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52화 (52/191)

< 특별한 15주년 (4) >

윤재하의 컴백이 생각보다 빨랐기에, 강여름 역시 영상을 빨리 편집하기로 했다.

편집은 금방이었다.

애초에 윤재하와 얘기했던 시간과 곡을 만든 시간까지 모두 합쳐도 15분밖에 되지 않았다.

문제라면,

'천마님, 근데 영상이 이게 끝인가요?'

불필요한 부분들을 다듬고 나니 딱 한편 길이의 영상만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주일 뒤에 신곡을 발매하겠다는 사람을 붙잡고 영상을 찍을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다른 컴백일지와 달리 단편으로 구성했다.

단 하나의 영상. 하지만 반응은 좋았다.

천마가, 그리고 윤재하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윤재하의 팬클럽이었다.

5년 만에 들려오는 윤재하의 신곡 소식에 팬클럽은 뒤집어졌다.

윤재하의 팬인 [데이지윤]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원생으로 척척박사를 향해 달려가던 그녀는 5년 동안 윤재하의 신곡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신곡은커녕 맨날 들려오는 건 윤재하가 앨범을 엎었다는 소식뿐.

그녀가 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10주년 앨범이 엎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박사과정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신보의 소식은 없었었다.

기다림에 지친 대학원생에게 천마와의 콜라보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이야기였다.

‘설마? 진짜인가?’

천마가 누군지는 대학원생도 알고 있다.

한태영의 팬인 직장인 친구가 있는데, 그녀가 한태영이 군대에 간 이후 천마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종종 만날 때마다 천마 얘기를 해대는 통에 그녀도 몇 번 뉴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천마의 신곡인 ‘둠둠둠’이 어딜가나 울려 퍼졌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대형 뉴튜버, 천재 작곡가, 그리고 탑 아티스트.

그게 요즘 천마를 수식하는 수식어였다.

‘그래도 천마와 같이 하니까 이번에는 안 엎지 않을까?’

직장인 친구의 추천으로 본 영상에서, 천마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곡을 찍어내곤 했다.

랩실에서 좀비처럼 빠져나온 그녀는 짬을 내서 윤재하 공식 팬클럽인 ‘데이지’에 들어갔다.

커뮤니티에는 온통 윤재하의 컴백 얘기뿐이었다.

누군가가 천마 채널에 올라온 공지를 캡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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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X윤재하 “15주년 디지털 싱글 콜라보”

본좌다

윤재하 님의 15주년 기념으로 콜라보했다

(윤재하와 천마의 투샷 사진1)

(데이지 꽃이 그려진 싱글 재킷 사진2)

컴백일지는 오늘 업로드됨 ㅅㄱ

#DAISY #팬송 #천마X윤재하 #1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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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아래의 태그를 보는 순간, 대학원생의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팬송?!?!??!!”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15주년 기념으로 팬송을 만들어줬다고?

기대도 하지 않은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

그동안의 기다림과 서운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우리 재하가 팬송이라니, 팬송이라니, 팬송이라니!

입을 틀어막고 발을 동동 구르던 대학원생은 정신을 차리고 댓글을 봤다.

- 팬송이라니!!!!!1!!!

- 미친??? 우리 재하가 복귀한다고?

- 왜이렇게 오랜만이야ㅠㅠ 볼살 쪽 빠진것좀봐ㅠㅠㅠ

ㄴ 재하는 원래 볼살 없었는데요;;;;

- 드디어 장거리 연애가 끝났다

- 설마 신곡 이름이 DAISY?? 오빠 나죽어

모두 윤재하의 신곡을 기대하며 설레발을 쳤다.

특히 신곡 이름이 ‘DAISY’라는 게 뭉클했다.

윤재하를 15년 동안 지탱한 팬클럽의 이름도 '데이지'였으니까.

팬을 심쿵하게 만드는 포인트를 제대로 저격했다며 부르짖던 대학원생은, 목 빠지게 컴백일지를 기다렸다.

오늘따라 유독 시간이 가지 않았다.

컴백일지에 반쯤 정신을 팔고 지냈던 대학원생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해서 교수님께 한마디 듣기도 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윤재하로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일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왔다.

대충 손발만 씻고 침대로 몸을 던진 그녀는 급히 천마의 채널에 들어갔다.

"앗, 늦었네."

딱 맞춰서 보려고 했는데, 퇴근을 하느라 조금 늦고 말았다.

예정된 시간에 맞춰 컴백일지는 이미 올라왔고, 조회수는 벌써 4만 회를 넘어가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영상을 클릭한 순간, 대학원생은 영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누가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시선으로, 천마와 윤재하 두 명이 화면에 담겼다.

어쩐지 심리상담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속에서 윤재하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5년 동안 5번 앨범을 엎어버렸을 때의 좌절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

윤재하는 모든 걸 정리한 사람처럼 담담히 말했지만, 대학원생은 울고 싶었다.

내 가수가 저만큼 힘들었구나.

그때 천마가 말했다.

- 팬은 완벽한 윤재하 씨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당신의 음악이 좋은거지.

대학원생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같은 말을 윤재하에게 해주고 싶었다.

멜로디가 시작된 건 그때였다.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듯한 멜로디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위로.

천마는 기타를 잡았고, 윤재하는 노래를 시작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두 사람이 일치되는 순간을 바라보니, 대학원생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편집된 노래는 20초 남짓한 후렴구뿐이었지만, 그녀는 몇 번이고 돌려 들었다.

“하아”

가슴이 다 채워질 만큼 들은 후에 대학원생은 댓글을 달러갔다.

윤재하에게 응원을 남겨주고 싶었고, 또한 윤재하를 도와준 천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이미 댓글창에는 그런 댓글이 가득했다.

- 15년동안 웃고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ㅠㅠ

- 오늘부로 윤재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지지관계에서 벗어나 윤재하와 나는 일체가 된다.

ㄴ 또한 윤재하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가끔 분탕이 와서 어그로를 끌었지만, 금새 퇴치당했다.

- 근데 저기서 갑자기 노래를 만든다고? 주작아님? 미리 만들어 놓은 곡 풀면서 어그로끄는거 아님?

ㄴ ㅗㅗㅗㅗㅗㅗ

ㄴ 이분 최소 주간곡소리 본적도 없는 사람

ㄴ 응 아니야. 니가 못한다고 다른 사람도 못하는거 아님

ㄴ 니인생이나 챙겨

ㄴ ㅈㄹ은 그쪽 본진가서 하시길

대학원생도 댓글을 달았다.

- 진짜 입덕한 이후로 힘든 적은 있었어도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어

그러고 나서 또 아쉬워져서 대학원생은 컴백일지를 또 돌려봤다.

신기하기도 했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곡을 만드는 거지?’

고민상담을 하다가 뚝딱 노래가 나온다니. 심지어 노래도 너무 좋았다!

‘아, 빨리 노래 나왔으면 좋겠다.’

두 사람이 만든 후렴구를 들으면서, 대학원생은 5년 동안의 기다림을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천마가 맞았다.

완벽한 윤재하가 아닌, 그냥 윤재하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많았다.

그리고 팬의 바람대로 윤재하는 빠르게 녹음을 마쳤다.

천마가 준 곡은 특별히 손 볼 부분도 없었기에, 녹음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어차피 앨범을 내려고 준비해놓은 것들도 있어서, 윤재하만 마음을 다잡자 모든 일이 쑥쑥 나아갔다.

그리고 윤재하는 진짜 일주일 후에 신곡을 발표해버렸다.

그게 11월 중순의 일이었다.

*

윤재하의 매니저는 천마신교 레코즈에 방문했다.

"감사합니다, 천마님! 덕분에 무사히 곡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며 90도로 인사를 박는 매니저의 모습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곡 하나 써준 것뿐인데요."

나는 평소에 하던 걸 했을 뿐이다.

고민상담을 한 후 노래를 들려주는 건 지금도 라이브 방송으로 하고 있는 거니까.

그게 오프라인 버전으로 나온 것뿐인데, 매니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보다.

"사실 재하가 많이 걱정되었거든요. 조만간 어딘가로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한 모습이었는데. 천마님을 만나고 나서 많이 밝아졌어요."

매니저의 말에 의하면 불면증도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최근에는 나처럼 채널을 열어서 곡을 쓰는 족족 뉴튜브에다가 올리고 있다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말했다.

"아마 내년쯤에는 정규 앨범을 낼 수 있을겁니다."

"그래요? 이번에는 잘 됐으면 좋겠네요."

"하하, 잘 안되면 천마님을 찾아오면 되죠. 그래서 말인데, 이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뇌물입니다."

윤재하의 매니저는 웃으며 들고 있던 상자를 건넸다.

양손 가득 뭘 들고 왔길래 뭔가 싶었는데,

"우와! 이거 한우 아니에요?"

"소고기다 소고기! 우리 오늘 파티하나요?"

영롱한 1++ 등급의 한우 세트였다.

나는 이번에는 손사래 치지 않고 받았다.

이거 예의가 뭔지 아는 사람이었네.

*

윤재하의 신곡은 대박이 났다.

어쩌면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천마는 어느새 구독자가 이백만 명을 넘긴 대형 뉴튜버였으니까.

거기에 ‘둠둠둠’은 몇 주 째 음원차트 1위를 하고 있었으며, 둠 챌린지는 한때 해외까지 휩쓸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노래의 작곡가가 신곡을 만들었다고 하니 일반 사람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대중에게 충분히 홍보된 채로, 신곡 ‘DAISY’가 발표되었다.

컴백일지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클릭했다.

- 이게 그 천마가 만든 노래라고? 한번 들어나볼까?

그런데 노래가 좋았다.

사람들은 흘려듣지 않고 플레이리스트에 신곡을 추가했다.

거기에 윤재하의 팬들까지 가세했다.

윤재하의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의욕에 차있었다.

무려 5년 만에 나오는 신곡이다. 그것도 그냥 노래도 아니고 팬송.

평소 총공이나 스밍이라는 단어와는 큰 관계가 없는 윤재하의 팬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윤재하의 곡을 꼭 순위권에 올리자고 다짐을 했다.

윤재하의 팬은 15주년 기념 팬송에 환호하며 미친 듯이 스밍을 돌렸다.

이런 상황이니, 발매 당일 차트 20위권에 안착한 건 이상하지 않았다.

윤재하는 이를 지켜보며 신기해했다.

‘디지털 싱글일 뿐인데 평소보다 반응이 좋네?’

윤재하는 나이만 젊었지 사고방식은 아날로그 시대에 가까웠다.

늘 실물 앨범만 냈고, 최근 들어 차트 50위 위쪽을 뚫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뉴튜브를 통해 홍보를 하고, 처음 시도한 디지털 싱글이 차트 상위권에 랭크된 상황이 새로웠다.

빠르게 차트 위로 쭉쭉 올라가는 ‘DAISY’를 보며 윤재하는 희망을 품었다.

'이정도라면 혹시 1등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음원 차트 1위. 언제 들어도 설레는 단어다.

물론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부동의 차트 1위인 '둠둠둠'이 쌓은 벽은 아직 견고했으며, 천마의 1집 수록곡들도 그 아래 만리장성을 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둠둠둠'도 떨어질 것이다.

천마가 쌓아놓은 장벽도 낮아질 거고.

'혹시 연말쯤이면 1위를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윤재하는 조용히 행복회로를 돌려보았다.

평소 음원 차트의 순위에는 큰 관심이 없던 윤재하도, 이번 곡만큼은 1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윤재하는 모르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조만간 엄청난 누군가가 따라오게 될 거라는 것을.

천마신교의 1호 가수, 미니롱이 출격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

.

.

미니롱의 앨범이 마침내 발매되었다.

물론 당장 성적이 좋지는 않았다.

미니롱이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천마를 만난 이후 차트에서 본인들의 이름을 알린 건 고작 6개월 남짓한 시간.

화제가 된 게 있다면 이번에는 천마가 피처링을 해줬다는 정도?

하지만 이후, 미니롱에게 추진력을 달아줄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 특별한 15주년 (4)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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