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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으로차트올킬-97화 (97/191)

< 메이드 인 천마신교 (2) >

“마교답다라.”

세간에서는 마교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마교? 마공으로 존나 빨리 강해지잖아. 부작용도 심하지만.

부정할 수가 없군.

마인은 빠르게 강해진다.

강해지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속도도 정파나 사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도 말한다.

-마교? 맨날 치고박고 싸우는 놈들?

이 역시 틀린 말이 아니다.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사회.

투쟁 끝에 강자만 살아남는 곳이다.

이런 점에서 천마신교 레코즈에는 마인같은 가수들이 없었다.

미니롱과 길성진은 천마신교 소속이지만, 마인답다고 하기에는 무리다.

자, 그러면 '마인'스러운 걸그룹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라는 문제가 생긴다.

나는 천마신교 들어갔을 때 생각했다.

현대인의 사고방식을 가진 내가 어떻게 마의 종주라는 천마가 될 수 있었는지.

'상태창의 도움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잠마동의 영향력이 컸지.'

잠마동.

마교 내에서 진정한 마인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나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천마신교의 잠마동은 7층짜리 탑이었다.

어떤 규칙도 없는 무법지대 속에서, 7개의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소교주 자리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날고 긴다는 놈들 1,000명이 들어갔는데, 7개의 층을 모두 돌파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5명 밖에 없었다.

매일 같이 생존의 위협을 버티며 겪어낸 강렬한 체험이, 익숙해진 현대 사고방식을 몰아내고 몸에 새겨졌다.

어쨌든, 잠마동을 거쳐야지만 진정한 마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천마신교에서 만든 걸그룹이라면 응당 그런 시련을 거쳐야 하는 법이지.’

나는 현실판 잠마동을 세울 계획을 짜봤다.

먼저 지방의 빌딩 하나를 통째로 임대한다.

거기에 음공을 이용한 각종 기관진식을 때려 박는다.

얼마 전 투자받은 돈부터, 1년 동안 천마신교 레코즈에서 벌어들인 수익까지.

자본은 걱정이 없다.

‘연습생들도 많이 받아야지.’

공개적으로 연습생들을 모은 다음, 잠마동에 넣어버리는 것이다.

그 안에서 모든 시련을 통과한 녀석들만 데뷔시켜준다.

일반적으로 걸그룹 하나를 키우는 데 최소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나는 그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 없다.

잠마동에 있는 기관진식으로, 빠르게 연습생들을 성장시켜버리는 것이다.

내 계획을 듣던 옥수진이 말했다.

“...어, 그러니까 서바이벌을 시키자는 거죠?”

잠마동은 그런 서버이벌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피와 죽음의 길이지만.

“뭐, 비슷하기는 하지.”

그렇게 잠마동을 만들자는 나의 계획은 통과되었다.

장소를 구하는 건 직원들이 하면 되는 거고, 장소 물색이 끝나면 내가 기관진식을 설치하면 된다.

“그럼 다음으로는 이번 걸그룹 프로젝트에 방향성을 잡아 줄 사람이 필요한데.”

우리 회사에는 아이돌을 기획하고 육성해 본 사람이 없다.

이런 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데.

“전문가를 스카웃 해야겠군. 걸그룹을 제일 잘 만드는 사람이 누구지?”

옥수진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걸그룹은 아크 엔터가 최고죠. 그중에서도 아크 엔터의 권동욱 실장이 최고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 최고의 걸그룹이라고 불리는 ‘위캔걸즈’도 권동욱 실장이 직접 디렉팅을 한 모양이었다.

그 이후에도 아티스트개발실에 남아 차세대 걸그룹 양성에 들어갔다고 한다.

“권동욱이라는 사람, 못 데려오나?”

“쉽지 않을걸요? 워낙 아크 엔터 초창기 때부터 있었던 사람이라서요. 아마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엄청날 거예요.”

그때 각종 기사를 모니터링하던 강여름이 말했다.

“어? 그런데 방금 아크 엔터 관련 기사가 떴네요?”

[헌트 뮤직 그룹, 아크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글로벌 걸그룹 런칭 준비]

[프로젝트 걸그룹, 케이팝의 10년 정수를 담는다]

나는 강여름이 공유한 기사를 읽어보았다.

아크 엔터에서 만든 1세대에서 3세대까지의 걸그룹 3팀 중, 핵심 멤버만을 모아 새로운 그룹을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뭐야? 새로운 걸그룹 준비 중이라는 거 아니였어?”

“어, 그러게요? 그럼 신인 걸그룹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일이 재미있게 돌아간다.

보통 새로운 세력과 손잡는 경우에는 기존 세력에서 나가리되는 사람이 발생하는데.

아무래도 그게 권동욱일 수 있다는 예감이 든다.

“권동욱 실장에게 한번 연락해 보자.”

*

아크 엔터는 ‘걸그룹 명가에서 런칭하는 4세대 걸그룹’이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걸그룹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예리도 거기 데뷔조에 들어갔고.

회사에서는 데뷔조를 위한 새로운 숙소도 마련해주고, 팀 이름도 만들고, 프로필 사진까지 찍을 준비를 하면서 본격적인 데뷔에 들어가나 했는데···.

헌트 뮤직과 투자 계약을 맺으면서 계획이 바뀌었고, 데뷔는 연기되어 버렸다.

그래서 신예리는 다시 일반 연습생들과 같이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보컬 트레이닝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

신예리는 화장을 고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내가 파우치를 어디에다가 뒀더라?”

설마 또 어디 놔두고 온 건 아니겠지···?

'잠깐. 거기에 내가 USB를 넣어놨던 거 같은데.'

월말 평가를 위해 편곡한 노래가 거기에 담겨있다.

신예리는 한 달에 한 번꼴로 USB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당연히 백업을 했었지만 귀찮게 됐다.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연습생 무리가 들어왔다.

댄스 트레이닝을 받던 다른 조 연습생들이다. 그들은 신예리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어머, 언니. 데뷔 1년 미뤄졌다면서요? 근데 진짜 1년 맞아? 어떡해?”

걱정하는 척하지만 말속에서는 고소해하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원래 연습생들 사이에서 기싸움은 심한 편이다.

쟤가 데뷔하면 내가 데뷔를 못하는 거니까.

그리고 실제로 시비를 거는 연습생은, 신예리에게 밀려서 데뷔조에 들지 못했다.

하필 포지션이 겹쳤는데 신예리가 그녀보다 보컬도 뛰어나고, 무엇보다도 얼굴이 아크 엔터에서 좋아하는 '차가운 여왕상'이었기 때문이다.

신예리는 냉기 흐르는 외모와는 다르게, 낯을 많이 가려서 웬만한 시비에는 말을 섞지 않고 넘어갔다. 이번에도 그냥 무시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상대가 자꾸 신경을 건드린다.

“근데 언니, 데뷔 미뤄졌다고 너무 스트레스받은 거 아니에요? 살이 좀 쪘는데?”

“...뭐라고?”

"아무리 데뷔가 미뤄졌다고 해도 그렇지. 관리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솔직히 얼굴 빼고는 볼 것도 없으면서."

그 말을 들은 신예리는 뒤를 돌았다.

평소에는 그냥 참고 넘어가지만, 이번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꼭지가 돌아버렸다.

“야.”

신예리는 성큼 다가갔다.

신예리의 키가 더 크다 보니 자연스레 내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워낙 고급스럽게 생긴 얼굴이라 인상을 쓰니, 마치 여왕님 같은 포스가 풍긴다.

도발했던 연습생은 저도 모르게 압도되었다.

신예리도 이렇게 대놓고 다툼까지 간 적은 처음이라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일부러 몸에 힘을 주었다.

턱 끝을 치켜들고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리고 피식 웃어줬다.

“얼굴도 볼 거 없는 년이. 실력도 없네?”

“뭐? 야! 말 다했어?”

발끈한 연습생이 달려들었다.

진짜 머리채를 잡고 싸우기 직전, 화장실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아크 엔터의 쌍둥이 연습생으로 알려진 녀석들이었다.

“예리 언니, 여기 있었구나!”

“실장님이 언니 찾아요! 빨리 가봐.”

쌍둥이는 신예리의 팔을 붙잡고 화장실 밖으로 끌고 나왔다.

신예리는 내심 안도하면서도 투덜거렸다.

“이번에는 진짜 가만히 안 있으려고 했는데. 왜 막아.”

그래도 속은 시원하다.

신예리의 표정이 한결 풀리자, 쌍둥이도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었다.

올해 17살인 그들은 데뷔조에는 들지 못했지만, 성격이 유해서 다른 연습생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다.

“에이, 언니가 참아.”

“그리고 진짜 실장님이 부르셨어.”

“실장님이? 왜?”

“우리도 몰라. 데뷔조 때문이 아닐까?”

“언니는 진짜 어떻게 되는거야?”

“나도 몰라···.”

이번 프로젝트 걸그룹은 새로운 시도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나겠지만, 성공한다면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프로젝트 걸그룹이 성공했는데, 여기서 또 새로운 걸그룹을 내면 팬덤이 분산될 테니까.'

걸그룹을 소비하는 계층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마 차세대 걸그룹은 흐지부지 없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인지라 연습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아크의 이름을 믿고 버틸지, 다른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지.

다들 고민중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방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안에서 고성이 튀어나왔다.

- 아니 본부장님. 장기적으로 생각하셔야죠!!!!

세 사람은 눈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나 본데?”

“지금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

.

.

방 안에서는 권동욱 실장이 본부장과 싸우는 중이었다.

이번 데뷔를 총괄하고 있던 권동욱 실장은 갑작스레 데뷔가 미뤄졌다는 소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데뷔조를 다 뽑아놓고, 기획서를 제출한 게 바로 얼마 전인데.

헌트 뮤직이 끼어들면서 그 모든 일들이 연기됐다.

글로벌 3대 음반사의 대규모 투자.

1~3세대를 총망라하는 프로젝트 그룹.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

헌트 뮤직의 계획은 꽤나 그럴듯하게 들렸다.

아크 엔터의 대표를 포함해서 임원들까지 모두 계획에 동의했다.

권동욱 실장만 빼고.

그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프로젝트 걸그룹 좋죠. 그런데 이건 단발성으로 끝내야 해요.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손해라니까요!”

하지만 본부장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이건 우리 엔터를 글로벌 기획사로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투자를 한 쪽이 헌트 뮤직인데.”

본부장의 말을 들은 권동욱 실장은 한숨만 나왔다.

그는 아크 엔터가 1세대 걸그룹을 낼 때부터 함께하며, 3년 전 위캔걸즈까지 성공적으로 런칭한 사람이다.

그 누구보다 걸그룹이란 콘텐츠에 대해 잘 알고 많은 경험을 해왔다.

저기 본부장?

그는 애초에 이쪽 업계 사람도 아니다.

배우 판에서 일하다가 본부장으로 스카웃돼서 온 사람이다.

덕분에 최근 실적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다가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게 되면서 눈이 돌아간 모양이다.

글로벌이라는 단어에 임원들 눈이 돌아가고, 본부장은 실적에 눈이 돌아갔다는 건 알겠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요즘 걸그룹에 중요한 게 스토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몇 년 동안 컨셉을 잡고 스토리를 부여하면서 확실한 캐릭터를 만들어야 먹히는 법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그룹에는 스토리가 없습니다.”

“에이, 스토리는 뭐 세계관 같은 거 하나 만들면 되잖아요. 요새 애들이 그런 거 좋아한다며.”

그 태평한 말에 권 실장은 욕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 위캔걸즈 이미지 소비도 너무 빨라질 것 같습니다. 이제 4년 차에 한창 전성기를 누릴 타이밍에 선배들이랑 엮이면 올드한 이미지가 강해집니다. 차후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한번 시작된 권동욱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거기다가 우리 아크 엔터에도 차세대 걸그룹이 필요합니다. 작년부터 펄 엔터의 에이클라스나, 젤리크러쉬가 나오면서 자리를 잡고 있어요. 여기서 더 지체되면 늦습니다.”

“우리도 보이 밴드 그룹 있잖아요. 4세대는 그쪽 밀어주면 되겠네.”

이건 그냥 말이 통하지 않는 수준이다.

본부장은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권동욱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결국 본부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힘없이 밖으로 나오니 신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 실장님. 부르셨다고 들었는데.”

방 안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짐작한 건지 어색한 얼굴이었다.

신예리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진다.

‘차세대 걸그룹 센터로는 쟤가 딱인데.’

오랫동안 연습생으로 있어서 기본기가 탄탄하다.

가창력과 춤은 최상위권이고, 선배를 따라 무대 경험도 충분히 쌓아 신인치고 라이브도 안정적이다.

균형이 잘 잡힌 올라운더라서, 혹시라도 다른 포지션에 공백이 생길 때 신예리가 바로 포지션을 바꿔서 들어가 줄 수 있다.

금상첨화로 얼굴까지 아크 엔터에서 원하는 상이니, 걸그룹 멤버로는 최고다.

‘예리 말고도 다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인데.’

지금 데리고 있는 데뷔조 애들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

또 함께 몇 년을 동고동락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다.

데뷔만 할 수 있다면 성공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마침 지금 경쟁자인 젤리크러쉬와 에이클라스가 주춤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젤리크러쉬는 작년 천마 버프를 받아서 잘 나갔지만, 천마의 곡을 받지 못하니 폼이 확 떨어졌다.

에이클라스는 데뷔하자마자 젤리크러쉬에게 밀리더니 다음 미니 앨범도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대기업 푸쉬를 받고 팬덤을 키워나가고는 있다지만, 사정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이 상황만 잘 이용한다면 아크 엔터의 '걸그룹 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이어가던 권동욱은 갑자기 현타가 왔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이미 데뷔조는 물 건너간 문제인데.

회사에서는 권동욱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크 엔터의 초창기부터 걸그룹을 키워왔고 회사에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치니, 자신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진다.

'내가 무슨 힘이 있냐. 까라면 까야지.'

그렇게 권동욱의 마음에 균열이 생겼고, 이를 빠르게 눈치챈 사람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스카웃 제안을 넣었다.

그중에는 펄 엔터의 제이맨과, 천마신교도 있었다.

< 메이드 인 천마신교 (2)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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