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171화 (171/333)

171. 검의 제전(14)

#171

로난이 칼자루를 잡아당겼다. 한순간 악마의 손이 흐릿하게 변했다. 거친 금속음이 새벽의 적막을 깨부쉈다.

“이게···!”

참격이 막힌 것을 확인한 로난이 이를 악물었다. 악마의 검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다만 놀란 것은 그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자세를 다잡은 그가 서둘러 일을 끝내려는 사람처럼 검을 휘둘렀다.

로난은 당황하지 않고 응수에 나섰다. 카아앙! 범인은 결코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쏘아진 참격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어두컴컴한 식량 창고 속에서 연달아 불티가 피어났다. 충돌음은 언제나 한 발 늦게,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그들이 멈춘 것은 스무 번 정도 되는 합을 겨룬 뒤였다. 맞붙은 채 정지한 칼날은 영역 다툼을 하는 맹수처럼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로난을 응시하던 악마가 입을 열었다.

“빠르네.”

“이 개새끼야, 무슨 짓을 한 거야?”

로난이 사납게 쏘아붙였다. 악마의 손에는 매끈한 외날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검신이 길고 완만하게 휘어진 것이 빠르게 휘두르기에 특화된 형태였다.

라만차와 충돌해서 날이 상하지 않는 것을 보면 굉장히 잘 만든 검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로난이 칼자루를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묻잖아. 무슨 짓을 한 거냐고.”

“······!”

그러자 팽팽하던 균형이 무너지며 곡도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악마도 따라서 힘을 주었으나 로난의 완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한 발자국을 뒤로 물러선 그가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제법 실력이 있군. 이 벌레들과 공범으로는 안 보이는데.”

“공범?”

“그래. 피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우선 칼을 거두는 게 어떤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침착한 말투였다. 그제야 분노로 흐려졌던 시야가 선명해지며 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예상과는 달리 평범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피로 젖은 머리카락은 조금 탁한 백색을, 눈동자는 붉은기가 도는 황색을 띠었다.

‘배신자? 아냐, 달라.’

반짝이는 마나는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만 엇비슷할 뿐, 그다지 로브쟁이 놈과 닮은 얼굴도 아니었다. 다만 영문 모를 기시감과 평범하다 보기에는 어려운 몇 가지 특징이 로난을 혼란스럽게 했다. 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과 태도가 대표적이었다.

높낮이 없는 목소리 또한 기괴함을 더했다. 느리게 깜빡이는 것이 전부인 눈동자에서는 희로애락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러셀의 말에 따르면 과거 피부를 한번 싹 갈아엎은 적이 있다는데 그 부작용인 듯했다.

전체적으로 인간 같지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악마가 먼저 천천히 검을 내렸다. 로난은 경계를 풀지 않고 그의 목에 칼끝을 겨누었다.

“설명해.”

“지금 이곳에 뒹굴고 있는 시체들은 모두 나를 죽이려 들었던 놈들이다. 내가 생고기를 먹기 위해 여기 올 것을 예상하고 매복하다가 동시에 나를 기습했지.”

“뭐라?”

“이 벌레들의 차림새만 봐도 알 수 있을 거다. 검으로는 이길 자신이 없었는지 온갖 잡동사니를 다 챙겨 왔더군.”

악마는 자신은 피해자고 이들을 죽인 행위는 정당방위였다 주장했다. 손목을 자르는 등 고문한 것은 배후가 누군지 알아내기 위함이었다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그 말을 들은 로난이 시체들을 살폈다. 그의 말마따나 여섯 명 모두가 갑옷과 무기로 완벽하게 무장하고 있었다. 보조 무기나 반입이 금지된 스크롤도 심심찮게 보이는 것이, 만전의 태세를 기울이고 여기 왔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 보였다.

‘···정말로?’

모든 정황이 악마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로난이 잠시 벙쪄 있던 찰나였다. 갑자기 자세를 낮춘 악마가 빠르게 몸을 뒤쪽으로 물렸다.

“이런 씹···!”

로난의 눈이 커졌다. 오러로 추정되는 낯선 마나가 그의 곡도를 휘감으며 모여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로난이 검을 쳐들었다. 동시에 웅크려져 있던 사내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거리였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로난이 요격하듯 허공에 참격을 그었다. 두 개의 검이 다시 충돌하는 순간, 곡도에 휘감겨 있던 마나가 발광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앙! 굉음과 함께 튕겨나간 로난의 몸이 창고의 벽을 부수며 날아갔다.

“크윽!”

받아치지 않았다면 사지가 찢어졌을 위력이었다. 공성추에 얻어맞은 것처럼 날아가던 로난이 바닥에 검을 박아 넣었다. 카가가각! 땅바닥에 기다란 칼자국이 새겨지며 그의 몸이 멈췄다.

‘젠장, 빈틈을 보이다니.’

명백한 불찰이었다. 등이 좆나게 아팠지만 지금 그따위 것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로난이 고개를 들었다. 폭발에 내동댕이쳐진 시체들과 한쪽 벽면이 완전히 날아간 식량 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연기를 날리자 멍하니 서 있는 악마의 모습이 드러났다. 로난을 내려보던 그가 기가 찬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대단하군.”

악마의 발밑으로 핏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기다란 자상이 그의 가슴팍을 사선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폭발로 날아가기 직전 라만차가 남긴 흔적이었다. 비교적 얕은 상처를 본 로난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갔어도 심장을 찢어 버릴 수 있었을 텐데.

“재수가 없으려니까.”

“너는 위험하다. 공범의 유무를 떠나서 죽여 둬야겠어.”

악마가 말했다. 입에 고인 피를 뱉어낸 로난이 몸을 일으켰다. 보아하니 저쪽도 물러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천천히 검을 들어올린 그가 자세를 다잡았다. 악마의 피를 마신 라만차의 검신 위로 아지랑이 같은 예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가 정신을 집중하자 시커멓던 칼날이 완연한 진홍색으로 물들었다. 악마가 다시금 몸을 낮췄다. 조금 전에 보여준 것과 같은 준비 자세였다.

‘한 번에 끝낼 생각이군.’

바깥은 아직 어두웠다. 후각이 익숙해졌는지 이제 피 냄새가 나지 않았다. 어디선가 바람에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의 형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일순 거리를 좁힌 두 사람이 중간 되는 지점에서 격돌하려는 순간이었다.

“그쯤 하게.”

“시발, 뭐야?!”

로난과 악마가 동시에 멈춰 섰다. 급제동을 거는 탓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시선을 내리자 목에 닿을 듯 말듯 드리워 있는 칼날이 눈에 들어왔다. 웬 자글자글한 늙은이 하나가 양손에 검을 한 자루씩 든 채 로난과 악마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당신은···.”

로난의 눈이 커졌다. 분명 그란 파르잔에서 보았던 알로긴이라는 노인이었다. 나비로제는 그를 두고 과거의 검성이자 검의 제전을 주관하는 원로 중 한 명이라 소개했었다. 로난과 시체들, 악마를 번갈아서 쳐다보던 알로긴이 입을 열었다.

“설명하게 노드렉. 또 무슨 짓을 벌인 건가.”

“식사를 하던 도중 암살 시도를 당했을 뿐이오. 증거는 충분히 제시할 수 있소.”

“암살 미수라···그럼 여기 44번 참가자가 암살자라는 소리인가?”

“아니. 여기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만 암살자요. 이 자는 공범인 줄 알고 죽이려던 차였고.”

악마가 로난을 검 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노드렉이 그의 본명인 듯 했다.

“아까는 공범 아닌 것 같다며.”

“방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공범이 아니라는 확신이 드는군. 이 쓰레기들과는 결이 달라.”

노드렉의 시선이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향했다. 지나치게 능청스러운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조금 전에 분명 위험하니까 죽인다고 하지 않았나? 눈을 가늘게 뜬 알로긴이 로난을 돌아보았다.

“자네는 뭐 할 말 없나?”

주름진 눈꺼풀 속에서 빛나는 눈동자는 아직 빛을 잃지 않은 채였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없어요.”

“그렇군. 일단 따라오게. 뭐가 됐든 자네 둘은 조사를 받아야 할 것 같으니.”

알로긴이 등을 돌려 걸어갔다. 악마는 고분고분하게 그의 뒤를 따랐다. 불현듯 로난은 그 자리에 온 것이 알로긴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창고의 지붕 위, 골목의 모퉁이, 나무 뒤편···못 보던 노인 서너 명이 그들을 감시하듯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다.

‘원로들.’

서늘한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이렇게 접근할 때까지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아무리 전투 중이라 감각이 분산되어 있었다고 해도 대단한 실력이었다.

문득 로난의 시선이 바닥을 뒹굴던 머리통에 닿았다. 폭발에 휘말린 러셀의 머리는 턱 아래 부분이 완전히 날아가 있었다. 결국은 용병단으로 모자라 본인까지 악마의 손에 명을 달리한 셈이었다.

그러게 헛짓거리하지 말라고 했는데. 입술을 질겅이던 로난이 여전히 희번들하게 떠져 있는 러셀의 눈을 감겨 주었다.

“멍청한 자식.”

라일리의 시체는 눈을 감겨줄 머리통도 없이 산산조각이 난 채 흩어져 있었다. 짧게 묵념한 로난이 알로긴을 뒤따랐다.

원로들은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주시를 멈추지 않았다. 머지않아 달려온 관리자들이 시체를 치우기 시작했다. 소란을 듣고 깨어난 참가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참극이 벌어졌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

“피곤해 보이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침이 밝았다. 린의 질문에 로난이 손을 내저었다. 그들은 한창 마지막 시험이 벌어지는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로난은 아침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거점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파르잔 측에서 캐묻는 게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이 워낙에 은밀하게 진행된 탓에 로난과 노드렉을 제외한 다른 참가자들은 새벽녘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엉덩이를 만져도 저항하지 않는 로난의 모습에, 린이 미간을 좁혔다.

“흐음. 아닌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악마. 그러니까 노드렉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그가 다른 참가자들에게 기습을 당했다는 증거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러셀을 비롯한 사망자들을 조사한 결과 모두 노드렉에게 지독한 원한이 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누군가는 가족을, 누군가는 친구를. 나비로제를 보고 싶어하던 여기사 라일라에게는 제전에 함께 참여한 연인이 1차 시험에서 노드렉에게 손목을 절단당했다는 배경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원한 관계는 참작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노드렉은 검의 제전에 참가한 이후로는 한 번도 대놓고 규칙을 어기거나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암살은 결국 미수로 그쳤고, 되려 시도했던 사람들이 불명예스러운 범죄자가 되었다. 비참한 결말이었지만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그들의 방법 또한 결코 올바른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좆같을 뿐이었다.

“여, 여기가 성지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감격스럽군.”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들이 감탄을 흘렸다. 마지막 시험이 개최되는 시험장은 여태껏 파르잔에서 보아온 어떤 건물보다 아름다웠다. 새하얀 대리석과 보석으로 장식된 타원형의 투기장은 꼭 신에게 봉납하는 보석함을 연상케 했다.

투기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각자의 소속에 나뉘어서 도열했다. 어젯밤에 참변 때문에 인원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며 참가자들이 수군거리던 와중, 익숙한 노인 한 명이 그들의 앞에 와서 섰다.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요. 마지막 시험은 그대들도 알다시피 아란 파르잔과 그란 파르잔에서 올라온 참가자 간의 1대 1대련으로 진행될 것이오. 나 알로긴과, 검성 자이파 님께서 이 신성한 대련을 주관할 것이오.”

감독관을 맡은 것은 원로 알로긴이었다. 새벽에 보여준 살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노인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옆에는 시커먼 웨어타이거 한 명이 세상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참가자들을 대충 훑어본 그가 툭 내뱉었다.

“자이파다.”

참가자들이 웅성거렸다. 세상 싹수 없는 인사였음에도 참가자 대부분은 그들이 믿는 종교의 신이라도 만난 것처럼 황송해했다. 하긴 제국의 검성은 칼밥을 먹는 모든 이들의 우상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관님, 괜찮아요?”

“조용히 해라.”

슬쩍 돌아본 나비로제는 심호흡을 하며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아 있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열이 받는 모양이었다. 알로긴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련 상대는 무작위하게 지정될 것이오. 세 번째 시험에서 우선 지명권을 획득한 참가자만이 상대를 지명할 수 있소. 지정된 시간 내에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쪽이 승리하오.”

그는 모종의 사유 때문에 아란 파르잔의 인원이 줄어든 탓에 그란 파르잔 측에서 네 명이 부전승 처리가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추첨은 곧바로 이루어졌고, 린을 비롯한 세 사람이 싸우지 않고 성지로 향하게 되었다. 린이 당첨 제비를 로난에게 들이밀었다.

“짜잔.”

“잘 됐네.”

“나중에 봐. 성지에서 한번 더 물어보면 정말로 생각해 볼 테니까.”

로난은 픽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린은 그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리고는 관중석으로 올라갔다. 머지않아 장엄한 뿔나팔 소리와 함께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대전은 우선 지명자들의 차례로 정해져 있었다.

“그럼 1번 참가자 노드렉. 상대를 지명하시오.”

알로긴이 말했다. 한순간 장내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악마에 대한 소문은 이미 참가자들 사이에 팽배하게 퍼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피했다.

‘아마 나를 고르겠지.’

로난은 담담하게 싸울 준비를 했다. 그는 노드렉이 자신을 지명할 것이라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애당초 지금 죽여 둬야겠다는 말을 해놓고 뺀 걸 보면, 이번 시험에서 합법적으로 살해할 생각이라고밖에는 추측되지 않았다.

“지명하지.”

과연 노드렉은 주저가 없었다. 그는 알로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을 뻗었다. 다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을 지명했다. 노드렉의 검지가 정확히 나비로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본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허?”

“나비로제. 네년이 내 상대다.”

노드렉이 말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무미건조했으나 말투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거칠었다. 투기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이파도 흥미롭다는 듯이 귀를 쫑긋 세웠다. 당혹 섞인 웅성거림이 빠르게 참가자들 사이로 번져 나갔다.

“맙소사.”

“도, 돌아 버린 거 아냐?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있어도 그렇지···.”

막상 지명당한 나비로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덤덤하게 투기장 위로 올라간 그녀가 노드렉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를 아나?”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나는 너를 모르는데. 폭류검 크로덴의 제자라는 소문이 있던데, 스승의 원수라도 갚으려는 건가?”

“제자라.”

노드렉이 픽 웃었다. 개전을 알리는 뿔나팔이 울려 퍼졌다. 일순 노드렉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지켜보던 로난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어?”

잠깐이지만 동작을 놓쳤다. 조금 전에 자신과 싸울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였다. 나비로제가 검을 앞으로 내지름과 동시에 충돌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발생한 폭발에 그녀의 몸이 튕기듯이 날아갔다.

“으음···!”

폭발의 위력 또한 월등히 강력해져 있었다. 제비를 돌며 균형을 잡은 나비로제가 바닥에 착지했다. 폭발이 일어난 자리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소매로 코피를 닦아낸 그녀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살아 있었나. 폭류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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