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3화 (13/191)

< 미쳐 돌아가네 >

[이승호마누라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피디님! 천마한테 고양이 머리띠는 꼭 씌어주세요><

채팅창을 보고 나는 중얼거렸다.

“이놈들이 다 돌았나?”

후원에 이어 올라오는 채팅창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방송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덩근 님이 2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고양이 받고 병아리 갑니다

[내말들어 님이 600원을 후원했습니다.]

-무슨 고양이야. 천마는 당연히 리본이지

-ㅋㅋㅋㅋㅋ오늘 천마 박제 가나요?

-천마 표정좀 봐ㅋㅋㅋ 야 우냐 울어?

'내 컨텐츠는 어디로 가는 거지?'

방송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분위기 되게 좋았는데.

*

대망의 주간곡소리가 시작하는 날.

나는 은근히 기대하며 방송을 틀었다. 스트리밍을 시작하자마자 63명이나 들어왔다.

- 천하!

- 형 요새 왜이렇게 일 잘해?

“어, 왔어?”

그중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극초기부터 함께했던 시청자인 [유리아o]가 들어온 것이다.

“근데 너 지난번에 안 들어왔더라?”

[유리아o]: ????

[유리아o]: 헐 어케 알았음?

“당연히 기억하지. 100원 후원해주고 갔는데.”

무림에서 무공서를 달달 외웠던 기억력은 어디 간 게 아닌지라 웬만한 시청자는 다 기억한다.

특히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시청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유리아o 님이 110원을 후원했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 건강보다 일인 거 알지?

- 요즘 라방 줄었더라

“대신 영상 올려줬잖아.”

영상 얘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분위기가 활발해졌다.

- 음 그건 ㅇㅈ 갑자기 영상 올라와서 깜짝놀람

- 나도나도 뜬금없이 알람 울려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영상이었네 ㅋㅋㅋ

- 하도 안올리니까 알람이 어색한 클라스

- 진짜 왜 그걸 이제 올리냐. 영상 올리라는 말만 벌써 100번은 한듯

그러다가 누군가 진실을 말했으나,

- 그런데 영상편집은 편집자가 하지 않나···? 방송 줄인 거랑 상관이 없잖아?

나는 그냥 무시했다.

시청자들과 떠들다보니 어느새 시청자의 수는 100명을 넘어갔다.

전반적으로 방송 분위기는 훈훈했다.

이번에 옥수진의 조언대로 채널을 개편한 보람이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코너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내기도 했다.

- 주간곡소리? 그게 뭔가요?

- 공지에 떴어요 찾아보고 오세요

- ㅇㅎㅇㅎ알겠습니당

- 내가 오늘 특별히 좋은 주제들 생각해놨음

- 준비완료ㄱㄱ

- 천마님 이제 시작하시지?

내가 말을 꺼내지 않아도, 사람들 사이에서 주간곡소리를 언제 시작하냐고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분위기 한번 의욕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이 훈훈한 분위기가 미쳐 돌아갈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

“오늘을 곡 2개를 한번 합쳐볼 건데 추천받는다.”

옥수진이 채팅창 상단에 관련 공지를 띄어놓았다. 이어서 채팅창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 천마면 당연히 귀여운 거 가야지

- 오 귀여운 거 좋다

- 좀 발랄하고 여자여자한 거. 천마 님이랑 찰떡인듯ㅋㅋㅋㅋㅋㅋ

- 동요 어때요? 아기고래 좋아보이는데

어떤 새끼가 아기고래를 말하는 순간이었다.

- 어? 아기고래? 천잰데?

- 앜ㅋㅋㅋ깈ㅋㅋㅋㅋㅋ고ㅋㅋㅋㅋㅋㅋ랰ㅋㅋㅋㅋㅋㅋㅋ

-  아기고래 아기고래 아기고래 아기고래 아기고래 아기고래

- 아기고래 안해주면 여기서 드러누울거임.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서 아기고래를 외치고 있다.

마치 흥미로운 장난감을 눈앞에 둔 아이들처럼.

왠지 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기고래가 뭐길래?’

언뜻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한 참조를 위해서 노래를 한번 들어봤다.

이어서 헤드폰에 울리는 깜찍뽀짝한 선율.

- 아-기-고래↗ 뚜루루뚜루~ 귀여운↗ 뚜루루뚜루~

“······.”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 것인지 채팅창은 ㅋ으로 도배가 되기 시작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 아기 천마를 볼 수 있겠네

- 아-기-천마↗

- 뚜루루뚜루~

- 귀여운↗

- 뚜루루뚜루~

- 인방속↗

- 뚜루루뚜루~

- 아기 천마1

저들끼리 노래를 부르고 앉아있다. 채팅창이 이렇게 단합이 잘 되는 건 처음 본다.

“이것들이 단체로 돌았나. 다른 거 골라. 힙합은 어때?”

- 힙ㅋㅋㅋ합ㅋㅋㅋㅋ

- 천마님이 하신 말씀이 있는데 처음부터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어허 천마일언중천금 몰라요?

- 아니 우리가 원하는 거 해준대매!

- (드러누워 떼쓰는 짤)

“이 몹쓸 새끼들.”

진퇴양난이다. 그때 옥수진이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수수깡]: 오늘이 주간곡소리 첫날인데 시청자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어때요?ㅎㅎㅎ 그게 컨셉인데?><

···전문가까지 이렇게 말하니 또 마음이 흔들린다.

나는 결심했다.

‘그래. 주 멜로디만 살짝 남기고 다 들어내면 되니까.’

“후. 일단 오케이. 알았으니까 다음 거는 제대로 골라라. 안 그러면 주간곡소리 폐지해버린다.”

나는 목소리에 내공까지 담으면서 으름장을 놓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통하지 않았다.

- 이열ㅋㅋㅋㅋ 목소리 까는 것좀 봐ㅋㅋㅋㅋㅋ 좀 빡쳤나본데?

- 하지만 오늘은 안 되지. 여러분 이번에는 여돌 갑시다

- 여돌 좋다ㅋㅋㅋㅋㅋ

채팅창에서는 각종 여돌의 노래가 나오고 있다.

컨텐츠가 산으로 가고있다. 아무래도 옥수진이 잘못 기획한 모양이다.

‘이따가 방향성에 대해서 다시 논의해야겠어.’

그때 채팅창에 익숙한 닉네임이 올라왔다.

[수수깡]: 위캔걸즈의 ‘PARTYADE’ 어때요?

“????”

- 헐ㅋㅋㅋㅋㅋㅋ

- 피디님 여기서 이러시면 당연히 환영입니다

- 괜히 피디하신 게 아니네 선곡이 미쳤는데?

- 파티에이드 가즈아!!!!!!!

- 아기고래+여돌 조합 돌았냐고

- 아 이거 성덕이 기획하신 코너지. 사심이 듬뿍 들어가셨네.

나는 당황했다.

“야, 수수깡 너···! 너, 너 진짜 왜 이래?”

[수수깡]: (찡긋거리는 이모티콘)

···설마 주간곡소리 기획할 때부터 노렸던 건가?

거의 사황성이 뒤통수치고 무림맹이랑 손잡았던 때와 비슷한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공지]

- 이제 천마님은 60분 안에 아기고래와 파티에이드를 합쳐주세요! (타이머 - 59:59)

“아주 신났구나? 고오맙다 진짜.”

- 별말씀을

-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

벌여놓은 일이니 해결은 해야했다. 동요는 멜로디가 단순했기 때문에 먼저 그놈의 파티에이드부터 들어봤다.

[We are in party ADE!

팡 터지는 밤

난 에이드 넌 칵테일 shake it shake it oh]

“쓸데없이 존나 상큼하네.”

그래도 다행인 건 두 노래가 전혀 동떨어진 느낌은 아니라는 거.

듣다보니 대충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감이 왔다.

나는 멜로디를 잡기 위해 기타를 들었다.

제목: 고래파티

아기고래는 ‘뚜루뚜루루’ 부분만 중간중간에 넣고, 기본 코드 진행은 파티에이드와 비슷하게 갔다.

일단 코드를 몇 번 돌려보면서 대충 흥얼거려 보았다.

[뚜 뚜룹 뚜뚜뚜 뚜비뚜밥

나나나 밥 빠라바밥]

처음은 허밍에 가까운 노래였지만 불러보니 점점 감이 잡히고 있었다.

- ????

- 이게 왜 좋지?

- 뭔데 이거?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

- ㅅㅂ목소리가 개사기라는 걸 까먹었다

- ㅋㅋㅋㅋ미쳤다 진짴ㅋㅋㅋㅋ이게 음악천재구나

- 노래가 무슨 케찹 짜듯이 쭉쭉 나오냐?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던 시청자들이 대신 당황했다.

대충 곡의 구성이 머릿속에 짜여졌고, 곧바로 가상 악기를 불러내서 트랙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단 인트로는 약한 운동감만 줄 거고.”

뚝딱뚝딱

“호른으로 살짝 딜레이를 걸면서 ‘빰빰’거리는 소리를 내볼까.”

뚝딱뚝딱

“태양이 작렬하는 느낌이라 와일드하면 좋겠는데, 마림바는 소리가 너무 예쁘기만 하단 말이지. 그럴 때는 템포를 조금 올리고 중간에 호른을 섞어줘서···.”

뚝딱뚝딱

“초반에 휘파람 소리로 바다에 온 듯한 느낌을 주고.”

기제작해놓은 비트와 샘플이 있어서 어울릴만한 걸 조합해서 만들었다.

그렇게 가사까지 대충 붙이고 나자 그럴듯한 곡이 하나가 완성됐다.

나머지는 그냥 내 목소리로 때우면 된다.

이어서 급조한 가사들과 처음 접해보는 악기로 만들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곡이 흘러나왔다.

[고래를 몰아서 다 죽여버리자

Na nananana 오 고래, 나의 고래

초치는 새끼들은 고래밥으로 주자

밥밥밥 빠라밥밥]

“어때? 괜찮지?”

- ????

- 저기 가사 무슨일?

[구타후집필 님이 5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뜻밖에···좋네?

- 왜때문에.., 곡이 좋은거지?

- 내가 생각한 건 이런게 아니었는뎈ㅋㅋㅋㅋ

- 악기가 없으니까 목소리로 때우네ㅋㅋㅋㅋ  좋으니까 봐준다

[황사바람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어왔는데 신기한 거 보고가네요

반응은 좋았다.

하긴 이걸 살렸으니 당연히 좋아야지.

그때 누군가 말했다.

- 그러고보니 한시간 밖에 안 지났음. 실제로 곡 만드는 데 쓴 시간은 20분···.

나는 뜨끔했다. 사실 이제 방송을 끄려고 했다.

개 같은 코너에서 뭐가 나올지 또 모르기 때문이다.

[rkdalswjd04 님이 2,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천마님 12시까지 방송 계속 할거죠?

[퐈이퐈이링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하나만 더 만들어줘ㅠㅠㅠㅠㅠ

[뽀빱 님이 100원을 후원했습니다.]

- 동작 그만. 지금 손이 어디로 가는거냐? 왜 종료버튼 누르려고 함?

나는 씩 웃었다.

후원은 고맙다.

“덕분에 주옥같았다. 내일 보자.”

- 새긱야 어딜가

- 야 어서 돌아···.

[BJ음공천마 스트리밍이 종료되었습니다.]

*

옥수진은 재빠르게 이번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다.

밑에는 구간별로 타임라인도 적어놨다.

[타임라인]

02:20 방송시작 / 첫번째 곡 고르기

06:46 두번째 곡 고르기

10:03 첫 멜로디 완성

13:27 편곡 시작

20:35 ☆최종 완성☆

- 다시봐도 미쳤네ㄷㄷㄷㄷㄷㄷ

- 왜 내가 뽕차오르냐ㅋㅋㅋㅋ

ㄴ 천마가 한건데 니가 뽕이 왜참

ㄴ 아기고래 내가 말함. 내 작은 고래가 띵곡이 되다니···.

ㄴ 엌ㅋㅋㅋㅋ 범인이 여기 있었네 ㅋㅋㅋㅋ

- 한태영 신곡 뮤비 티저 나온 거 보고 왔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이분이 후원금 배틀짤 맞죠?

ㄴ 네 맞습니다

ㄴ 헐 나도ㅋㅋㅋㅋㅋ 알고리즘 미쳤냐

마침 한태영의 싱글 발매가 다가오면서, 한태영의 소속사에서는 뮤비 티저를 차근차근 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한태영의 팬들도 알고리즘을 타고 유입되었다.

차선우의 채널은 확실히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차선우의 뛰어난 작곡실력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그에게 관심을 갖는 아티스트들이 생겨났다.

물론 아직까지는 관심만 있다.

곡이 좋은 것도 맞고, 작곡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알지만 아직 성과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차선우에게 모험을 걸어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성 보컬 듀오,

미니롱.

언더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5년 차가 된 그룹으로, 망하기 직전의 아티스트이다.

미니롱은 한태영을 계기로 우연히 차선우의 채널을 보게 되었고, 그때 마침 주간곡소리 1화 편집본이 올라왔다.

그 영상을 보던 미니롱이 말했다.

“우리 이분한테 곡 한번 봐달라고 할까?”

< 미쳐 돌아가네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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