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71화 (71/191)

< 음악의 전당 (4) >

선배 가수들이 곡을 고르는 사이, 나는 후배 라인과 함께 다른 방에 들어가 있었다.

제작진이 안내해준 방에는 먹음직스러운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는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고.

‘맛있는 거 먹고 열심히 분량을 뽑아내라는 뜻인가?’

여기 모인 사람을 보니 전부 나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킹오브트롯 우승자인 박희찬.

이 친구와는 <우리집>에서 양궁 대결을 펼쳤었다.

젤리크러쉬의 메인보컬 가은.

이쪽은 나랑 티키티키 곡 작업을 했던 사이다.

<히트메이커>의 준우승자인 서이안.

길성진과 무대를 준비하면서 오며 가며 인사 정도는 했었다.

‘방송 활동을 거의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는 사람이 많네?’

방에 모인 세 명 모두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니.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던 세 사람은, 유일하게 아는 사람인 나를 보고 반가워했다.

박희찬이 악수를 건넸다.

“천마 님. 진짜 오랜만이네요. <우리집> 촬영 이후 처음이죠 아마?”

“그러게요. 제가 이것저것 일을 벌여놔서 방송에 거의 못나왔네요.”

"어휴. 그래도 차트만 보면 항상 천마 님이 있으셔서 자주 본 친구 같다니까요."

"하하"

아무래도 박희찬 혼자 내적 친밀감이 생긴 모양이다.

내 짐작은 틀리지 않았는지 박희찬은 뜻밖의 말을 꺼냈다.

"어머님께서는 잘 지내고 계시지요? 지난번에 어머님이 제 팬이라고 하셔서요. 제 화보가 포함된 한정판 1집 앨범에 친필 사인까지 넣었습니다."

"?!"

이건 생각도 못 했는데.

몇 달 전 딱 한 번 본 사이인데, 이런 걸 챙겨주다니.

하지만 어머니는 얼마 전 탈덕하셨다.

서바이벌 뽕이 빠져서 박희찬은 재미없다고 하시더니, 이번에 김연준으로 갈아타셨다.

오늘은 김연준 싸인을 꼭 좀 받아오라고 특명을 내리셨는데, 어머니가 택배로 보낸 김연준 앨범이 내 차 뒷좌석에 있었다.

하지만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니 어머니의 탈덕 사실은 비밀로 해두자.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앨범은 제가 잘 챙겨가겠습니다.”

다음으로 서이안이 내게 인사를 했다.

“헤이. 반가워요 촌마? 님?”

아. 참고로 서이안은 재미교포이다.

그것도 아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뉴욕 보이.

이번에 보이밴드그룹으로 데뷔했다고 들었는데···.

“전보다 한국말이 많이 늘었는데요?”

“데뷔는 연습 많이 했어. 그러나 아직 부족해요.”

그래. 아직 부족한 건 확실히 알겠네.

그래도 처음에 나를 John-ma-ni로 부른 거에 비해서 장족의 발전이다.

서이안과의 간단한 인사도 끝난 후, 젤리크러쉬 메인보컬인 가은이 예의바르게 말했다.

“천마 님. 2집 앨범 대박나신 거 축하드립니다.”

“그래 고맙다. 너네도 작년에 신인상 탄 거 축하한다.”

늘 차분하기만 가은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흐응 흠. 그건 운이 좋았죠.”

작년, 젤리크러쉬는 에이클라스를 이기고 신인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운이 따라주긴 했다.

‘티키티키’를 성공시킨 후, 젤리크러쉬는 야심차게 다음 앨범을 발매했다.

나에게 프로듀싱을 부탁했지만 당시에는 내 앨범을 준비하느라 거절했다.

그렇게 나온 젤리크러쉬의 3집 앨범은, 망했다.

하필 젤리크러쉬가 새 앨범을 냈을 때는 11월.

10월에 있었던 나와 칸, 박희찬의 피튀기는 싸움을 피해 보겠다고 한 달 미뤘던 모양인데,

‘내 둠둠둠이 그렇게 오래 갈 줄 아무도 몰랐겠지.’

안토니오 로시가 만들어준 둠 챌린지와 함께, 나는 11월에도 만리장성을 치고 있었다.

여기에 칸과 박희찬의 뒷심도 좋았고.

심지어 12월에는 <히트메이커>가 히트하고 캐럴이 기어 나왔다.

젤리크러쉬의 타이틀곡은 10위 안쪽으로 딱 한 번 들어오더니 그 이후 영영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젤리크러쉬가 신인상을 탈 수 있었던 건, 경쟁자인 에이클라스가 함께 망한 덕분이다.

거기에 나와 박희찬도 10월 중순에 데뷔해서 성적이 풀 반영되지 않았다.

덕분에 운 좋게 젤리크러쉬가 신인상을 탈 수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를 옥수진이 해준 기억이 난다.

어쨌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메인 피디가 나를 따로 부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천마 님. 잠깐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이었다.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글쎄요. 문제일까요?"

아리송하게 대답한 피디는 탁자에 종이 4장을 내려놓았다. 선배 그룹의 지망순위표였다.

한국의 디바 라희.

1지망: Old and the Beast

3대 보컬리스트 나효범도

1지망: Old and the Beast

락 보컬 신재현도

1지망: Old and the Beast

트로트 가수인 김연준까지.

1지망: Old and the Beast

심지어 박희찬의 선곡을 두 줄로 쓱쓱 긋고 그 위에 내 선곡을 적어놓았다.

그러니까 4명 중 4명이 나와 함께 무대를 하자며 투표를 한 것이다.

피디는 일단 축하부터 건넸다.

"축하합니다. 전원에게서 선택 받으셨네요!"

하지만 퍽 난처해하는 표정이었다.

제작진 역시 중복 투표를 예상하기는 했겠지만, 이정도의 몰표가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중복 투표가 나올 줄은 알았는데, 고작해야 두분 정도가 겹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희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천마 님께 물어보자고 결론을 내리긴 했는데···. 이거 어떻게 하실 건가요?”

피디는 난감한 표정으로 내 의사를 존중해주겠다고 하는데.

‘아니, 이건 고민할 것도 없지 않나.’

Old and the Beast.

이건 사랑 노래다.

노파가 된 소녀와 야수가 된 왕이, 진실한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노래.

나는 사랑 노래를 남자 얼굴을 보면서 부르고 싶지 않다.

그건 상상만 해도 몰입이 깨지는 걸.

당연히 내 선택은 하나였다.

“저는 라희 씨랑 하겠습니다.”

.

.

.

그 소식 들은 라희는 기뻐 날뛰었고, 다른 남자 가수들은 대놓고 아쉬워했다.

김연준이 조용히 꿍얼거렸다.

"나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그걸 뗄 수도 없고···."

*

며칠 후.

라희는 곡 작업에 대해 회의하기 위해 천마신교 레코즈에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회의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음악의 전당 VJ가 방문했다.

VJ는 먼저 회의 장소에 카메라부터 설치하며 물었다.

"일상 리얼리티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있으세요. 회의 전에 작업과 관련해서 준비하시는 게 있나요?"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준비할 거라···.

"그럼요. 있죠."

"오! 뭔가요?"

VJ는 히트메이커로 잘 알려진 작업 스케치 현장을 촬영할 수 있어 기뻐했다.

그리고 나는 작업실에 있는 TV를 켜고 본격적으로 ‘노파와 야수’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

당황해하는 VJ에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원작을 많이 봐야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으니까요.”

나는 평소 애니메이션을 잘 보지는 않는다.

가끔 시간이 날 때 넷플렉스에 올라오는 이능력 배틀물을 보는 정도.

그런 내가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그날은 특별한 관객들이 오거든.’

섭외 과정에서 피디가 나에게 말해준 게 있다.

'500회 특집에서는 투표 대신 다른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무대에 감동을 받을 때마다 버튼을 누른다.

누적된 횟수에 비례한 금액을 방송국에서 기부하는데, 기부금은 진성 의료원 소아 병동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진성 그룹 재단 측에서 도움을 주었다.

진성 의료원 근처에 있는 공연장을 섭외해준 것이다.

덕분에 소아 병동에 있는 애들도 이번 무대에 특별 관람을 하러 올 수 있다고 한다.

거동이 힘든 아이들을 위해서는 실시간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고.

“역시 대기업은 클라스가 다르다니까.”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아이들을 위해서 선물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공을 담아 부른다면, 그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텐데.

“애들이 뭘 좋아하려나.”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건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다.

몸도 약한 애들한테 둠둠둠 같은 걸 들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민하던 와중에 옥수진이 도움을 줬다.

“소아 병동이면 아이들이 볼만한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이 있지 않을까요?”

역시 총관이다.

무릎을 탁 친 나는 애니메이션 중 괜찮은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듀엣으로 부를만한 곡이 뭐가 있나 찾아보았다.

그렇게 나온 게 바로 노파와 야수.

원곡은 클래식한 느낌이 강했지만, 이번 특집이 '축제'가 컨셉인 만큼 신나는 파티 음악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늘 라희와 함께 편곡 작업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그전에 원작 애니메이션을 봐두려고 한다.

줄거리는 대강 알지만, 몇십 년 전에 본 거라 기억이 잘 안 났다.

그렇게 나는 옆에 VJ를 앉혀놓고, 노파와 야수를 감상했다.

노파와 야수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옛날 옛적, 한 왕이 있었다.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며, 못생긴 사람을 업신여기던 왕에게 마법사가 나타났다.

마법사는 왕에게 마법을 걸어 못생긴 야수로 만들었다.

-진실로 너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못하리라

그렇게 왕과 왕국은 이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왕이 살던 왕국 근처, 한 약초꾼 여인이 살고 있었다.

화려한 걸 좋아하는 여인은 약초나 뜯는 자신의 삶이 싫었다.

그래도 값비싼 장신구를 구매하려면 돈이 필요했던지라, 여인은 신비한 약초를 찾아 마법사의 영토를 무단으로 침입한다.

그리고 여인 역시 마법사에 의해 초라한 노파로 변하고 만다.

90살의 노파가 된 여인은 숲속을 헤매다 잊혀진 왕국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노파와 야수가 만난다.

야수는 쭈글쭈글한 노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야수가 다칠 때마다 노파는 약초를 이용하여 치료해준다.

노파는 못생긴 야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노파에게 고된 일들을 야수가 나서서 도와준다.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이내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숲속에서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을 두 사람.

그 순간 마법이 풀린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내가 부를 주제가가 흘러나온다.

- Story no one would remember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야기

-Maybe reality, or fantasy?

어쩌면 현실이고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르는

-there live the two

그곳에 두 사람이 있었네

그런데, 노래가 나오는 곳이 이상했다.

스크린이 아닌 내 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라희가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

라희는 천마신교 레코즈로 향했다.

“아오, 내가 왜 그날 오버를 해가지고.”

천마와 최종적으로 무대를 하게 된 순간,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르면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리고 갑자기 오른 텐션에 가만히 있던 천마를 덥석 안아버릴 뻔했지만,

스윽

천마가 피하는 바람에 혼자 나동그라졌고, 제작진만 좋은 장면이 나왔다며 즐거워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부끄럽다.

“그래도 천마랑 같이 무대를 하게 되었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라희는 천마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 앞 ‘천마신교’라고 한자로 멋들어지게 쓰여있는 간판이 있었다.

“이게 극한의 컨셉이라는 건가?”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현판에, ‘이리오너라~’라고 말하려던 걸 참고 인터폰을 눌렀다.

잠시 후 안에서 똑부러지게 생긴 여자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라희 님이시죠? 천마 님은 작업실에 계셔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라희는 단정한 옷차림의 여자를 따라가며 생각했다.

‘혹시 이 사람이 옥수진인가?’

구독자 4명이던 천마의 채널을 300만이 넘는 거대 채널로 키워낸 사람.

천마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온 라희는 천마신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옥수진이 말했다.

“천마 님은 안에 계셔요. 음악의 전당에서도 촬영팀이 와서 바로 들어가시면 되세요.”

라희는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구석에서는 일찍 온 VJ가 천마를 촬영하고 있었고, 천마는 '노파와 야수'를 보고 있었다.

거의 화면에 빠져들 듯이 집중하는 천마.

라희는 왠지 방해하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천마를 부르려던 VJ를 말리고 구석에 앉아 같이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마침 클라이맥스 장면이 나오기 시작한다.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두 사람이 숲속에서 왈츠를 추고,

야수는 잘생긴 왕으로 돌아오고, 노파가 아름다운 소녀로 변한다.

애니메이션에 몰입하던 차선우는 저도 모르게 내공을 담아 탁자를 두드렸다.

- 딴 딴 따단 따안 딴

차선우의 기분이 박자 안에 그대로 담겼다.

옆에 있는 사람마저 들썩거리게 만드는, 잔뜩 신이 난 비트.

라희는 그 비트를 듣자 차선우가 편곡한 노래가 떠올랐다.

완성된 곡이 아니었지만,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알 것 같았다.

탁자 두드리는 소리에 맞춰 리듬을 탔다.

그리고 갑자기, 아주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Story no one would remember

Maybe reality, or fantasy?

there live the two

차선우는 놀라 뒤를 돌아봤고, 라희는 차선우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대신 라희는 그냥 웃었다.

장단에 맞춰달라는 듯이.

그래서 차선우도 마주 웃어버렸다.

라희가 뭘 원하는지 너무 명확해서, 그런데 재밌을 거 같다.

즉흥적으로 만든 비트 위에서 춤추던 라희의 목소리.

너도 빨리 오라는 듯한 손짓에, 차선우는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다.

가사만 같을 뿐, 원곡과는 전혀 다른 멜로디가 차선우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 Old King who became the Beast

야수가 된 오래된 왕

그러자 라희가 꼬리를 물듯 이어받는다.

- When beautiful girl enters a web of castle,

아름다운 소녀가 거미줄 가득한 성에 들어서자

분명 원곡과는 다르지만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다.

차선우가 리드해주는 대로, 라희는 따라가며 마음껏 뛰어논다.

- Though she became old poor lady,

볼품없는 노파가 되었지만

어느 순간 차선우는 기타를 들었고, 라희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서로 얘기를 나누지 않았어도 마음이 맞을 때가 있다.

차선우가 먼저 시작할 때는 라희가 맞추었고, 라희가 앞서 나갈 때는 차선우가 뒷받침 해주었다.

두 목소리가 교차되면서, 멜로디와 가사는 하나가 되어간다.

- Shadow of love waves secretly

남몰래 사랑의 그림자가 일렁이네

절정에서 처음으로 두 사람의 화음이 시작된다.

천마는 라희의 목소리를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나아간다.

마법이 풀리고, 젊은 왕과 아름다운 소녀는 계속 춤을 춘다.

그에 맞춰 두 사람의 목소리도 섞이며 하나된다.

- Begin a little miracle

일어난 작은 기적

라희가 고음을 내지르고, 차선우가 더블링을 넣어주며 곡이 마무리됐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잼(jam)이었다.

그런데 인트로밖에 없던 편곡이 어느새 완성되었다.

여운에 잠긴 듯한 라희를 보며 차선우가 웃었다.

“이걸로 무대를 만들어도 될 거 같은데요? 조금 다듬어 볼까요?”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장난치듯이 완성된 곡이다.

하지만 영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잘 두들기면 명곡이 탄생할 듯하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VJ는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음악의 전당>을 500회 동안 촬영하면서 이런 식으로 곡을 만든 팀은 본 적도 없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자신이 대단한 것을 찍었···아니, 제대로 찍었나?

넋을 놓고 있던 VJ는 황급히 카메라를 확인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와씨 다행이다. 날린 줄 알았네.'

그는 안도하며 두 사람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았다.

분명 방금도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음에는 더 대단했고, 마지막에 최종본을 확인할 때는 혼이 살짝 나가버렸다.

'진짜 레전드 찍는 거 아니야?'

그의 짐작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사실이 되었다.

< 음악의 전당 (4)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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