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49화 (49/191)

< 특별한 15주년 (1) >

천마의 신곡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어디를 가도 천마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라디오에서, 티비에서, 식당에서.

둠둠둠 울리는 비트는 사람들의 일상에 들어왔다.

이제 천마의 음악을 모르는 사람보다, 천마의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였다.

옥수진의 어머니도 그중 한 명이었다.

솔직히 어머니는 천마보다는 박희찬 같은 트로트 가수가 부른 노래를 듣고 자랐다.

가수라면 응당 테레비에 나와서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천마라니? 뉴튜버라니?

그건 어머니가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으며, 이해하지 못할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 뉴튜버가 대형 프로그램 출신의 트로트 가수와 티비에도 자주 나오는 아이돌을 이기고, 차트 1위를 하는 건 더더욱.

‘뉴튜버가 돈을 얼마나 벌겠어.’ ‘그런 건 취미로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어머니에게 그건 충격이었다.

충격적이었지만 그게 현실이기도 했다.

천마의 노래는 어머니의 취향은 아니었지만, 귀를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듣게 되는 노래였다.

옥수진의 어머니는 이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딸을 바꿔놓은 천마라는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한 달 전, 가출했던 딸을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옥수진은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 곧 있으면 듣고싶지 않아도 듣게 될 거예요. 제가 같이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 말은 진짜였다. 옥수진은 자신의 말을 보란 듯이 증명했다.

동시에 어머니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진이를 잘 모르고 있었던 걸까.’

공부 잘하는 착한 딸.

말 잘 듣고 한 번도 엇나간 적이 없는 딸.

그게 전부였던 것 같아 어머니는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다.

딸이 어떤 세계에 있는지 알고싶어졌다.

그래서 천마의 채널에 들어가서 찬찬히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아주 초창기 때부터 찍은 것부터 최근 ‘데뷔일지’까지.

채널 주인은 ‘천마’였지만, 영상에는 옥수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 수수깡 님 일 진짜 잘하시는듯

- 천마가 제일 잘한 일: 수수깡 뽑음

- 솔직히 수수깡 없었으면 천마 아직 하꼬임ㅋㅋㅋㅋ

어머니는 옥수진이 ‘수수깡’이라는 닉네임을 쓴다는 걸 알게 되었고,

- 자막 미쳤냐고ㅋㅋㅋㅋㅋㅋㅋ

- 이분 최소 영상편집 일 해본듯

- 수수깡 님 방송국 출신 아님?? 킁킁 프로의 냄새가 난다

옥수진이 영상편집을 잘한다는 것도 알게 됐으며,

- 수수깡 님 저번에 ‘라비’도 띄우지 않았나?

- ㅇㅇ이쪽 고인물임

- 거의 뭐 이쪽 업계에서는 화석이죠. 최소 시조새?

딸이 방송에서 유명한 고인물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상에서 딸이 뿌리내리고 열매를 맺는 걸 보는 경험은, 뿌듯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다.

결과물로만 성장의 흔적을 더듬어보는 건 아쉬웠다.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옥수진과의 마지막 채팅을 보았다.

딸이 어젯밤 보내준 스크린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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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마 - 둠둠둠 (re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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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지 못한 답장을 이제 보냈다.

- 네가 만든 영상 잘 봤다. 괜찮더라. 바쁜 일 끝나면 집에 들러라. 같이 저녁 먹자.

진득하게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설득이 아니라, 한번 진심으로 이해해보기 위해서.

*

차트 1위.

그건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건 몸값이었다.

마침 이때가 10월이라 축제가 많아서 각종 지역 및 대학 축제에서 연락이 왔다.

예전에도 축제 섭외가 오긴 했지만 지금은 몸값이 달라졌다.

옥수진이 협상을 잘 해왔을 때는, 회당 3천만 원까지도 받았다.

또한, 그렇게 나를 무시하던 음악방송에서도 연락을 해왔다.

예전에 옥수진이 방송국을 돌며 음악방송에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할 때는 ‘뉴튜버가 무슨 음방에 나와’라고 무시했는데, 이제는 먼저 연락이 온다.

"천마님, 이번에 음악뱅크에서 나올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요?"

굳이?

"응, 꺼지라고 해."

지금 와서 음악방송에 나갈 이유는 없다.

출연료도 고작 수십만 원에, 무대 장치와 의상까지 이쪽에서 다 준비를 해야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어디 주인공 없는 잔치에서 잘들 놀아보라지.'

당일 출연자나 음악방송을 하는 아티스트에게만 수상하는 곳도 있지만, 적어도 지상파 음악방송은 최신곡 모두 집계한 후 순위를 매긴다.

음반, SNS, 온라인 음원 등등 모든 성적에서 압도적인 나는 당연히 1등을 했고,

- 축하합니다! 1위는 ‘둠둠둠 (replay)’입니다.

회사로 온 트로피는 창고에 넣어놨다. 비슷한 게 지금 다섯 개쯤 있는 거 같다.

어쨌든 1위를 한 후 대우는 달라졌지만,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일 음악을 정리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지고, 수련을 하고.

여기에 방송까지.

꾸준히 바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살아가는 만큼 법인계좌도 착실하게 불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금액이 커지고 복잡해진 탓에 경리 직원까지 얼마전에 따로 뽑았다.

그렇게 경리 직원이 오기 전, 법인계좌를 확인하고 있는데···.

“???”

뭐야?

통장이 왜 이 모양이지?

나는 통장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살펴보았다.

하지만 잔고가 보여주는 숫자는 내가 알고 있던 그것이 아니었다.

"뭐야? 잔액이 왜 이 모양이지?"

설마 내 통장이 해킹을 당한 건가?

나는 본격적으로 입출금 내역을 확인했다.

- 출금 : 1,500,000원

"이건 뭐지?"

한 달 반쯤 전에 이체한 내역이었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천마님 앨범 재킷을 알아봤는데요, A랑 B랑 C 업체가 제일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이 중에서 A가 단가는 제일 높은데 퀄리티는 제일 좋고, C 업체가 가격 대비 퀄리티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무조건 A로 가야지.'

생각났다.

앨범 재킷 제작에 들어간 돈이다.

이건 내가 쓴 돈이 맞네.

"그럼 이건 어디서 나간거지?"

- 출금 : 1,200,000원

이것도 한 달 전에 이체했다.

나는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었다.

'천마님 이제 포털에 프로필 사진도 올리려고 해서요. 슬슬 찍을 때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도 업체를 몇 군데 알아봤는데 D업체랑 E업체가 프로필 사진을 제일 잘 찍는다고 하더라고요. 그중에서 D업체는 이번에 위캔걸즈 프로필도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한데···.'

'우리도 D업체로 가자.'

이번에도 생각났다.

이것도 내가 쓴 돈이 맞네.

그리고 대망의,

- 출금 : 85,000,000원

아, 이건 기억이 난다.

'천마님, 타이틀곡은 뮤비 찍으실거죠? 제가 알아봤는데 뮤비는 M업체가 최고더라고요. 비용이 조금 비싸기는 한데 돈값은 한다고 해요. 에이클라스 아시죠? 걔네도 뮤비를 여기서 찍었대요.'

'그래? 그럼 우리도 거기서 하자.'

'방금 연락을 해봤는데 촬영이 많이 밀려있나봐요. 6개월정도 걸린다던데··· 그냥 다른 업체로 바꿀까 싶어요.'

'거기가 최고라며? 그럼 무조건 고지. 추가금 낸다고 해.'

그렇게 해서 50%의 추가금을 내고 뮤비를 찍기로 했다.

.

.

.

어쨌든.

"이거 다 내가 쓴 돈이 맞구나."

그것 외에도 직원들 월급과 보너스, 사무실 보증금과 각종 최고급 장비들까지.

항목을 하나하나 짚어보니 진짜 내가 쓴 돈이 맞았다.

계좌 잔액이 박살 나 있는 건 다행히(?) 해킹이나 그런 게 아니었다.

이번 앨범 제작 비용 말고도 회사를 세우면서 건물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으로 들어간 돈이 수천만 원이다.

"돈이 없을 만했네."

그런데 음원 수익이 본격적으로 정산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린다.

최근에 직원들이 바빠 보여서 사람도 더 뽑고, 당장 미니롱의 앨범에도 힘을 주려고 했는데, 어떡하지?

아무래도 조금 절약을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오늘부터는 지출을 줄여야하나···."

내가 돈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안녕하세요, 천마신교 레코즈 맞죠? 가수 윤재하입니다."

초췌한 얼굴을 한 사람이 찾아왔다.

올해 15주년을 맞이한 솔로 아티스트, 윤재하였다.

*

“하아”

윤재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17살에 데뷔한 그는 올해 15주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15주년을 맞이해서 준비하던 앨범을 모조리 엎어버렸다.

회사에서는 이제 제발 앨범 좀 내자고 했지만, 윤재하는 그럴 수 없었다.

이번 앨범도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이번에 만들던 앨범은 원래 5년 전, 그러니까 데뷔 10주년을 맞이해서 준비를 해왔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엎고, 엎고, 또 엎고.

5년 동안 벌써 5번을 엎었다.

수십 개의 곡을 썼다가 버리고, 수백 개의 멜로디를 만들었다가 지웠다.

이제는 본인이 무슨 음악을 하고싶은 건지도 모를 정도였다.

“다 재미없어.”

모든 게 재미가 없다. 휴대폰을 보니 회사에서 온 연락이 가득 쌓여있다.

앨범을 내기로 해서 준비를 다 했는데, 어제 그 앨범을 일방적으로 엎어버려서 그런 모양이다.

조금 전에 매니저가 집까지 찾아와서 얘기를 꺼내길래 그냥 돌려보냈다.

책임감이 없는 행동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자신 하나도 책임질 수 없는 상태였다.

윤재하는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잠이라도 개운하게 자고 싶었지만, 지금 불면증으로 고생한 지 몇 년이 되었더라···. 기억도 안 난다.

결국 잠을 자는 데 실패한 윤재하는 멍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더라.’

아마 기점은 10주년 앨범이었던 것 같다.

10주년이니까 제대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곡 하나도 대충하고 싶지 않았다.

직접 작곡도 해보고, 여러 프로듀서를 만나보고, 해외에 나가서 유명한 작곡팀도 만나보고, 사운드클라우드에 들어가서 아마추어의 노래도 들어봤다.

천성이 완벽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했고,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챙기려다 보니 점점 앨범 준비는 늘어졌다.

초조해졌다.

마음이 불안하니 만들어놓은 곡들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반복되는 음원 폐기.

이제는 그냥 음악을 듣기조차 싫었다.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나도 태영이처럼 군대를 갈까.’

윤재하의 머릿속에 최근 군대에 간 한태영이 떠올랐다.

친한 동생이자 후배인 한태영.

과거 윤재하가 어썸뮤직에 있을 때 한솥밥을 먹으며 친해졌다.

지금은 윤재하가 1인 기획사를 세우며 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한태영이 군대에 가기 전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태영이 그때 말했다.

‘천마라고 이번에 알게 된 작곡가가 있는데 진짜 개쩔어.'

'형도 한번 만나봐. 아마 좋아할 수밖에 없을걸.'

물론 윤재하도 이제는 천마에 대해 알고 있다.

천마가 낸 '둠둠둠'은 아직도 칸과 박희찬을 누르고 차트 1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윤재하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곡은 아니지만 '둠둠둠'은 흠잡을 데 없는 곡이었다.

‘천마라···.’

유명한 프로듀싱팀과 작업도 해봤지만, 그의 성에 차지 않았다.

윤재하의 편집증적인 완벽주의 때문이다.

그래도 윤재하의 이런 성격을 아는 한태영이 천마를 추천했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확인해볼까 싶었다.

그래서 그는 천마의 채널에 접속하였다.

천마가 그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도 모르고.

< 특별한 15주년 (1)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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