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은 고수를 찾아라 (1) >
용우는 유명한 뉴튜버이자 스트리머이다. 인기 영상을 보면 용우의 영상 하나씩은 꼭 들어가 있는 정도.
그리고 그가 최근 화제가 된 건, ‘숨은 고수를 찾아라’라는 콘텐츠 덕분이었다.
‘숨은 고수를 찾아라’는 용우가 직접 기획한 콘텐츠로, 길거리 버스킹을 하면서 숨은 노래 고수를 찾는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포맷은 이렇다.
매 회차마다 4라운드를 진행하고 최종 승자는 상금 100만원을 가져간다.
그리고 회차의 승자는 상금을 수령할 수도 있지만, 다음 회차로 상금을 넘길 수도 있다.
다음 회차로 상금을 넘긴다면?
그 회차의 상금은 200만 원이 되고, 전 회차의 승자가 여기서도 이기면 200만 원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승리에 실패한다면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야 한다.
보통 승자는 다음 회차에도 이길 것을 기대하며 상금을 넘기고, 그래서 상금 총액이 300만 원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300만 원까지 올라간 상금을 두고, 참가자들이 필사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시즌 1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런 방식 때문에 ‘숨은 고수를 찾아라’ 시즌 1이 흥행하면서, 용우는 제작비 지원까지 받고 시즌 2를 기획했다.
빵빵한 후원 덕분에 시즌 2에서는 상금이 1회당 300만 원으로 늘었고, 뛰어난 참가자들이 몰려 시즌 1 때보다 더 큰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그리고 5회까지 진행된 지금, 어쩌다 보니 상금은 1500만 원까지 늘어났다.
누적된 상금이 많아진 덕분에 과연 누가 천만원이 넘는 상금을 가져갈지 화제를 모았지만, 제작진은 고민에 빠졌다.
‘숨고찾’의 기획총괄을 맡은 용우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겁니까. 길성진 씨를 막을 사람이 진짜 없나요?"
1500만 원이나 쌓인 상금.
이 모든 문제는 길성진이라는 참가자 하나 때문에 생겨났다.
3회차 [신림편]에서 갑자기 등장한 길성진.
그는 3회차를 이기면서 상금 600만 원을 가져갈 뻔했다. (2회차 우승자가 상금을 넘긴 덕분이다.)
하지만 길성진은 쿨하게 상금을 다음 회차로 넘겼다.
그렇게 900만 원이 걸린 4회차.
길성진은 여기서도 이겨버렸고, 사람들은 최초로 탄생한 2회 우승자에게 찬사를 보냈다.
- 본아뻬띠 : 개부럽다ㅋㅋㅋㅋㅋ
- 장금 : 고등학생이 900만원ㄷㄷㄷㄷㄷ
- 카시르마 : 집에서 업어키울듯
- dkrak4881 : 근데 노래 뒤지게 잘하기는 한다ㅋㅋㅋㅋㅋ
사람들은 당연히 길성진이 상금을 받아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길성진은 상금을 다음 회차로 넘겼다.
그렇게 1200만 원이 걸린 5회차.
모두들 생각했다.
‘설마 쟤가 또 이기지는 않겠지?’
그런데 이번에도 길성진은 이겼고, 상금을 다음 회차로 넘겼다.
길성진이 좀처럼 패배하질 않는다.
.
.
.
이게 제작진이 고민에 빠진 이유였다.
용우가 말했다.
“3번까지는 괜찮아요. 그런데 4번이면 이제 뇌절이죠.”
길성진에게 특별한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
하지만 노래 실력은 평범하지 않았다.
너무 잘 불러서 다른 참가자들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만 하고 있었다.
'숨고찾'의 매력은 상금을 가지고 일반인들이 노래로 피 튀기는 배틀을 벌이는 것.
길성진은 그 틀을 깨버리고 말 그대로 학살을 하고 있었다.
긴장되는 장면도 없다. 길성진의 실력이 대놓고 뛰어나니 결과를 기다려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먼치킨물이라고 좋아하던 시청자들도 이제는 조금씩 질려 했다.
댓글창만 하더라도,
- Adana : 여기 고수가 나오기는 하는건가요?
- 가까이에 : 맨날 길성진이 박살내기만 하는거 질리네
- 현재보는중 : 이럴거면 제목 바꿔야하는거 아님? 숨은 고수 박살내기?
이런 댓글이 슬금슬금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5화의 조회수가 확 꺾였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었다.
"길성진 씨의 독주를 막아설 참가자가 필요할 거 같습니다."
메인 PD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고수가 등장할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고수를 찾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숨은 고수를 찾아라’는 특정 지역 거주자만 참가할 수 있다.
일반인 중에서, 그것도 특정 지역에 한정시켜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일단 장소부터 바꾸죠. 홍대로 갑시다.”
음악인이 많고 버스킹의 성지라고 불리니 인물이 좀 있을 거 같았다. 그는 일단 공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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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고수를 찾아라 (홍대편)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1. 자격요건 : 홍대 인근 거주민 (주민등록증 사본 필요)
2. 참가방법 : 2분 내외 노래 영상을 찍은 후, 아래 해쉬태그를 달아서 뉴튜브에 업로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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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버스킹 당일이 되었고, 설치되는 무대를 바라보며 용우는 중얼거렸다.
"어디서 진짜 고수 안 나타나나."
이번 참가 영상을 검토한 결과, 고수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있었다.
확실히 홍대에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길성진을 이길 수 있냐 하면,
'이번에도 힘들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부정적이었다.
그때, 용우의 눈에 스탭과 기타를 멘 청년이 대화를 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어?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그의 기억은 최근 테레비토크에서 티키티키를 부른 한 작곡가까지 거슬러 올라갔고,
“헐?! 설마 음공천마?!”
저 청년이 천마라는 걸 깨달은 즉시 달려갔다.
*
용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천마님을 스페셜 게스트로 모시고 싶습니다.”
사정은 대강 들었다.
‘숨은 고수를 찾아라’라는 컨텐츠를 진행하는데, 마침 집도 홍대 쪽이겠다. 이쪽에 참가하는 게 어떻냐고.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나쁠 것이 하나도 없는 제안이었다.
버스킹을 못 할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나온 김에 무대를 할 수 있다면야 좋지.
주변을 둘러보니 컨텐츠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온 관객들도 많았다.
'그리고 걸린 상금만 천오백만 원이라고?'
예전에 제이맨이 제시한 작곡비보다 더 큰 금액이 아닌가!
돈 때문에 죽을 정도로 급한 건 아니었지만, 노래 한 곡 부르고 천오백만 원을 받아갈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그런데 저도 곧 방송을 해야해서요.”
“아 걱정하지 마세요. 합방한다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촬영하세요. 본인 캠도 편하게 켜두시고, 천마 님이 무대하실 때에는 저희 스탭이 찍어드릴게요.”
아주 쿨해서 좋다.
"그러면 더 말할 필요 없죠. 하겠습니다."
그렇게 조금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나는 ‘숨은 고수를 찾아라’에 나가게 됐다.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나는 조금 이르지만 방송을 켰다.
방송을 키자마자 수백 명이 한번에 들어왔다. 테레비토크에 내 영상이 나간 후로 시청자가 확 늘었다.
- kyring : ㅎㅇ
- 우에왜오엥 : 천하~
- llgs78972 : 오늘 일찍 켰네?
- 모초바 : 뭐야 거기 어디야?
- 블라 : 오늘은 배경이 실내가 아닌데???
- 란마아부지 : ???뭐야?? 저기 설마 홍대인가?
“어, 맞아. 버스킹하러 왔어. 요즘 공연을 자주 봤더니 나도 해보고 싶더라고."
- 파링양 : 천마의 공연이라니··· 이거 귀하네요
- 만화강 : 근데 왜 공지 안함? 알았으면 당연히 가는데
- lkj7412 : 그러게··· 근데 주변에 사람이 왤케 많음??
- 평가맘 : 천마야 지금 니 자리 없는거 같은데ㅋㅋㅋㅋ
- 범우k : 예약 잘 한거 맞음???
사람들의 질문에 나는 뻘쭘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 이거? 그··· 내가 예약을 잘못했더라고.”
- 세비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한평청음 : 역시 천마ㅋㅋㅋㅋㅋ
- 2dlworud : 피디님이 잘못하셨네
- 동전경찰 : 이런건 피디가 해줘야하는거 아님?
“수수깡이 좀 바빠서. 내가 무작정 나온 것도 있고. 오늘인 줄 알고 예약했는데 알고 보니까 내일 예약을 했더라고.”
- 영점 : 아ㅋㅋㅋㅋㅋㅋㅋㅋ
- 탄피두개 : 괜히 피디님을 의심할 뻔
- 용문멋쟁이 : 천마가 그럼 그렇지
···이것들이.
그때 누가 물었다.
[키츠키]: 그런데 뒤에 뭐 하나요? 카메라가 엄청 많은데?
잘 물었다. 나는 방금 전 용우를 만났던 일을 짧게 요약해서 말해줬다.
“이렇게 된 김에 스페셜 게스트로 ‘숨은 고수를 찾아라’에 나가게 됐다. 아, 그러고보니 공지도 올려야겠네.”
옥수진이 없으니 은근히 내가 직접 챙겨야 할 게 많았다.
내 말을 들은 시청자들이 본격적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황당해하는 건가?
- gpfla0811 : ??????????
- isomet : 이게 이렇게 된다고?
- 홉져 : 숨고찾? 용우??
- 캔참치 : 헐 나 숨고찾 보는데 대박!!!!!
- 우키양 : 뒷걸음치다가 소를 잡네
- 푸른놀 : 근데 천마 노래하는거 직접 듣고싶기는 하다
- 아사나 : 나 홍대 사는데 지금 나가야지ㅋㅋㅋㅋㅋ개꿀
- 랏시 : ㅅㅂ 부럽다···.
그래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대부분 기대하는 모습.
확실히 요즘 숨고찾이 뜨는 콘텐츠이긴 한가보다.
오히려 잘됐다.
이렇게 된 김에 버스킹도 하고, 상금도 받고, 숨고찾 버스까지 탈 수 있겠다.
그때, 한 시청자가 말했다.
[감성버찌]: 근데 요즘 길성진 때문에 숨고찾 노잼됨
길성진?
그게 누군데?
*
길성진은 신림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노래 좀 잘 부른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고, 학교에서 축제를 할 때도 장기자랑으로 줄곧 노래를 했다.
자신이 노래를 잘 부른다는 자각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길성진의 꿈은 가수가 되었다.
그래서 몇 번 기획사를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가수가 되는 게 쉬운줄 아니. 그리고 성진아 너는 노래는 잘 하는데, 얼굴이 좀···.’
‘당신도 참. 그게 애 탓이에요! 엄마는 네가 공부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성적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수능은 봐야지.’
가수의 꿈을 접고 싶지는 않았지만, 길성진은 아직 미성년자이다.
일단은 부모님 말씀대로 평범하게 학교에 다녔다.
그러다가 얼마 전, 정말 우연히 ‘[숨고찾] 3회 신림편 고수를 모집합니다!’ 공지를 보았다.
'이건 기회야.'
길성진은 공지를 본 순간, 무조건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코인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찍어 제출했는데 예선은 쉽게 통과했다.
그리고 길성진은 신림 편에서 우승까지 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인천 편, 수원 편에도 연달아 우승했다.
‘쉽네.’
솔직히 쉬웠다.
그냥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평소에 부르던 것처럼 불렀는데, 사람들은 열광했다.
동네에서 노래 좀 한다고 나온 참가자들도 길성진이 보기엔 그냥 그랬다.
600만 원으로 시작한 상금은, 어느새 900만 원 1200만 원을 넘어서 이제는 1500만 원을 바라보고 있다.
제작진은 은근히 이제 그만하고 상금을 받아갔으면 했지만, 길성진은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다음에도 이길 텐데 뭐하러?’
이대로 쭉 이긴다면 더 큰 돈을 가지고 갈 수 있는데.
그리고 부모님이 천만원이 넘는 돈을, 그것도 노래만으로 벌어온 자신을 보고 기특해하며 인정해주기를 바랐다.
길성진은 ‘전대 우승자’를 위해 준비해둔 화려한 소파에 앉아서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오늘 무대는 홍대에서 가장 큰 광장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용우가 사회자로 나와서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숨은 고수를 찾아라의 용우입니다!”
짝짝짝짝짝짝짝
벌써 촬영 소문이 났는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이제 1라운드를 시작하겠지.
벌써 3화를 같이 진행해봐서 루틴은 익숙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우승하겠지.'
그렇게 심드렁하게 있던 길성진은 용우의 전혀 다른 멘트에 당황했다.
“오늘은 특별히 새로운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바로 BJ음공천마 님입니다!”
“어? 뭐야?”
느긋하게 누워있던 길성진은 등을 곧추세웠다.
그의 시선이 용우 옆에 있는 한 청년에게 향했다.
“진짜 천마네?”
< 숨은 고수를 찾아라 (1)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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