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마 엔터테인먼트 (2) >
‘숨은 고수를 찾아라’를 기획한 뉴튜버 용우.
그리고 그의 매니지먼트는 국내 최대의 MCN 비트박스이다.
용우는 지금 비트박스 대표와 ‘숨은 고수를 찾아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대표가 말했다.
“길성진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한숨 돌렸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 천마 님이랑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다면···.”
용우는 생각도 하기 싫은지 고개를 저었다.
천마가 나왔던 6화에서도 길성진이 4라운드까지 모두 이겼다. 그때 얼마나 아찔하던지!
마지막 스페셜 라운드에서 천마가 그를 이겨줘서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프로그램이 망할 뻔했다.
분명 시청자들이 먼치킨물은 이제 치우라며 욕을 퍼부었을 거다.
어쨌든 지금 모든 게 잘 마무리된 지금 용우는 기분이 좋았다.
“천마님 덕분에 6화가 인기 영상에 올랐지 않습니까. 주춤하던 조회수도 다시 6화를 기점으로 반등하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기획했던 10화까지, 성황리에 시즌2를 마무리할 수 있을 듯했다.
그때 비트박스 대표가 물었다.
“그런데 천마 님은 어떤 분인가요? 요즘 뉴스에도 종종 나오시더라고요."
용우는 얼마 전 촬영장소에 갑자기 나타난 천마를 떠올렸다.
버스킹 예약을 잘못하는 허당끼 넘치는 모습도 있었지만, 노래를 들으면 그 사실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굉장했다.
그 노래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단어를 고민하던 용우는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대단하신 분이더라고요."
대표도 고개 끄덕였다.
"그건 그렇죠. 뉴튜브 시작한 지 얼마 안된 거 같은데 얼마 전에 벌써 백만을 넘었더군요.”
대표는 ‘대단하다’라는 표현을 통상적인 선에서 이해한 듯했다.
그 점이 용우는 아쉬웠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천마의 작곡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노래 실력이 그에 비해 묻히는 감이 있었지만, 세상이 이에 대해 알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했다.
“일단 실력이 확실하니까 방송에서 뭘 해도 되더라고요.”
‘주간곡소리’ 같은 말도 안 되는 코너를 해내는 거나, 제이맨 같은 거물을 라이브방송에서 배틀을 하게 만드는 거나.
전부 천마가 음악적 능력이 뛰어나니까 가능한 일이다.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도 라이브방송 짤 몇 번 본 기억이 나네요. 제이맨이랑 알파 엔터랑 싸웠던 거 기사로만 봤는데도 재밌더라고요."
"그쵸. ‘배틀’이라는 판을 만들 수 있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여튼 대단한 거 같습니다.”
용우는 무대를 하던 천마를 떠올리며 말했다.
“무엇보다 사람을 끌리게 하는 아우라가 있어요. 아, 그러고보니 천마 님께 매니지가 없는 거 같던데요?”
용우는 천마가 비트박스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음악방송 뉴튜버라면 견제하겠지만, 천마는 같은 음악방송이라도 용우와 겹치는 부분이 크지 않다.
용우는 기존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거나 버스킹을 위주로 한다.
반면 천마는 작곡을 해주거나 자작곡을 부르는 컨텐츠가 메인이다.
‘나중에 내가 가수로 복귀할 때, 곡이라도 하나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그 뒤에는 그런 속셈도 있었다.
한편, 천마가 아직 소속사가 없다는 말에 비트박스 대표는 깜짝 놀랐다.
“엥? 천마 님이 아직도 소속사가 없어요?”
“네. 들어보니까 채널 관리도 피디님 한 분이 혼자서 다 한다던데요.”
비트박스 대표는 내심 그 피디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능력자 둘이서 지금까지 어찌어찌 꾸려오고 있었나 보군.’
천마의 채널이라면 앞으로도 성장을 할 여지가 분명하다.
비트박스 대표는 내부 논의를 거치고 컨택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라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
비슷한 시각, 어썸뮤직.
한태영은 군대 전 마지막 정규앨범을 냈다.
이번에도 천마의 도움을 받을까 싶었지만 입대 전 마지막 앨범만큼은 스스로 쓴 곡으로만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좋지 않았다.
하필 마지막 정규앨범을 낸 때가, 젤리크러쉬와 에이클라스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던 때였다.
그리고 한태영은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가 장렬히 전사했다.
그래도 앨범판매량은 꽤 잘 나왔다.
팬들 사이에서는 입대 전 마지막 앨범이라며 으쌰으쌰 해서 사주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까닭이었다.
이후 한태영은 전국 투어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콘서트가 끝나고 4일 후에 한태영은 입대한다.
어썸뮤직 대표가 물었다.
“콘서트 준비는 잘 되고 있어?”
“늘 하던건데 이상하네요. 어색한 느낌이 들어요.”
“원래 입대하기 전에는 뭘 해도 새삼스러운 거지. 게스트로 누구 부를지는 정했어?”
“네. 지금 리스트 올려놨고, 섭외 전화 돌리고 있었어요. 참, 그런데 막콘에는 천마 씨를 게스트로 세우려고요.”
의외의 인물에 어썸뮤직 대표가 고개를 갸웃했다.
“천마 씨를? 그분은 작곡가 아니야?”
대표가 아는 천마의 노래는 테레비토크에서 춤추며 불렀다는 ‘티키티키’이다.
물론 그걸 보면서 정말 잘 부른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에서 게스트로 세울 정도인가 싶기도 했다.
어썸뮤직의 대표에게 천마의 이미지는 그저 뛰어난 작곡가였다.
대표의 말에 한태영은 과장되게 손을 내저었다.
“어우, 말도 마세요. 솔직히 천마 님이 저보다 잘 불러요. 대표님 천마 씨가 노래하는 거 안 들어봤죠?”
“당연히 안 들어봤지.”
그가 굳이 천마의 채널까지 찾아가서 노래를 들을 이유는 없었다.
‘천마가 8년 차 가수보다 잘 부른다고? 말도 안 되지.’
대표는 픽 웃었다. 그는 한태영이 겸손을 떠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태영은 진심이었다.
"천마 님 노래 들어보시면 생각이 달라질걸요?"
한태영은 천마의 채널에 들어가서 천마가 만든 자작곡을 몇 개 들려주었다.
"어때요? 심지어 지금 들은 곡들 다 직접 만든 곡들이에요."
“???”
한태영의 핸드폰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을 대표는 천마에 대한 판단을 수정했다.
‘뭐야? 진짜 잘 부르는데?’
대표는 각을 잡고 [싱포유] 코너에 올라온 영상을 하나씩 들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게 다 자작곡이라니. 당장 시장에 내놔도 팔리겠는데?’
대표는 천마에 대한 선입견을 수정했다.
뛰어난 작곡가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혹시 천마 씨 소속사가 있나?”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없을 거예요.”
“그래? 그럼 한번 말이라도 꺼내 볼까. 네 말대로 노래도 잘 부르시고 거기에 작곡까지 잘하면, 영입해 볼 만한데?”
어썸뮤직은 4대 기획사이지만, 다른 기획사와는 달리 아티스트 중심인 회사다.
천마가 싱어송라이터로서 어썸뮤직에 들어오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태영이 반갑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제가 이번에 게스트로 부를 때 한번 말을 꺼내 볼게요.”
‘그렇게 해서 한솥밥을 먹게 되면, 군대 갔다 온 다음에 앨범 낼 때 곡 하나만 달라고 해야겠다.’
한태영에게도 속셈이 있었다.
*
얼마 전 테레비토크에서 ‘티키티키’를 춘 영향으로 구독자가 엄청나게 늘었다. 무려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것이다.
이쯤 되었으면 성장세가 꺾일 만도 하지만 내 채널의 구독자 증가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 ‘숨은 고수를 찾아라’에 나가면서 구독자가 다시 한번 대폭 증가했다.
아무래도 같은 음악 콘텐츠다 보니까 시청자들의 취향이 겹쳤고, 용우의 채널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넘어왔다.
- 기억하자 : ㅅㄱㅊ에서 보고 왔습니다 노래 개잘하시던데요
- 아사나 : 용우 형님이 추천하셔서 왔습니다
- 감성버찌 :응애 나 뉴비 노래불러줘
- 돈치뿌 : 신입입니당 뭐부터 보면 되나요?
ㄴ 현재보는중 : 요즘은 [컴백일지]가 대세지 젤크편부터 ㄱㄱ
ㄴ jaeger : 천마 고통받는거 원하면 [주간곡소리]도 좋음
방송을 틀자마자 천 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들었다.
채팅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지만, 나는 안력을 돋우어 빠르게 익숙한 이름을 캐치했다.
[해골농사]: 천하
“그래 안녕하다”
[해골농사]: 근데 그거 뭐임?
“라면이잖아.”
[해골농사]: 아니 그거 말고 지금 냄비 받침으로 쓰고 있는 거. 뭔가 반짝거리는데.
“아, 이거? 해외에서 뭐 왔더라고.”
나는 라면 국물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받침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그 순간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 댄댄댄댄 : ㅅㅂ돌았냐곸ㅋㅋㅋㅋㅋㅋㅋ
- 장금 : 미친 실버버튼이잖아
- 네듀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콩씨 : 피디님이 신청했나보네
- 샤이닝데스 : 하지만 천마가 이렇게 쓰고있을 줄은 몰랐겠지
- 호호2002 : 어허 교주님께서 냄비받침으로 쓰시겠다는데!
그때 옥수진의 채팅이 올라왔다.
[수수깡]: 그거 언박싱 컨텐츠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리고 나는 옥수진의 채팅을 못 본 척 방송을 진행했다.
채팅창이 좀 진정되고 이제 제대로 된 고민글을 찾으려고 하는데, 익숙한 닉네임이 나타났다.
[TAE0님이 4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천마님 저 이제 군대갑니다ㅠㅠㅠㅠ
한태영이었다.
“어, 형님? 아직도 안 가셨어?”
[TAE0] : 왜 보내려고 그래요···.
[TAE0] : ㅠㅠㅠㅠㅠㅠㅠㅠ
[TAE0] : 그래서 지금 마지막 투어 돌고있는데, 콘서트에 게스트로 올래요?
오? 게스트?
마침 우연히 참가했던 ‘숨고찾’의 무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버스킹을 몇 번 더 해보려고 했던 참이었다.
‘콘서트 무대를 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겠지?’
젤리크러쉬가 음악방송을 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관객으로 있었는데, 무대 위에서 있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흔쾌히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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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마친 다음 날, 나는 오랜만에 한태영의 작업실에 방문했다.
한태영이 차를 내오며 말했다.
“요즘 천마님 잘 나가던데요? 이번에 숨고찾에서 ‘happily ever after’ 부르신 거 봤어요. 노래 좋던데요?”
참고로 그 노래는 내가 녹음실에 가서 따로 영상을 촬영했다.
그리고 서정적인 노래라 한태영의 스타일에 잘 어울린다. 그는 은근슬쩍 욕심을 내며 말했다.
“혹시 그거 저한테 파실 생각은 없나요?”
“군대부터 다녀오시죠?”
“···팔 생각이 없구나.”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 노래는 내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는 노래다.
다른 사람들이 그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노래 자체에 애착이 많이 가기도 하고.
대신 우리는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을지 얘기했다.
한태영은 이번에 히트를 쳤던 ‘우리, 봄’을 편곡해서 2절부터 나와 듀엣으로 부르면 좋을 거 같다고 얘기했고, 나는 그럼 편곡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얘기를 하다가 한태영이 말했다.
“그런데 천마 씨 혹시 소속사가 있나요?”
요즘 사람들이 나를 볼 때마다 이 질문을 많이 하네.
“아니요. 아직은 없어요.”
그러자 한태영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래요? 그럼 어썸 뮤직에 들어올 생각은 없어요?”
나는 고개를 기우뚱했다.
“어썸뮤직에 들어가면 좋은 게 있나요?”
“당연히 좋죠. 딱 음악만 할 수 있도록 소속사에서 다 관리를 해주니까요. 솔직히 요즘 천마 씨 컨텐츠가 늘어나면서 그거 소화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지 않아요? 자기 음악을 할 시간도 없을 거 같은데."
한태영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잠을 거의 자지 않기 때문에, 내 음악을 할 시간은 차고 넘친다.
요즘도 매일마다 내가 무림에서 만든 곡들을 한두 개씩은 꼬박꼬박 정리한다.
"소속사가 있으면 컨텐츠 기획, 촬영, 홍보까지 회사가 다 해주니까 편해요.”
음. 그건 내가 원래 안하던거라.
그걸 다 해주면 확실히 옥수진이 편하긴 하겠네.
“그리고 연습실 비용이나 안무, 보컬 트레이너도 붙여주고.”
그건 나 혼자서도 잘하는데?
“광고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소속사가 있으면 더 기회를 잘 잡죠.”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와서 후원금 배틀 뜨면서 홍보가 되던데?
“물론 소속사에게 수익을 배분해줘야 하지만···.”
내가 굳이?
“그만큼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으니까 저는 소속사가 있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한태영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래도 소속사는 없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그 대신.
'차라리 내가 회사를 세울까?'
< 천마 엔터테인먼트 (2)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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