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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으로차트올킬-96화 (96/191)

< 메이드 인 천마신교 (1) >

로페즈의 투자.

나는 이번에 받은 투자금을 이용해 천마신교를 4대 기획사 못지않게 키우려고 한다.

레이블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소속 아티스트이다.

그런데 세간에서는 천마신교에 가수는 천마밖에 없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더 이상 그딴 소리를 못 하게 만들어야지.”

만약 우리 소속 아티스트들이 4대 기획사의 간판 아티스트들을 차례로 박살 낸다면,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소속 가수인 미니롱과 길성진이 성장해야 한다.

먼저, 미니롱은 자신만의 색채가 있는 녀석들이다.

내년 상반기 컴백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간 만큼, 본인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다.

길성진은··· 당장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이 뭔지 찾을 필요가 있다.

1집을 내고 느낀 바가 있는지, 체계적인 음악 공부를 하고있다.

그렇게 둘은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메이드 인 천마신교 그룹을 만들어야 하는데.

“천마 님은 생각해놓으신 게 있으신가요?”

당연히 있다. 이건 내가 무림에서부터 꿈꿔왔던 로망이다.

“걸그룹을 만들어 보자.”

신인 ‘그룹’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보이 그룹 또는 걸그룹.

그리고 나는 무림에서부터 걸그룹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때는 내가 무림일통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이다.

마교와 정파, 사파는 당연히 사이가 안 좋았고, 매일같이 반란이다 뭐다 하며 혼란스러운 정세가 계속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배운 짧은 역사 지식을 떠올렸다.

‘통일신라에서는 각 국가 사람들을 다 섞어가지고 문화정책을 펼쳤던 것 같은데.’

나도 그런 문화정책에, 사심을 한 스푼 섞은 계획을 세워보았다.

신교와 정파, 사파에서 2~3명의 세가 여식들을 뽑아 ‘무림걸즈’를 만드는 야심찬 계획.

물론 부하들의 격렬한 반대 때문에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에는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게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있다.

그래서 지금, 나도 아이돌 그룹을 하나 만들어 볼 예정이다.

천마신교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녀석들로.

그렇게 하나씩 준비를 해가려는 와중.

지이이이잉

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네, 여행은 잘 다녀오셨어요?”

이번 부모님 결혼기념일에 크루즈 여행을 보내 드렸다.

“네 덕분에 호강했다. 가족이 모두 다 같이 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나는 아쉽게도 미국 일정이 있었고, 내심 가고 싶어 하던 동생은···.

직접 돈 벌어서 가라고 했다.

“미국에서 일은 잘 끝났니? 요새 선우 네 얘기가 많이 들리더라. 아빠가 엄청 좋아하시는데, 빌보드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며?”

부모님의 칭찬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렇게 부모님과 근황 토크를 하는 와중, 동생의 이야기가 나왔다.

“참 그런데 소미가 그러더라. 서울에 와서 오빠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던 여동생은 이번에 H 대학교에 합격해서 자취를 하는 중이었다. 몇 번 연락을 해서 밥 정도는 사주려고 했는데,

“걔가 연락을 다 씹던데요?”

“소미 말로는 선우 네가 연락을 씹는다던데?”

“......”

“어휴. 남매라고는 둘밖에 없는 애들이. 밥 정도는 같이 먹고 그래라.”

그렇게 해서 나는 아주 오랜만에 동생을 만나게 되었다.

*

차선우의 동생 차소미.

차소미는 H 대학교에 합격한 이후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얼마 전 어머니로부터 특명을 하나 받았다.

“둘 다 서울에 살면서 얼굴 한번 안 봤다는 게 말이나 되니?”

“아니 서로 바쁘니까 그렇지···.”

“어휴. 요즘 니네 오빠 한번 만나 보겠다고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데.”

차소미는 왜 사람들이 오빠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선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맨날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하던 오빠가, 어느 순간 매일같이 뉴스에 나올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니.

가끔 저 사람이 내 오빠가 맞나 인지부조화가 왔지만···.

‘...진짜로 잘 나가기는 하지.’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한동안 캠퍼스 내에서 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최근에 재밌게 봤던 팬텀 스틸러의 OST를 오빠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차소미도 깜짝 놀랐었다.

어쨌든, 부모님의 강력한 요청(?)으로 남매의 식사 자리가 만들어졌다.

차소미는 먼저 약속 장소에 나와 기다리는 중이었다.

오빠는 급하게 해외 투자자와 미팅을 하느라고 늦는다나 뭐라나.

어차피 개강 첫 주라서 과제도 없고, 아직 무더위가 가시질 않아 시원한 카페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 지나간다.

모델같이 늘씬한 몸매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쯤 뒤돌아볼 만큼 화려한 외모.

실제로도 카페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한 도도한 표정까지.

차소미는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야! 신예리!”

신예리는 차소미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 모습도 영화 여주인공처럼 청순하고 예쁘다.

“소미야! 여기서 뭐해?”

“응, 나는 조금 이따가 오빠 만나기로 해서. 기다리는 중.”

신예리는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차선우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소미 오빠가 천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어머? 선우 오빠를? 요즘 진짜 잘 나가시던데.”

“몰라. 다들 그렇다는데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신예리는 차소미와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소위 말하는 찐친이다.

차소미가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헤어졌지만, 어쩌다 보니 같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이후에는 종종 같이 점심도 먹곤 했다.

“그래도··· 우리 연습생들에게 너희 오빠는 진짜 우상이라고. 나도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성공하고 싶다.”

신예리는 H 대학교의 실용음악과를 다니는 중이었다.

H 대학교의 여신이라고 불리면서, 차가운 얼굴에 낯을 가리는 성격이 더해져 다가가기 어려운 아우라를 내뿜는 그녀는.

쿵!

“앗, 죄송합니다. 제가 주워드릴게요.”

···엄청난 덜렁이였다.

신예리는 메뉴를 받고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과 두 번 부딪치고, 테이블 모서리에 박아 포크를 한번 떨어뜨렸다.

차소미는 그 모습을 보고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 덜렁병은 언제쯤 고치냐. 너는 진짜 가만히만 있으면 최곤데.”

“우리 엄마랑 똑같이 말하네. 넌 방학 때 뭐했어?”

“그냥 알바하고 그랬지.”

말을 하는 차소미의 표정은 불퉁했다.

부모님은 방학 동안 크루즈 여행을 다녀오셨고, 오빠는 일하느라 미국에 가 있었으니.

차소미는 혼자 원주에 내려가 집을 지키며 부모님의 가게를 돌봤다.

부모님이 알바비라면서 용돈을 두둑하게 챙겨 주셨지만.

즐거운 방학이었느냐고 물으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차소미가 물었다.

“그러는 넌 방학 때 뭐했냐.”

“나도 뭐. 맨날 똑같지. 연습, 연습, 연습.”

신예리의 꿈은 아이돌이다.

워낙 예쁘장하게 생긴 그녀는, 중학교 때 4대 기획사 중 한 곳인 아크 엔터테인먼트의 컨택을 받아 연습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20살인 지금도 아직 연습생 생활을 하는 중이다.

아이돌 판에서 절대 어린 나이가 아닌 만큼, 일이 썩 안 풀렸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신예리가 대학교에 온 것도 일종의 보험이었다.

만약 이대로 연습생만 하다 끝이 나버리면 대학교 졸업장이라도 필요하니까.

우울한 표정의 신예리를 달래듯 차소미가 말했다.

“그런데 너 예전에 데뷔 조에 들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었지. 나도 잘 모르겠다. 요즘 회사가 너무 어수선해서 엎어질··· 흐엑!”

얘기를 하던 도중 옷소매에 케이크 크림을 묻혀버린 신예리는, 물티슈로 얼룩을 지우며 중얼거렸다.

“이거 오늘 새로 입은 건데.”

“......”

아무튼 신예리의 푸념에 따르면 상황은 이랬다.

얼마 전 아크 엔터는 글로벌 기업에게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그 기업이 새로운 프로듀싱을 제안한 모양이었다.

“새 자본이 들어오면서 기존에 데뷔조를 디렉팅하던 실장님도 한바탕하고. 회사가 어수선해.”

"그럼 너 데뷔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들리는 말로는 1년 정도 미뤄질 거라더라고."

"1년?"

"근데 말이 일 년이지. 그냥 무기한 연기나 다름없으니까."

신예리는 이제 아이돌로 데뷔하기에는 나이가 꽉 차간다.

차소미는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진짜 애매하게 되었네.”

“그치.”

버텨 보자니 미래가 불투명하고.

그렇다고 다른 소속사로 옮기자니, 거기에서 다시 경쟁을 해서 데뷔에 도전하기까지는 너무 늦은 것 같고.

아예 다 포기해버리고 그냥 대학 생활에 집중하자니 지금까지 해온 게 너무 아깝고.

두 여자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 누군가 옆에 와서 차소미를 툭 쳤다.

“야,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차소미가 고개를 돌리자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차선우였다.

“뭐야, 언제 왔대.”

차소미가 폰을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가 두 통이나 와있었다.

차선우는 오랜만에, 그러니까 거의 70년 만에 만난 동생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봤다.

“방금 왔지. 그런데 너 이거 화장한 거냐? 화장을 해도 바뀐 게 없네.”

“아씨. 보자마자 시비야. 뭐 내 얼굴에 보태준 거 있냐.”

차선우는 그 반응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툭 건드렸다고 이렇게 반응하는 걸 보니 동생이 확실하다.

이제 동생을 데리고 밥을 먹이기만 하면 미션이 완료되는데.

아까부터 동생 옆에서 이쪽을 뚫어져라 보는 친구가 눈에 걸린다.

동생이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 적이 없어서, 친구라고는 또 처음 보기도 하고.

차선우는 먼저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소미 친구죠?”

“네 안녕하세요. 신예리라고 합니다. 소미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동생과는 다르게 이쪽 친구는 예의가 발랐다.

“얘가 나에 대해 좋은 얘기를 했을 리는 없는데. 우리 밥 먹으러 가는데 같이 갈래요?”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신예리는 황급하게 손을 내젓다가 음료를 쏟을 뻔했다.

테이블 아래로 쏟아지는 유리잔을 차선우가 타이밍 좋게 낚아채서 다행이지, 대참사가 벌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

“으앗, 그게. 저는 연습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괴상한 비명을 남기고 신예리는 황급하게 자리를 떴다.

어깨를 으쓱한 차선우는 이제 동생에게 밥을 먹이는 미션을 완수하러 가려는 순간.

테이블에 놓인 물건을 발견했다.

“파우치를 두고 갔네.”

차선우는 일단 파우치를 챙겼다.

‘이따가 까먹지 말고 동생한테 전해줘야겠다.’

그리고 식사가 끝날 때쯤, 파우치의 존재는 완전히 잊혀졌다.

*

헌트 뮤직의 대표는 쯧쯧 혀를 찼다.

“천마가 결국 로페즈를 선택했군.”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

아쉽기는 하지만, 천마에게 악감정은 없다.

어차피 로페즈와는 5년짜리 계약이고, 그 계약이 만료되었을 때 헌트가 더 좋은 제안을 하면 되는 일이다.

다만, 다음번에 로페즈 회장을 만났을 때 의기양양한 꼴을 보는 건 상상만 해도 빈정이 상한다.

“아크 엔터테인먼트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지.”

한국에서 아크 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명가라고 불린다.

대표 프로듀서인 명일은 1세대 걸그룹부터 시작해서, 3세대 최고의 걸그룹이라 불리는 위캔걸즈까지 만들어 낸 사람이다.

4세대 아이돌로는 걸그룹이 아니라 보이 밴드 그룹을 런칭해서 의아하기는 했지만, 실험적인 시도치고는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확실히 프로듀서로서의 감각이 뛰어나다.

어쨌든, 헌트 대표는 한가지 계획을 세웠다.

"아크 엔터의 훌륭한 인적자원이 이렇게 많은데, 또 새로운 걸그룹이라니."

아크 엔터에 소속된 걸그룹 세 팀 중에서, 잘 나가는 멤버만을 뽑아서 프로젝트 그룹을 만든다.

여기에 세계적인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동원하고, 헌트 뮤직 그룹이 그 곡을 전 세계로 유통한다.

가진 역량의 정수만 뽑아서 기획한 만큼, 아무리 생각해도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성공은 확실하겠군.”

하지만 헌트는 모르고 있었다.

천마신교에서 마교의 유전자를 가진 걸그룹이 만들어질 예정이라는 것을.

< 메이드 인 천마신교 (1)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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