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오로라 스칼(2)
#222
【이봐, 내가 의뢰한 건 아직인가.】
“뭔, 시발···.”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무겁고 낮은 목소리였다. 자이파의 으르렁거림이나 무게를 잡을 때의 이타르간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서서히 움직이던 손이 칼자루에 얹어졌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했다. 호흡을 가다듬은 로난이 고개를 돌렸다. 장신에 호리호리한 사내가 양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서 있었다.
‘···인간인가?’
창백한 피부와 각도기로 잰 것처럼 잘생긴 얼굴이 눈에 띠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은 아데샨의 것만큼이나 길었다.
그는 가죽 외투 대신 검은 코트 한 장을 달랑 걸치고 있었는데, 실내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얇은 옷차림이었다. 로난은 카탄이 말한 ‘검은 남자’가 저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어?”
문득 이상함을 느낀 로난이 입매를 뒤틀었다. 사내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불길한 기척이 일순간에 사그라졌다.
이런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빠르고 감쪽같았다. 망치질을 하던 장인 한 명이 검은 남자를 맞이했다.
“아아,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의뢰한 건 아직이냐고 물었다.”
울리는 것 같던 목소리도 평범하게 돌아왔다. 장인이 사람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막 완성된 참입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어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뭣이···!”
검은 남자의 눈이 커졌다.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흰자 한복판에 섬처럼 떠올랐다. 껄껄 웃어젖힌 대장장이가 손뼉을 쳤다. 짝짝! 도제로 보이는 사람들이 길고 거대한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
“여, 여기 있습니다.”
“으윽···무, 무거워.”
자이파의 언월도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였다. 도제들이 하나같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걸 보니 어지간히 무거운 것이 아닌 듯했다. 그 모습을 본 사내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드디어.”
회한마저 느껴지는 말투였다. 성큼성큼 다가간 사내가 상자에 손을 얹었다. 그가 도제들을 바라보며 툭 뱉었다.
“이리 내라.”
“저, 저희가 배까지 날라 드리겠습니다. 보기보다 훨씬 무거워서요.”
“시끄럽다.”
귀찮다는 듯이 혀를 찬 사내가 상자를 받아들었다. 장정 여섯 명이 버거워하던 물건이 갈대라도 된 것처럼 가볍게 들어올려졌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튀어나올듯 커졌다.
“세, 세상에. 저걸 왼손만으로···!”
“맙소사.”
그럼에도 검은 남자의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그가 작은 자루 하나를 꺼내서 바닥에 던졌다.
“잔금이다. 받아라.”
“가, 감사합니다.”
도제 한 명이 고개를 숙이며 자루를 받아들었다. 검은 남자는 상자를 어깨에 짊어진 채 발걸음을 돌렸다. 작업실을 벗어나기 직전, 로난을 힐끔 돌아본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인간에게 각인을 나누어 주다니. 첫 번째 불도 명운이 다했군.”
다소 비웃는 듯한 말투였다. 영문 모를 소리에 로난이 눈썹을 치켜떴으나 사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구둣발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도제가 가져온 자루를 확인한 대장장이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우아악! 이, 이렇게 많이!”
촤르륵! 자루가 떨어지며 내용물이 쏟아졌다. 루비에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 진귀한 보석들이 족히 백 개는 넘어 보였다. 디디칸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역시 통이 크군. 드디어 만족하고 돌아가는 걸 보니 뿌듯하구만.”
“···저놈은 뭐야?”
“응? 아까 말했던 검은 남자잖아. 정말로 직관적이고 잘 지은 별명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정체가 뭐냐고. 본명이나 출신지 같은 거.”
로난이 질문했다. 반응으로 보아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은 정말로 사내가 한순간 내뿜은 기척을 감지하지 못한 듯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머리를 긁적이던 디디칸이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심각한지 모르겠는데 진정해. 일단 저 친구 본명은 아무도 몰라. 그래서 검은 남자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거고. 한 달 전부터 오로라 스칼에 기거했는데, 저렇게 자정 때마다 의뢰의 진척 상황을 물어보러 왔었어.”
“무슨 장비를 의뢰했는데?”
“으음,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하나···겉보기에는 창 같았는데 공성 병기에 가까웠지. 어쨌든 저 상자가 꽉 찰 정도로 커다란 무기를 주문했어. 드래곤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지.”
디디칸의 설명이 이어졌다. 한 달 전에 이곳을 찾아온 검은 남자는 용도 불명의 거병을 주문하고는 오로라 스칼에 눌러앉았다고 했다.
원래는 장비가 완성됐을 때 찾으러 오거나 우편으로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사내는 기어코 완성되는 것을 보고 가겠다며 숙소 하나를 빼앗았다.
진상이라는 표현도 모자랄 행동이었음에도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방값이랍시고 내놓은 황금이 차마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이상한 점을 깨달은 로난이 눈썹을 으쓱였다.
“잠깐. 한 달 전이라고?”
한 달 전이라면 대장장이 일부가 제이거 세력에게 납치당하고 한창 농성을 펼칠 시기였다. 디디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난리 통에도 눈 깜짝 안 하더군. 싸움깨나 하는 것처럼 보여서 도와 달라고도 해 봤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며 거부당했어.”
물론 그 와중에도 자정마다 의뢰의 진척상황을 물어보는 것은 이어졌다고 했다. 설명을 들을수록 이상한 놈이었다.
“···수상한데.”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무슨 짓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직감이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느낀 기척은 정말로 범상치 않았다.
언덕으로 위장하고 걸어 다니는 활화산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로난이 그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던 차였다. 참다못한 카탄이 그를 불렀다.
“어이, 무슨 고민을 그렇게 오래 해? 손님도 갔으니 이제 시작해 보자고.”
“···아, 그래야죠.”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검은 남자에게서 악의가 느껴졌다면 달려가서 추궁이라도 해봤을 텐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까.
“좋아. 뭘 만들어 줄까? 말만 해 봐.”
“일단 이 칼을 좀 벼려줬으면 해요. 애초에 이거 때문에 여기에 온 거라서.”
지금은 계획되어 있는 일을 해치울 때였다. 로난은 라만차를 검집째 뽑아 카탄에게 내밀었다. 린과 결합해서 성검으로 변한 라만차의 검신은 평시에도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세상에···!”
카탄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그녀의 반응을 신기하게 여긴 대장장이들이 모두 이쪽을 쳐다보았다. 검을 이리저리 살피던 카탄이 감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정말 대단한 검이군. 검은 부분은 도론 장인께서 만든 것 같은데 하얀 부분은 도무지 짐작이 안 가. 뭘로 어떻게 만든 거지?”
“내 친구의 알껍데기랑···.”
로난이 말꼬리를 끌었다. 성검 이야기를 하다가는 뭔가 몹시 귀찮아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분명히 자세히 말해보라며 온 대장장이들이 달려들겠지.
“···그냥 여러가지요. 맞다, 줄 게 있어요.”
말을 대충 넘긴 로난이 주머니를 뒤적였다. 자그마한 금속함이 그의 손에 쥐어져 나왔다. 추천장과 마찬가지로 파르잔에서 온 물건이었다.
“그건?”
“원래 이 검의 일부던 파편이에요.”
내용물을 본 카탄이 눈썹을 치켜떴다. 함 안에는 라만차의 파편이 소담스레 쌓여 있었다. 소재의 우수성에 다시금 감탄한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래, 이걸 녹여서 새 무기를 만들어 달라는 건가?”
“꼭 무기가 아니라도 상관은 없어요. 사실 칼 하나면 충분해서.”
로난이 턱 끝을 들어 라만차를 가리켰다. 솔직히 적 대부분은 저거 하나로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도 그래 왔고. 괜히 무장을 늘려 봤자 몸만 무거워질 터였다.
“흠. 내가 한번 만들어 보지. 소재가 워낙 좋아서 더 고민이 되는군.”
“잘 부탁해요. 아데샨은 뭘로 할래요?”
“으으응···나는 방어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면 좋겠어. 혹시 가능할까요?”
아데샨이 물었다. 방어력이 약한 것은 그녀의 오래된 고충이었다. 전투력 자체는 로난에게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지속력이 좋지 않았다.
채찍은 어디까지나 견제용이었고, 대상이 적어질수록 강력해지는 정신 장악은 다수의 적을 상대로는 위력이 반감되었다. 카탄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하. 그런 고민이라면 간단하지. 우리 극광 제련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분야거든.”
“저, 정말요?”
“그럼, 나만 믿어 예쁜 아가씨.”
카탄이 한쪽 눈을 감으며 말했다. 묘하게 말투가 끈적한 것이 어쩐지 수상했다. 아데샨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로난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참, 그리고 갑옷도 부탁해요. 키가 요만한 여자애가 입을 거고, 힘이 더럽게 세요.”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그는 마르야가 요청한 갑옷을 주문했다. 다행히도 그녀가 치수를 적어준 쪽지가 주머니 깊숙이 남아 있었다. 쪽지를 받아든 카탄이 눈썹을 으쓱였다.
“그, 흉곽 둘레를 잘못 적은 거 아닌가? 키에 비해서 많이 큰 것 같은데.”
“아마 맞을 거에요. 아셀 놈은 복도 많지.”
“굉장하군. 그럼 이제 극광을 먹일 장비를 줘. 특별히 공짜로 해 줄 테니까.”
“뭐야, 그것도 해 주게요?”
카탄은 공짜로 장비에 극광을 먹여 줄 테니 원하는 기존의 장비를 달라고 말했다. 로난은 딱히 줄 게 없었고, 아데샨은 채찍과 석궁을 건네 주었다. 채찍을 살피던 카탄의 얼굴이 한순간 굳어졌다.
“이건···솔직히 말해서 도론 영감보다 실력이 뛰어난 것 같은데, 만든 사람이 누구지?”
“알리브리헤라는 용이에요. 만나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재밌군. 드래곤 대장장이라.”
그녀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얼굴에 분한 기색이 묻어나는 걸 보아하니 알리브리헤는 의수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무기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었다. 두건으로 머리를 동여맨 그녀가 입을 열었다.
“좋아. 바로 착수하지. 새 물건은 우편으로 보내줄 거고, 검이랑 빛을 먹인 무기는 오늘 가져갈 수 있게 해 주마.”
“고마워요.”
“투지가 끓어오르는군. 디디칸, 이 얼음덩이 구경이나 좀 시켜 드려라.”
“그렇게 합죠.”
디디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로난과 아데샨을 데리고 작업실을 빠져나왔다.
“스승님이 저러는 건 오랜만에 봐. 호승심이 강한 사람이긴 한데, 자기보다 실력이 뛰어난 대장장이가 없어서 의욕이 조금 식어 있었거든.”
“잘 됐네. 알리브리헤라는 작자를 아드렌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뭐야, 망령의 바다로 모자라 이제는 용의 도시까지 가는 건가? 가는 길이 험할 텐데.”
“어떻게든 되겠지. 참, 네 스승 등에 있는 용 문신은 뭐야?”
“블루 드래곤 라다하이스야. 이 오로라 스칼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용이지.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문신을 새겼다고 했어.”
세 사람은 잡담을 나누며 오로라 스칼 내부를 돌아다녔다. 수백 년 묵은 얼음덩이 안에는 식당이나 숙소는 물론 공놀이 같은 여가를 위한 운동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탈것을 보관하는 마구간에서는 로난과 아데샨이 타고 온 그리폰이 한창 고기를 뜯고 있었다.
-퓌욧!
“그래, 그래, 마저 쉬어.”
땀이 날 정도로 따뜻한 것이 어째 사람이 지내는 곳보다 나은 것 같았다. 어지간한 공공기관보다 훌륭한 복지였다. 둘러볼만한 곳은 다 둘러봤다는 생각이 들 즈음이었다.
“맞아. 무기에 극광을 먹이는 걸 보여줄게.”
“엉?”
“원래 외부인은 출입 금지지만···너희에게 보여준다고 뭐라 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야. 따라와.”
별안간 디디칸이 두 사람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얼떨결에 따라간 그들이 어느 석문을 열어젖히는 순간이었다. 후우우웅! 눈알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덮쳤다.
“꺄앗!”
“이런 시발. 더럽게 춥네.”
잠시 잊고 있던 외부의 추위였다. 밤바다의 파도성이 다시금 들려오고 있었다. 공터처럼 보이는 넓고 평평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우와아···!”
문득 하늘 위를 올려다본 아데샨이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극광의 아름다움은 깊어지는 밤과 함께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로난이 피식 웃었다.
“다 큰 여자가 참. 애도 아니고.”
“하하. 하늘의 치맛자락에는 어른도 아이로 만드는 마력을 품고 있지.”
디디칸이 껄껄거렸다. 사실 로난도 말만 이렇게 했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공터에는 수십 자루의 무기나 방어구가 고정대에 끼워진 채 4열 종대로 늘어서 있었다. 양동이를 든 사람들이 천천히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정체불명의 투명한 액체를 정성스레 장비 위에 끼얹고 있었다.
집광수로 적셔진 무기들은 전부 극광과 다름없는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기묘한 광경을 본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
“집광수를 바르고 있는 거야. 극광의 힘을 더 잘 받기 위한 작업이지.”
디디칸은 저것이야말로 오로라 스칼에서만 할 수 있는 기술이라 말했다. 극광을 머금은 장비는 마나 전도율이 높아지고, 경우에 따라 새로운 능력을 개화할 수도 있었다.
‘생각보다 더 좋은데.’
설명을 들은 로난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장비의 기존 인챈트와 무관하게 능력 하나를 더하는 것은 확실히 가치가 높은 일이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아데샨은 공터의 가장자리로 가서 다시 타오르는 밤하늘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고향인 북부의 풍경이라 그런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진짜 예쁘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로난이 중얼거렸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서 그런가, 사람이 아니라 꼭 하늘에서 내려 온 요정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저 요사스러운 빛에 홀려 머리가 이상해져 버린 것 같았다. 갑자기 디디칸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질문을 건넸다.
“그래서, 둘은 이제 무슨 관계야?”
“엉? 갑자기 뭔 소리냐?”
“시치미 떼지 말고. 2년 전과는 서로를 보는 눈빛 자체가 달라졌더만. 이제 확실히 사귀고 있는 거지? 결혼은 약속했어?”
그가 로난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거센 콧김이 얼굴에 닿는 것이 영 불쾌했다.
“얌마, 털이 북슬북슬한 놈이 뭐 그런 걸 궁금해해. 니가 여학생이냐?”
“나 이런 이야기 좋아한단 말이야. 네가 하루종일 바다 위를 떠돌면서 망치질만 하는 남자의 기분을 알아? 비밀로 해줄 테니까 얼른 말해봐.”
뭐라 말하려던 로난이 말꼬리를 끌었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입을 맞추기는 했는데 이걸 사귄다고 표현해도 되나 의문이 들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계속 시선을 피하던데 내가 싫어져서 그런 건가? 애초에 사귄다는 관계는 어떻게 정립되는 거지?
“그러니까···.”
꿀꺽. 극광에 홀린 척을 하며 대화를 엿듣던 아데샨이 침을 삼켰다. 로난이 뭐라 답하려던 차였다. 콰장창창!! 그들이 올라온 통로 아래쪽에서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봐,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생각이야?!”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곤란합니다. 애초에 이번 항해도 부족한 광석을 수급하기 위해···”
“이건 명백히 독룡 드라하비에 님에 대한 모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