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27화 (27/191)

< 이런 게 클라스지 (3) >

젤리크러쉬가 열심히 예능을 찍고 있을 때, 나는 방송 중이었다.

[카오스엔젤 님이 1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젤리크러쉬는 예쁜가요?

[시온대장 님이 110원을 후원했습니다.]

- 천마야 썰 좀 풀어봐라

[오무새 님이 120원을 후원했습니다.]

- 누가 제일 예뻐?

시청자들은 젤리크러쉬랑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계속 물어댔다.

“눈은 어따 뒀냐. 컴백일지를 좀 보라고!”

[란마아부지 님이 130원을 후원했습니다.]

- 그건 당연히 봤지ㅋㅋㅋㅋㅋ

- 숲속광대 : 그래서 천마의 최애는 누구?

나는 쏟아지는 채팅창을 꿋꿋이 무시하면서 사연을 찾았지만···. 오늘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아 그냥 고민상담소 닫을까.

그때 책상에 놓아둔 휴대폰이 지이잉 울렸다.

젤리크러쉬의 막내 예리였다.

“어, 전화 왔다. 잠시만.”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액정에 뜬 발신인을 본 후였다.

- 신상두부 : 어? 젤리크러쉬 예리?

- 한평청음 : 야 잠시만 누구야 지금?

- 내삶의낙 : 뭐야 둘이 연락하고 그래?

- 이육 : 개부럽네 진짜 나도 젤크랑 연락하고 싶다

- 구타후집필 : 천마야 받을거지? 아니 받아줘 제발

- Powerpuff : 절대받아!

“······.”

시청자들의 열화에 같은 성원에 나는 특별히 스피커폰으로 받았다.

“어, 예리야. 나 방송···.”

- 교주님!!!

- 저 예능찍는데 테레비토크인데

- 노래 좀 불러주세요!!!!

갑자기?

나는 예리의 황당한 요구에 종료버튼을 눌러버렸다.

- 뚝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있어.”

하지만 이미 통화 내용을 다 들은 시청자들은 불타올랐다.

- 우키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파링양 : 손-절

- 평가맘 : 왜 노래 좀 불러주지 예리가 원한대잖아!

[인생뭐잇냐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천마야 다시 전화 걸어라

- 노을진어둠 : 젤리크러쉬 님이 부탁하시는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 궁백 : 천마야 빨리 다시 걸어봐 제발

시청자들이 쓸데없이 아우성이다.

“젤리크러쉬만 님이고 나는 안중에도 없지?”

[시온대장]: 당연한 거 아님?ㅋ

강퇴시킬까.

어쨌든 그 후로 예리는 다시 전화를 걸지 않았고, 시청자들은 저들끼리 젤리크러쉬의 근황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다.

- 이백삼 : 근데 어떤 방송에 나간거지? 예능인 거 같은데

- 얀사랑 : 아까 예리가 말하는 거 보니까 테레비토그 나간 것 같았어요!

- Haru···Aki : 헐??????? 테레비토크????

- 노블매니아 : 천마가 지금 테레비 토크를 찬 거야?

- 영점 : ㅋㅋㅋㅋㅋ천마야 늦지 않았다. 빨리 다시 걸어라

테레비토크라면 나도 잘 알고 있는 곳이다.

지난번에 한태영이 나왔던 그곳. 거기서 나와 작업한 비하인드를 풀었던 적이 있다.

‘테레비토크라면 전화를 받을 걸 그랬나.’

내심 아쉬워하려던 찰나.

[테레비토크 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테레비토크에서 MC를 맡고있는 이동신입니다.

이번에는 무려 테레비토크의 MC가 직접 등장했다.

[테레비토크 님이 100,1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젤리크러쉬 분들이 그러던데 천마님께 부탁드리려면 이렇게 해야한다면서요?ㅎㅎㅎ

예상 밖의 상황에 나는 당황했고, 시청자들은 이미 널뛰고 있었다.

- mink1223 : ??????????

- py4801y : 본.인.등.판.

- 봄냥 : 및ㅋㅋㅋㅋㅋㅋㅋ친ㅋㅋㅋㅋㅋ

- 헤즐넛향기 : 와 이동신이다

- 꼬야미 : 형님 저 테레비스타 잘보고 있습니다 만원만 주십쇼

- 룡현 : 한태영에 제이맨에 이동신 천마 폼 ㅁㅊㄷㅁㅊㅇ

- 해마마마마 : 내 작은 천마는 어디로 간거지···.

- lkj7412 :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거지

너무 의외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 하얀유니콘 : 아니 지상파에서 이런다고? 진짜로?

- thtif2017 : 설마ㅋㅋㅋ그냥 녹화 끝나고 개인적으로 한 거 아니야?

하지만 후원을 쏜 계정은 이동신 개인 계정이 아니라, ‘테레비토크’의 공식 계정이었다.

그 말인즉슨, 상황은 진짜였다.

몇몇 사람들은 이 상황을 즉시 커뮤니티에 생중계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내 채널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되고 있었다.

순식간에 시청자가 두 배로 불어나는 가운데, 내가 말했다.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왔는가?”

[테레비토크 님이 100,2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이렇게 진행해보는 건 처음이네요^^ 젤리크러쉬 분들이 천마 님 이야기를 엄~청 하셔서요~~~

[테레비토크 님이 100,3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어쩌다가 제이맨 님이 아니라 젤리크러쉬와 작업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전화드린건데 안받으셔서ㅎㅎㅎ

“아아 그게 궁금했군. 왜 제이맨이랑 왜 안 했냐고?”

- 성수꺼 : 아 그러게 나도 궁금했는데

- 꼬마오리 : 당연히 제이맨이랑 할 줄 알았지

- 읍민 : 근데 솔직히 제이맨이랑 같이 하면 천마 묻혔을 듯

- spearshadow : 하지만 천마가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을 듯

- 사실나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도 이유를 궁금해했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재미없어서.”

- ???

“내가 직접 만나봤는데. 제이맨 그 사람이 좀 노잼이더라고.”

- hys-0331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잡곡밥 :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 야나두야너 : 이유가 진짜 같잖네ㅋㅋㅋ

- 반야반화 : 제이맨 오열하겟다ㅋㅋㅋㅋ

[유리아o님이 1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제이맨 의문의 2패

“그런데 설마 그거 물어보려고 여기까지 들어온 거야?”

[테레비토크 님이 100,4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아ㅋㅋㅋㅋ 아니 그것도 있고 천마님이 노래를 잘하신다고 해서요. 지금 즉석에서 한 곡 가능합니까?

“가능하기는 한데.”

나는 지금까지 거슬리던 후원금을 보았다.

10만 원은 방송 초창기 때 한태영이 후원한 금액인데.

“후원이 좀 짜네?”

- 나도 이 생각했음ㅋㅋㅋㅋㅋ 언제적 10만원이야

- 하지만 이걸 천마가 말할 줄은 몰랐지

- 아재요···시세 좀 확인하고 오세요

- 이제 천마는 십만원으로는 눈도 깜짝 안한다 이거야

이동신은 당황했는지 약간의 정적 후에 채팅이 올라왔다.

[테레비토크]: ???

[테레비토크]: 아 잠시만요 이건 제작진이랑 상의를 해야해서

[테레비토크]: 진짜 잠시만요

- 칼라모기 : 아ㅋㅋㅋㅋ제작비 상의하러갔네

- 감성버찌 : 오늘 천마 부자되는거 아니냐ㅋㅋㅋㅋㅋ

사람들은 테레비토크 제작진이 얼마를 줄 건지에 대해 다양하게 토의를 했다.

- 대취타 : 쟤네 이런 거 엄청 짜잖아 계속 10만원일 거 같은데

- 카이로이 : 맞아 지상파가 이런거 엄청 짜ㅋㅋㅋ

- 리스뜨레또 : 그래도 제이맨이 30씩 후원했는데 그정도는 주지 않을까?

- 루카이락 : 나는 안 주고 빤스런한다에 한표 걸겠음

그때였다.

[테레비토크 님이 1,0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화면에 떠오른 숫자에 나는 당황했다.

백만 원??

단일 금액으로는 처음이었다.

화면에서는 하트가 뿅뿅 터지면서 온갖 난리가 났다.

[테레비토크]: ^^

[테레비토크]: 제가 딜을 좀 쳤죠

백만원이면 인정이지.

“그래서 어떤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백만원을 받은 이상, 나는 뭘 해달라고 해도 즐겁게 해줄 의향이 있었다.

[테레비토크]: 티키티키 후렴구 포인트 안무까지 같이 해주세요~!

“······.”

씨발.

방금 한 말 취소.

*

천마는 티키티키를, 그것도 포인트 안무까지 추면서 부르는 걸 굉장히 극혐했지만 낙장불입이었다.

이미 백만 원은 받아버렸고,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그래서 천마는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제대로 불러보자고 마음먹었고, 티키티키 한 곡에 가지고 있는 모든 내공을 때려 박았다.

그리고 파급력은 엄청났다.

당시 라이브방송을 직접 본 사람들은 커뮤니티에 미친 듯이 글을 퍼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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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천마 티키티키 미쳤다 좀 보라고!!!

여자 노래를 부르는데 위화감 하나도 없이 개쫀득쫀득거려

시발 나 남자인데 반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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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맨날 라방 들어가는데 그날만 회식 때문에 못들어갓는데ㅠㅠ ㅅㅂ회사 때려쳐야지

- 나도 보고싶은데 영상이 없어 편집자 일 안하냐

ㄴ 당연히 테레비토크에서 올리지 말라고 했겠지

- ㅘㅏㅏㅏ,,, 우리 천마가 지상파 예능 나오는 거 실화냐?

- 토요일 8시?ㅇㅋ본방간다

- 천마오빠 사랑해요 (덜렁)

인방 쪽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쫙 퍼졌다.

테레비토크 제작진에서도 이 화제성을 최대한 빨아먹으려고 했는지, 주말이 다가올수록 연예뉴스란에도 관련 소식이 올라오고 있었다.

[테레비토크 제작진이 천마에게 컨택한 썰 (사진)]

[테레비토크, 젤리크러쉬X천마 ‘깜짝 티키티키’ 8시 대공개]

[MC이동신, 천마에게 후원금을 날린 이유는?]

역시. 버즈량 하나는 최고였다.

편집본을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뉴스를 보고 채널을 테레비토크에 고정시킨 사람도 있었다.

한태영의 팬인 [빛태영]이 그중 하나였다.

한태영의 ‘우리, 봄’에서 시작해서 어느새 천마의 애청자가 되어있던 그녀는, 며칠 전부터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달구던 화제를 떠올렸다.

테레비토크 MC 이동신이 녹화 도중, 천마에게 티키티키를 불러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것도 무려 안무를 곁들여서!

‘하필 그때 회식이 있어서···.’

천마의 방송은 꼬박꼬박 챙겨보는데, 회식 때문에 직장인이 못 들어간 그 날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직장인은 오늘만을 기다렸다.

토요일 저녁, 그녀는 일찌감치 테레비토크가 시작하기 전부터 TV를 틀어놓고 배달을 시켰다.

오늘 게스트는 젤리크러쉬.

젤리크러쉬가 나와서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직장인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얘네도 천마랑 해서 떴지.’

직장인 또한 [컴백일지]를 보았다.

1화에 젤리크러쉬가 나와서 그간 힘들었던 일을 담담히 털어놓는데, 괜히 울컥해서 훌쩍거렸던 기억이 났다.

돌아보면 별거 아닌 이야기였는데, 당시에는 애들이 어찌나 딱해 보이던지.

‘그래도 잘 돼서 다행이야. 곡도 잘 나왔고.’

젤리크러쉬의 2집은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직장인도 출퇴근길에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렇게 젤리크러쉬와 패널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직장인은 배달 온 보쌈을 먹으면서 대충 흘려넘겼다.

이미 천마의 채널에서 다 들은 내용이다.

‘그래서 천마는 언제 나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면서 보는데 드디어 천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예리: 우리 교주님이 티키티키 노래 부르면서 춤추는 거 보셨어야 했는데! 진짜 요염하거든요.]

“오! 드디어!”

직장인은 눈을 반짝였다.

가장 처음 말을 꺼낸 녀석은 젤리크러쉬의 막내였다.

‘뭘 좀 아는 애군. 천마가 춤을 좀 잘 추기는 하지.’

덕분에 티키티키를 지상파에서 볼 수 있게 됐다.

[MC 이동신: 혹시 지금 천마 님의 노래를 직접 들어볼 수 있을까요?]

중간에 메인보컬 가은이 ‘방송하고 있을 텐데···.’라고 중얼거리긴 했지만 막내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막내 예리가 전화를 걸었지만,

[예리: 교주님!!! 저 예능찍는데 테레비토크인데 노래 좀 불러주세요!!!!]

[천마: 뚝]

[예리: ??????]

끊었다. 심지어 다시 걸려오지도 않았다.

[예리: 어???]

막내 예리가 멍청한 얼굴을 했고, 패널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MC 이동신: 아 진짜 엄청 쿨하시네.]

[예리: (삐죽) 교주님은 후원만 좋아해요. 돈 많이 벌면 1억 후원해서 트월킹 시킬 거예요.]

[MC 이동신: 푸하하하하핳]

직장인은 이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다.

‘천마의 트월킹? 괜찮은데?’

보고 싶긴 하다.

아까부터 똑똑한 소리만 늘어놓더니, 이 집 막내는 뭘 좀 아는 앤 거 같다.

그때였다.

[MC 이동신: 어 잠깐만]

[MC 이동신: 그거 좋은 생각인데?]

[MC 이동신: 이참에 천마 방송에 후원 한번 가볼까요?]

모든 일의 시작은 이때부터였다. 이동신의 말에 다른 패널들도 재밌겠다고 찬성했다.

화면에는 심각한 얼굴로 상의하는 제작진이 비쳤다. 피디는 고개를 몇 번 젓다가, 패널들이 강력히 주장하자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용피디: 좋습니다. 대신 통편집될 수 있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피디가 제일 좋아했다고 한다~]

“아, 이게 이렇게 된 거였구나.”

이어서 한동안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던 문제의 후원금 러쉬가 이어졌다.

천마의 매니저에게서 영상을 받았는지, 익숙한 천마의 방송 영상이 화면 분할되어서 나왔다.

정말 기다리고 있던 장면이라 직장인은 집중해서 보았다.

테레비토크가 나올 때부터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갔는데, 방송에서는 드립이 찰진 댓글들만 모아서 따로 보여주었다.

[아ㅋㅋㅋㅋ십만원이 뭐냐고ㅋㅋㅋㅋ]

[돈 좀 더 써라]

[방송국에서 시세를 모르시네]

결국 시큰둥하던 천마에게서 직접 후원금이 짜다는 말을 듣고나서야, 이동신이 다시 제작진에게 가서 딜을 쳤다.

[이동신: 백만 원 어때요?]

[용피디: (동공지진) 백만 원?]

[용피디: 안 돼요. 절대 안 됩니다.]

[이동신: 에이 피디님. 이거 뜰만 하잖아요. 크게 한번 질러봅시다.]

[용피디: 꿀-꺽]

그렇게 100만 원 딜이 통과되었다.

[테레비토크 님이 1,0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천마: (급공손) 무슨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이동신: 티키티키 후렴구 포인트 안무까지 같이 해주세요~!]

[천마: (얼굴로 욕하는 중)]

직장인은 상추에 보쌈을 싸면서 낄낄거렸다.

이어서 천마의 방송영상이 전체화면을 차지했다. 화면 가득히 찬 천마의 풀샷.

그리고 천마가 노래를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직장인은 상추쌈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 이런 게 클라스지 (3)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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