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6화 (16/191)

< 천마가 심폐소생 해줌 (3) >

타이틀곡인 ‘우리, 봄’은 봄 냄새가 물씬 풍겼다.

평소 한태영 스타일보다는 조금 더 빠르고 신나지만, 그러면서도 이지리스닝으로 잘 빠졌다.

나들이 가면서 듣기에는 최고의 노래였다.

8년 차 가수답게 탄탄한 팬층을 가진 한태영은, 빠르게 음원차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 헐ㄷㄷㄷ 한시간만에 차트진입 미쳤냐고

- 심지어 바로 67위 해버림

- 실시간 차트 1위!!!!

이전부터 업계에서 일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어썸뮤직이다.

싱글을 발매하기 3주 전.

배틀짤로 관심을 끌어모았던 그들은, 빠르게 뮤비를 촬영하고 티저도 차근차근 내놓으면서 떡밥을 풀었다.

동시에 한태영은 중간중간 S 앱에서 근황과 곡 작업기를 보여주면서 소식을 알렸다.

그렇게 확실한 빌드업을 쌓은 한태영의 신곡은 빠르게 차트의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발매에 맞춰서 어썸뮤직에서는 '우리, 봄'의 댄스 챌린지도 만들었다.

팬들에게서도 ‘제발 춤은 좀···ㅠ’이라는 소리를 듣는 한태영이지만, 이번에는 율동에 가까운 간단한 동작으로만 구성했다.

좋은 노래에 따라하기 쉬운 간단한 동작 덕분일까?

한태영의 챌린지는 SNS에서 금새 화제가 되었다.

SNS에서는 한태영이 다른 연예인들과 춤추는 장면이 매일같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바람은 차선우에게도 불어왔다.

한태영은 오랜만에 차선우의 채널에 방문했다.

[TAE0 님이 2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천마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태영의 후원이 터진 순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함께 터져버렸다.

- 헐???

- ?????

- 이광경을 내 눈으로보다니!!!11!

- 미밈미미및친

- 형님 노래 잘 듣고 있습니다ㅠㅠㅠ군대 잘 다녀오십쇼.

- 군대 아직 3개월 남은 걸로 아는데 왜 벌써 보내려고 그래. 슬프게.

- 그런데 이 누추한 곳에는 왜 오셨는지···??

차선우는 난리가 난 시청자를 진정시키고 말했다.

“형? 오랜만이네요. 요즘 너무 바쁜 거 아니에요? 연락도 한번 없고.”

[TAE0 님이 200,1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에이~ 그래도 종종 와서 천마님 근황은 확인하고 가죠.

[TAE0 님이 200,200원을 후원했습니다.]

- 미니롱 님과 이번에 새로 작업하시는 거 같던데 [컴백일지]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TAE0 님이 200,300원을 후원했습니다.]

- 후렴구 잠깐 들었는데 좋더라구요~ 어떻게 편곡됐을지 궁금한데

[TAE0 님이 200,4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여튼 기대하고 있을게요^^

사람들이 순식간에 100만원을 후원 박은 한태영의 클라스에 지리고, 그럼에도 아무런 리액션 하나 없는 천마에게 더 경악하는 사이, 그들의 대화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TAE0 님이 200,5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제가 요즘 ‘우리, 봄’ 댄스 챌린지 하고있거든요.

[TAE0 님이 200,6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천마님이 만드신 곡이니까 한번 해보시는 게 어때요?

한태영은 배틀짤 주인공의 채널에 다시 한번 나타남으로써, 홍보 효과를 챙길 요량이었다.

겸사겸사 좋은 곡을 만들어준 천마에게 인사를 하며 인연을 이어나가고.

좋은 전략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댄스 챌린지에서 잘추고 못추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잘추면 ‘그 작곡가가 노래도 잘 만드는데, 춤도 잘춘다.’라고 하면 되고,

못추면 ‘그 작곡가가 노래는 잘 만드는데, 춤은 개웃기게 춘다’라고 하면 되니까.

“댄스 챌린지?”

그 말에 차선우는 흥미가 돋았는지, 뉴튜브에 챌린지를 한번 검색해봤다.

관련 동영상이 우수수 올려왔다.

한태영의 신곡이 기세를 타자 너도나도 챌린지를 해서 올리고 있었다.

그중 하나를 클릭해서 본 차선우가 중얼거렸다.

“뭐야. 이거 쉬워 보이는데?”

[TAE0 님이 200,700원을 후원했습니다.]

- 그래요? 그럼 천마님도 지금 한번 해보시는 건 어때요?

한태영의 후원과 천마의 춤을 보고싶어하는 팬들의 열화로 차선우는 즉석에서 댄스챌린지에 참여했다.

그리고 천마의 댄스 챌린지는, 정체되어있던 한태영의 음원 순위에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

[우리, 봄 댄스 챌린지ㅣ작곡가 본인등판]

차선우가 무림에서 살다온 세월만 70년이다.

그리고 70년 동안 몸쓰는 데 도가 튼 무림인들과 부대꼈다.

당연히 아무리 어려운 동작이라도 몇 번 보면 따라할 수 있는데, 그게 율동 수준의 댄스 챌린지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한태영이 제안한 댄스챌린지.

차선우는 즉석에서 보고 기깔나게 춰줬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차선우가 댄스가수인 줄 알 정도였다.

심지어 목소리도 개사기다.

보통은 음원을 깔고 하지만 차선우는 그냥 MR만 깔고 직접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한태영에게 후원금을 받았던지라 차선우는 특별히 내공을 듬뿍 담아서 불러줬는데, 그놈의 내공이 문제였다.

[네 생각에 들떠있어 좀

아직은 어설플지 몰라도

우리, 봄]

천마의 방송에서 이 광경을 직접 본 사람들은 미쳤다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 후렴구만 들어도 개조아ㅠㅠㅠㅜㅠ

- 목소리가 청량해서 청량리에서 내려벌임···

- 와씨 삼국시대에 천마가 있었으면 목소리로 삼국통일햇음

- 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 주접미쳤냐고들

- 한태영 노래도 좋은데 천마가 부르는 게 왜 더 좋지···?

- 이거 제발 영상 올려주세요ㅠㅠㅠㅠ

천마의 성덕인 옥수진이 당연히 가만히 있을 리 없지.

10초밖에 안 되는 짧은 챌린지.

처음으로 보는 차선우의 귀여운 댄스.

거기에 농도 높은 내공이 담긴 목소리.

정말 귀하지 않은가?

눈이 돌아간 옥수진은 모든 일 다 제치고 천마의 챌린지를 쇼츠 영상으로 만들어서 뿌렸다.

10초짜리 짧은 영상이라 가볍게 보고 지나갈 만큼 접근성이 좋다.

노래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들도 우연히 천마의 댄스챌린지를 보았다.

그렇게 천마의 댄스챌린지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태영이 부른 ‘우리, 봄’으로 넘어갔다.

그 결과 ‘우리, 봄’은 며칠 만에 20위의 벽을 뚫고 9위에 안착했다.

.

.

.

한태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여러 프로그램을 돌면서 신곡을 홍보했다.

이번에 나간 프로그램은 지상파에서 하는 토크쇼였다. 게스트에 좌우되지 않고 고정 MC들이 재미를 잘 뽑아내기 때문에, 장수하는 토크쇼였다.

개그맨이자 고정 MC로 활약하고 있는 이동신이 말했다.

“이번 신곡을 받는데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면서요?”

그러자 다른 MC들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맞아. 나도 들었어요. 트리커의 이승호랑 경쟁이 붙었다면서?”

“제가 여기 돌아다니는 배틀짤을 가져왔습니다.”

한 사람이 배틀짤을 프린트해서 붙인 커다란 판넬을 들었다. 이동신이 물었다.

“이거 진짜 이승호 씨에요? 혼자서 짠 게 아니라?”

한태영이 손사래를 쳤다.

“제가 그걸 왜 혼자서 해요. 여튼 진짜 대단한 작곡가가 있는데, 그 사람 곡 받으려고 난리도 아니었죠.”

“그게 누군데요? 우리한테도 좀 알려줘.”

“BJ음공천마라는 채널을 운영하시는 분인데.”

“뭐? 음공천마? 그게 채널 이름이에요?”

이동신은 아는 내용이면서도 처음 들었다는 척 과장되게 소리 질렀다. 한태영은 웃으며 말했다.

“네. 채널 이름만큼 재미있는 분이에요. 실력도 좋고. 이번 싱글에 ‘고백’이라는 노래도 있거든요.”

“아~ 저도 들어봤죠. 트랙이 두 개더라고요?”

“맞아요. 사실 ‘고백’을 정규앨범 수록곡으로 넣을까 했는데, 사실 그 노래가 ‘우리, 봄’의 원곡이거든요. 태생이 같으니까 그냥 넣었어요.”

이동신은 눈을 깜박였다.

“그러니까 원래 ‘우리, 봄’이랑 ‘고백’이 같은 노래였다고요?”

다른 사람들도 호들갑을 떨었다.

“말도 안 돼! 멜로디랑 가사도 완전히 다른데?”

“둘 다 들어봤는데 진심 같은 점을 1도 못 찾겠던데요.”

“맞아 맞아. 애초에 장르부터 다른 노래가 같은 노래였다는 게 말이 되나?”

사람들이 신기해하자 한태영 또한 신나서 썰을 풀었다.

"그죠? 저도 처음에 '고백'이 '우리, 봄'으로 바뀌었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요."

차선우와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토크쇼 제작진은 이 장면을 편집해서 뉴튜브 클립으로 만들어 채널에 올렸다.

*

닉네임 [빛태영]은 한태영의 팬이다.

한태영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부터 문자투표도 하고 열심히 밀었는데, 어느새 지금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8년 차 가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었다.

바빠진 만큼 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속의 최애는 한태영이다.

최근 약간 시들해진 팬심에 불을 붙인 건, 한태영의 신곡이었다.

‘아, 진짜 너무 좋아! 조만간 낸다는 정규앨범도 기대되고···.’

요즘 출퇴근할 때마다 계속 듣는데도 질리지 않았다.

심지어 카페나 음식점에 가도 두 번에 한 번꼴로는 한태영의 신곡이 들려왔다.

이번 한태영의 신곡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 건, 거기에 얽힌 비하인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토크쇼에 한태영이 나와서 그 썰을 풀었다길래 직장인은 얼른 찾아가서 들었다.

- [테레비토크] 띵곡 ‘우리봄’ 작곡 비하인드부터 발매 그후 이야기까지!

그게 시작이었다.

‘고백이 딱 봐도 한태영 스타일이길래 당연히 자작곡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그리고 '우리, 봄'이 원래 '고백'이랑 같은 곡이었다고?'

신기하고 재밌다.

그리고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 천마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지?’

뉴튜브에 천마를 검색해본 그녀는 가장 상단에 나오는 댄스 챌린지를 눌렀다.

‘헐! 미친 음색 뭐야? 이 사람 작곡가 맞아?’

솔직히 한태영보다 잘 부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춤도 잘춘다.

한태영이 춤을 ‘열심히 준비해서’ 췄다면, 천마는 대충 추는데도 춤선이 쫀득쫀득하게 살아있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본 챌린지 중에서 최고였다.

그리고, 좀 짧았다.

‘겨우 10초가 뭐야. 조금 더 부르지.’

천마의 쇼츠를 한 57번쯤 돌려본 그녀는 아쉬움을 달래려 댓글창을 확인했다.

- 릴스 본 거중에 제일 간지 터진다

- 저 이거 생방 봤는데 진짜 한번 보고 바로 추신 거ㄷㄷㄷ

- 춤선 떨어지는거 미쳤냐ㅠㅠㅠ 지구방위대 해버려

- 더···더···더더더···.

- 멋있다 근데 짧다ㅠ

- 천마님 채널에 가면 영상 더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 댓글이 그녀에게 길을 제시해줬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영상 한두 개 정도는 괜찮겠지?'

하지만 그녀의 머리와는 다르게 손은 거침이 없었다.

재빠르게 천마에 채널에 들어간 그녀는 재생목록을 확인해보았다.

주로 고민상담을 하면서 노래를 불러주는 채널이었는데 올라온 영상은 10개 남짓이었다.

‘채널 개설한 지 얼마 안 됐나? 아, 여기 고백 커버 영상도 있네!’

직장인은 이번 싱글의 수록곡이기도 한 ‘고백’의 커버 영상을 클릭했다.

.

.

.

그렇게 한태영의 신곡으로 시작해, 댄스 챌린지를 거쳐, 천마의 모든 영상을 섭렵한 직장인은,

마지막으로 미니롱의 컴백일지를 보기 시작했다.

미니롱 신곡 발매 일주일 전이었다.

< 천마가 심폐소생 해줌 (3)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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