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불의 어머니(5)
#189
불을 베어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검격이 만들어낸 선이 벌어짐과 동시에 느닷없는 강풍이 불어닥쳤다. 수백 조각으로 찢어진 화염의 파도가 바람에 날아갔다. 로난이 타이버를 돌아보며 으르렁거렸다.
“얼빠진 새끼야, 주제를 알고 덤벼야 할 거 아냐.”
“서, 선배님···!”
타이버의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그의 우상이 눈앞에 있었다. 객석에서 일어섰던 슐리펜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더 빨라졌군.”
그의 손에는 검신 없는 칼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머지않아 쪼개진 화염을 날려 보낸 바람이 다시 칼날의 형태로 돌아왔다. 이타르간드가 불을 쏘자마자 검을 뽑았음에도 한발 늦고 말았다.
오러만 개화한 게 아니었나. 그리 읊조린 슐리펜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훈련을 더 늘려야 할 것 같았다. 말하는 법 조차 잊은 채 벙쪄 있던 타이버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로, 로난 선배님. 정말로 영광입니다. 저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몸을 던지다니, 저는 정말, 정말로···!”
타이버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신입생에게 한 방 맞고 나가떨어진 수치스러운 일 따위는 이제 생각나지도 않았다. 그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순간이었다. 빡! 순식간에 날아든 로난의 주먹이 그의 정수리를 후려쳤다.
“커억!”
“뭘 잘했다고 실실 쪼개. 뒈지고 싶어?”
두개골에 금이 갔다 해도 믿어질 만큼 강렬한 충격이었다. 타이버가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싸며 고꾸라졌다.
산 채로 첨탑에 꽂아 마땅할 짓거리를 했으나 고의성이 없었으니 이거 한 방으로 봐 주기로 했다. 아마 먼 훗날에라도 자기가 무슨 짓을 한 지 깨달으면 기절하겠지. 칼을 한 바퀴 돌리며 납도한 로난이 이타르간드를 노려보았다.
“얌마, 심정은 알겠는데 적당히 해야 할 거 아냐.”
“···불찰이었다.”
이타르간드는 면목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 와중에도 어머니를 힐끔힐끔 올려보는 것이 꼭 잘못을 저지른 다섯 살배기 아이 같았다.
그러고 보니 막상 가장 중요한 인물을 확인하지 못했다. 심호흡한 로난이 나바르도제를 올려보았다. 그녀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뭐야. 왜 나를 보고 있어?’
부담스러울 정도로 쳐다보는 탓에 로난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크라티르가 승자 판정을 내렸다.
“시, 시합 종료. 승자는 이르 학생입니다!”
“우아아아아!”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뭔가 순식간에 끝난데다 제 3자까지 개입했지만 어쨌든 승리는 승리였다. 다급하게 달려온 의료진이 타이버를 들것에 실어 갔다. 머릿속으로 크라티르의 전음이 울려 퍼졌다.
[정말 고맙네. 로난 군.]
모두가 이타르간드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로난은 조용히 원래 앉았던 자리로 돌아갔다. 어느새 신문을 완전히 접어 버린 황제가 나지막한 웃음을 흘렸다.
“대단하더군.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
“별 거 아니었어요. 어차피 누군가는 막았을 거고.”
“그랬겠지. 그래도 자네가 아니었다면 저 배짱 있는 소년의 머리카락 한 줌 정도는 그슬렸을 걸세.”
로난의 겸손에도 황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워낙에 걸출한 인재가 모여 있는 곳이라 누군가 막기는 했겠지만 그가 가장 빠르게 행동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불현듯 투기장 쪽과 로난을 번갈아서 쳐다보던 황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자네 뭐 잘못한 거 있나?”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나바르도제께서 이쪽을 보고 있네만.”
황제가 말했다. 한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그의 말마따나 다리를 꼰 채 이쪽을 보고 있는 나바르도제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로난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불의 색으로 일렁이는 눈동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세로로 가늘게 좁혀진 동공은 인간이 아닌 드래곤의 것이었다.
‘시발, 진짜 뭐지?’
로난은 혹시나 싶어서 자리를 세 칸 옆으로 옮겨봤다. 나바르도제의 시선은 자석처럼 그를 따라왔다.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설마 아들이 쏜 불을 함부로 잘랐다고 저러는 거야?’
로난이 굵직한 침을 삼켰다. 설마 그딴 이유로 화가 났을리는 없지만 드래곤이라는 건 워낙에 종잡을 수 없는 생물이니 방심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왜 그러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기에, 로난은 일단 입학식을 지켜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입학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간단한 인사는 타이버을 제외한 모두가 신입생을 꺾으며 9:1로 마무리되었다. 타이버가 너무 추하게 패배한 탓에 남아있는 2학년들은 모두 이를 악물고 대련에 임했다. 챙그랑. 마지막으로 패배한 신입생의 손에서 칼이 떨어졌다.
“크윽···졌습니다.”
“아니야. 조금만 다듬으면 훨씬 나아질 여지가 보여. 확실히 이번 신입생들 수준이 높네.”
“그, 그렇습니까?”
“그럼. 특히 너는 재능의 씨앗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어. 그러니까 우리 마상 시합 동아리에 들어오지 않으련?”
그렇다고 신입생 측이 우울해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몇몇 괴물을 제외하고는 패배하는 것이 당연한 승부였으니까. 되려 1년 차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선배들의 실력과 이끌어 주려는 태도가 그들이 필레온에 품고 있는 기대감과 소속감을 부풀려 주었다. 나바르도제의 짧막한 연설로 입학식이 마무리되었다.
【즐거웠다. 태초의 불꽃이 너희의 앞날을 밝히기를.】
화륵! 허공에서 피어오른 화염이 그녀의 형체를 집어삼켰다. 불길이 사그라진 자리에는 크라티르가 마련한 의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머지않아 필레온이 세워진 이래 가장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나바르도제를 본 것으로 모자라 그녀에게 축복까지 받을 것이라고는 그 자리의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입학식을 마친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안내를 받으며 연회장으로 이동했다. 로난이 황제를 돌아보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가 볼게요 폐하. 조만간 또 뵈요.”
“그래. 고생 많았네. 그나저나 나바르도제 님은 갑자기 어딜 가신 게지?”
“그러게요. 뭘 잘못했냐고 여쭤보려 했는데 갑자기 사라져 버렸으니···이르한테라도 물어봐야죠 뭐.”
나바르도제는 입학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로난을 응시하고 있었다. 분명 뭐라고 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저렇게 퇴장할 줄이야. 그가 막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려는 차였다.
【그럴 필요 없다.】
“허억···!”
바로 왼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헛숨을 들이킨 로난이 고개를 돌렸다. 사라졌던 나바르도제가 자신의 옆에서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아직 이타르간드가 투기장에 남아 있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로난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에서는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좋은 향기가 났다.
로난이 너무 놀란 나머지 벙쪄 있던 와중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황제가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제국의 황제가 불의 어머니를 뵙습니다.”
【오랜만이구나. 결국에는 왔군.】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어서 말이죠. 다음번에는 황궁에서 모시겠습니다.”
【그때는 미안했다. 네가 보낸 편지를 읽지조차 못했어. 알고 보니 그 왕관 쓴 멍청이가 내 아들에게 바람을 넣었더구나.】
나바르도제가 유감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겨울 마녀 사태 당시의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이타르간드가 로돌란에 파견된 것도 황제가 아드렌에 지원을 요청해서였다.
‘왕관 쓴 멍청이?’
아무래도 용의 도시 아드렌에도 우두머리 비슷한 게 있는 듯했다. 나바르도제보다 강한지는 모르겠다만은. 황제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아닙니다. 이타르간드 님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 말해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이타르간드는 아직 너무 어려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진짜로 너희에게 봄을 되찾아준 사람은 내 옆에 있는 아이지.】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큰 공을 세웠지요.”
【후후, 기회가 닿으면 다시 방문하도록 하마. 오늘은 이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다시금 인사를 한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수장이 저러는 것만 봐도 그녀의 위상을 알 수 있었다.
신문을 완전히 접은 황제가 자신의 경호원들과 함께 떠나갔다. 주위가 한산해진 것을 확인한 나바르도제가 다시 로난을 돌아보았다.
【아이야.】
“아, 넵.”
갑작스러운 부름에 로난이 어깨를 움츠렸다. 턱을 매만지던 그녀가 다리를 반대로 꼬았다.
【네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부디 정직하게 대답해다오.】
“네?”
【어젯밤 벌어진 일에 대해서다. 너는 내 마법에 걸리지 않은 이유를 단순한 체질 탓이라 얼버무렸었지. 기억나느냐?】
“아아, 그거야 뭐···그렇죠.”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눈을 보며 말하는 것이 힘들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정확히는 마나를 베어내는 것이 네 능력이겠지. 그렇지 않느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로난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매력적인 사모님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그걸···어떻게 안 거죠?”
【역시 그랬군. 이제야 설명이 되는구나. 그러지 않고서야 내가 스무 해도 살지 않았을 인간에게 기시감을 느꼈을 리가 없지.】
영문 모를 소리였다. 갑자기 손을 뻗은 나바르도제가 로난의 얼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레드 드래곤의 손은 인간보다 훨씬 따뜻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아이야. 나는 네 아버지를 알고 있단다.】
“···아버지요?”
【그래. 설마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찰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두개골 저 깊은 어디선가 벼락이 내려치고 있는 것 같았다. 로난의 콧날을 살살 쓸어내리던 그녀가 애틋한 미소를 머금었다.
【■■가 말했던 아이가 너였구나. 왜 내가 진작에 알아보지 못했을까. 이렇게 닮았거늘.】
“응?”
로난이 눈썹을 치켜떴다. 뭔가 중요한 단어가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혹시 한 번만 더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응? 무엇을 말이냐?】
“그, 아버지라는 사람의 이름이요.”
【아아, ■■말이구나.】
“···뭐지?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버지의 이름을 지칭하는 단어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마치 과거 심상 세계에서 경험했던 그림자의 언어 같았다. 머지않아 결론을 도출해낸 그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빌어먹을 저주가···.”
아무래도 저주로 인해 정보를 통제당하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험악해진 표정을 본 나바르도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로난은 외투 앞주머니에서 꺼낸 만년필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여기, 방금 말한 사람의 이름을 제 손바닥에 적어 주실래요?”
【어째서지?】
“지금 저한테는 그 이름이 안 들려서요. 개인적인 사정이 좀 있거든요.”
【뭐라? 으음, 일단 알았다.】
나바르도제가 로난의 손바닥 위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간질간질한 것이 기분이 묘했다. 머지않아 그녀가 펜을 떼어내자 로난이 손을 뒤집었다. 거친 손바닥 위에 글씨 따위는 쓰여져 있지 않았다. 잉크가 쏟아진 것처럼 시커먼 얼룩을 본 로난이 이를 악물었다.
“시발.”
【설마 글씨도 알아볼 수 없는 게냐?】
“그런 것 같아요.”
로난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까짓 이름이 뭐라고 이렇게 유세를 떠는지 의문이었다. 나바르도제가 뭐라 대답하려는 차였다. 별안간 그녀의 뿔이 느리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아, 또 시작인가.】
나바르도제가 혀를 찼다. 어젯밤에 본 것과 같은 불길한 적색이었다.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에요?”
【공세가 다시 시작된 모양이다. 그토록 꺾였으면 질릴 만도 하거늘, 참으로 질기구나.】
나바르도제의 목소리에는 짜증과 피로가 농후하게 묻어나 있었다. 공세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한 걸로 보아 어젯밤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그녀의 주변으로 마나가 모여들고 있었다. 어째 이번에도 갑자기 떠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다급해진 로난이 손을 들며 질문했다.
“그, 저도 같이 가면 안될까요?”
【으음?】
“기회가 닿은 김에 알고 싶어서요. 아버지에 대해서.”
나바르도제가 눈썹을 치켜떴다.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필멸자가 감당하기에는···아니다, 그 자의 핏줄이라면 괜찮겠지. 정말로 나와 함께 가겠느냐?】
“네. 뭔지는 모르겠지만.”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아니면 나바르도제를 언제 만나게 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바로 관중석 아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가겠습니다. 어머니.”
두 사람이 고개를 내렸다. 어느새 다가온 이타르간드가 객석을 올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뿔이 빛나는 걸 보고 온 듯했다. 나바르도제가 고개를 내저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오늘은 괜찮단다 이르. 새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렴.】
“하오나···.”
【언젠가는 싫더라도 이어받게 될 일이란다. 어제도 말했지만 유년기의 미숙함을 즐기렴.】
나바르도제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하는 걸 들어 보니 아직 이타르간드도 가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아랫입술을 짓씹던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타르간드가 등을 돌려 걸어간 지 머지않아 수십 명의 학생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이르라고 했지? 방금 경기 진짜 멋지더라!”
“저, 저기···혹시 여자친구 있니? 아니, 그냥···친구가 물어보라고 해서.”
“후배님. 엄청난 불을 쓰던데 그게 검의 효과인지 본인의 마법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걸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삼 년 전의 자신을 떠올린 로난이 자기도 모르게 실소했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나바르도제가 아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친구가 많아지면 좋겠구나. 자기만 아는 드래곤이라는 종족에게는 생소한 개념이거든.】
“뭐, 저대로면 무난하게 많아질 거 같은데요. 그나저나 너무 본인 종족에 부정적이신 거 아니에요?”
【네가 이르에게 해 준 일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는구나. 아이야. 나는 당장이라도 지금 네 볼에 키스를 해 주고 싶은 심정이란다.】
그럼 해 주면 되잖아요. 로난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말을 참아야 했다. 저기 반대편 객석에서 걱정 어린 눈빛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아데샨만 아니었어도 끼를 좀 부려 봤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야기가 길었군. 그럼 함께 가자꾸나. 오래는 걸리지 않을 거야.】
“도울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와 드릴게요.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죠?”
【드리무어. 하늘이 얇아지는 곳이자, 내가 싸우는 전선이다.】
그 말과 함께 나바르도제가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서 피어난 화염이 두 사람을 삼켰다. 이변을 눈치챈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을 때, 로난과 나바르도제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