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마가 쏘아올린 존나 큰 공 (5) >
메이슨은 원하는 바를 모두 이뤘다.
그날, 메이슨 쇼의 진실게임 코너는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토록 바라던 화제성을 얻는 데에도 성공했다.
당연히 오피셜 계정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뉴튜브에 올린 '진실게임 하이라이트'는 하루 만에 1,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뉴스에 메이슨의 이름이 도배된 것은 덤이다.
모든 소원을 이룬 메이슨은 장렬하게 전사하는 중이었다.
- 라이브 쇼에서 저딴 말을 한다고? ㄹㅇ약 한 거 아니냐?
- 전부터 직원들한테 갑질한다고 소문 돌더니, 진짜였나 보네
ㄴ 일하다가 메이슨이 냄새난다고 하면 나가서 샤워하고 와야 한다더라
ㄴ 이건 진짜 미쳤네···.
- 이 시대에도 인종차별자가 있다니. 내가 다 부끄럽다
- 걍 이제 메이슨 얼굴만 봐도 불편하다. 잘 가고 더 이상 보지 말자!
분노한 건 네티즌뿐만이 아니었다.
메이슨 쇼에 나와서 알게 모르게 당했던 게스트들.
그들도 SNS에서 메이슨을 두들기는 데 동참했다.
- 터질 일이 터졌을 뿐. 쇼에 나가본 사람이면 메이슨이 쓰레기라는 건 다 알 수 있지
- 라이브 토크쇼에서 저런 말을 한 건 충격적이지만, 그 당사자가 메이슨이다?
그라면 충분히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걘 근본부터 인종차별자거든
과거의 업보를 짊어진 메이슨 쇼는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편 일이 이런 식으로 번지자, 동 시간대 방영하는 미드나잇 쇼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건 메이슨 쇼라는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미드나잇 쇼의 호스트는 신이 나서 외쳤다.
“역시 천마야! 한 건 할 줄 알았다니까.”
원래 미드나잇 쇼는 시사 토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번만은 특집을 편성했다.
- 인종차별과 직장 내 갑질, 이대로 괜찮은가?
천마도 여기에 한팔 보탰다.
미국에 와서 모아뒀던 자료들을 그대로 미드나잇 측에 넘겨준 것이다.
그뿐 아니라 잘린 조연출을 미드나잇과 연결해주었으며, 조연출은 메이슨에게 당했던 사람들을 추가로 데리고 나왔다.
그들은 예전부터 폭언과 갑질을 녹음해왔고 그 파일을 미드나잇 쇼에서 공개해버렸다.
남아있는 메이슨의 숨통을 끊는 마지막 한 방이었다.
미드나잇 쇼는 신이 나서 칼춤을 췄다.
관짝에 들어간 메이슨이 다시는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그 위에 못질까지 해주었다.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끝낸 그는 천마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닌 메이슨을 선택해서 조금 섭섭했었는데.
‘오히려 좋아!’
이제는 경쟁자를 박살 내줘서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어휴, 그때 후원을 더 해드렸어야 하는데. 3,000달러가 아니라 5,000달러씩 할 걸 그랬나.’
미드나잇의 호스트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거하게 후원하리라 다짐했다.
.
.
.
그리고 천마.
미국의 토크쇼 하나를 날려버리며 이슈메이커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메이슨의 마지막 토크쇼는 모든 순간이 레전드였다.
먼저 외나무다리에서 보여주는 묘기들.
- 와ㅋㅋㅋㅋㅋ 외나무다리에서 한 손으로 화살 잡아챈 거 실화냐?
ㄴ 나는 저기 올라가면 균형도 못 잡을 듯
ㄴ 손 뻗을 때 떨어지는 줄 알고 식겁했네
ㄴ 표정은 왜 이렇게 편하냐ㅋㅋㅋ 거의 침대에 누워있는 수준인데ㅋㅋㅋ
ㄴ (침대 광고와 합성한 짤)
- 객석으로 화살 던지는 건 어떻게 한 거냐? 혹시 양궁 잘하면 다 저런 거 할 줄 아냐?
ㄴ 현직 선수입니다. 저는 일단 못하고, 제 동료들도 못 하고, 코치님도 못 합니다.
- 나 진짜 비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동양인들은 정말 다 쿵푸 하나요?
ㄴ 하겠냐?ㅋㅋㅋㅋ
여기에 미친 가창력으로 포터를 찢어버리고 물속에 처박은 것이라던가,
- ‘Steal Your Heart’는 포터 노래 아닌가요? 왜 천마가 더 잘 부르지?
ㄴ 그거 작곡가가 천마랍니다
ㄴ 근데 모든 작곡가가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아니잖아
ㄴ 천마는 개쌉가능
- 포터는 앞으로 물만 보면 벌벌 떨겠네ㅋㅋㅋㅋ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영상들이 나돌았지만.
백미는 ‘작은 별 엔딩’이었다.
메이슨 쇼의 전설로 회자될 마지막 장면.
바로 메이슨이 욕설을 외치는 순간, 화면이 컷되면서 스폰서 광고와 함께 ‘작은 별’이 흘러나왔다.
무겁고 충격적인 분위기 뒤에 흘러나오는, 너무나도 밝고 희망적인 ‘작은 별’의 멜로디.
그 묘한 대비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 이거 써먹기 딱 좋은데?
유행이 시작한 건 게임 방송에서였다.
스트리머들은 게임 내에서 캐릭터가 죽기 직전의 상황.
그것도 보스 클리어를 앞두고 잡몹에게 뒤통수를 맞는다거나, 몇 시간 동안 풀템을 맞췄는데 실수로 함정에 빠졌을 때.
도 도 솔 솔 라 라 솔-
메이슨 쇼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작은 별’을 틀었다.
이게 은근히 중독적이어서 재미있었다.
- OMG 나도 시험 망했을 때 작은 별 들어야겠다ㅋㅋㅋㅋㅋ
- 친구가 고백할 때 옆에서 틀어줘야지
- 노래는 왜 좋냐? 계속 듣게 되네
- 메이슨은 죽었지만 엔딩은 남아있습니다···
- 근데 이거 가사는 무슨 뜻이야?
ㄴ 조금만 기다리면 볼 수 있을거야 / 곧 피어날 멋지고 놀라운 / 작은 별
ㄴ 가사 내용까지 갓벽하네
활용도도 높고, 짤을 만들기도 쉬웠기 때문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은 별 엔딩’이 사용되었다.
축구에서 선수가 골을 넣기 직전.
-이것만 넣어주면 승리인데요, 아! 찬스 나왔어요, 슛~~~~~ 도도솔솔라라솔!
막장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에도 어김없이, 도도솔솔라라솔!
장대뛰기를 하다가 장대가 가랑이 사이를 강타하기 직전에도, 도도솔솔라라솔!
누가 봐도 절망적인 결말을 예상할 수 있지만, 흘러나오는 희망찬 작은 별!
사람들은 열심히 소비했고, 자연스럽게 천마에게 입덕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해외 유통을 담당하는 로페즈 그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밈이 된 천마의 노래를 이용하여 홍보를 했고, 이는 당연히 정규앨범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로페즈 회장은 천마의 동향에 대해 직접 보고받고 있었다.
800억 원을 투자한 이후 천마의 첫 활동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관심이 갔다.
그리고 보고서를 읽은 로페즈 회장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1년 안으로 선급금을 다 털어낼 수 있을 거 같다고?”
지급한 금액이 무려 800억이었다.
당연히 천마가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차근차근 상환할 거로만 생각했다.
그사이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서 이후로도 묶어두려는 계획이었는데.
이 기세라면 1년 안에 모두 털어낼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심지어 천마신교의 활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만간 걸그룹도 나오고, 내년부터 휴식기를 가지던 다른 아티스트들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다고 했지?”
투자한 금액의 상환이 더욱 빨라질 게 분명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천마는 다시 매물로 나온다.
“분명 헌트 뮤직에서 달려들 게 뻔한데.”
아니, 헌트뿐만이 아니다.
이제 천마는 규모가 있는 유통사라면 모두가 다 탐내는 매물이 되었다.
“천마에게 조금 더 공을 들여야겠군. 그러고 보니 페니가 천마와 친하다고 했지? 앞으로도 관계를 잘 유지하라고 해야겠어.”
로페즈 회장은 고작 800억만을 투자한 걸 후회하며, 조금씩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
메이슨의 덕분(?)에 천마는 미국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이제는 단순한 한국의 가수가 아니라, 하나의 셀럽이 되어버렸다.
천마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았다.
천마가 뭘 입고, 뭘 먹고, 뭘 하는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당연히 천마가 앞으로 어떤 음악적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서도 자주 기사에 오르내렸다.
사람들은 천마에 대해 알아보던 중, 그가 천마신교 레코즈의 사장이며 지금 걸그룹 하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그것도 천마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 하는 걸그룹을.
이전부터 딥하게 케이팝을 파던 덕후들은 ‘천마가 프로듀싱한 걸그룹’에 대한 정보들을 미국 커뮤니티에 퍼 날랐다.
- 그거 알아? 한국에서는 걸그룹에 들어가는 게 개빡세대
- 아 나도 들어봤어.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
- 비슷하긴 해. 오디션은 아닌데 서바이벌은 맞더라
- 잠마동이라는 곳에 사람들을 가둬놓는다던데
- 잠마동? 그게 뭐야?
- 몰라 여기에 후기 글이 올라왔던데 천마가 이번에도 엄청난 걸 만드는 모양이야
해외에서 야금야금 퍼지고 있는 잠마동에 대한 소문은, 한 커뮤니티로부터 나왔다.
[잠마동을 탈출한 모임]
속칭 잠탈모.
잠마동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고, 그만큼 탈락자도 많이 발생했다.
잠마동에서 동고동락한 연습생들은, 갓 훈련소를 수료한 훈련병 마냥 ‘우리 나가서 꼭 연락하고 지내자’라는 다짐을 했다.
물론 그 이후 모두 뿔뿔이 흩어져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엄청난 추진력을 가진 연습생이 총대를 메고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탈락자들을 초대했다.
아직 잠마동 안에서의 추억이 바래지지 않았을 때라 연습생들은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떠들었다.
- 잠마동 진짜 개힘들었다
- ㅇㅈㅇㅈ 1층 통과하고 이건 아니다 싶음
- 벽곡바 만든 새끼는 누구냐? 진짜 잡아다가 1년 내내 그것만 먹여야 해
- ㅋㅋㅋㅋ맞아 근데 먹으면 또 힘이 나서 안 먹을 수가 없는 게 짜증나
- 근데 잠마동은 어떻게 만든 걸까요?
- 4D 가상현실 체험하는 거 같더라. 막 환상도 보이는 게 진짜 신기해
- 나는 회복실? 그게 제일 신기하던데. 거기서 나오는 노래 듣고 있으면 체력이 차올라
처음에는 잠마동에 대해서 자유롭게 떠들던 연습생들.
그러나 점점 사람이 늘어나면서 규칙이 하나 생겼다.
바로 몇 층에서 탈락했는지, 그걸 닉네임 앞에 적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층수는 실력의 기준이 되었다.
[미현]: 2층 탈락자입니다 ㅠㅠ 혹시 2층 어떻게 통과하셨나요?
- [1층ㅣ지연ㅣ방장] 닉네임 앞에 몇 층에서 탈락했는지 써 주세요 규칙입니당
- [2층ㅣ미현] 아 죄송합니다 수정했어요
잠마동에서 나올 때 ‘증표’를 줬고, 거기에는 몇 층까지 통과했는지 기록이 되어 있어 조작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본격적으로 각 층에서 어떤 미션이 있었는지 대화를 나눴다.
- [4층ㅣ유진] 2층은 디테일을 많이 보더라고요···. 저도 겨우 통과했는데 4층에서 광탈 했습니다
- [2층ㅣ미현] 헐 4층까지 가시다니 대단하시네요!!!! 3층에서는 뭐 하나요?
- [4층ㅣ유진] 3층에서는 포지션별로 나눠서 봤어요. 각자 원하는 포지션 선택해서 주어진 미션곡 두 개를 통과해야 하고, 4층부터는 팀 미션으로 들어가요!
- [2층ㅣ미현] 그런데 4층까지 갔는데 떨어져서 아쉽겠어요ㅠㅠㅠ
- [4층ㅣ유진] 어쩔 수 없죠. 특히 4층부터는 견제가 많이 심해서ㅜㅜㅜㅜ
천마는 잠마동을 오를수록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도록 설계했고,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만큼 실력이 늘었다.
여기에 각 층을 통과할 때마다 진법에 있었던 내공이 몸속으로 흡수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 [4층ㅣ유진] 근데 다녀오고 나서 실력이 좀 는 거 같기는 해요
- [2층ㅣ미현] 맞아! 트레이닝 받을 때 지적받던 부분들이 확실히 나아졌더라고요
- [1층ㅣ지연ㅣ방장] 피부도 조금 좋아진 것 같지 않아요?
- [4층ㅣ유진] 사실 덕분에 잠마동 끝나자마자 다른 회사 데뷔조로 들어갔어요. 혹시 여기 3층 이상 통과자분 쪽지 주세요. 실장님이 특별히 봐주신다고 하네요
잠마동 시스템이 알려지면서, 다른 기획사 사이에서도 잠마동은 알음알음 실력의 지표가 되어갔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잠마동 상위층 통과자들은 우대를 받았다.
연습생들은 수군거렸다.
- 지금 남은 사람들은 몇 층까지 갔을까요?
- 이틀 전에 5층 탈락자 분 나왔어요
- 카페 인원 보니까 30명 정도 남은 것 같던데
- 잠마동 또 해주면 좋겠다. 이번에는 진짜 끝까지 갈 자신 있는데
- 오 그러면 우리가 1기가 되는 건가요? 다음에 들어오는 애들은 2기가 되는 거고?
하지만 아직까지 잠마동에 대해 풀리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가장 궁금한 건 위층에는 어떤 시련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생존해 있는지.
- 근데 진짜 7층 완주하는 거 가능할까?
- 2층따리는 상상도 안가는데ㄷㄷㄷ
- 7층까지 통과한 애들은··· 진짜 개쩌는 실력자들만 남겠네요.
.
.
.
그 시각 잠마동 안.
5층의 시련을 겨우 통과한 신예리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아아아! 이 개 같은 잠마동!”
< 천마가 쏘아올린 존나 큰 공 (5) > 끝
ⓒ 연태량
=======================================