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돼지처럼 소리를 질러 댔다. 한 번 손을 봐줘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벼락같은 발상이 머릿속에 번득였다.
“오호.”
터무니없기는 했지만 가능성이 있었다. 네뷸라 클라지에를 찾지 못하더라도 주위의 안전을 나름대로 확보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말고삐를 당겨 세운 로난이 아셀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셀. 이제 마차 정도는 무리없이 들 수 있지?”
“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별안간 로난이 말에서 뛰어내렸다. 상인은 아직도 성을 버럭버럭 내며 온갖 모독적인 말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망할 깡패 놈들! 네놈들도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군! 이 악마의 자식들아!”
군인들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고 있었다. 로난은 방치되어 있는 마차로 다가갔다.
절로 속을 게워내고 싶어지는 비린내가 확 풍겨왔다. 아무래도 절인 생선 같은 걸 옮기고 있는 듯했다. 말들 역시 악취에 화가 났는지 연신 투레질을 해 대고 있었다.
그는 아무도 보지 못한 틈을 타서 짐마차 곳곳에 참격을 날렸다. 거기에는 말과 마차를 잇는 연결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서걱! 연결부가 끊어지는 순간 말들의 눈이 커졌다.
“푸히히힝!”
“어? 어어어?!”
자유의 몸이 된 두 마리의 말은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나갔다. 상인이 뱃살을 푸들거리며 뒤쫓았지만 허사였다. 길을 벗어난 말들은 바로 옆의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저, 저기 내 말 도망간다! 안 쫓아가고 뭐 하는 거야!”
“저희는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야, 이놈들아! 돌아와!!”
아무리 처절하게 외쳐도 말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가만히 서 있던 짐마차가 폭삭 무너졌다. 상인은 비명을 내지르며 마차로 달려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이음새나 바퀴들이 모조리 망가져 있었다. 내용물이 쏟아졌는지 한층 짙어진 악취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왜···왜 내게 이런 일이···! 오오···!”
도무지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절망에 빠진 상인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생업을 담당하던 짐마차는 이제 냄새나는 나뭇더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별안간 뒤에서 나타난 로난이 그의 어깨를 쿡쿡 찔렀다.
“저기요. 아저씨.”
“흐어윽···으으윽···뭐야?”
상인의 좁고 째진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로난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아무짝에 쓸모없는 쓰레기를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뭐, 뭣···? 쓰레기?”
“행여나 팔아먹을 생각은 하지 말고요. 어차피 저거 안 치우면 여깄는 사람들 다 죽으니까.”
한순간 상인의 말문이 막혔다. 로난은 이 나뭇더미를 방치할 경우 벌어지는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와이번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썩은 생선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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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들어 아셀. 냄새가 멀리까지 퍼져야 하니까.”
“으, 응. 알았어···우웁.”
대로를 벗어난 두 사람은 나무가 드문드문한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한때 짐마차였던 나뭇더미는 공중에 둥실둥실 뜬 채 소년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짐마차에는 절인 청어로 가득 찬 통 열다섯 개가 들어 있었다. 로난은 통을 모조리 개봉한 뒤 마차의 지붕을 썰어내 버렸다.
덕분에 말발굽이 다그닥거릴 때마다 살인적인 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었다. 미어캣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아셀이 비명을 질렀다.
“히이익! 저기 앞에!”
“끼에에에엑!”
로난은 전방을 바라보았다. 저 앞쪽에서 나뭇가지와 농기구로 무장한 고블린 열댓 마리가 용맹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한숨을 내쉰 그가 말에서 내렸다.
“염병, 이제는 하다하다 고블린까지 덤벼드네.”
심지어 루나 고블린같은 특수개체도 아닌 일반적인 고블린이었다. 로난이 칼자루를 잡아당겼다. 서걱! 그의 몸이 넓게 회전함과 동시에 열 개의 머리가 공중에 솟구쳤다.
“우, 우리 진짜 괜찮은 걸까···!”
“쫄지 마 인마. 아직 몇 마리 죽이지도 않았잖아.”
그리 말하는 로난의 몸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반나절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족히 세 자릿수의 몬스터를 베어낸 결과였다. 절인 생선과 함께하는 그들은 몬스터를 유인하는 등대와 다를 바가 없었다.
로난은 발치를 뒹굴고 있는 고블린의 머리를 집어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금치처럼 푸르죽죽한 이마에는 익숙한 문양이 남아 있었다. 동굴 거인과 오우거들에게서 보았던 네뷸라 클라지에의 각인이었다.
“얘네들도 당했네. 하여튼 좆 같은 새끼들.”
로난의 예상은 적중했다. 몬스터들을 끌어모으고 흥분시킨 건 네뷸라 클라지에의 소행이었다. 왜 또 이런 개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로난은 그들의 의도가 뭐건 간에 이루어지게 둘 생각은 없었다.
‘죽이다 보면 뭐가 나오겠지.’
로난은 술자를 죽이거나 무력화시키면 마법이 풀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브리기아와 시릴라의 경우가 그러했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술자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로난은 냄새에 유인된 몬스터들을 죄다 죽이고 있었다. 절대적인 수를 줄이면 이릴의 이사가 더 안전해질 테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로난이 말에 탄 아셀을 올려보며 말했다.
“슬슬 한번 올려 줘 아셀. 보고 올···”
그때였다. 로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난?”
로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말에 타 있는 아셀이 아닌 더 위쪽에 머물러 있었다.
태양을 등지고 날갯짓하는 존재들은 새 치고는 너무 거대했다. 그들 중 하나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로난은 허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아셀. 마차를 내 머리 위로 옮겨.”
“으응···?”
“가만히 들고 있어야 돼. 알겠지. 와이번은 먹이를 낚아채는 순간에 빈틈이 생기니까.”
말뜻을 이해한 아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렀다. 머지않아 소년들의 발밑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로난이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이제야 좀 대어가 걸리는구만.”
이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황토색을 띠는 와이번 한 마리가 날개를 접은 채 강하하고 있었다. 사나운 바람 소리를 들은 아셀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으흑···으으윽···!”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의 길이가 족히 5m는 되어 보이는 놈이었다. 아셀은 기절하고 싶은 심정을 최대한 억누른 채 짐마차를 이동시켰다. 로난의 모습이 가려짐과 동시에 와이번이 포효했다.
“캬아아아악!”
“끄아아악!”
아셀이 비명을 질렀다. 용케도 염력은 해제되지 않았다. 와이번의 발톱이 짐마차를 움켜잡는 순간 로난이 칼을 휘둘렀다. 마차를 부수고 튀어나온 검기가 와이번의 목에 직격했다. 서걱! 초승달 형상의 검기는 그대로 와이번의 목을 반쯤 썰면서 지나갔다.
“크에에엑!”
“좋았어.”
사거리는 짧았으나 위력은 강력했다. 피분수가 솟구쳤다. 그대로 추락한 와이번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에 처박혔다. 그때 하늘에서 다시금 괴성이 울려 퍼졌다. 함께 있던 두 마리가 동시에 로난을 향해 강하하고 있었다. 그는 곧장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제 기습은 통하지 않을 터였다.
“캬아아아!”
“어?”
그때 와이번들을 응시하던 로난의 눈이 커졌다. 한 마리의 등 위에 사람이 타 있었다. 새하얀 로브를 입은 여인이었는데, 필사적으로 와이번이 내려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가, 갑자기 왜 이래?! 정신 차려!”
“키아아악!”
아무래도 생선에 돌아 버린 와이번이 돌발 행동을 저지른 듯 했다. 그녀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와이번은 진로를 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여인의 어깨 위로는 익히 보아 온 반짝임이 새나오고 있었다. 로난이 이를 악물었다.
“네뷸라 클라지에···!”
분명 이 광분 사태의 주모자 중 한 명일 터였다. 그때 사람을 태우지 않은 와이번이 로난의 머리 위에 당도했다. 이빨 가득한 아가리를 쩍 벌린 채 수직으로 낙하하는 모습은 모험가들의 공포 그 자체였다.
“크햐아아악!”
“비켜.”
물론 로난이 알 바는 아니었다. 그는 먼젓번에 쓰러진 와이번의 몸뚱이를 밟고 뛰어오르며 요격하듯 칼을 휘둘렀다. 악어를 닮은 면상에 붉은 선 수십 개가 그어졌다. 퍼억! 말뚝처럼 땅에 쑤셔박힌 와이번의 머리가 폭발하며 피와 이빨, 조각난 뇌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뭐?!”
그제야 로난의 존재를 눈치챈 여인이 고개를 돌렸다. 로난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하늘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촤악!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검기가 와이번의 날개에 적중했다. 정신을 차린 와이번이 비명을 질렀다.
“키야아아악!”
“니미.”
로난이 입술을 비틀었다. 그의 검기는 오른 날개의 피막을 찢어놓는데 그쳤다. 거리가 멀어서 위력이 경감된 모양이었다. 하얗게 질린 여인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무, 물러나!”
황급히 방향을 튼 와이번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욕지거리를 내뱉은 로난이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한번 더 검기를 쏘아내려는 순간, 지켜보던 아셀이 손을 뻗었다.
“이, 인비저블 핸드!”
“크락?!”
보이지 않는 손이 그들을 움켜잡았다. 균형을 잃은 와이번이 허공에 멈춰섰다. 로난이 주먹을 콱 쥐며 소리쳤다.
“좋았어 아셀! 그대로 바닥에 꽂아버려!”
“으, 응!”
아셀이 주먹 쥔 손을 아래로 휘둘렀다. 버둥거리던 와이번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때 로브를 입은 여인이 뭐라 뭐라 주문을 외웠다. 갑자기 부담되는 힘이 확 늘어나더니 아셀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끄아아아악!”
“에라이 등신아, 얼른 놔!"
아셀이 염력을 풀었다. 몸을 던진 로난이 추락하는 아셀을 받아냈다. 여인을 태운 와이번은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놓친다. 로난은 아셀의 양어깨를 붙든 채 소리쳤다.
“아셀, 나를 쏴!”
“뭐, 뭐라고?”
“저 개새끼들한테 나를 던지라고, 나중에 니가 적당히 받아내면 될 거 아냐!”
아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허나 되묻지는 않았다. 그는 말없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로난을 붙잡아서 와이번을 향해 던졌다. 어마무시한 풍압이 로난을 덮쳤다.
“크윽···!”
아하유테와의 공중전을 상기시키는 감각이었다. 바람이 귓가에서 포효하고 있었다. 간격은 순식간에 좁혀졌다. 아슬아슬하게 같은 궤도에 진입한 로난은 침착하게 와이번의 꼬리를 움켜잡았다. 고개를 돌린 여인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 커졌다.
“꺄아악! 어, 어떻게?!”
로난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꼬리의 두꺼운 부분에 라만차를 박아넣었다. 키에에엑! 와이번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로난은 칼자루를 끌어당기며 와이번의 등 위로 도약했다. .
“개 같은 년이.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
“다, 당신은 뭐야···? 도대체 왜 이런···!”
악귀 같은 몰골을 본 여인이 뒷걸음질쳤다. 로난이 막 달려들려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늘이 드리웠다. 로난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껏 봐온 와이번들을 새끼라 착각할 정도로 거대한 와이번이 발톱을 앞세운 채 강하하고 있었다.
“젠장.”
당연하게도 와이번의 가슴팍에는 네뷸라 클라지에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계획의 최종 병기인 듯 했다.
발톱과 얼굴의 거리는 채 2m도 남지 않았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로난이 칼을 휘두르려는 차였다. 쉬리릭! 휘파람 소리 같은 것이 울려 퍼지더니 별안간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로난의 눈이 커졌다.
“수인···?”
그림자의 정체는 전신이 시커먼 웨어타이거였다. 여지껏 보아온 그 어떤 수인보다 덩치가 컸다. 폭발할 것처럼 부푼 오른팔에는 길이가 5m는 될 법한 언월도가 들려 있었다.
‘어디서 나타난 거지?’
한순간 오싹한 소름이 로난의 등줄기를 타고 내달렸다. 수인에게서는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각력만으로 여기까지 도약했다는 의미였다. 여인의 입에서 절망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 자이파···!”
“뭐?”
그 순간 거대 와이번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폭발하듯 터져 나온 피가 하늘을 적셨다. 동시에 로난이 타고 있던 와이번 또한 세 토막이 나며 무너져 내렸다. 곧바로 몸을 돌린 웨어타이거가 로난과 여인의 목을 동시에 휘감은 채 낙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